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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택

천아1234 2021. 4. 21. 08:46

- 초기 중국 공산당은 프랑스에 유학 간 중국 학생들이 마르크스-레닌 사상을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중국 내에서 간접적으로만 공산당 사상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비해 이들 유학생 그룹은 자연히 더 권위를 가졌 다. 따라서 초기 중국 공산당은 프랑스 유학파가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에 중국 공산당을 장악한 마오쩌둥은 베이징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나름대로 소양을 닦은 덕분에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현실 세계에 비추어 소화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필자의 주변에 중국의 매스미디어를 연 구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하며 탄복하곤 했다.

“마오쩌둥은 어떻게 그런 어려운 사상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밭 갈던 농민들도 알아들 수 있도록 어찌 이렇게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마오쩌둥은 혁명 초기 중국에서 공산당 사상이 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서구식 자본가와 노동자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중국에 무슨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으니 공산당 이론은 민중들에게 그야말로 남의 동네 이야기 로 들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주를 자본가에, 농노를 노동자에 대입하였다. 그러자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는 서구식의 공산주의는 자연스럽게 농사 지을 토지를 공산화하여 농노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중국식 정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공산화라는 말 자체가 사유재산을 공유재산화한다는 의미이니 중국 실정에는 매우 부합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마오쩌둥은 '토지 공산화, 이 단 하나의 정책으로 중국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 개혁 정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말로 중국 공산당 사상 내에서 부동의 지위를 얻게 된다.

- 중국이 남중국해의 여러 산호초와 섬을 점령하고 인공 섬을 설치하는것 도 굳건한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대응을 살펴보 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방어가 어려운 소규모의 시설들은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몇 시간의 공격으로 무력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에 대항해서 실질적인 군사적 효용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중국으로서 는 타이완을 공격하기 전 타이완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반응을 시험하기 좋은 곳이 타이완 주변에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타이완 북부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다. 일본의 군사적 반응을 시험하고 일본 자위대의 대응 태세, 임전 태세를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다른 하나는 타이완 남부의 태평도太平島'를 포함한 바시 해협이다. 태평도는 아마 독자분들에게 매우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위치는 타이완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필리핀과 베트남 사이의 남사군도상에 있다. 남사군도의 태평도가 공격을 받는다 해도 타이완의 방어 능력은 이곳까지 미치지 못한다. 중국이 남사군도를 비롯한 남중국해의 여러 섬과 산호초들에 야금야금 군사 시설을 세우는 것은 미국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다. 미국의 반응이 없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이른바 득촌진척得姓尺 의 수법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레드 라인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미일이 중국의 진출을 묵인한다고 판단되면 중국으로서는 이를 청신호로 받아들여 즉각 타이완 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미일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그 정도와 방법을 보고 중국은 대응 전략을 수정할 것이 다. 즉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의 섬과 산호초라는 돌을 던져 돌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갈 길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타이완을 둘러싼 군사적 분규가 아니라 무역 문제, 경제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호된 반응이 갑자기 터져 나오니 중국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결국 미국과 맞서게 된 원인은 다르지만 어찌 되었건 중국은 준비해 오던 상황에 마주친 것이 아니겠는가.

-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을 지켜보던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우쟈룽吳嘉 隆은 중국의 저의를 의심했다. 당시 미국의 요구에 대하여 중국에게는 처음 부터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 있었다는 것이 우쟈룽의 견해이다. 중국이 이 란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미국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규모 수준의 수입이 가능하여 미중 무역 마찰이 일어나지 도 않았을 것이고 미국이 중국을 위협 요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고 했다. 그는 셰일 가스 및 셰일 석유의 개발로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 으로 바뀐 미국에게 중동은 더 이상 미국의 국가 이익에서 중요하지 않다. 고 보았다.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를 수입한다면 그 규모가 미중 무역 수지 적자의 대부분을 메꿀 수 있고, 에너지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미국에게  대적인 군사 행동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같은 이유로 중국은 절대 미국의 에너지에 의존할 수 없다. 이 사실은 미중 양국의 경제 전쟁이 결코 단순한 경제 전쟁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중국의 주요 에너지 수입원은 크게 사우디아라비 아, 이라크, 이란 그리고 러시아로 정리할 수 있다. 만일 미중 간의 군사 충 돌이 일어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는 대중 제재에 참여하여 원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중국을 지원하겠지만 러 시아의 원유만으로 중국의 수요를 충족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국이 가장 확보해야 하는 에너지 공급원이 바로 이란이다. 게다가 이란은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 중국이 제시한, 석유 지불 화폐를 위안화로 한다는 데까지 동의한 국가이니 중국에게는 매우 귀중한 동맹이 아닐 수 없다.

- 미중 패권 전쟁이 진행 중일 때도 월 스트리트는 돈을 버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익 외의 것은 모두 환경 요인일 뿐이다. 미중 경제 전쟁으 로 미국의 압박에 의해 중국은 자국의 금융 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열었다. 그전에도 이미 유럽 최대의 자산 운용사 프랑스의 아문디Amundi가 미중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투자한 바 있다. 이제 스위스의 UBS 은행도 미중 패권 전쟁으로 불안감을 느낀 중국 부자들의 자산 관리 수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도 이 기회에 중국 시장에 진입 했다. 그리고 미국의 초대형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싱가포르의 국 부 펀드 테마섹Temasek, 중국 건설은행이 합자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 2020년 내내 외국인의 직접 투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던 중국 상무부는 2020년 11월에 갑자기 1월에서 10월까지의 데이터를 발표하였다. 2020년초부터 10월 말까지 중국의 실제 사용 외자는 8,006억 8천만 위안, 1,1500억 9천만 달러로 동비 위안화 기준 6.40%, 달러 기준 3.9% 증가하였다. 세 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 유입되는 해외의 투자는 더 이상 제조업을 향하지 않는다. 10개월간 서비스 산업에 투자된 외자가 78.2%에 달했다. 제조업에 투자된 외자 규모의 네 배에 가깝다. 그것은 제조가 아닌 디지털 경제와 금융에 외자가 투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가폴 최대은행 D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타이무르 베이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26%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월 스트리트의 움직임은 중국에 자신감을 주었다. 미국이 아무리 경제를 분리하고 달러 경제권에서 중국을 퇴출하려 해도 월 스트리트는 중 국이라는 케이크에 먹을 것이 있는 한 결코 중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이 알게 된 것이다. 권력과의 결속을 통하여 이익이 보장되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는 월 스트리트에게 천국이다. 만일 위험이 발생해도 중국 권력과의 협력을 통하여 그들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 다. 그리고 발생한 손실은 모두 일반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리 먼 사태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 월 스트리트야말로 미중 패권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그리고 꼭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숨은 장벽일 수 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중 패권 전쟁의 참여자이며 미중 그 어느 편도 아니다.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 중국이나 미국의 의도에 따라 자본을 운용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월 스트리트의 움직임을 보고 이제 자신감을 가진다. 세상의 수 많은 기업과 자본이 중국에서 돈 벌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이상, 덩샤오 핑의 “시장으로 유인해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가져온다”는 전략은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 중국어는 예부터 많은 방언과 다양한 문자를 사용해 왔는데 이를 하나 의 문자 체계로 통일한 사람이 바로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문자를 통일했을 뿐만 아니라 공문을 임의로 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자의적 해석을 하는 관원들은 사형에 처했다. 이렇게 해서 확립된 국가 행정 체계는 진을 계승 한 한나라에서도 유지되었고 이로 인해서 소위 관화官? 체계가 성립되기 에 이른다. 관화는 말 그대로 관리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동일한 조정에서 관리들끼리 서로 말이 다르면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표준 어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관화는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라 공문서용 단 어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 관청의 문서를 보면 '일응' 과 같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사용되곤 했던 것을 필자는 기억한다. 중국에서는 아예 이렇게 관공서용으로 단어들을 만들고 표준 발음도 정해서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과거를 통하여 관리들을 뽑을 때 이 관 화도 필수 과목이었다. 관화가 중요했던 이유는 선발한 관리가 토착 세력 으로 성장하여 반역을 도모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하여 고향과 아주 먼 타 향의 임지로 보냈기 때문이다. 임지의 민족, 문화, 언어, 풍습은 새로 부임한 관료의 고향과 달랐고 말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화를 배운 아전이 관료와 현지인 사이에서 통역을 했다. 중국이 언문일치 운동을 한 것은 중화민국 초기의 5·4운동 때로 알려져 있다. 당시 문자를 쓰는 방식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말은 백화白活라고 했다. 지방에 따라서 백화는 서로 달랐는데 관화의 발음이 주로 베이징 방언에 가까워서 베이징 백화, 즉 징바이京白를 표준어로 삼게 되었다. 이 표준어를 중화민국에서는 국어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보통화라고 부른다. 실제 생활 속에서 하는 말이란 현지의 생활 습관과 문화 양식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같은 중국어라고 해도 관화에 기반을 둔 북경 말이 가장 알아듣 기 어렵다. 단어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은근하고 간접적이 며 암시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법이 없다.

- 삼푼 화법이란 말을 확실하게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부분을 흐리게 말하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될 수 있는 단어와 어법을 구사한다. 그래서 이런 삼푼 화법을 들으면 상황의 전 후와 문장의 맥락 그리고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삼푼 화법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에서 소개한 백 년 목표 중에 '민주'라는 단어를 다시 살펴보자. 원래 공산주의 이론에 의하면 공산 혁명을 이룬 후에 프롤레타리아 일당 전제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독재를 안 하고 민주를 추구하는 것인가? 타이완 대학의 밍쥐정 명예 교수의 해설은 이렇다.

“원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말을 사용했으나 이 독재’나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이 국제 사회에서 거부감을 보이자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말을 '인민 민주'라는 말로 치환했다.”

그러니까 '인민 민주'라는 말은 인민이 주인이 되어 정치를 한다는 말이고, '인민'은 모든 사람이기보다는 프롤레타리아를 의미한다. 민주는 그렇기에 인민이 주인인 것이고 인민의 주력은 프롤레타리아이기에 프롤레타 리아 독재라는 말과 통한다. 공산 국가인 중국 입장에서 무산 계급을 대표 하는 것은 공산당이므로 역시 공산당 일당 전제 정치라는 현 체제를 말하 는 것이다. 둘러치나 메어치나 결국은 공산당 일당 전제를 의미한다. 공산 당 일당 전제 정치를 표현하는 말이 '인민 민주라니 놀랍지 않은가? ‘부강', '민주', 화계의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중국을 건설한다는 말 중에 이해 가 잘 안 되던 '민주'는 그 단어의 즉각적인 의미와는 달리 본뜻은 공산당 일당 독재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당신이 지금까지 만난 중국의 공무원들이 한 말들을 다시 한번 돌이 켜 생각해 보라. 과연 당신은 그들이 한 말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에게 통역을 해 준 사람들은 과연 이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 중국의 전략이나 정책은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쉽고 단순하다는 것 이다. 필자는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정책이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 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이야기한 Y2K 대응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처럼 복 잡한 계획을 만들고 예산을 배당하고 언론에서 떠들거나 하지 않는다. 한 국의 대응이 신뢰가 가느냐 아니면 2000년 첫 비행기를 교통부 장관과 항 공사 회장을 태우는 중국의 대응이 신뢰가 가느냐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필자의 선택은 중국이다. 동방항공 회장을 태우고 가는 비행기라면 필자도 안심하고 탈 수 있다. 에너지부 장관이 가서 앉아 있는 원자력 발전소라면 필자도 근처에 마음 놓고 놀러 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책은 몇 번을 들어도 안심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 특유의 정책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징에서 비롯되었다.  다양한 환경과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며 인민들의 평균 교육 수준도 높지 않다. 그리고 정책을 실제 집행할 때 중간에 있는 여러 단계의 지방정부 공무원들 손에서 무엇이 어떻게 변형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정책은 간단 명료하다. 교육받지 않은 인민들도 알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야 모두가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다. 설득은 언제나 감정에 호소한다. 이성에 호소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지고 맞고 틀린지 갑론을박해야 한다. 그런 상황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아니 인민 민주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 5중전회에서 제시된 2035년 비전이나 제14차 5개년 계획의 발표 내용에서 사라진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민영 기업', '민간 경제' 등이다. 시장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명시되어 있지만 민영 기업에 대한 언급은 완 전히 사라졌다. 개혁 개방 이후 이제까지 중국 공산당의 정책에서 민간이 언급되지 않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 국진민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국진민퇴라는 개념 자체는 중국이 건국된 후 실시했던 공산화, 즉 사유 재산을 국유화하면서 출현했던 개념이다. 민간 기업이나 민간 소유의 자산 등을 공산주의에 맞게 국유화 또는 집체소유화 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 다. 우리는 흔히 중국 정부가 강제로 민간 재산을 빼앗아 국유화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중국 공산당은 몰수하는 등의 방법이 아니라 '공사합영'이라는 단계를 거치며 당시 중화민국 체제하에 있 었던 민간 자본들을 점진적으로 사회주의 공산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로는 민영 기업에 대한 압박이 점점 강해 졌고 국유 기업들 위주로 경제가 운영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두고 다시금 국진민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된 원인을 시진핑 주석의 지지 세력이 국유 기업을 장악하고 기존의 상하이방 세력들은 민간 의 대기업들을 장악하고 있었던 데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도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베이다이허 8조의 소문을 전했는데 이 중 6조의 “쌍순환 경제를 기 동하고 유라시아 대륙 및 글로벌 위안화 결제 체계를 수립한다” 라는 조항 을 돌이켜 보자. 필자는 여기서 '유라시아 대륙 및 글로벌'이라고 한 부분을 주목한다. 달러 경제권에서 축출될 경우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란이나 러시아의 경우 에너지 대금으로 상당 비중을 위안화로 받고 있다. 그리고 전 인민은행장 저우샤오취안은 중국이 달러 경제권을 벗어나 비달러 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때 아주 재미있는 말을 했는데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위안화의 글로벌화에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현재 국제 무역 결제 통화 비중이 2%도 안 되는 위안화를 도대체 어떤 방 법으로 국제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일까? 일단 현재로서는 중국의 위안화를 인정하여 국제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중국이 수출을 할 때 만 일 상대방이 위안화로 지불하겠다면 중국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국의 통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중국이 수입을 할 때 상대방이 위안화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 현재 중국 의 위안화를 받고 수출하는 국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이란 등의 나라들은 일정 규모 이상 중국의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역으로 이들 국가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상 당하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국 간의 교역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제3국 화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교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제3국 화폐를 거치면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거나 시간의 지연이 발생하고 또 외화가 부족할 경우를 대비하려는 이유도 있다. 그래 서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국가 중에서도 달러 등의 기축 통화 환전 을 거치지 않고 위안화와 자국의 화폐를 직접 교환하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이 그중 하나다. 미국의 대중 금융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당장이라도 미 달러 결제 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 미국이 중국의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 협정SWIFT 같은 국제 결제망에서 제외시키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2020년, 앤트 파이낸셜 그룹의 IPO 중지 사건은 바로 이 실체 경제와 금 융 시스템 리스크를 강조한 중국 정부 지도자들의 강연 내용에 마윈 회장 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공격 발언을 하며 반발한 결과로 해석하는 사람들 이 많다. 필자 또한 그날의 마윈의 발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았 는데 마윈이 정말 호랑이 간을 삶아 먹은 것 같이 매우 공격적인 어구들을 동원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분이 혹시 중국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다면 절대 마윈을 흉내 내지 말기 바란다. 마윈은 그날 그 자 리에서 “중국에는 금융 시스템 위기란 없다. 중국에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중국 당국에 대한 모욕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현재 당면해 있는 거대한 위험을 도외시한 발언이었다고 필 자는 생각한다. 마윈과 중국 금융 당국과의 갈등은 사실 앤트 그룹의 IPO만이 아니다. 중 국의 PGPayment Gateway' 서비스를 대표하는 알리페이Ali pay와 위챗페이 Wechat pay의 경우 거래 액수가 연간 수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 로는 수백 조 이상 되는 금액이다. 사업의 초기에서 중기에 이르는 동안에 알리페이는 이 막대한 금액을 금융 기관에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 자를 받았던 모양이다. 더구나 일부 자금을 투자하거나 활용할 경우 이에 따 른 이익은 천문학적인 수치일 것이다. 2018년도 3사 분기의 경우 중국의 PG 서비스 시장은 43조 위안에 달했다. 1년이면 200조 위안이 넘으며 한화로 3경 5천 조의 어마어마한 규모다. 알리페이가 중국 PG 시장의 53%, 텐센트가 39.8%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92.53%다. 계산하기 편하도록 1년을 350일로 잡으면 일 잔고가 100조 원이고 1년 이자를 2%로 잡으면 순이자 수입만 2조 원 이상이 생긴다. 실제 알리바바는 은행들을 불러 놓고 최 고가 입찰 경매를 했던 모양이므로 은행들이 제시한 이자는 훨씬 더 높았 을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돈의 흐름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방치할 리 없다. 사회주의에서 민영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그 영 향력은 중국 공산당의 주의를 끌게 된다. 더구나 한두 개의 민영 기업이 전국의 국유 은행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이는 단순히 시장 독과점 문제가 아니다. 결국 2018년 중국 국무원은 인터넷 금융 리스크 관리 실시 방안 통지를 발표하여 PG 업체들의 입지를 없애 버렸다. 중국 정부는 대형 PG 업체들 이 고객들의 돈을 인민은행이나 자격이 있는 상업 은행의 계좌에 예치해야 하며 이 돈은 PG 업체들이 사용할 수 없고 이자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 다. 이에 따라 PG 업체들은 수익의 절대 부분을 잃었다. 결국 이들은 무료 로 수행하던 PG 서비스를 업체로부터 1천 위안 이상의 액수를 이체할 때 수수료를 0.1% 받는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보충하였다. 하지만 원래 향유 해 오던 엄청난 규모의 수입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중국 당국이 이 렇게 PG 기업들을 규제한 것은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와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 PG 기업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재앙에 가까울 것이 기 때문이다. 행여라도 이들 기업이 어느 날 파산을 선언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디지털 위안화의 확산을 서두르는 것일까? 확실 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추측들이 중화권을 중심으로 난무하 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전자 양표설이다. 북한에서도 다른 지역에 가서 밥 을 먹으려면 양권이 있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자 양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만일 중국이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 돌입한다면 식량 부족 현상이 발 생할 것이다. 전시에 식량의 공급은 필수적인 문제이고 국가가 보장해야만 한다.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게 되면 과거의 양표처럼 한 사람 또는 한 조 직이 구매할 수 있는 식량의 규모를 통제할 수 있고 일부 사람이나 기업이 매점 매석할 수 없도록 식량의 공급망을 따라서 통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쟁 혹은 미국의 식량 공급 봉쇄를 대비하여 중국 공산당이 디지털 위안 화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비상시, 전시에 관건이 되는 물자를 통제하는 데 디지털 위안화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러한 통제를 하는 데 추가되는 비용은 미미할 것이어서 전자 양표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다른 하나는 화폐 개혁 대안설이다. 앞서 중국의 외화가 시진핑 주석의 취임 이후 1조 달러 정도 유출된 일을 설명한 바 있다. 이만한 외화가 유출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위안화가 어디선가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1조 달 러에 상응하는 위안화라면 정상적인 환율로도 7조 위안에 가까운 거액이 다. 편법을 통해서 유출했다면 보통 30%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러니 10조 위안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규모의 돈이 어디서 나온 것 일까? 그것은 아마도 부정부패로 축적된 돈일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진핑 주석이 순정차이 같은 군부 실력자들을 부패 혐의로 조사 할 때, 집에서 발견한 돈의 규모가 여러 대의 트럭을 동원해서 운반해야 될 정도였다는 소문이 있다. 보통 7~8대 설부터 10대가 넘게 동원되었다는 등의 소문이다. 이렇게 한 집에서만 엄청난 검은돈이 나오기 때문에 전국적 으로 계산해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일 것이다. 검은돈은 수사가 진행되면 꼭꼭 숨어 버리는데 대개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위안 화의 화폐 개혁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느 날 전격적으로 구 화폐의 유통 기간을 지정해 버리면 탐관오리들이 집에 숨겨둔 검은돈들이 모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폐 개혁은 그만한 정당한 사유 가 있어야 하며 일부 부패한 관리들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 경제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화폐 개혁이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국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자산은 대부분 홍콩을 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실물을 가지고 나가서 외화로 바꾸는 사례도 대단히 많다. 일설에 의하 면 마카오의 도박장이 수많은 중국 인민들로 가득 찼던 것도 도박을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외화를 바꾸기 위한 목적이 었다고 한다. 현지 도박장에서 홍콩 달러나 미국 달러로 돈을 빌리고 도박 자에서 도을 다 잃었다는 명분으로 중국 내 자산을 이들에게 넘기는 수법이다. 디지털 위안화로 변경되면 이제 이런 수법들은 모두 사용할 수 없게된다.

- 은행이 외부의 자산 관리 회사를 이용하여 장부를 청소하는 방법은 지 방 정부들도 배워서 이용하고 있다. 지방 정부가 설립한 발전 은행들을 통 하기도 했지만 이런 금융 기관들에게 떠넘긴 지방 정부의 부실도 중앙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등장한 것이 그림자 은행'이다. 그림자 은행이 란 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은행의 역할을 하는 기업 또는 기구를 말한다. 작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수많은 P2P 파이낸싱 회사들이 설립되었다. 이들 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회사채를 인터넷을 통해서 일반 인민들에게 판매 한다. 일부 지방 정부는 이를 이용해서 정부의 부실 금융 자산을 떼어 내어 듣기 좋은 이름을 붙여 회사를 만든다. 예를 들면 'xx 인터넷 5G AI 울트 라 슈퍼 회사'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 정부가 매우 특별한 혜택을 이 회사에 주었으며 앞으로도 열렬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선전을 한 다. 인민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특별히 지원하겠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 다. 그러고는 P2P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이들의 채권이나 펀드를 구매한다. 이 돈은 지방 정부로 돌아가서 지방 정부의 부실을 없애거나 줄인다. 그리 고 부실은 'xx 인터넷 5G AI 울트라 슈퍼 회사에 남게 된다. 그러다 상황 을 봐서 회사를 도산시키고 지방 정부의 부실은 말끔히 청소된다. 반면 상 품을 구매한 인민들은 졸지에 돈을 날리게 된다. 얼마나 많은 지방 정부가 이러한 일들을 벌였는지 알 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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