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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대한민국의 미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은 깨끗한 한국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부조리의 온상으로 지목받았던 공직 주변의 적폐를 차단할 강력한 검문소를 설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후 부조리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팽배한 뒤라 국민의 요구도 높다. 그럼에도 2012년 6월에 태동해서 정부의 법안 발의 후에도 2년반 넘게 동면한 지금까지도 위헌성 등을 들어 반대의 기류가 정치권과 법조계 후면에서 넘실대고 있다.
제기되고 있는 위헌 요소와 기본권 제약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법 취지와 줄거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부분적으로 수정하면 될 일이다. 공직자와 가족, 관련 단체까지 2천만 명 이상이 관련된다지만 모두가 결백하면 될 일이다.
사회정화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범위가 넓어도 기본권 침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지 트집만 잡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이해관계를 떠나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지혜로 큰 걸음을 내딛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옥죄는 장애물을 방치해두는 꼴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가 도시국가지만 선진국이 된 것도 3C정책(깨끗한 물, 환경, 공직사회)을 강하게 펴서 사회를 정화시킨 덕분이다. 일본이 세계 2~3위 대국이 된 것도 유아기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으로 세련된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교하고 강력한 법규로 이민사회의 그 복잡한 태생적 이해관계와 일탈을 잘 통제하고 있고, 중국도 부정부패 제거 없이는 장래가 없다는 인식 아래 시진핑 체제 출범이래 대대적인 부패 청소작업을 벌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패의 진흙탕에서 질척이면서 쇠퇴하지 않은 사회는 지구상에 없었다. 한국은 근대화된 뒤에도 합리성보다 친소 관계와 인연을 고리로 권력의 배분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뇌물이 오고 가는 부정이 횡행했었다. 그 전통사회의 적폐가 아직도 잔존해 은밀히, 그리고 폭넓게 자행됨으로써 깨끗한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합리화되지 않으면 효율적인 성장도 어렵고,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도 없다. 김영란 법안의 처리가 나라의 명운을 가를 만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란 법안이 완벽하거나 정교하다고 보기가 석연치 않은 면도 있다. 부정청탁의 15개 유형과 7개 예외의 모호성이나 포괄적 직무 관련자의 가족에 대한 취업 제한, 정당한 민원과 부정 청탁의 불분명 등은 여야 협의와 심의과정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하위 법규로 세밀하게 규정하면 될 것이다. 또 후일 보완입법도 가능하며 사법부의 분별력도 기대되지 않는가.
미국의 공직자 선물 보고 제도와 이해충돌 방지법도 반면교사가 된다. 국민의 기대는 100만원 이상의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과 그 이하에 대한 과태료 부과 같은 응징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장치를 둠으로서 청렴한 사회가 되도록 유도하는 파수가 되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좌고우면할 계제가 아니다. 묵묵히 일하는 유능하고 청렴한 공직자들의 사기도 높여주고, 밝고 건전한 사회로 나갈 대문을 여는 준엄한 입법의 삽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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