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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천아1234 2020. 12. 21. 20:55

50만 플랫폼노동자 문제, ‘사회적 논의’

모바일 앱 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에이비(AB)5’ 법안이 새해 1일 발효됐다. 논란이 거세긴 하나 유럽 국가들에 이어 혁신 공유경제의 본산지이자 시장주의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도 이런 법안이 발효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배달 종사자의 산재 체계 개편을 언급했는데, 한국도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두를 때다.

에이비5 법안은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독립계약자인지 아닌지를 회사 쪽이 핵심업무 종사 여부 등 세가지 기준으로 입증하도록 했다. 이를 입증 못 하면 정직원으로 인정해 최저임금·유급휴가·건강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워싱턴과 오리건 등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준비 중인데 비용의 대폭 증가를 우려한 기업들의 반발이 크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음식배달업체인 포스트메이츠는 위헌 소송을 냈고 대체법안 마련을 위한 로비전에 나섰다. 기업뿐 아니라 계약 해지를 우려한 사진가, 프리랜서 기자들도 반발하는가 하면, 미 연방법원이 2일 캘리포니아 트럭연합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는 등 시작부터 논란이 크다.

반면 프랑스는 플랫폼업체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 권리를 명문화한 법을 제정해 노동3권 등을 보장하도록 했고, 산별 협상 전통이 강한 독일은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의 행동강령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처럼 각국의 대응이 다르고 갈등도 있지만, 플랫폼 노동이 세계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논의의 대상이 됐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최근 몇년 새 한국에서도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이 부각된 데 이어, 지난해엔 배달 종사자와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랐다. 하지만 법·제도의 부재 속에 2일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이 매일 밤 바뀌는 프로모션 수수료를 비판했듯, ‘노동의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은 종사자 안전을 위해 산재 체계 개편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확보와 분야별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기준을 세워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50여만명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논의는 노동자의 권리뿐 아니라 플랫폼업체의 예측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올해를 사회적 논의의 원년으로 삼자.

고달픈 플랫폼 노동, 사회적 경제가 대안이 되려면

확산하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 처우는 열악

연대와 협력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에 기대

미국 등 플랫폼 협동조합 모델 잇따라 등장

종사자에 사회안전망, 교육 및 경력개발 지원

정책 지원과 함께 당사자들의 연대·협력 필요

배달, 대리운전, 가사, 아이티(IT) 프리랜서 등에서 활성화된 플랫폼 노동이 경제의 여러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연대와 협력을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가 플랫폼 노동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속속 뛰어드는 플랫폼 경제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플랫폼 구축 비용을 공공기금에서 지원하는 등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5일 서울 중구 행복나래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 11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은 사회적 경제 방식을 통해 플랫폼 노동의 열악함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확산하는 플랫폼 노동,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이 주관한 이 포럼은 플랫폼 종사자들을 비롯해 정부, 학계, 노동계 등 플랫폼 경제 이해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조발제에서 “플랫폼 경제는 온라인을 통해,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인 고객의 권익 보호와 서비스 제공자인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와 관련해 많은 사회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에 노동을 제공하는 종사자들의 지위와 처우는 열악하다. 이들은 노동법 등에서 규정한 노동자 지위와 권리를 갖지 못한 채 4대 보험을 비롯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길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고 정부의 대응과 규제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플랫폼 노동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수익성이 낮더라도 공익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플랫폼 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익을 구현하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이 플랫폼 기업의 기술과 운영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플랫폼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가사 및 돌봄 분야의 대표적 플랫폼협동조합인 미국 뉴욕의 ‘업앤고’(Up & Go)와 우버에 맞선 미국 덴버의 택시운전자들이 결성한 그린택시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플랫폼협동조합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분야의 라이프매직케어 협동조합은 지난해 공유 플랫폼 앱인 ‘우렁각시’를 출시해 플랫폼협동조합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도 대리운전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한국아이티개발자협동조합이 ‘쿱브리지’라는 앱을 출시했다.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사회보장 전달체계 역할 하도록

하지만 사회적 경제가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강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는 영리기업과의 경쟁해야 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발제에서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회적 경제는 △고용 안전망 △사회안전망 △사회보장전달체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먼저 고용 안전망으로 사회적 경제 기업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플랫폼협동조합이 일반 영리 플랫폼 기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의 이윤을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성장이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으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조 센터장은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협동조합 특성을 고려해, 가정 내 돌봄이나 아이티(IT)와 같이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종사자들이 소유하는 노동자 지주회사에 한해 인건비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 개설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 불안과 함께 플랫폼 종사자들이 겪는 큰 어려움은 산업재해 등을 보상하는 사회보험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종사자들은 자진 신고를 해야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되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사업주가 기피하거나 노동자가 부담을 느껴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플랫폼에서의 고립된 노동으로 종사자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단절감도 대응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과거에는 조직을 통해 제공됐던 노동이 플랫폼을 통해 개별적으로 제공되면서,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나눌 동료도, 불공정한 처우를 상담하고 나서서 싸워줄 노동조합도 없는 실정이다. 조 센터장은 “플랫폼협동조합은 공제회 사업이나 교육훈련을 위탁 운영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영리기업이 외면했던 플랫폼 종사자들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고 종사자들의 연대의식이나 경력 형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플랫폼협동조합은 종사자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취득해 사회보험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 전달 창구 역할도 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구간별 신고 임금제를 플랫폼 종사자에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근로계약 체결을 허용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일훈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은 “플랫폼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간의 정부 정책 중에서 지원 가능한 정책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차별적인 장벽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은경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도 “유급근로자를 고용하는 플랫폼 사회적 경제 기업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플랫폼 현장 조직이 중심이 된 협의체가 지원조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플랫폼 사회적 경제 당사자 조직들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오늘 모인 플랫폼 현장조직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협동조합협의회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앞으로 협의회 활동을 통해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내실 있는 방안들을 논의하고 실천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는 “지금까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교류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향후 두 조직이 플랫폼 종사자 권익확장을 위한 협약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인가 

배달 노동자들이 설립한 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새롭게 출현하는 고용계약 형태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핑계를 대지만 우선 이렇게라도 하면 된다. 서울시에서 가능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다.

하종강 ㅣ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플랫폼 노동자’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자. 역에 있는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기차에 타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짐을 나르기도 하고, 간단한 식음료를 사고팔기도 한다. 마치 그것처럼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사람들이 일감을 주기도 하고, 구하기도 하고, 업무 내용을 지시하거나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앱’이 기차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업무 내용도 매우 다양해져서 요즘은 대신 줄 서서 기다려주는 것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일이 가능하다. 얼마 전 학교 연구실을 옮길 때에도 ‘앱’에 이러저러한 일을 할 사람을 구한다고 올렸더니 바로 응답이 왔다. “방금 전역해서 힘이 팔팔합니다. 등록금을 마련하는 중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들에게 일을 맡겼더니 와서 몇시간 만에 뚝딱 일을 해치웠다.

그 플랫폼 노동자의 대표적 형태인 배달 대행 노동자를 ‘근로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조선왕조실록>에도 23번이나 나오는 ‘근로자’라는 단어보다 근대 이후 출현한 피고용자 직장인을 일컫는 ‘노동자’가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노동법상 용어가 ‘근로자’여서 노동법에 관한 설명을 할 때에는 ‘근로자’란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육법전서에 ‘노동자’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배달 노동자들이 제기한 체불임금 진정 사건에 대해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했다. 정해진 장소에 출근하고 점심시간까지 보고해야 하는 등 업무 지시를 받는 것으로 보아 근로자로 보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24일 경남 진주에서 만 19살의 배달 노동자가 가로등을 들이받고 사망했다. 그 노동자는 출퇴근은 물론 휴무일 조정이나 식사 시간,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까지 대화방을 통해 보고해야 했고, 지각하면 벌금을 내야 했다. 그렇다면 업무 종속성이 ‘근로자’에 해당할 만큼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상의 산재보험 적용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현행 노동법에선 ‘근로자’에 대해, 개별 법 조항마다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린다. 근로기준법 2조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이라고 규정한 반면 노조법은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좀더 넓게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금과 비슷한 금전적 대가를 받고 있다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과연 어디까지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해석과 판결이 오락가락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서울시는 배달 노동자들이 설립한 ‘서울라이더유니온’에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노조를 설립한 노동자들에게 설립신고필증은 목숨처럼 소중한 서류다. 법 형식상 노동조합 설립이 엄연히 신고제이지만 허가제처럼 시행되기 때문이다. 노조를 설립한 뒤 행정관청에 신고를 하고 설립신고필증을 받아야만 사법·행정기관에서 합법적 노조로 인정한다. 그 증서를 받을 때까지 “피가 마르는” 긴장 상태에서 회사의 온갖 탄압을 견디어 내야 비로소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과거 설립신고필증을 받지 못해 무산된 노조 설립 시도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동조합 사무실에는 설립신고필증을 액자에 고이 담아 벽에 보란 듯 걸어놓는다. 슬픈 장면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설립한 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새롭게 출현하는 고용계약 형태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핑계를 대지만 우선 이렇게라도 하면 된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해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노동조건을 단체협약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다. 서울시에서 가능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업의 노동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지레 겁내지 않으면 된다.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회피하는 것은 자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꼼수 경영’이고 자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디지털 플랫폼,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한국 플랫폼노동의 불안정성과 보호 

디지털자본주의에서 가치창출의 핵심이 노동력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의 활용으로 변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와 다른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질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치창출과 자본축적에 있어 노동력 투입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과 기업들은 노동과 협상할 동기도 숙련과 직업교육으로 노동자에게 투자할 동기도 점점 없어져 노동은 지워내야 할 불편한 존재로 전락한다.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서비스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상화되었던 정규직 고용관계의 비정규직화, 비용과 위험의 외부화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과 직무의 시공간적 배치를 변화시킴으로써 노동의 탈공간화, 노동자의 탈노동자화, 위험의 개인화를 초래했다.

많은 경우 독립계약자 형태로 노동 관련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적용이나 사회보험 법적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변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및 생산체제의 특성과 정합적인 새로운 사회적 보호시스템에 대한 전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사회적 보호 시스템에 대한 신화화에서 벗어나, 변화된 생산체제에 조응하는 진화된 복지체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필자)

기술진보로 자본주의의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인프라의 혁신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가치창출의 핵심이 노동력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의 활용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와 다른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질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제조업 기반의 산업자본주의와 서비스경제에서의 일과는 다른 전혀 다른 일의 미래가 예상되고 있다. 2020년의 COVID-19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산업자본주의는 상품화된 노동력이 가치창출과 자본축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디지털자본주의 단계에서는 정보와 지식을, 가치축적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이제 원재료로서 데이터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즉, 데이터는 원재료이며, 21세기 자본주의는 바로 이 데이터라는 원재료를 추출하고 활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터는 최근에 디지털 기반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추출과 활용이 더 용이해지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가 가치창출의 핵심적 자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의 기록과 추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알고리즘 기술의 발전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양과 크기가 이전의 자본주의와 현 단계 자본주의를 구분하게 하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데이터의 추출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용이해짐으로써, 데이터를 추출해 사용하는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여 생산과정을 최적화하고, 노동을 통제하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반을 제공하며 판매하게 되면서 데이터는 점점 더 핵심 자원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데이터의 추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그룹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정의되는데, 소비자, 광고주,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공급자, 심지어 물리적 물체 등 다양한 사용자들을 모두 엮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 플랫폼은 이를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특권적인 접근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비교하여 비교우위를 점하게 된다. 플랫폼은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여 네트워크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기록과 저장을 단순하게 만드는 디지털 기반 매개체로서, 플랫폼 자본주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주의모델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비지니즈 모델의 중요한 속성은 생산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직접적 생산과정의 외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무료로)데이터가 추출되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가 만들어지며, 이 빅데이터가 알고리즘 기술과 결합하면서 자본축적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는 빅데이터 생성의 핵심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초과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알고리즘 속에서 활동함으로써 네트워크효과를 극대화하게 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이것이 이른바 플랫폼 경제과정이고 디지털자본주의의 자본축적과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빅데이터를 통해 생산된 이윤은 빅데이터 형성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플랫폼노동자 또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분배되기보다는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노동에 가지고 올 변화는 무엇인가? 데이터가 점점 더 핵심 자원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치창출과 자본축적에 있어 노동력 투입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과 기업들은 노동과 협상할 동기도 숙련과 직업교육으로 노동자에게 투자할 동기도 점점 없어진다. 숙련된 노동의 필요성과 노동자와의 협상 필요성이 낮아진다면, 노동을 지워내야 할 불편한 존재로 전락한다. "배달 직원의 사고 위험 부담에서 해방", "배달 직원의 잦은 지각, 무단 결근, 기타 속썩임에 신경쓸 필요 없이 업주의 업무에만 전념 할 수 있다."(배달 앱 홍보 문구) 등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몇 개의 광고와 설명 문구를 보아도 자본에게 노동이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볼 수 있다.

사실 1970년대부터 서비스 산업이 팽창하면서 노동과정에서 정해진 노동 스케줄의 해체, 노동과 여가시간의 경계 허물기, 기업 내부 부서에 대한 새로운 관리통제방식의 도입과 구조조정, 업무과정의 리엔지니어링 그리고 아웃소싱 등 균열일터의 일반화가 나타났다. 또한 일터의 균열은 비정규직 확산, 가짜 자영업 형태의 서비스업 증가로 이어졌고,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새로운 노동 형태의 정착으로 인한 불안정노동의 일상화를 결과하였다. 최근에는 지식과 정보통신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노동', '긱 노동', '주문형 앱노동', '플랫폼노동'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기존의 노동관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의 조직화를 특징으로 한다.

플랫폼노동과 기존의 노동과 가장 큰 차이는 노동자를 온라인 플랫폼에 불러들여 오로지 콜별·건별 ·프로젝트별로 노동력을 추출한다는 점에 있다.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서비스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상화되었던 정규직 고용관계의 비정규직화, 비용과 위험의 외부화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과 직무의 시공간적 배치를 변화시킴으로써 노동의 탈공간화, 노동자의 탈노동자화, 위험의 개인화를 초래했다. 많은 경우 독립계약자 형태로 노동 관련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적용이나 사회보험 법적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플랫폼노동과 같은 불안정노동이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핵심요인은 변화된 노동시장 환경과 기존 사회보장 제도 간 정합성이 깨어진 것에 있다.

▲ 한국 플랫폼과 플랫폼노동의 분류. ⓒ이승윤, 백승호, 남재욱. 2020

한국의 플랫폼 노동시장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왔다. 기존의 물리적인 중개업소를 통해 이루어졌던 중개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하여 매칭이 더 용이해진 측면만 있는 플랫폼도 있지만 새로운 중개영역을 개척한 플랫폼들도 있다. 공통점들은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구매자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들의 등장과 확대가 ICT 기술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기반 및 지역기반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진 경우도, 그리고 플랫폼을 사용하는 가맹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하나의 앱(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 다수 플랫폼 채널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승윤, 백승호, 남재욱 (2020)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노동의 유형들 간에 또한 상당한 다양성도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숙련의 정도와 종류, 계약방식, 노동제공 방식, 플랫폼의 역할,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의 관계, 플랫폼을 다수 또는 복수로 사용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 여러 면에서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노동은 유형화 될 수 있었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과 노동의 다양성은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관계 및 근로자 종속성 논의에 주는 함의가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기반의 크라우드 워크와 지역기반의 긱노동은 노동자의 종속성 여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와 주로 하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 플랫폼이 중개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경우와 인사관리 및 업무지시 기능까지 하는 경우 등에 따라 노동자의 고용관계, 근로의 전속성 및 종속성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 특성은 전통적 고용관계가 약화되고 전통적 개념의 근로시간이 있는 ‘일’보다는 일감, 프로젝트, 그리고 쪼개진 업무를 수행하고 모호한 계약관계를 통해 노동력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통적 고용관계를 전제하고 발달해온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를 결과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노동의 일의 방식과 사회보장제 경험을 분석한 이승윤, 백승호, 남재욱 (2020)의 연구에 따르면, 여러 플랫폼노동의 유형 중에서 우선 배달, 가사서비스 그리고 프리랜서 플랫폼의 노동과정에서 공통점은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또는 약관회원가입이라는 점, 기본적인 서비스 교육 이외의 숙련형성은 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개별적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근로시간은 플랫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점 등이었다. 숙련형성과 근로시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자율성 수준이 높다는 점이 공통점이었으나, 이때의 자율성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노동자들의 근로환경과 관련되어 매우 중요한 이 두 차원을 플랫폼 기업이 그 책임을 플랫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의 확보와 높은 숙련의 유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보다 많이 근로하고, 자신의 숙련을 드러낼 수 있는 자격증(매니저, 전문가)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이 자율성이 주장되려면 기본적인 협상력이 보장되고 생존노동에서 벗어난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것은 플랫폼노동자에게 공통적으로 보여진 플랫폼 노동자들의 소득보장에 대한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여부는 논외로 할 경우에도, 서비스 제공이 일감 또는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행 고용보험의 실업개념을 적용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 플랫폼노동유형에 따른 노동과정과 사회보장제 경험 비교. ⓒ이승윤, 백승호, 남재욱. 2020

지난 몇 년 사이 이미 한국 플랫폼노동시장은 빠르게 확대되었고, 기존의 표준적 근로관계에서 크게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그 형태와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근로자 지위의 인정 여부만으로 국한해서 사회보장제도의 대안을 설계하는 것은 부정합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배달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 보수와 근로시간의 결정, 노동 통제의 방식 등에 있어서 근로자성과 종속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 온라인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의 경우,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자의 관계의 강도는 약해지는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 모두를 현재의 근로자 지위 안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모두 넓은 의미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먼저, 배달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신속하게 근로기준법에 포괄하고 산재보험을 포함한 모든 사회보장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나가는 대안이 적절해 보인다.

다음으로, 가사서비스 플랫폼노동자의 경우, 현재 특수고용형태 또는 시간제근로자로 포괄하고 보호하는 대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여전히 특고에 대한 ‘임의적용’ 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회보험의 의의가 크게 제약되어 있지만, 가사서비스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하나의 사업체에 ‘전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보수 지급도 플랫폼기업과 노동자 간에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특수고용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관련해서는, 네덜란드의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법률과 사회보장제에서 대안을 참고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는 근로시간에 의한 차별금지법(Wet Verbod onderscheid arbeidsduur: WVOA)과 근로시간조정법(Wet Aanpassing Arbeidsduur: WAA)의 두 가지 대표적 법률로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네덜란드 법률은 법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나 시간제 근로자는 개방형 계약이나 전일제 계약 근로자와 동일한 처우가 적용된다. 주당 5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이 감소할 경우 실업급여의 수급이 가능하고, 실업급여 수급 시에도 가구소득이 사회적 최저선(social minimum)에 미달할 경우 보충급여를 지급한다. 취업과 실직의 개념이 월단위가 아닌 시간 및 소득 단위로 구성되어 매우 유연하며, 근로자로서의 권리와 사회보장제에 대한 권리가 전일제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사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형노동자를 포괄하게 위한 사회보장제에 줄 수 있는 함의가 있다. 실직여부가 아닌 감소 시간과 소득에 따라 실업급여 자격이 취득될 수 있는 제도개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온라인기반 프리랜서 노동자의 경우, 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위의 두 유형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는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하고, 고객과의 가격협상 등이 가능하며, 산재위험이 매우 비가시적이라는 측면에서 즉각적으로 근로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자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숙련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사적으로 숙련형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이들의 직업훈련 및 교육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병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 즉각적인 소득단절이 나타날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사회보장제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있으면서 시장소득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은 반면, 근로자성과 종속성, 그리고 산재의 인정 등은 상당히 요원해 보인다. 궁극적으로 근로자성과 종속성 여부에서 논의를 한정하여 사회보장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보다 보다 보편적인 소득보장정책을 고민해야 하고, 기술향상/숙련형성에 대한 욕구 또한 더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대안을 모색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경제와 플랫폼노동으로의 변화는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발달과정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노동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근본적인 사회보장체계의 재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제도도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서 생산체제의 변화에 조응하며 발전해왔다. 따라서 현재 변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및 생산체제의 특성과 정합적인 새로운 사회적 보호시스템에 대한 전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사회보험 중심의 사회적 보호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적 보호시스템에 대한 신화화에서 벗어나, 변화된 생산체제에 조응하는 진화된 복지체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이에 고용계약관계와 강하게 연동되어 있는 현행 사회보험제도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소득보험이나 기본소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들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 등 새로운 생산체제의 변화가 관찰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합적인 진화된 복지체제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한국의 플랫폼노동 실태와 사회적 책임

플랫폼경제는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다양한 창업과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나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유연노동을 불러오고 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플랫폼노동이 시장진입비용을 낮춰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할 때만 노동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전일제 노동이 어려운 이들의 노동 참여유인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노동전문가들은 플랫폼노동이 노동을 파편화시키는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실제 디지털기술은 노동을 잘게 쪼개어 ‘30분짜리 노동’,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을 양산해 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비정형고용을 임시고용, 단시간 노동, 파견노동 및 다자 계약, 위장된 고용관계 및 종속 자영업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플랫폼노동은 이러한 특징들이 모두 동시에 나타난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근로기준법, 노동3권을 보장하여 노사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산업민주주의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은 상시 고용, 사업장 출퇴근, 8시간 정규노동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표준적 고용관계를 해체시키고, 노동법과 사회복지가 적용되기 어려운 비정형 노동을 확대시키고 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실태

한국의 플랫폼노동은 배달서비스,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퀵서비스, 간병, 번역, 청소용역, 홈페이지 제작, 디자인, 시나리오 작가, 미용서비스, 과외, 택배(‘쿠팡 플렉스’), 일회성 아르바이트 등이 있는데 그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실태를 살펴보면, 배달 라이더들은 허술한 안전장비에 휴식도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장시간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같이 규모가 크고 투명한 업체들은 소득과 안전 등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데 지입라이더➊의 월 총소득이 250~500만 원이다. 여기서 오토바이 대여비 25만 원과 유류비, 사업소득 3.3% 세금, 특고 산재보험료 종사자 부담분 등을 공제한다.

 

한편 15만 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은 월 중개료가 매출의 20%, 앱 프로그램 사용료 월 1만 5천 원, 보험료 월 10~15만 원, 통신료 등 매출의 35~40%가 공제된다. 긴 대기시간을 갖고 심야노동을 하지만 제반비용을 제하면 순수입은 평균 200만 원이 안 된다. 17만 명에 이르는 퀵서비스 기사들도 중개료, 오토바이 유류비와 수리비,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료 등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순수입은 월평균 200만 원 정도이다.

 

플랫폼노동자는 자율적으로 일하는가, 플랫폼의 통제를 받는가?

기업 측에서는, 플랫폼은 일종의 중개이므로 플랫폼 기업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플랫폼노동자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플랫폼노동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노동제공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업무시간도 조정할 수 있으므로 독립적인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업무의 자주성을 갖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통제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플랫폼에서 일할 때 노동과정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보상 메카니즘과 업무설계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노동자들은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게 되데, 이는 플랫폼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감독·관리 권한을 고객들에게 이전한 것으로서 이때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 배후의 고용주가 된다.

 

플랫폼은 입사 전 교육, 로고복장 착용, 근태 관리, 시작과 마침 시간관리, 앱 사용 중단과 퇴출 등을 결정한다. 노동자들은 호출을 대기하며 플랫폼이 주는 일감을 받는다. 또한 플랫폼이 정한 규칙을 따르고, 플랫폼의 사후 평가에 의해 보상을 차등 받는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플랫폼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일자리 창출 등의 장점이 있고, 참가자가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로 생태계가 구축되어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플랫폼노동에 대해 정부 차원의 플랫폼노동에 대한 정의, 노동기본권 부여, 사회안전망 마련 등이 절실하다. 데이터나 로봇과 달리,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소득보장, 적절한 노동시간, 안전과 건강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랫폼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은 현행 노동법 체계 내에서 탄력성을 발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플랫폼노동을 비정형 노동관계로 보고 노동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되, 일부 노동법 적용을 면제하거나 별도의 특별 규정을 두는 방식이다. 근본적으로는 복수의 사업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사업을 경영할 때, 이 네트워크를 하나의 사업으로 규정하여,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플랫폼에 사용자성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플랫폼의 유형을 구분하여,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에 대해서는 노동관련 법적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노동의 확산은 매우 우려스럽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플랫폼노동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도급, 파견, 호출노동, 계약직, 일용직 등의 업무는 대부분 플랫폼노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 전통적인 노동이 플랫폼노동으로 전환되면, 기존과 똑같이 배달하고 운전하고 집을 청소하지만, 대기시간은 업무시간이 아니게 되며, 초장시간노동 및 심야노동에도 초과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퇴직금과 사회보험은 물론 주휴·월차수당까지 사라지게 된다.

 

플랫폼기업이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면 환영하겠다. 그러나 앱과 인터넷으로 노동을 매개하는 형식만 바뀔 뿐 기존 사업과 별 차이 없이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을 지속한다면 이는 지양되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이 새로운 중간착취로 이용되지 않도록 사회적 통제와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❶ 고정 급여 없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형태다. 지입이란 ‘지참하다’라는 뜻의 일본어 ‘持込み’에서 따온 말로, 원래 운수업에서 개인 차주가 운수회사 이름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승강장에서 SNS까지,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에어비앤비,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그 안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왜 플랫폼노동에 대해 이야기 할까요? '플랫폼'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노동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만나봅니다

 

‘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플랫폼은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운영체제를 플랫폼이라 하기도 하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플랫폼이라 하기도 한다.

 

역도에서 바벨을 드는 사방 4미터의 각재로 만든 대를 플랫폼이라 부르기도 하고, 다이빙에서 5~10미터 높이의 준비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다양한 모델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플랫폼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자동차 플랫폼이다. 자동차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 즉 차대를 말한다.

 

지하철 승강장으로 바라본 플랫폼의 의미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승강장도 플랫폼이다. 승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승강장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한다. 그러면 지하철이나 버스는 승객을 원하는 장소로 데려다 준다. 지불 방식은 다르지만 승강장을 중심으로 가치교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승강장에는 기차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루해할 승객을 위해 신문이나 잡지, 먹거리를 판매하는 작은 매점도 있고 음료수, 과자를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자판기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승강장 안에 공간을 만들어 음식, 옷,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매장을 임대하기도 한다. 강남역이나 고속터미널역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에 대규모 지하상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기가 쉽기 때문에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단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공간인 승강장 안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생하는 것이다. 승강장은 메인 비즈니스 모델인 승차요금 이외에 이런 부가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상당한 매출을 올린다.

 

특히 승강장에는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승강장을 중심으로 지하철이나 버스와 승객이 끊임없이 순환한다. 승객이 필요로 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승강장은 지하철이나 버스와 승객이 만날 수 있는 거점으로써의 기능을 하며,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가치교환이 일어나고 거래가 발생한다. 지하철 승강장은 주변 생태계를 조성하여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수많은 가치 교환의 중심에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은 ‘구획된 땅’을 의미하는 ‘plat’과 ‘형태’를 의미하는 ‘form’의 합성어이다. 결국 플랫폼을 어원으로 해석해 보면 ‘구획된 땅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경계가 없던 땅이 구획되면서 계획에 따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생기고, 도로가 생기듯이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구성요소

플랫폼의 구성요소는 정보통신기술 관점과 가치 교환 관점에서 정의해 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 관점에서 플랫폼은 컴포넌트(Component)와 룰(Rule)로 구성되어 있다. 토마스 아인스만, 제프리 파커, 마셜 반 알슈타인 등 세 명의 교수가 2008년 공동 발표한 논문➊에서는 플랫폼을 사용자 간 트랜잭션(User Transaction)에 필요한 컴포넌트와 룰의 합집합(Set)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플랫폼의 구성요소를 컴포넌트와 룰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컴포넌트는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모듈(Service Module), 아키텍쳐(Architecture)를 의미한다.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이나 시장규모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 안드로이드 등의 운영체제를 컴포넌트라고 할 수 있으며 룰은 네트워크 참여자나 플랫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거나 조정하는 규칙을 의미한다.

 

플랫폼을 가치 교환의 관점에서 구성요소를 정의해 본다면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참여자로 분류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공급하는 주체이다. 구글플레이스토어를 개발해 공급·운영하는 구글이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플랫폼 참여자는 플랫폼에 참여해서 가치를 교환하게 되는 그룹을 의미한다. 그리고 참여자는 다시 공급자와 수요자로 나눠볼 수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개발자를 공급자로 볼 수 있고, 앱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유저는 수요자가 된다. 요약하자면 플랫폼이란 ‘공급자,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하여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결국 어떻게 선순환 구조의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여러분의 집에 수족관을 설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 넣어주고 물고기만 넣어준다고 해서 물고기가 잘 살 수 있을까? 모래도 넣어줘야 하고 기포도 넣어줘야 하고 물이 순환될 수 있도록 여과기도 설치해 줘야 한다.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햇빛도 볼 수 있는 곳에 위치를 잡아줘야 하고 자체적으로 먹이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먹이도 줘야 한다. 수족관도 결국 작은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윈도즈나 안드로이드, iOS와 같은 운영체제도 결국 그 자체만 존재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앱이 구동되고, 이것을 많은 유저가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플랫폼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현재 ‘플랫폼’이라는 말은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 혼자만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만 플랫폼이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플랫폼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성공하는 플랫폼에 더욱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점점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기존의 일반적인 서비스 개념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서비스 사업모델은 재화나 가치의 이동이 사업자에서 이용자로 일방향으로 흐른다면, 플랫폼은 사업자와 이용자 간 다양한 상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다. 플랫폼은 장을 만들고, 나름의 규칙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플랫폼의 참여자들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플랫폼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❶ <Opening Platforms: How, When and Why?> Thomas R. Eisenmann,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ugust 31, 2008

한국의 플랫폼노동 실태와 사회적 책임

플랫폼경제는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다양한 창업과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나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유연노동을 불러오고 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플랫폼노동이 시장진입비용을 낮춰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할 때만 노동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전일제 노동이 어려운 이들의 노동 참여유인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노동전문가들은 플랫폼노동이 노동을 파편화시키는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실제 디지털기술은 노동을 잘게 쪼개어 ‘30분짜리 노동’,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을 양산해 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비정형고용을 임시고용, 단시간 노동, 파견노동 및 다자 계약, 위장된 고용관계 및 종속 자영업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플랫폼노동은 이러한 특징들이 모두 동시에 나타난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근로기준법, 노동3권을 보장하여 노사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산업민주주의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은 상시 고용, 사업장 출퇴근, 8시간 정규노동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표준적 고용관계를 해체시키고, 노동법과 사회복지가 적용되기 어려운 비정형 노동을 확대시키고 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실태

한국의 플랫폼노동은 배달서비스,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퀵서비스, 간병, 번역, 청소용역, 홈페이지 제작, 디자인, 시나리오 작가, 미용서비스, 과외, 택배(‘쿠팡 플렉스’), 일회성 아르바이트 등이 있는데 그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실태를 살펴보면, 배달 라이더들은 허술한 안전장비에 휴식도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장시간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같이 규모가 크고 투명한 업체들은 소득과 안전 등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데 지입라이더➊의 월 총소득이 250~500만 원이다. 여기서 오토바이 대여비 25만 원과 유류비, 사업소득 3.3% 세금, 특고 산재보험료 종사자 부담분 등을 공제한다.

 

한편 15만 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은 월 중개료가 매출의 20%, 앱 프로그램 사용료 월 1만 5천 원, 보험료 월 10~15만 원, 통신료 등 매출의 35~40%가 공제된다. 긴 대기시간을 갖고 심야노동을 하지만 제반비용을 제하면 순수입은 평균 200만 원이 안 된다. 17만 명에 이르는 퀵서비스 기사들도 중개료, 오토바이 유류비와 수리비,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료 등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순수입은 월평균 200만 원 정도이다.

 

플랫폼노동자는 자율적으로 일하는가, 플랫폼의 통제를 받는가?

기업 측에서는, 플랫폼은 일종의 중개이므로 플랫폼 기업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플랫폼노동자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플랫폼노동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노동제공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업무시간도 조정할 수 있으므로 독립적인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업무의 자주성을 갖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통제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플랫폼에서 일할 때 노동과정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보상 메카니즘과 업무설계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노동자들은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게 되데, 이는 플랫폼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감독·관리 권한을 고객들에게 이전한 것으로서 이때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 배후의 고용주가 된다.

 

플랫폼은 입사 전 교육, 로고복장 착용, 근태 관리, 시작과 마침 시간관리, 앱 사용 중단과 퇴출 등을 결정한다. 노동자들은 호출을 대기하며 플랫폼이 주는 일감을 받는다. 또한 플랫폼이 정한 규칙을 따르고, 플랫폼의 사후 평가에 의해 보상을 차등 받는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플랫폼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일자리 창출 등의 장점이 있고, 참가자가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로 생태계가 구축되어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플랫폼노동에 대해 정부 차원의 플랫폼노동에 대한 정의, 노동기본권 부여, 사회안전망 마련 등이 절실하다. 데이터나 로봇과 달리,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소득보장, 적절한 노동시간, 안전과 건강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랫폼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은 현행 노동법 체계 내에서 탄력성을 발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플랫폼노동을 비정형 노동관계로 보고 노동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되, 일부 노동법 적용을 면제하거나 별도의 특별 규정을 두는 방식이다. 근본적으로는 복수의 사업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사업을 경영할 때, 이 네트워크를 하나의 사업으로 규정하여,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플랫폼에 사용자성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플랫폼의 유형을 구분하여,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에 대해서는 노동관련 법적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노동의 확산은 매우 우려스럽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플랫폼노동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도급, 파견, 호출노동, 계약직, 일용직 등의 업무는 대부분 플랫폼노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 전통적인 노동이 플랫폼노동으로 전환되면, 기존과 똑같이 배달하고 운전하고 집을 청소하지만, 대기시간은 업무시간이 아니게 되며, 초장시간노동 및 심야노동에도 초과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퇴직금과 사회보험은 물론 주휴·월차수당까지 사라지게 된다.

 

플랫폼기업이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면 환영하겠다. 그러나 앱과 인터넷으로 노동을 매개하는 형식만 바뀔 뿐 기존 사업과 별 차이 없이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을 지속한다면 이는 지양되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이 새로운 중간착취로 이용되지 않도록 사회적 통제와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❶ 고정 급여 없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형태다. 지입이란 ‘지참하다’라는 뜻의 일본어 ‘持込み’에서 따온 말로, 원래 운수업에서 개인 차주가 운수회사 이름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경제, 상생의 공유와 승자독식 사이

국가 소유의 중앙 집중화된 자산 관리 시스템을 보통 공적 소유, 즉 ‘공유(公有)’에 기반해 있다고 말한다. 보통 공유에는 ‘사유(私有)’의 자본주의 시장질서가 이에 대비돼 언급된다. 이 둘에 덧붙여 ‘공유(共有, commons)’는 특정 자원을 둘러싸고 커뮤니티 성원 자체가 그들 자신의 자율과 자치 운영을 공동으로 행하는 소유 관계를 의미한다. 보통 자립형 마을공동체나 부족 문화나 ‘제 3섹터’ 경제 모델에서 발견된다.

 

최근 커먼즈(commons) 운동은 시민 공동의 소유권, 자율 생산과 공정 배분, 사회적 증여 행위가 그 중심에 있는, ‘반종획(anti-Enclosure)’ 운동으로 확장 중이다. 즉 약탈적 시장 포획 논리를 벗어나 공동의 호혜적 가치를 세우는 대안 경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 내포적 의미가 전혀 다른 ‘공유경제’에서의 ‘공유(sharing)’가 갖는 혼동스런 쓰임새다. 신종 플랫폼 시장 모델로서 공유 개념은 단순히 서로 남는 유·무형의 자원을 최적화해 매칭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공유경제는 플랫폼이란 기술 장치를 통해서 거래되는 유휴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배치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상 무늬만 공유일 뿐, 커먼즈 개념에 대비해 보면 서로 나누는 행위를 빼곤 공동 소유나 분배, 더 나아가 사회 증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공유경제’의 실상이다.

 

공유경제와 시장 혁신

많은 이들은 공유경제의 플랫폼 기술에 열광한다. 플랫폼 중개 과정은 데이터, 노동, 집, 차, 서비스, 지식 등 누군가의 남아도는 자원을 시장 거래 대상과 품목으로 올려놓고 이를 필요한 소비자에게 (인공)지능적으로 매개해주면서 시장 수익을 올리고 효율을 증대함으로써 효과적 자원 관리, 물류 혁신과 유통 혁명을 촉진하고 있다. 게다가 알고리즘 예측 기술은 플랫폼을 매개한 장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전통 시장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역할이 엄격히 분리된 것과 달리, 공유경제에서는 개별 프리랜서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이자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가령, 에어비앤비(Airbnb)에 가입하면, 나는 방을 빌려주는 개인 사업자일 수도 있고 이용 고객이 되기도 한다. 공유경제 플랫폼에서는 대개 공급-소비 역할 교환이 쉽게 이뤄진다. 이것이 시장 혁신을 돕는 공유경제의 탄력성이다.

 

또 다른 공유경제의 강점은 직접적 ‘소유’ 없이 ‘접근’과 ’사용’만으로 주위의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모든 것을 소유해야만 이용권을 획득하던 전통 시장 논리를 넘어서서 누군가 남는 시간, 노동, 서비스, 상품 등의 자원을 빌려주고 빌리면서 시장을 최적화 한다. 노동자의 실제 고용 부담이나 설비나 자산 소유라는 큰 위험 부담 없이도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활용해, 쉽사리 유휴 자원을 저렴하고 실속 있게 나누는 편리한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민낯

문제는 공유경제가 노동 과정에서 기존의 직장 노동 계약을 무너뜨리고 노동자를 개별사업자(비정규 프리랜서)로 변신시켜 이들과 새롭게 자유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발생한다. 플랫폼 노동 과정 중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노동권 쟁점이 개인 사업자에게 외주화 되는 반면, 플랫폼 중개인(브로커)은 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군다나 그에게 이윤이 독점화하는 불평등 구조를 내재하게 된다. 무엇보다 배달, 청소, 돌봄, 임상실험, 감정노동 등 노동을 공유 자원으로 삼는 플랫폼 모델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앱 등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 노동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유경제는 경기 상승기 보다 침체기에 성장을 거듭했다. 공유경제의 부상은 사실상 자본주의의 만성화된 고용 침체와 임시직 노동자들의 플랫폼 시장 유입이란 구조적 요인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지고 있다. 허나 이도 시간이 가면서 과열 증상이 식는 추세다. 그 까닭은 공유경제 모델이 노동자 대부분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평등화하는 '긱 경제(gig economy)'❶이자 새로운 형태의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밝혀지면서부터 이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전지구적으로 성장하고 주류 기업이 되는 데 반해, 이상하리만치 실질적인 노동이나 자원을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들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네 것이 다 내 것(what’s yours is mine)”만 있는 플랫폼의 신종 독과점 질서가 드러나고 있다. 겉보기에 플랫폼은 자원의 공유와 교환의 분산성과 평등성을 띠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플랫폼 이윤의 집중과 독점화가 진행되면서 모순이 응집된다. 즉 플랫폼 중개인이 수수료 등 이익을 과도하게 취하는 반면, 노동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전혀 플랫폼에 대한 경영 접근권이나 결사권, 그리고 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최소 수준의 의사결정권조차 없다.

 

 

 

공유경제의 딜레마

동시대 공유경제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지 아니면 시장 약탈의 또 다른 변형인가에 대한 판단을 좀 더 분명히하기 위해서, 우리가 시급히 개입할 사안들 몇 가지만 짚어보자. 먼저 ‘지배적 플랫폼 중개인 대 만인 프리랜서’라는 새롭게 출현한 노동 공식에 대한 면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사업자와 노동자의 전통적인 노동계약 관계를 허물면서도 노동의 질을 악화하는 신생 노동 현장에 대한 면밀한 실태 조사와 대비책이 없다면, 플랫폼에 매달린 프리랜서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위태로워질 확률이 높다.

 

둘째, 플랫폼 소유와 분배의 승자독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시급하다. 오늘날 플랫폼 프리랜서들의 활동과 성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반해, 플랫폼 소유와 통제는 단일의 중개인에게 몰리는 모순 관계를 띄고 있다. 이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플랫폼 경영, 소유, 분배, 피드백 등 모든 것이 독점적인 구조에 실질적인 ‘공유’ 모델을 정착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사활은 시장 플랫폼의 좀 더 정상적 운영과 이익의 공정 배분에 달려 있다.

 

셋째, 공유경제를 실제 떠받치는 가상의 공장기계인 (빅)데이터 알고리즘 테크놀로지의 투명성 문제도 중요하다. 데이터 알고리즘은 플랫폼 혁신과 효율을 위해 주로 존재하지만, 플랫폼노동 통제에 악용될 소지 또한 크다. 자동화된 스마트 앱을 통해 노동을 유연화하거나 고객과 노동자의 사적 정보들을 관리하는 알고리즘 코딩 시스템은, 노동권과 배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일반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입이 어려운 대목이지만, 플랫폼 내 자동화 기술 수위나 정도는 미래 노동권 방어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는 무엇보다 자본 시장 바깥이나 변경에 머물던 유·무형 자원들에 시장 강렬도를 더욱 깊게 각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컨대, 공유경제는 우리 이웃과 친구와 함께 하던 식사, 잠자리, 자동차 풀링, 짜투리 일손 돕기, 여름 농활 등 상호부조의 거의 모든 호혜적 가치들을 시장 논리로 흡수하고 있다. 시장과 화폐의 교환 없이도 잘 유지될 수 있었던 시장 변경에 머물렀던 일상 문화나 상생의 덕목들을 거의 남김없이 플랫폼에 예속시키는 일종의 ‘식신 경제’에 가까워져 간다. 향후 공유의 미덕이 오로지 공유경제를 통해서만 얘기되는 우울한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

 

공유경제가 편리성과 효율성이란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장점을 갖고 태동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과연 그것이 사회 혁신 과정에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는지 아니면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는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

 

❶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임시로 사람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

1942년 발표된 ‘베버리지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였다. 공공부조 중심의 영국 복지를 사회보험제도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베버리지 개혁의 핵심이었다. 베버리지 복지국가에서 사회보험이 빈곤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였다면, 공공부조는 사전 예방에도 불구하고 남은 빈곤에 대한 사후적이고 잔여적인 구제책의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보험의 원리는 위험의 분산이다. 그런데 만약 경제인구의 절반이 실업자 신세이거나 성인 인구의 절반이 암 환자라면 실업보험,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험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험 중심의 베버리지 개혁은 위험을 일정 한계 이하로 묶어두는 장치를 전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장치는 바로 완전고용이었다.

 

베버리지 복지 개혁을 전후해 유럽과 미국의 복지국가 수립 과정에서 완전고용은 사회경제정책이 추구하고 달성해야 할 중대한 정책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해체를 목적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만연한 실업과 불안정노동은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정책과 긴장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긴장의 표현으로서 긴축의 일관된 메시지는 복지 의존을 줄이고 노동조건이 어떻든 일자리를 구하라는 것이다.

1942년 영국 공무원이자 학자인 윌리엄 베버리지가 사회보장 제도 확대를 위해 구상한 베버리지 보고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었다. 궁핍(want), 질병(disease), 무지(ignorance), 불결(squalor), 나태(idleness) 다섯 가지 악에 대항하여 사회보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연한 실업과 완전고용 기반 복지의 모순

그러나 일자리 사정은 악화되는 추세다. OECD 회원국 평균 실업과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을 기준으로 모두 대략 50% 정도 증가하였다. 1년 이상 장기 실업률은 거의 2배 늘었다. 실업수당의 수급 조건이 악화되고, 근로장려세제(EITC)와 같이 공적 소득 이전을 노동 조건부로 하는 노동연계복지(workfare)가 강화되는 것은 기왕의 실업보험이 더 이상 보험 기능을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을 보여준다.

 

복지국가라는 건물의 지반이 침식하는 가운데 정보기술 혁명이 추동하고 수립한 플랫폼 경제는 복지국가에 어떤 의미일까? 플랫폼 경제의 작동 원리, 일자리와 소득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해방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미래를 추구하는 데서 중심적인 위치를 점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경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리고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플랫폼 경제에서 일자리의 총량과 일자리의 질은 하락할 것이다. 기술 혁신의 일자리 효과에서 기술이 노동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대체 효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효과를 생산성 효과라고 한다.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은 대체 효과를 상쇄하는 생산성 효과를 근거로 한다. 이런 전망에는 자주 역대 산업혁명의 경험이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밀고 가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효과를 역대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고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전통적 다국적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부터 지적하자. 1962년 전성기의 AT&T는 56만 4천명, 엑손 15만 명, GM 60만 5천명의 임금노동자를 두었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의 직접 고용인력은 각각 6만 명, 12만 명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은 자동화 기술의 진전으로부터 나온다. 현재의 범용 AI와 산업로봇의 발전은 업종과 산업, 숙련도와 임금 수준을 가리지 않고 인간 노동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조사에 따르면, 모든 미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합산한 총 노동시간은 2013년 1,940억 시간으로 1998년의 그것과 동일하다. 같은 기간 미국 인구는 4천만 명이 증가했고,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생산량(output)은 42% 성장했다. 이 통계의 함의는 정보기술 혁신으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대다수가 전일제 정규직 노동보다 시간제 불안정 일자리라는 기왕의 수많은 연구를 지지한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기초로서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사회보장

둘째, 플랫폼 경제는 기존의 소득 분배 메커니즘을 교란시키고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을 갈수록 어렵게 만든다. 네트워크 효과를 겨냥한 플랫폼기업들의 전형적인 교차-보조금(cross-subsidization) 정책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끊임없는 인수합병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경쟁의 효율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기존의 경쟁 정책은 독점이 오히려 높은 생산성으로 나타나는 플랫폼의 성격 때문에 적극적인 반독점 정책을 구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인세 과세 요건인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IT서비스의 성격과 플랫폼 기업들의 적극적인 조세회피 전략이 결합한 결과, 거대 플랫폼기업들의 법인세 납세 실적은 전통적인 다국적기업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이들 기업에 대한 국제적 과세 대응은 더디고 앞으로도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긱(gig) 노동, 주문형(in-demand) 노동, 크라우드(crowd) 노동 같은 새로운 용어들은 플랫폼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대표한다. 이들 노동에 대해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기존 정책의 실효성은 현저히 약화된다.

 

맥도널드는 이미 1990년대에 매장의 전체 과정을 완전 자동화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맥도널드에게 완전 자동화는 기술적 가능성보다는 재무적 비용 효과와 관련된 문제였다. 오늘날 많은 산업 부문에서도 그러하다. 플랫폼 경제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실업 사이에 갇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미래 전망에서 최저임금과 같은 임금 인상과 자동화의 관계는 특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2013년 여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패스트푸드 거리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을 벌일 때, 사용자단체를 대변하는 한 연구소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은 광고물을 게재했다. “파업은 경영과의 전쟁이 아니라 기술과의 전쟁이다.” 맥도널드는 이미 1990년대에 매장의 전체 과정을 완전 자동화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맥도널드에게 완전 자동화는 기술적 가능성보다는 재무적 비용 효과와 관련된 문제였다. 오늘날 많은 산업 부문에서도 그러하다. 플랫폼 경제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실업 사이에 갇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근대 국민국가를 제외하면 복지국가는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사회계약이라 불릴 만한 체제였다. 이 체제에서 완전고용은 단지 사회보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기초만이 아니라 노동권 보장과 연계되어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기제이기도 했다. 오래 전에 깨졌고 플랫폼 경제에서 더욱 악화될 완전고용에 기대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해 베버리지와 동시대 인물이자 사회운동가인 줄리엣 리스윌리엄스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제안>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베버리지 계획의 난점을 오늘날 ‘실업의 덫’, ‘빈곤의 덫’으로 알려진 개념을 사용해 비판한다. 그 역시 노동 윤리에 갇혀 있었던 점이 시대적 한계라면 그가 새로운 사회계약의 원리로 ‘보편적 수당’을 제안한 것은 시대를 선취한 것이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줄리엣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계약은 새로운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 기반은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과 함께, 실업의 덫, 빈곤의 덫을 제거하기 위해 모두에게 조건 없이 주어지는 소득 보장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에 갇힌 노동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의 모든 활동으로 확대해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하는 사회계약 플랫폼이 될 것이다.

쏟아지는 플랫폼 노동 정책…업계는 ‘동상이몽’

정부가 배달 라이더나 가사노동 등 플랫폼 노동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증가와 함께 안전문제 해결과 근무처우 보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플랫폼 노동 관련 구체적 정의도 없다. 당분간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업계 내 이견이 분분해질 전망이다.

./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위험에 노출 심해"…정부가 정책 마련해 보호하겠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월 중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전대책에 방점을 뒀다.

우선 산재보험 문제 해결에 나선다. 배달 라이더는 사고 위험이 높은데 반해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따르면 18~24세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45.8%가 배달 사고로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4대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근로 안전 지침도 마련한다. 정부는 1월 16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상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는게 핵심이다. 이에 배달중개사업자는 라이더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조건도 개선될 움직임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퀵서비스와 배달 라이더 대상 표준계약서 내용을 만들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배달 대행사와 배달기사 간 배달료 지급 기준 및 방식, 수수료 지급 방법,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업계는 내용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시 시민이 참여한 서울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은 최근 서울시에 플랫폼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이 함께 협의기구를 만들어 표준계약서 작성과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도 이를 수렴해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협동조합 운영비 일부 지원 놓고 잡음

문제는 정부가 1월 중 배달 앱 등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프리랜서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면 운영비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구매와 생산, 판매, 소비 등을 공동 운영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유지나 근로자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노동조합과는 결이 다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어 협동조합이 대안인 셈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근로자들은 단체보험에 가입하거나 공동으로 안전 및 업무교육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협동조합 모델에 찬성한다. 정부가 협동조합 운영을 일부 지원하고 라이더가 많이 모이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단체 보험에 가입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 되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업체는 보험사와 협약해 라이더 전용 보험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률이 높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사고위험이 높다보니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혜택이 좋지 않다"며 "라이더들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회사도 라이더에게 가입을 독려하지만 실제 가입한 라이더는 10명 중 1명도 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협동조합으로 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나서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지만 이들의 행정 편의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금을 푼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재부 역시 이런 점에서 선뜻 정책 결정을 내리기 주저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업계 수요가 높아져 올해 발표할 협동조합 설립지원 방안에 일부로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했다"며 "구체적 지원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마련에 업계 환영…의견은 분분

또 정부의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 마련에도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 마련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법으로 정의하고 어떤 사회안전망으로 포괄할 수 있을지에 의견이 달라서다.

현재로서는 플랫폼 노동 정의조차 힘들다. 배달 앱뿐 아니라 가사노동자, 대리기사,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수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근무 형태가 등장한다. 같은 배달 라이더도 근무 형태가 모두 다르다. 쿠팡플렉스나 배민커넥트같이 일반인도 1~2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무 방식과 배달대행업체에 속해 배달앱 주문을 수행하는 형태 등이 혼재됐다.

또 여러 정부 조직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차혁명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여러 행정 조직에서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을 업계와 함께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이 쉽지 않아 논의가 잘 진전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배달기사 노조) 등은 실질적 해법으로 노동조합 설립과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한다. 이들이 처한 처우문제를 기존 근로노동법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마다 상황과 근로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일 노조를 설립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근로자도 비용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노조나 4대보험 가입을 원치않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배달 대행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플랫폼 노동을 법적 테두리로 끌어들이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업계마다 내놓는 해법도 다르고 정부 부처별로 각자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다 플랫폼 노동 정의마저 업계와 정부 모두 제각각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6/2020010601952.html

편의점 마저 ‘키오스크 쇼크’ 내 알바자리가 위험하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 5~6일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올라와 있는 종로·강남·서대문 일대 편의점 10곳의 직원 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새벽이나 밤샘 근무와 같은 좋지 않은 조건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나마도 8곳에서 바로 거절을 당했다. “당장 투입할 인력이 필요한데 초보는 교육이 오래 걸린다”, “36세 이하만 뽑는다”는 이유였다. 두 곳은 “새벽에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 여성은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거절했다. 모집 공고에는 모두 '경력이 없어도 되고, 나이도 성별도 무관하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취하면 말은 달라졌다.

식당·극장도 ‘무인 키오스크’ 붐

2~3년 전 “불편하다”며 꺼렸지만

롯데리아 75% 맥도날드 66% 도입

“초보는 안 돼” “36세 이하만 뽑아”

편의점 알바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이력서를 써서 오후 6시 전에 와보라”고 간신히 면접 기회를 잡은 곳은 서울 종로의 편의점 단 한곳. 토ㆍ일요일 주말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시급 8590원)이었다. 이력서를 본 점주는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오늘 공고를 낸 것이라 (이후에 올) 지원자를 더 살펴보고 주말에 결정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마저 다른 지원자와 경쟁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점주는 “평일 갑자기 급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언질을 줬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자판기 형태의 위성 편의점을 도입해 운영효율을 높이는 실험도 한다. 역시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전영선 기자

편의점처럼 사람이 24시간 근무하는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일자리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한 편의점에서 두 명씩 근무하는 것은 사치가 됐다. 대신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고 무인 편의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1월 현재 직원이 전혀 없는 무인 편의점은 소수지만, 일부 무인이거나 스마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편의점은 CU가 90개에 달한다. 이마트24는 67개, GS25는 24개, 세븐일레븐가 17개로 편의점 업계를 다 합치면 총 174개다.

 

편의점뿐 아니다. 키오스크 도입은 패스트푸드점·분식점·커피숍ㆍ극장 등 모든 소매 유통 업체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2~3년 전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생소했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롯데리아 매장중 75%에 무인 키오스크


2015년부터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맥도날드는 전국 412개 점 중 270여개 매장에 무인 계산대 설치를 마쳤다. 전체 매장의 65.5%에 달한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경험과 미래형 매장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 인건비 절감은 거의 되지 않았다”면서도 “무인 계산대 설치 이후 고용인원 변화는 공개할 수 없는 자료”라고 말했다.

 

1350개 매장으로 보유한 롯데리아도 1012개 매장에 무인 주문 방식을 적용했다. 전체 중 75.0%에 달하는 수치다. KFC는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뒤 1년 만에 특수 매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주요 패스트푸드점 무인계산기 도입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반식당에서도 무인 키오스크는 일반적인 추세가 됐다. 서울 강남역 인근 홍콩 누들 전문점 ‘남기분면’의 경우 사장 1명이 조리를 전담하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 1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매드포갈릭은 테이블마다 태블릿을 두고 주문을 직접 입력하게 한다.


무인키오스크 한달 빌리는데 20만원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김경원(21) 씨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키오스크까지 가세하면서 그나마 있는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친구가 일하던 카페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잘렸다. 키오스크 대여비가 월 20여만원 선인데 유지비가 거의 안 들어간다더라. 업주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개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통상 외식업계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 기기 한 대 가격은 카드 전용 제품은 250만원, 현금ㆍ카드 겸용은 400만 원대다. 키오스크를 찾는 자영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최근엔 렌털 방식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렌털의 경우 평균 보증금 50만~100만원에 월 이용료는 10만~20만원 수준이다.

 

소비 패턴이 언택트(비접촉), 소량 구매로 바뀌고 스마트 결제와의 연동도 편리해진 것도 무인 결제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무인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강도가 강해지는 데다 고용 불안이 점차 커진다.

편의점당 평균 고용인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인ㆍ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전국 회원 201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키오스크 도입 확대가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영향이 있을지"를 묻자 응답자의 66.9%가 "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확대가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묻자 "일자리가 줄어든다"라는 응답이 93.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길거리 매장 아예 없애는 브랜드도


아예 길거리 매장을 없애는 업체도 등장했다. 잇츠한불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은 지난해 초 오프라인 매장을 거의 다 정리하고 온라인 판매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말 214개이던 매장은 현재 72개만 남았다. 가맹점과 대형마트 입점 매장을 없앴고, 직영점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곳을 정리했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앞으로 면세점과 직영점만 남기면서 올 상반기 중 50여개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1년 사이 평균 2명씩 일하던 매장 142개가 사라지면서 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 판매직이 일하던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말 1268개였던 아리따움은 지난해 3분기 1200개로 68개가 사라졌다. 이니스프리도 806개에서 800개로 축소됐다.

 

중앙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상장사 유통업체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 9만6178명이던 유통업 상장사 종업원 수는 지난해 9만3654명으로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을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 종업원 수가 114만2587명에서 114만5356명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출처: 중앙일보] [일자리 대전환시대①]편의점 마저 ‘키오스크 쇼크’ 내 알바자리가 위험하다

빨라지는 마트 구조조정, 3년간 일자리 800개 증발

대형마트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4인 가족의 생활 습관에 최적화된 할인점이 쇠락하면서 창고형 매장이나 1인 가구를 겨냥한 수퍼 형태 매장이 마트의 자리를 대신한다. 사진은 이마트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5시를 기해 광주 상무점 영업을 18년 만에 종료했다. 정규직 직원 98명과 협력업체 직원 46명 등 144명이 일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들어서만 이마트의 세 번째 폐점이다. 폐점 이유는 영업 부진. 이마트는 앞서 경기도 고양시 덕이점을 비롯해 부산 지역 첫 대형마트였던 서부산점 등 2개 점포의 문도 닫았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동안 영업을 종료한 이마트 매장은 총 8곳으로 늘었다. 한 곳당 100여명으로 잡으면 단순 계산만으로 이 기간 800개 넘는 일자리가 소멸했다. 2016년 147개였던 점포 수(위탁 운영 매장 제외)는 139개로 줄었다.

 

성장 정체 … 점포 팔아 투자금 확보

“오래 일할 자리 사라지는 게 문제”

정체한 대형마트 국내 점포개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역 일자리 대량 공급처 역할을 해 온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온라인의 득세와 소비 형태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대형마트가 선택한 돌파구는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다. 매장 수를 줄여 운영비를 절감하고, 점포 건물을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출점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가장 최근 새로 문을 연 이마트는 지난 2018년 11월 이마트 의왕점이 마지막이다. 2016년 6월 김해점 이후 이마트가 2년 만에 낸 점포다. 하루가 멀다고 새 점포 소식을 알렸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한해에 점포 하나 내기가 어려워졌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사 26년 만에 처음으로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3분기 실적은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0.3% 급감했다. 이마트는 부진한 실적 극복을 위해 점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 문을 열기보다 있는 점포를 리뉴얼하거나 규모를 줄인다.

 

지난 2017년엔 이마트 장안점을 노브랜드 전문점(이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을 주력으로 파는 소매점)으로 전환했다. 이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자산 유동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해선 노후화한 매장을 단장하고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실적으로는 투자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말 영업을 종료한 경기도 용인 롯데마트 수지점. [중앙포토]

롯데마트도 실적이 악화한 점포를 정리하면서 지난해 6월 전주시 덕진점을, 지난해 11월엔 용인 수지점을 폐점했다. 동시에 롯데쇼핑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말 상장된 롯데리츠(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1조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동김해점, 부천 중동점을 폐점한 홈플러스의 전체 점포 수도 2016년 142개에서 140개로 감소했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와 마찬가지로 리츠회사 상장에 도전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정부 규제,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유한 땅과 건물을 매각하면서 일단 버티고는 있지만, 매장 하나가 줄수록 양질의 일자리 수 백개가 증발한다.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엇갈리는 영업이익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고되긴 하지만 대형마트 일자리는 그간 지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져 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는 폐업 등이 잦아 평균 3년만 일자리를 유지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일자리는 한 번 만들어지면 3년을 훌쩍 넘기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형마트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면 5~10년 일할 수 있었는데 마트 수 감소로 이런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일자리 대전환시대①]빨라지는 마트 구조조정, 3년간 일자리 800개 증발

노동3권 없는 노동자 54만명···플랫폼 일자리 안전망이 없다

영국 런던에서 우버 사용자가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고 있다. 런던시는 지난해 11월 우버에 대한 면서 갱신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우버 운전자도 직업을 잃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라이더)가 꾸린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일 국내 1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민족'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플랫폼 노동자가 꾸린 단체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문 수와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 수수료가 매일 바뀌는데 하루 단위로 바뀌는 배달 수수료 책정 정책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사각지대 방치된 플랫폼 노동자

앱으로 지시받는 개인사업자 분류

배달종사자 산재보험 적용 외면

배민 라이더들은 단체교섭 요구

프랑스 노동3권 줘, 미국 논쟁 계속

# 런던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운전자에 대한 영업면허 갱신을 불허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도 우버에 대한 영업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우버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렌터카 업체를 호출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던 차량 호출 서비스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면서 사회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와 기술 혁신으로 탄생한 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 시장과 충돌하고 있다. 열악한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건 플랫폼 노동에 관한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부둣가'에 비유된다. 사무실과 같은 전통적인 작업장은 사라지고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 지시를 받아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디지털 플랫폼노동 논의와 검토’ 보고서에서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계약방식이 아닌 독립사업자 고용 형태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음식 배달 노동자로 꾸려진 단체다. [연합뉴스]

 

플랫폼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47만~54만명에 이른다. 이는 국내 전체 노동자의 1.5~2.3%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긱(Gig) 경제 보고서'에서 “2017년 글로벌 디지털 노동 플랫폼 산업 규모는 820억 달러(약 94조원)로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며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긱 경제는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 경제, 또는 긱 이코노미에 참여하는 한국 성인이 전체 중 21.5%나 된다(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리포트 2019)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연구에서 미국은 10.8%에 그친다.

 

플랫폼 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태다. 현 노동법에 따르면 앱을 통해 지시를 받아 일하는 라이더라 하더라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앱을 통해 업무지시를 받고 이에 따라 노동력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개인사업자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플랫폼 노동구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플랫폼 노동자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보호 정책에서 앞선 프랑스가 2016년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부여한 사례를 제외하면, 유럽과 미국에서도 플랫폼 노동 갈등은 여전하다. 갈등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을 새로운 형태의 노동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이다. 새로운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은 이미 플랫폼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를 인정해야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플랫폼 노동은 '변형된 형태의 착취'라고 인식한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직원인 정우정(30) 씨는 앱 이코노미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영업을 맡던 정 씨는 회원사 메뉴 입력과 메뉴 정책 수립 등을 맡고 있다. 정 씨는“대형 프랜차이즈 업소 메뉴판을 등록하는 일은 자동화하기 쉽지만 1인 사장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는 나 같은 본사 직원이 입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엔 정 씨와 비슷한 업무를 맡은 직원 수만 100명 정도다. 이 회사엔 서빙용 로봇 개발을 담당하는 만드는 직원도 있다. 플랫폼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해 4월 열린 우버 반대 집회에 참가한 택시. "우버는 떠나라"는 문구를 붙인 택시의 모습. [EPA]

 

반면 낡은 노동법은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노동법을 개정해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가 뿌리 깊은 한국의 현실에서 노동법 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의 경직된 노동 체계 안에 구겨 넣는 식의 문제 해결은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계약 관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기존의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자에 대한 규정 등을 새롭게 정의해 연금, 보험 등의 부분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정책 마련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달 초 발표한 신년사에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포함됐다. 이 장관은 “전속성이 없거나 약한 배달종사자의 보호를 위해 노사 협의, 전문가 토론·연구 등을 거쳐 산재보험 적용·징수 체계를 개편하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신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과거 대타협 기구 전례를 봤을 때 얼마나 실효가 있을 진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표준계약서 도입과 보험 등 사회안전망 우선 확보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노동법 개정은 노사 합의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니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분야별 표준계약서 도입과 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보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며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수준에서 대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일자리 대전환시대②] 노동3권 없는 노동자 54만명···플랫폼 일자리 안전망이 없다

"작업복 입고 회식하는 직장인, 눈 씻고 찾아도 없어"

창업국가산업단지 전경. 산단 북쪽으로 상업지구와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6시, 경남 창원시 최대 상권인 상남시장 사거리는 한산했다. 예전 같으면 창원산업단지공단(창원산단)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이날 저녁엔 음식점·식료품점·옷가게 할 것 없이 인적이 뜸했다. 인구 100만 도시의 번화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남동에서 차로 5분만 가면 나오는 '세계 최대의 기계산업 밀집단지' 창원산단의 몰락 때문이다.

차·조선·기계 등 업체 2600개 밀집

산업구조 변화 시기 노동시장 경직

스마트 팩토리 구축 고용 늘린 곳도

 


'세계 최대 기계산업단지' 창원의 눈물


신동만(64) 상남시장상인회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직장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작업복 입고 단체로 회식하러 오는 팀은 이제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갈수록 시장을 찾는 직장인이 줄면서 빈 점포는 늘었다. 신 회장은 "580여 개 점포 중에 150여 개가 비어 있거나 창고로 쓰인다.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해 야반도주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창원산단 고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날은 창원에서만 56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진 날이었다. 한국GM 창원공장 산하 7개 하도급업체가 파견한 비정규직 근로자 560명이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한국GM이 창원공장을 주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며, 비정규직이 맡던 라인을 정규직에 넘긴 것이다. 한국GM은 "물량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실적 감소의 여파가 고용 취약 계층에게 가장 먼저 불어닥친 셈이다.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30일 공장 앞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년 새 창원의 생산·수출·고용 지표는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창원산단의 월 생산액은 3조3037억원으로 2년 전인 2017년 11월(5조339억원)보다 34% 줄었다(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 같은 기간 수출액은 16억4600만 달러에서 8억1300만 달러로 반 토막 났으며, 고용은 12만5048명에서 12만3482명으로 약 1600여 명 줄었다. 2년 동안 고용 지표가 가장 좋았던 2018년 7월(12만7098명)과 비교하면 1년 남짓한 기간에 36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창원산단은 자동차·조선·기계 제조업 등 대기업과 1·2차 하도급업체까지 합하면 26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창원산단 생산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동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은 "창원산단에서 LG전자 가전 빼고 자동차·조선·기계 등 전 업종이 부진한 실정"이라며 "스마트 산단과 연구개발특구 유치를 통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가 지금처럼 변화하는 시기엔 자본·노동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특히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창원산단 수출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스마트팩토리, 단순 작업자 줄고 관리자 늘어

창원의 제조업체 모두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건 아니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린 곳도 있다. 자동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스풀 밸브(자동변속기의 초정밀 유압 밸브)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경한코리아에게 변곡점은 2015년 찾아왔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에 직접 납품할 물량을 따낸 것이다. 이후 독일 변속기 업체 ZF, 캐나다의 스택폴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부터 잇따라 공급 계약을 따냈다. 직원 수는 2015년 83명에서 현재 103명으로 늘었다.

 

폴크스바겐 수주 전 연 200만~300만 개였던 생산량은 지난해 1000만 개로 늘었다. '스마트팩토리(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제조 혁신)'를 도입하면서 일감이 늘었고, 단순 공정 자동화로 사라진 인원을 관리 인원이 채웠다.


중앙일보가 찾아간 창원 성산동 경한코리아 공장에선 자동화 공정이 한창이었다. 연면적 2만6000㎡ 규모의 공장 1~2층엔 320여 대의 컴퓨터 수치 제어(CNC) 공작기계가 밸브를 깎고 연마하고 코팅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대당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로봇팔 10여 대가 눈에 띄었다.

 

부품을 들어 올려 선반에 놓는 단순 작업은 대부분 로봇의 몫이었다. 삼성·LG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갖추고 있는 자동차 설비로는 놀라운 수준이다.

 

경한코리아는 최근 4년간 CNC 설비에 13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6년 전, 폴크스바겐 본사 구매 담당이 변속기 부품을 아웃소싱하기 위해 경한코리아를 비롯 한국·일본·중국의 부품 전문 업체를 탐색한 게 시작이었다.

 

폴크스바겐의 계약 조건은 생산과 '트랙킹(제조 이력 조회)'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기존 업체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이준형 경한코리아 부사장은 "기존의 기름때 묻은 공장과 수기 시스템으론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한 경한코리아의 생산라인 모니터링. 김영주 기자

경한코리아의 CNC 공작기계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2교대로 각 30여 명이 공작기계를 관리·감독한다. 사람 60명과 320여 대의 자동화 설비가 하루 평균 3만개의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후 CNC의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이 부사장은 "설비와 연계된 모니터링을 한다. 또 제품 이력 추적을 위한 MES(제조실행시스템)를 관리하는 직원도 새로 뽑았다"고 했다.

 

매출은 2016년 26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00억원이 됐다. 수출은 지난해 2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2200만 달러(약 256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준형 경한코리아 부사장은 "기존에 하던 대로 내수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매출과 수출, 고용 모두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살아남았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이상연 경한코리아 대표는 "스마트 팩토리도 계속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는 현장 근로자의 노하우도 데이터화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수출 등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기업에 메시지를 확실히 줘 변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일자리 대전환시대③]"작업복 입고 회식하는 직장인, 눈 씻고 찾아도 없어"

그린 뉴딜 '대표 선수' 정의선, 랜선으로 친환경차 비전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린 뉴딜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에 원격 발표자로 등장해 현대차그룹이 계획 중인 미래·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해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디지털 뉴딜’에 대해 설명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 이어 오후 2시 40분쯤 ‘그린 뉴딜’ 발표자로 등장했다.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랜선 발표자’로 나선 정 수석부회장은 우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미래 차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3종의 전기 콘셉트카를 소개하면서 “내년은 전기차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며, 전기차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가장 짧은 20분 충전만으로 450㎞를 달릴 수 있는 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공개한 미래 전기 콘셉트카 '프로페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프로페시와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 기아차 퓨처론 콘셉트 등을 배경으로 발표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2025 전략’에서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자동차를 출시하고 이중 절반 이상인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세계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해 전기차 부문에서 글로벌 ‘톱3’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화제가 된 한국 배터리 3사 방문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를 방문해 신기술에 대해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3사가 한국기업이란 사실이 자랑스럽고 잘 협력해 세계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분야에 대해서도 정 수석부회장은 “넥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전기차였다”며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전기트럭 역시 지난주 스위스에 첫 수출을 시작했고 2025년까지 1600대를 유럽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140여개 협력업체와 개발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량해, 3~4년 내에 수명은 2배 이상 늘리고 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추는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은 선박과 열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빌딩과 발전은 물론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스위스로 수출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직원들이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UAM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UAM 허브(전기차와 개인용 비행체를 연결하는 일종의 터미널) 모형을 소개하며 “배터리와 연료전지 시스템을 통한 공중 이동수단으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하늘 위 이동 혁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회의가 더 좋은 정책으로 이어져 한국 자동차 산업 도약을 뒷받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린 뉴딜’ 대표선수로 나선 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차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변혁의 비전을 많이 보여줬고 큰 흠결이 없었던 점, 그리고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성·LG·SK 등 배터리 3사 회동을 통해 ‘대기업 연합’ 가능성을 보여준 게 청와대의 관심을 더 끌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미래 핵심사업의 비전을 담은 전시물을 한국에 공개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출처: 중앙일보] 그린 뉴딜 '대표 선수' 정의선, 랜선으로 친환경차 비전 제시

"춘천입니다"…청와대에 랜선 보고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 저는 지금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 나와있습니다. 중요한 날이라 그런지 구봉산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네요."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 관련 발표를 이어가던 중 춘천에 있는 한 대표를 부른 것이다. 이 발표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정부 관료들이 경청했다. 행사는 유튜브 채널 'KTV 국민방송' 등을 통해 60분동안 생중계됐다.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이 발표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정부 관료들이 경청했다. [유튜브 캡처]

운동화 차림의 한 대표는 네이버가 2013년 6월 춘천시에 지은 데이터센터 '각'에서 6분간 네이버의 디지털 뉴딜 관련 사업 현황과 계획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최근에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원래 계획보다 몇 년 더 앞당겨서 세종시에 제2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제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넘어 데이터가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해야 '데이터 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댐'은 지난 20년간 네이버 이용자들의 일상 기록과 다양한 정보가 모여있는 커다란 곳"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현재 6500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세종시 데이터센터 '각:세종'은 약 29만3697㎡ 규모로 현재 춘천의 데이터센터 '각'(5만4000㎡)의 5배 이상 규모다.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이날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 중에서도 'DNA(Data·Network·AI) 생태계 강화'를 가장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14만2000개를 전면 개방하고 제조·의료 등 분야별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약 38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성숙 대표가 데이터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정부가 강조하는 'DNA 생태계'와 맥을 같이 한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들에게 빅데이터 기반의 통계를 제공하는데, 이를 잘 쓰는 사업자들의 매출이 늘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40만여 명이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시·공간 구애 없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도 데이터와 AI 기술 덕분이라는 얘기다.

 

네이버가 최근 힘을 싣고 있는 로봇 산업도 AI·데이터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발표 중간에 네이버가 개발한 로봇 '어라운드'와 'M1X'를 소개했다.

 

한 대표 옆에 서있던 어라운드는 '브레인리스(Brainless) 로봇'이라고 불린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의 로봇은 복잡한 뇌가 로봇 몸체 안에 있었지만 어라운드는 빠른 네트워크 덕분에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가 (두뇌 역할을 하며)로봇에게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최신 로봇은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돼 더 원활하게 제어할 수 있다.

 

고정밀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로봇 'M1X'는 이날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내 온실을 돌아다니며 지도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다. 한 대표는 "네이버는 서버를 식히고 나온 폐열도 버리지 않고 온실에서 재활용하고 있다"며 "M1X가 이렇게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쌓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길 안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M1X'를 설명하자 청와대에서 발표를 듣고 있던 문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 중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 [유튜브 캡처]

 

한 대표는 이날 정부의 디지털뉴딜 정책과 관련해 네이버가 앞으로 추진할 각종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가 AI 기술로 분석, 가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겠다"며 "이 데이터가 AI 연구와 여러 산업에 자유롭게 활용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측은 "학생·연구원·스타트업들에게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비식별 처리된 네이버 데이터와 국내 최고 수준의 분석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대표는 "소상공인·창작자들을 위한 쉽고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아울러 소상공인·사회 초년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도 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테크핀'(기술+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고, 앞으로 보험·대출·투자 관련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출처: 중앙일보] "춘천입니다"…청와대에 랜선 보고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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