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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제롬 글렌에게 묻다 “왜 한국인들은 미래를 궁금해하는가?” 본문

미래학자/제롬글렌에게 묻다

미래학자 제롬 글렌에게 묻다 “왜 한국인들은 미래를 궁금해하는가?”

천아1234 2021. 4. 11. 16:57

인류는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격변기를 마주하고 있다. 과거의 변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급격한 기술 융합과 발전이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강한 의문이 생긴다. 지금 인류는 제대로 된 방향키를 잡고 있는 것일까? 2030년이면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는데,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것일까?


▲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의 저자인 미래학자 제롬 글렌 회장(Jerome C. Glenn)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롬 글렌 회장(Jerome C. Glenn, 70, 밀레니엄프로젝트)이 지난 4월 말 한국을 찾았다. 미래 일자리 예측 방법론 특강에 나선 글렌 회장을 4월 30일 서울 강남의 한 강연장에서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를 두 편에 거쳐서 보도한다. 


ㅡ1997년부터 매년 미래 예측 보고서를 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는가.

"지금 돌이켜보면 책을 통해 예측해왔던 것들보다 훨씬 결과가 빨리 나오고 있다. 기술 발달이 빨라졌다는 것인데, 최근에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적응하는 속도가) 이만큼 빠르지 않았다. 

인터넷 프로토콜이 1970년대에 발명되었는데, 90년대까지도 대부분 사람들은 "나는 인터넷이 아니라 팩스가 필요하다"고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ㅡ최근 '미래 일자리 및 기술 2050(이하 일자리 205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50년을 내다본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자아실현경제'를 제시했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세상,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자아실현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체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간을 대신해 노동할 A.I. 그리고 기본수입이 고정적으로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런 경제를 받아들이기 위한 문화적인 바탕, 정책, 새로운 고용 형태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다. 미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없다.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 제롬 글렌 회장이 지난 4월 30일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대표 박영숙) 초청으로 열린 미래예측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글렌 회장은 자신이 있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2050'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다.


시나리오 1, 희망과 절망의 공존. 2050년 생산 가능 인구 60억 명 중 20억 명이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고, 20억 명은 1인 기업이 된다. 10억 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소규모 경제활동), 나머지 10억 명은 실업자이거나 곧 실업자가 된다.


시나리오 2, 절망적인 미래. 60억 생산 가능 인구 중 고용되어 일하는 인구는 10억 명, 1인 기업 10억 명,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과 실업자가 각각 20억 명이다. A.I.나 합성생물학, 3D 혹은 4D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 준비를 하지 않아서 기술 발달에 따른 직업 탄생이나 고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시나리오 3, 자아실현경제(Self-economy). 60억 생산 인구 중 고용된 인구가 10억 명, 1인 기업인 인구가 30억 명,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10억 명이다. 나머지 10억 명은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다가 스스로 기업이 되는 자기고용형태로 전환 중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기본소득이 보장되고,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간다. 


글렌 회장이 추구하는 미래는 단연 세 번째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그는 전 세계 60개 회원국에서 교육, 정부, 과학기술, 문화, 기업 이렇게 다섯 개 분야로 나누어 참여기법을 통한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4월 30일에는 글렌 회장과 함께 매년 《유엔미래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는 박영숙 대표(유엔미래포럼)가 모집한 40여 명이 시나리오 구체화 작업에 참여했다.



ㅡ2007년 한국에서 첫 책을 출간한 이래 매년 1권의 미래 예측 보고서를 책으로 내왔다. 《유엔미래보고서 2050》은 10번째 책이다. 많은 저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인들은 정말 미래에 관심이 많다. 지구 상 어느 나라보다 관심이 많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유명 호텔에 묵었었다. 당시 그 호텔이 서울 주요 호텔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타본 적이 있다. 처음 도착한 호텔에서는 '인터넷 기술의 미래'를 홍보하고 있었다. 다음 호텔에서는 '미래 교육'을, 그다음 호텔에서는 '농업의 미래'를 보여줬다. 정말 놀랐다.


《유엔미래보고서》는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번역되어 발간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 (좌)《유엔미래보고서 2050》 시리즈의 최신판 (우)영문판《2015-16 State of the Future》. 제롬 글렌 회장이 저술하였다.


ㅡ한국이 유독 미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전쟁 당시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농업사회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를 가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중국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변화를 체험한 사람은 대도시에 사는 소수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과 같이 생활한다. 한국은 다르다. 나라 전체, 온 국민이 변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세상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다.


두 번째 이유는 지정학적인 특징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면서 북한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하든 선택의 순간, 신중해져야 했다.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내다봐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ㅡ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을 보고 많은 한국인들이 기술발달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도 갖게 되었다.


"지금 당신에게 당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했던 일을 하라고 한다면 하고 싶겠나? 사람들은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한다. 당신의 손자, 손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당신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자기 삶을 선택하고 창조해나가는데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갈 때는 리더가 그 변화를 이끌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점점 탈중심화된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은 상사로부터 업무를 받아서 일하지만, 앞으로는 1인 기업 형태가 많아질 것이다. 누군가의 강요나 필요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일을 창조해나가는 시대. 자아실현경제다. 이에 걸맞는 제도적, 문화적 변화도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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