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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디바이드

천아1234 2021. 4. 21. 08:44

- 사실 미국 사회의 분열 상황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2010년 유명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200년간 100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 내 시위 사태를 분석해서 정치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개발했는 데 다음 그래프에서 빨간색이 이 지수를 나타낸다. 1840년부터 정치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높아졌는데 결국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졌다. 미국의 정치스트레스 지수는 2000년부터 또 다시 급격히 높아져 왔다. 터친 교수는 2020년 무렵 다시 커다란 소유 사태가 일어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20년 실제로 그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기폭제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BLM 시위가 그것이다.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BLM 시위와 대선 갈등이 겹친 요즈음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공산당에 대해 거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중국 공산당 옥죄기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중국 압박이라는 큰 정책 기조에서는 바이든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2 반중 노선은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대부분 미국인이 공유하는 정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퓨리서치가 2020년 6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미국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전체의 73퍼센트에 달했다. 긍정적 답변은 22퍼센트에 불과하다. 민주당원들도 반중적 여론이 다수이기 때문에 바이든 역시 그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대표적 친중주의자였다. 중국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는 데에 앞장섰었다. 시진핑 과는 주석이 되기 전부터 친밀한 사이였다. 시진핑이 바이든을 나 의 오랜 친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대선전에 뛰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특히 신장 위구르에 대한 탄압과 관련해서는 시진핑을 폭력배(thug)'라고 비난했다. 나의 오랜 친구였던 사람을 폭력배라고 부르게 되었으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 바이든은 중국을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라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한다고 다그칠 정도다. 하지만 바이든이 정말 중국과 정면 대결까지 벌일 배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 또 중국이 지구온난화 대책과 코로나 대응에 협 조적 태도로 나올 경우 바이든이 과연 트럼프 정부하에서 추진되던 중국 봉쇄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 견제의 기조는 비슷하다 해도 구체적 방법은 트럼프 시대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의 독자적 행동을 선호했다.

- 디커플링은 세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극단적인 경우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 분리된 차세대 통신망을 만들고 사용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중국은 세계와 분리된 별개의 인터넷망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은 우리가 사용하는 구글도 네이버도 사용할 수 없다. 디커플링 상태가 깊어지면 중국을 따르는 나라의 통신망,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 는 국가들의 통신망이 별도로 설치되고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 통신망이 지금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5G와 똑같은 것일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가 통합된 단일 5G 시스템을 택하는 경우에 비해 보급 속도와 시기는 늦어질 것이고 품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덕분에 낮은 통신비를 누려 오던 나라들은 그 혜택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하게 될까? 지금까지 SKT와 KT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의 장비를 섞어서 사용해왔고, 화웨이 장 비를 사용한 곳은 LGU+뿐이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주도 네트워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5G 통신망의 디커플링을 초래하고 있다. 그 때문에 통신과 산업은 발전이 지체될 것이고, 소비자 역시 큰 손 해를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다. 그들이 5G 통신망을 통해 세계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 할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 독일은 검소한 4인방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건전한 재정이라면 그들 못지않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빚 내서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슈바르츠눌(Schwarz Null), 영어로는 블랙제로 정책이라는 것을 추진해왔다. 재정적자를 내지 않는 정책을 말한다. 2011년에 헌법에 못박아 두었을 정도다.  독일도 2010년에 GDP의 4.4퍼센트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1년에 블랙제로 정책을 도입했고, 바로 재정이 균형 상태를 달성한다. 적자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재정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2019년에는 재정 흑자가 GDP의 1.4퍼센트에 달했다. 이처럼 독일은 나라 돈을 아끼려 하고 빚 지기 싫어하는 나라다. 당연히 남유럽을 위해 빚을 떠안는 것에도 반대해왔다. 그런 독일이 왜 입장을 바꿔 EU 명의의 채권 발행에 찬성하고 나섰을까. 가장 큰 이유는 EU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들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이들이 영국처럼 EU를 탈퇴할 수 있다. 지금도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탈퇴의 목소 리가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면 EU가 해체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 이 갑자기 해체된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금융 공황에 휩쓸릴 수도 있다. 경제적 피해만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유럽의 독립성이 흔 들릴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침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EU 의 외교 수장인 조셉 보렐은 5월 16일자 칼럼에서 중국이 분할-지 배 전략으로 유럽 분열을 기도해왔다고 경고했다. 또 런던 SOAS 대학의 스티브창 교수도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분할-지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 교수까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중국이 동유럽의 17개 국가를 묶어 일대일로 정책의 파트너로 삼고 있는데 이는 분할-지배 전략이라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U가 분열된다면 유럽 국가는 중국에 대해서도, 또 미국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진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빚지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메르켈과 독일 국민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어느 정도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 더라도 EU를 지켜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굳힌 것이다. 현재 유로본드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외에 독일까지 들어와서 4개국이 되었다. 독일이 합류함으로써 유럽부흥기금 계획은 큰 추진력을 얻었고 결국 통과됐다.

- 일대일로는 중국이 미국과 운명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문명의 갈등으로 보는 것 같다. 미국무부 정책기획국장 카이론 스키너의 2019년 4월 29일 발언이 그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는 중국과의 갈등이 문명 충돌의 성격이 있으며 비(非)코커서스 인종과의 첫 번째 다툼이라고 말했다. 코커서스 인종이란 대개 백인을 가리킨다. “중국과의 경쟁은 완전히 다른 문명 및 이데올로기와의 싸움이다. (...)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코커서스 인종이 아닌 거대한 경쟁자와 마주하고 있다.” 2주 후에 시진핑은 이 발언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은 발언을 했다. “자신의 인종과 문명을 다른 문명보다 더 우월하다고 여겨 다른 문명을 개조하거나 대체하려 한다면 어리석을 뿐 아니라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이 국무부 국장의 발언에 반박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이끌어가는 엘리트 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일 것이다. 스키너 국장의 발언이 미국 지도 부의 공통된 정서를 반영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인의 발언들을 보면 미국에는 반중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반중에는 여야의 구분도 없어 졌다. 바야흐로 미국이 대변하는 서구 문명과 중국이 대변하는 비서구 문명 사이의 거대한 충돌이 시작됐다.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은 낭만적 시각으로 중국을 대해왔다. 미국 및 선진국과 무역을 하고 소득이 늘면 중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자본주의 진영의 일원이 될 거라고 봤다. 그래서 기술과 자본이 중국에 투자되는 것을 허용했고 그렇게 생산된 중국 상품에 시장을 열어줬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던 중국은 경제강국이 됐다. 하지만 미국인의 기대는 좌절됐다. 경제가 발전하는데도, 무역이 늘어나는데도 중국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반서구적, 전체주의적 성향은 더욱 강고해졌다. 미국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중국 봉쇄에 나섰다. 2012년 오바마의 피봇투아시아(Pivot To Asia)는 그 서막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 화웨이 제재와 같은 기술 분야에서의 중국 제재 등 전방위적 압박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도 물러설 수 없었다. 국내적으로는 중국인이 미국식 자유에 '오염되는 것을 막아내야 했다. 류샤오보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라 더욱 사상의 고삐를 조일 필요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봉쇄와 견제에 맞서야 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 맞서 중국의 세계, 비서구 적 문명의 연합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세력확장에 나섰다. 그것이 일대일로다. 그동안 넘치게 번 달러를 풀어서 돈이 궁한 나라들을 세력권에 포섭하는 정책이다.

- 데이빗 피클링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사업과 더불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소련의 몰락을 재촉한 1970년대 시베리아 자원 개발을 닮았다고 지적한다. 그가 인용한 근거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로버트 앨런 교수의 '소련 경제의 부상과 몰락'이라는 논문이다. 소련 몰락의 원인은 생산성의 하락인데, 시베리아 자원개발이 소련 경제의 생산성 하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베리아는 개발해 봐야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투자를 계속한 것이 투자생산성 추락을 재촉했다. 시베리아 개발이라는 무모한 투자가 소련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부대개발 및 일대일로라는 이름 으로 진행되어 온 낙후지역 투자 역시 수익성 또는 생산성이 매우 낮은데도 중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투자를 강행해왔다. 이는 결국 수렁이 돼 중국 경제를 빨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인도는 미중 분쟁, 디커플링이라는 좋은 기회를 왜 살리지 못하 고 있을까? 사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사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나라다. 규제가 심해서 사업 허가를 받기도 어렵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노동규제가 워낙 심해서 노동자의 생산성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거래 관계에서 계약을 안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입관세도 매우 높다. WTO에 따르면 평균관세율이 13.8퍼센트 정도인데 최고 관세율(bound rate)은 48.5퍼센트까지 가능하다. 모디 총리는 나름 개혁정책을 시도해 왔다. 규제를 풀어 경제활동의 자유를 늘렸고 그 덕분에 지표상으로는 사업 환경이 좋아진 것. 

- 월드뱅크 사업환경 지수에서 인도는 2015년 142위였는데 2020년엔 63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체감하는 환경이 정말 그렇게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규 제 완화는 주로 내국 기업, 영세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외국 제품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이고 국산품 구입을 장려하는 정책 을 펼쳤다. 전형적인 보호주의 정책이다. 2016년부터 인도에 투자한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갑작스러운 해외 기업 규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인도의 사업 환경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중국을 이기고 세계 공장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메이드인 인디아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품질이 좋고 가격은 싸야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인도 국민과 인도 기업에게 수입품보다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인도 제품과 부품을 구입하라고 강요 하고 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다. 국산품 강요 정책은 단기에 국내 생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결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낮춰 국내 산업을 낙후된 상태로 가두어 버린다. 경제원리가 그러한데도 인도 국민 대다수가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니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노동력을 가지고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큰 이유다. 인도는 원래 자국 상품 보호주의가 매우 강한 나라였다. 간디가 독립운동을 이끌 때 주요 수단이 국산품 애용이었다. 영국제 옷감말고 직접 옷감을 지어 입자는 주장이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부분 이었다. 그 전통과 정신이 독립 이후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 오랜 기간 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속했다. 정치는 민주주의였지만 경제는 사회주의였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연평균 7퍼센트의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인도는 3퍼센트 남짓의 성장을 이루는 데에 머문 큰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다가 1991년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고 IMF 요구대로 경제 자유화를 하게 됐다. 그 결과 상당히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왔다. 2014년 모디총리의 집권 이후 나름의 경제 자유화 덕분에 성장률은 7퍼센트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외국에 대해 장벽을 높이 는 보호주의 정책 탓에 발전의 한계에 부닥쳐 있다. 

-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돈이 풀리는 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반면 개도국, 저소득국은 돈도 많이 풀지 않았는데 물가가 오른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본 유출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개도국에서 자본이 대량 유출되었음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 있다. 경제가 불안하니까 투자자들이 개도국에서 돈을 빼 안전한 선진국으로 옮긴 것이다. 그 결과 환율이 치솟고 수입 물가가 오르게 된다. 수입 물가가 오르니 국내 물가도 오른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소비자도 예상하니까 물건을 사재기 하고, 물가는 더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 에서 돈까지 많이 풀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터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화폐의 유통 속도인데, 일반 소비에 필요한 돈은 잘 안 돌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잘 안 오르고 있다. 그러나 돈은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또 베네수엘라나 이란, 최근의 터키처럼 국가의 수준이 떨어지면 대한민국도 개도국 취급을 받게 되고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면 그 나라들처럼 물가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을 마구 찍어내면 언젠가는 물가가 치솟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불안감 탓에 돈을 안 쓰다 보니 잠잠한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으면 잠자던 돈이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늦을 것이다.

- 많은 나라가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일반적인 과정을 한번 정리해보자. 발단은 늘 포퓰리즘 정권 또는 사회주의 정권이 노동자와 빈민에게 선심을 베풀면서 출발한다. 덕분에 당장은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의 삶도 질이 높아진다. 하지만 곧 한정된 재원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마구 베풀다 보니 돈이 모자라기 마련이고 돈 을 찍어내고 빚을 얻어 충당하게 된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이 떨어지니 임금도 오르는 고리가 형성된다. 이 문제를 해결 하겠다며 우파 정권이 등장해 긴축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정부가 베푸는 공짜 돈에 길들여진 국민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포퓰리스트 정책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시 포퓰리스트 정권에 표를 몰아주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이 같은 악순환이 70여 년을 되풀이해 왔다.

- 달러 가치가 오를 것이 예상되면 금값은 떨어진다. 달러 가치가 내릴 것 같으면 금값은 오른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를 하면 달러 공급이 많은 것이니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금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등 돈 줄을 조일 경우 달러 가치는 오르고 금값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18년 이후에는 그 전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가치와 금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회색이 상승하는데 붉은색 선도 같이 상승한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데 금값도 같이 올랐다. 자금시장에서 위험 심리가 높아진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달러와 금은 모두 안전자산이다. 따라서 자금 시장에서의 위험 심리가 높아지면 달러와 금 모두 값이 오르게 된다.

- 현재 사용 중인 미국 달러는 1914년에 등장했다. 미합중국이 세 워진 것은 1776년이지만 한동안 나라의 돈이 따로 없어 은행마다 따로 돈을 발행했다. 화폐조차 민간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했고 결국 1913년에 지금 알고 있는 연방준비위원회, 즉 미국의 중앙은행을 설립했다. 다음해인 1914년 달러를 발행하고 다른 돈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지금의 달러가 생겨났다. 미국 달러가 탄생하던 당시 미국은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불모지에 세워진 식민지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서 모국인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 작되었지만 미국은 그것을 대기업 체제, 대량생산 체제로 키워서 대중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교역 규모 역시 미국이 1위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로 통용된 것은 미국 달러 가 아니라 영국의 파운드화였다. 미국 달러는 국제통화가 아니라 그저 국내통화에 불과했다. 

- 러시아는 왜 감산에 반대했던 걸까? 미국 때문이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스네프의 세친 회장은 푸틴의 참모이자 후원자다. 이 사람은 오래 전부터 사우디 주도의 감산 합의에 반대했다. 감산해서 가격을 올려 놓으면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 좋은 일만 시킨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기는 하다.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들은 사우디, 러시아 같은 산유국의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 산해서 가격을 올려 놓으면 미국 셰일업자는 높아진 값에 생산량을 더욱 끌어올린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산유국이 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러시아의 세친 회장은 그 꼴을 볼 수 없었다. 

- 국제 유가가 2016년 2월에는 37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셰일오일 업자의 평균 생산비가 90달러 정도였는데, 국제 유가가 30달러대 로 떨어지다 보니 많은 셰일오일 업자들이 파산했다. 하지만 일부 셰일업자는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했고, 셰일오일의 생산비는 90달 러대에서 40달러대로 낮출 수 있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산유량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사우디는 미국의 셰일업자들을 다 파산시키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는 일이다. 자신들의 약점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 예산이 대부분 석유 판매 수입에서 나온다. 국제 유가가 84달러는 돼야 균형재정이 된다고 한다. 유가가 내리면 당연히 적자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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