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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한일전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에 마주한 결정과 갈등과 대립의 순간들 본문

4차산업혁명 관련/책소개

신냉전 한일전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에 마주한 결정과 갈등과 대립의 순간들

천아1234 2021. 7. 2. 08:19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정치/사회 > 정치/외교 > 외교/국제관계 > 한국외교

여기, “사지 않고, 가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나아가 지난 한일전의 진상을 철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한일 문제에 매달려온 〈한겨레〉 길윤형 기자가 2015년 12·28 합의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상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한국과 일본의 지난 시간에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에 마주한 결정과 갈등과 대립의 순간들을 담은 《신냉전 한일전》이다.

책은 총 16장에 걸쳐,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이후 한일 갈등의 원인과 전개 양상을 객관적이고도 꼼꼼히 분석한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2018년 1월), 평창겨울올림픽(2018년 2월), 판문점 회담(2018년 4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2018년 6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2018년 10월), 한일 초계기 갈등(2018년 1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화이트 리스트 제외 방침 결정(2019년 7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2019년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2019년 11월) 등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뒤치락엎치락 외교전을 벌인 양국의 갈등에 주목한다. 그리고 뼈아프게도 이 처절한 전쟁에서 한국이 패배했다고 평한다. 차분하고 냉정한 복기를 통해 현상의 본질에 바짝 다가서고,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시도!

저자소개

저자 : 길윤형

1977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01년 11월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국제부 등을 거치고,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했다. 귀국 후 〈한겨레21〉 편집장과 〈한겨레〉 국제뉴스팀장을 맡았다. 현재는 통일외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베 정권 이후 본격화된 반동의 흐름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미일 동맹 강화를 비롯한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 등에 관한 여러 기사를 썼다. 미중 대립이 첨예화되는 신냉전의 시기에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아베는 누구인가》 《26일 동안의 광복》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 《아베 삼대》가 있다. 삼성언론상(2003), 임종국상(2007), 관훈언론상(2015) 등을 받았다. 다음엔 일제강점기 취재 일선에서 활동했던 선배 기자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막연히 생각 중이다. 힘닿는 데까지 계속 무언가를 써내려 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정념의 충돌: 기묘한 밀월이 파탄에 이르다

2장 갈등의 서막: 서로의 진짜 속내를 확인하다

3장 급물살: 집념과 욕심과 허영이 만들어낸 세기의 사건

4장 문제적 인물들: 볼턴-야치의 회담이 핵협상을 파국으로 내몰다

5장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서 혹은 짧은 문서

6장 재팬 패싱: 불안한 아베, 접근을 시도하다

7장 협상 교착: 북한, 영변 카드로 맞서다

8장 대법원 판결: 촛불 정권, 일본과 숙명적 갈등에 돌입하다

9장 불신의 늪: 뒤치락엎치락 이어지는 진실 공방

10장 재충돌: 하노이 길목에서 다시 충돌한 한국과 일본

11장 비극의 전조: 비핵화 정의 없는 비핵화 회담

12장 하노이의 실패: 한국,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지다

13장 전략 수정: 북한, 한국의 약점을 드러내며 방향을 틀다

14장 보복: 아베, 한국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대다

15장 허무한 결렬: 마지막 기대였던 스톡홀름의 반전 카드

16장 다시 냉전으로: 한국, 익숙한 냉전 관성에 휩쓸리다

에필로그

감사의 말

미주

참고문헌

책 속으로

한국을 공격해 개헌에 대한 여론을 불 지피고, 이어 독도에 물리적인 영토 분쟁을 일으켜 한국을 다시 정벌한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586세대의 ‘공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였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 변화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맥락을 거세한 채 갈등의 원인을 일부 일본 우익의 야욕으로 치부하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된다.

_14쪽, 프롤로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 아베 총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9시 20분 도쿄 도미가야富ケ谷의 사저를 출발해 16분 만에 총리관저에 도착한 뒤, 9시 46분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과 만났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날 오후 이루어질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는 앞으로 진행될 기나긴 한일 공방전의 일본 쪽 주인공들인 야치 쇼타로谷?正太? 국가안전보장국장, 기타무라 내각정보관,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자위대 통합막료장 등이 한꺼번에 총리 집무실로 향했다. 그로부터 세 시간 반이 지난 오후 2시 35분, 문 대통령과 약 25분에 걸친 첫 한일 전화 회담이 이루어졌다. 통화 결과를 전하는 일본 외무성 자료에서 묘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_25쪽, 1장 정념의 충돌: 기묘한 밀월이 파탄에 이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28 합의 2주년인 2017년 12월 28일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며 일본에 큰 충격과 실망을 안긴 지 나흘 만에, 아베 총리는 한반도에서 날아온 또 하나의 급보를 접하게 된다. 지난해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시도 때도 없이 쏘아대며 한반도를 전쟁의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연 유화 노선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었다.

_46쪽, 2장 갈등의 서막: 서로의 진짜 속내를 확인하다

“굿 이브닝. 오늘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 저의 평양 방문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는 영예를 가졌습니다.” 2018년 3월 8일 저녁 8시(현지시각). 한국식 억양이 짙게 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영어가 어두움이 내려앉은 백악관 웨스트윙 앞뜰에 울려 퍼졌다. 정 실장은 이날 전 세계를 묘한 패닉에 빠뜨린 엄청난 뉴스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0여 년에 걸친 북미 간 증오와 불신의 벽을 뛰어넘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고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정 실장의 오른쪽 옆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왼쪽 옆에는 백발의 조윤제 주미대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지켰다. 정의용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_63쪽, 3장 급물살: 집념과 욕심과 허영이 만들어낸 세기의 사건

같은 날 이루어진 볼턴-야치의 회담은 달랐다. 회담 소식을 전하는 백악관 발표문을 보면, 두 인사가 북한의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생물학·화학 무기, 나아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해체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문장이 담겨 있다.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해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듬해 2·28 ‘하노이의 비극’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의 내용이 이날 미일 사이에서 합의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5월 4일을 북미 핵협상의 비극적 앞날이 사실상 결정된 ‘운명의 날’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_95쪽, 4장 문제적 인물들: 볼턴-야치의 회담이 핵협상을 파국으로 내몰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2018년 6월 12일 오전 9시 4분(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2초에 걸친 ‘세기의 악수’를 마친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회담장으로 이동해 그동안 수백 번은 연습했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우기도 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순차 통역으로 전달된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사실That’s true!”이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_103쪽, 5장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서 혹은 짧은 문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계기로 동아시아의 냉전 구조를 허무는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되자, 일본에서는 이 격변의 흐름에서 우리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재팬 패싱’ 논란이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아베 총리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_123쪽, 6장 재팬 패싱: 불안한 아베, 접근을 시도하다

진정 6·12 싱가포르 회담이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단숨에 깨뜨릴 ‘역사적 회담’이었다면, 정전선언은 태어난 지 65돌을 맞는 2018년 7월 27일 종전선언으로 대체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신기루에 불과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로 백악관에 전해온 북한의 요구는 “비핵화를 하기 전에 안전보장을 해줘야 한다. 비핵화는 그다음에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에 대한 신고를 최대한 늦추거나 거부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만 골라서 시행하고 미국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올 것이 뻔했다. 볼턴 보좌관은 그렇게 되면 북한이 정말 ‘완전한 비핵화’를 한 것인지, 비핵화 전과 후를 비교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CVID에서 가장 중요한 ‘검증’이 불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볼턴 보좌관의 지적에 동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해온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이 신뢰 쌓기란 건 말똥 같은 소리horseshit ”라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말했다. “이건 시간 낭비다. 저들은 지금 기본적으로 비핵화를 하기 싫다는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이 시점에서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북미 정상 간의 기묘한 ‘브로맨스’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_148쪽, 7장 협상 교착: 북한, 영변 카드로 맞서다

일본은 일단 불만을 눌러 참았다. 남북이 주도하는 대화의 흐름이 동아시아의 전후 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이었다. 이 움직임이 이어지는 한 일본은 재팬 패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화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아베 총리의 26일 유엔 총회 연설은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일본 나름의 견해를 집약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_172쪽, 8장 대법원 판결: 촛불 정권, 일본과 숙명적 갈등에 돌입하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악재가 터져 나왔다. 21일 저녁 7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쭈뼛거리는 얼굴로 어둑해진 도쿄 이치가야 방위성 청사 현관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견은 이날 이와야 방위상이 참석한 ‘두 번째’ 기자회견이었다. 오전 10시 반에 열린 첫 회견에서 2019년도 방위예산과 관련해 15분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다시 긴급히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이와야 방위상이 입을 열었다.

_191쪽, 9장 불신의 늪: 뒤치락엎치락 이어지는 진실 공방

2019년 초 다시 시작된 급격한 정세 변화를 일본은 불안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알맹이 없는 ‘선언’에 그친 상황이니, 북미 정상이 두 번째로 만나는 2차 정상회담에선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베 총리는 1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정세는 지난해 6월 미조 정상회담 때보다 더 역사적인 전환점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하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9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의 시정 요구를 무시하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 3조 1항에 근거한 분쟁해결절차인 ‘외교 협의’를 요청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날인 10일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일 관계의 앞날을 점칠 수 있는 분수령이었다.

_219쪽, 10장 재충돌: 하노이 길목에서 다시 충돌한 한국과 일본

트럼프 대통령은 초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27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해 연 회의 도중에 그는 “비건의 성명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를 만난 뒤에도 본체만체했다. 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를 ‘빅딜’, ‘스몰딜’ 그리고 ‘결렬I walk’(걸어 나가기)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스몰딜은 제재를 완화시킨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바로 폐기됐고, 빅딜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없으니 현실성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어 나간다”는 말을 반복했다

_242쪽, 11장 비극의 전조: 비핵화 정의 없는 비핵화 회담

문 대통령이 회담 결렬을 두고 짙은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차기 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데 견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은 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뻐한 것이다. 그리고 이 짧은 언급 속에서 한국과 관련한 얼핏 보면 사소하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일본이 말하는 핵·미사일·?

출판사 서평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로부터 2년,

한일 전문기자가 바라보는 지난 갈등의 모든 것

불의의 일격이었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A4 한 장 분량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첫째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오는 4일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를 포괄수출허가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해 수출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댄 일본의 습격에 모두 할 말을 잃었고, 놀란 시민들은 거리로 달려나와 “반(反)아베” 구호를 외쳤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일본에) 가지 않습니다”, “보이콧 재팬” 등 불매운동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편의점에서는 ‘아사히 맥주’가 놓인 자리가 사라졌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일본여행’이라는 해시태그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여기, “사지 않고, 가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나아가 지난 한일전의 진상을 철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 길윤형은 약 3년 반만의 〈한겨레〉 도쿄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2017년 10월에 펴낸 책 《아베는 누구인가》에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이어진 한일 갈등이 “앞으로 닥칠 거대한 불화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즉 역사 갈등이 시작이었지만 이면에서 꿈틀대던 또 다른 거대한 움직임을 눈치챈 것이다. 저자는 이를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두 개의 지정학적 충격이 가지고 온 “동아시아의 신냉전화”라고 표현한다. 《신냉전 한일전》은 이렇듯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에 마주한 결정과 갈등과 대립의 순간들을 담았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2018년 1월), 평창겨울올림픽(2018년 2월), 판문점 회담(2018년 4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2018년 6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2018년 10월), 한일 초계기 갈등(2018년 1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화이트 리스트 제외 방침 결정(2019년 7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2019년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2019년 11월) 등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한국과 일본은 뒤치락엎치락 외교전을 벌였다. 이 흐름에 끈질기게 따라붙은 저자는 한 장면 한 장면 차분하고 냉정한 복기를 통해 현상의 본질에 바짝 다가섰고,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독자에게 낱낱이 전한다. 그리고 뼈아프게도 이 처절한 외교전에서 한국이 패배했다고 평한다. 책은 2015년 12·28 합의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일 갈등의 모든 대목을 말한다. 사상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양국의 구조적 갈등을 분석하고, 어렵지만 해법을 모색하는 시도도 잊지 않는다. 일본의 보복 조치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얼마나 제대로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마주 대할 시간이 다가왔다.

“피가 거꾸로 솟아오를 만큼 가슴 아픈 순간들을 기록하면서도 되도록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 동아시아의 냉전 체제를 허물 기회가 우리에게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지난 실패를 복기하는 이 책이 향후 대일정책을 세우는 데 반면교사가 되길 기원한다.”(21쪽)

‘좋았던 옛 시절’을 지나

양보 없는 정면 대결에 이르기까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관계는 크게 세 시기를 거쳐왔다. 살벌한 냉전 질서 아래,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했던 1기(1965~1980년대 말)가 있었고, 이어서 냉전이 해체된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되기 전인 2000년대 말까지로 구분되는 2기가 있었다.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맺은 한일 파트너십 선언(1998년) 등으로 대표되는 ‘좋았던 옛 시절’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3기, 동아시아의 신냉전에 관해 힘주어 말한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고자 미국과 동맹 강화에 나선 일본에게 ‘한미일 3각 동맹’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안보의 기본 축이었다. 지난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기본 전제였던 평화헌법과 반성적 역사 인식이라는 두 기둥을 처참히 무너뜨린 아베 신조의 등장은 우리에게 심히 좋지 않은 징조였지만, 신냉전의 거센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3각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다. 박근혜 정권은 그렇게 2015년 위안부 문제를 12·28 합의로 봉합했고, 그 기반 위에 2016년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이 시점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사태가 발생한다. 2016년 말 촛불혁명이었다.

이어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12·28 합의를 무력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면 전환에 나선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며, 동아시아 냉전 구조를 깨트리는 ‘현상변경’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하고, 그 힘으로 북한과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는 일본의 ‘현상유지’ 전략과 충돌한다.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 문제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화해하기 힘든 전략적 관점 차이.”(20쪽) 이것이 바로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2018년 이후의 파국을 가져온 크고 주요한 요인이다.

국가의 위신을 걸고 벌인 외교전,

한국은 어째서 패배하고 말았나

2019년 8월 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진행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 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저자는 “아베 총리는 히틀러의 길을 가고 있다”(11쪽)는 말을 필두로 한 김민석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만감이 교차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음모론적 오해’에 그친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과 속도로 어긋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를 ‘침략의 전 단계’로 인식했고, 곧바로 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연결 지으며 정면 대결로 치달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 변화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맥락을 거세한 판단이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상대의 의도를 지나치게 악마화했고 흥분했으며, 그래서 불리한 전쟁터에 전 병력을 쏟아붓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14쪽)고 지적한다.

책은 지난 외교전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재팬 패싱’ 기조에 관해서도 꼬집는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대치하는 ‘북핵(안보)’과 ‘위안부(역사)’라는 두 개 전선 모두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했다. 먼저 북핵과 관련해서는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 남북 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 호소에 북한이 화답하면서 2018년 초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를 단숨에 걷어낼 기세로 급물살을 탄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평창을 통해 시작된 남북 대화는 미국을 끌어들이는 전 세계적 이벤트로 격상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기적이 연출된 것을 두고, 저자는 “남북 대화를 주도하고 북미 접근을 유도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겠다는 흥남 출신 탈북민의 아들인 문 대통령의 ‘집념’,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뒤 경제개발에 나서고 싶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욕심’, 오바마 대통령을 좌절시킨 미국 최대의 외교 난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이 하나의 거대한 화학 작용을 일으켰다”(72쪽)고 분석한다. 그리고 첫 대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낸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반응이 냉담하기 그지없는 데 주목한다.

한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만든다. 그리고 지난 12·28 합의에 대해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치적 합의이며 일본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균형한 합의”였다고 그해 12월 27일 결론 낸다. 이를 두고 일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다. 이어지는 한반도 비핵화 흐름에서도 일본은 북한과의 안이한 타협을 경계하며 북핵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CVID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3대 요구조건(핵·미사일·납치 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훼방꾼’ 역할을 맡는다. 이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는 데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가 미국과 일본 사이에 합의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미루어보아도 우리가 북미 핵 협상에서 ‘일본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은 실책의 대가는 너무나 컸다. ‘하노이 결렬’을 통해 자신들의 승리를 확인한 일본은 막힘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1965년 이후 한일 관계의 기본 틀로 작용해온 ‘65년 체제’를 사실상 허무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한국의 심장에 비수를 날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향해야 하는가

저자는 총 16장에 걸쳐,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이후 한일 갈등의 원인과 전개 양상을 객관적이고도 꼼꼼히 뜯어본다. 한일 문제 전문기자로서 오랜 시간 취재와 글쓰기에 전념해온 자신만의 경험을 살려, 당시의 긴박하고 치열했던 상황을 그간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풍부하고 두툼한 일화들과 함께 르포르타주처럼 밀도 높고 생생하게 지면 위로 옮겨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딪쳐 엉켜 붙은 수많은 정념의 순간들이 괴롭게 다가온다. 무심하게 놓쳐버린, 혹은 의도적으로 비껴갔던 선택들이 나중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는지 속속들이 확인하는 일은 무척이나 가슴 쓰리고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것이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책에서 말하는 지난 갈등의 두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이지만,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것은 같은 시기에 진행됐던 북한과 미국 간의 치열한 비핵화 협상이었다. 돌이켜보면 북미 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2018년 여름, 한미일 세 나라 모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종의 장밋빛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반도에서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상황 전개를 한발 비켜난 곳에서 냉정하게 지켜보며 대응했던 중국도 있었다. 저자는 “이 길고 복잡한 연극의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지도 모른다”(21쪽)고 말한다. 그리하여 ‘신냉전 한일전’이라 이름 붙은 이 연극을 2인극이 아닌, 여러 등장인물이 쉼 없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다인극으로 그려내기 위해 찬찬하고 치밀한 노력을 거듭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향해야 할까. 먼저 북한과 동아시아의 미래상에 대해 두 나라가 품고 있는 화해하기 힘든 전략적 관점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2·28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미 간에 벌인 ‘세기의 담판’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한 한국이 동아시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놓고 일본을 상대로 벌인 치열한 ‘간접 외교전’이기도 했다(254쪽). 저자는 역사와 안보 각각의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역사 면에서는 두 가지 쟁점,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판결 문제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전자는 한국 정부가 원고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전시하 여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국가 범죄라는 원칙을 굽힘 없이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실로 난제라 할 수밖에 없는 강제동원 판결 문제는 ‘피고 기업의 사과’를 입구로 하는 한일의 역사적 화해에서 그 방안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안보협력 면에서는 일본의 지난 ‘한국 지우기’ 시도가 진심으로 한국과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었음을 힘주어 말한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한국의 협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잠시 이를 ‘공백’으로 방치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2021년 5월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선택에 관한 분석도 잊지 않는다. 이날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약을 담은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뿐 아니라 “남북이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긴다”는 내용을 담은 4·27 판문점 선언까지 수용했다. 또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끝내 인정하지 않았던 남북 관계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인정했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한국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대북정책의 ‘독자성’을 바이든 행정부가 대폭 받아들인 것이라 평가한다.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신들의 국익을 훼손하는 방향을 향한다면 지난 외교전에서 그러하였듯, 마찬가지로 맹렬히 저항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재팬 패싱을 통해 동아시아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2017년 이후 양국은 다시금 팽팽하고도 살벌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갈등이 이전의 갈등과 어떻게 달랐는지, 우리는 이제 뼈아픈 복기를 끝냈다. 2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 것인가. 그때 한국과 일본은 심연과도 같은 견해차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분노와 부끄러움의 시간을 건너온《신냉전 한일전》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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