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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화해와 협력 공존의 청사진 본문

세계정세/일본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화해와 협력 공존의 청사진

천아1234 2021. 8. 14. 19:37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분단과 갈등의 오랜 20세기를 끝내고
평화와 통일의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라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강상중은 자기 삶의 한가운데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새겨놓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라는 정체성과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그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 위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는 이 경계 위에 서서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그 주변국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그 속에서 벌어진 갈등과 평화를 위한 시도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 한반도와 일본을 둘러싼 갈등을 끝낼 방법은 한반도 분단 체제를 해체하는 길뿐임을 확인했다.
강상중은 이 책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인 외교 협상과 그 결과인 합의·조약들을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주변국이 만들어온 협력의 조류가 마침내 한 방향으로 합쳐져 흐르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세이미지

목차

들어가며 4

1장. 전환의 위기
위기는 기회다 13
적대에서 타협과 협력으로 15
차갑게 식은 한일 관계 18
두 나라의 관계를 보는 세 가지 관점 21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충돌 24
한반도의 오랜 20세기 25
이 책의 구성 27
2장.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요구 33
1994년: 위기의 시작, 파멸의 갈림길 36
「제네바합의」와 갑작스러운 죽음 40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41
‘북한 조기 붕괴’ 시나리오 45
잃어버린 기회 47
북한의 변화와 김대중의 햇볕정책 49
북미 국교 정상화에 다가간 2000년 51
흔들리는 미국과 흔들림 없는 북한 53
3장. 남북 화합과 ‘역코스’의 30년
문재인 정권의 역사적 필연성 57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라는 선행 모델 59
한미일의 동상이몽 61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중요성 62
김영삼 정권의 뒷걸음질 63
우호적 한일 관계 65
김대중이 빚어낸 통일 프로세스 67
유포리아로부터의 암전 70
고이즈미 방북의 배경 71
업그레이드 된 「조일 평양선언」 72
잃어버린 주도권 73
2차 핵 위기와 강경 노선의 실패 75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핵심 76
그림의 떡이 된 세 번째 기회 78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80
30년 동안 변한 것 82
4장. 전후 최악의 한일 관계
탈아입구와 순치보거 85
한일 관계의 네 가지 한계 87
애매모호한 합의 95
유상·무상 5억 달러와 무역 흑자 99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101
희망에서 갈등으로 102
미국이 불을 지핀 ‘역사전쟁’ 104
어지러운 일본 정치와 간 담화 106
이명박이 밟은 지뢰 107
역사의 귀태 109
「위안부합의」의 내막 111
강제징용 문제의 역사적 단층 113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 115
지소미아 파기의 진의 117
급증하는 한국의 국방비 118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120
내셔널리즘의 행방 123
김대중과 문재인의 차이 125
문재인의 지지율 126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127
5장. 코리안 엔드게임
엔드게임 133
남북 통일을 향한 역사의 나선형 계단 134
김정은은 북한의 무엇을 바꾸었는가 138
2017년의 위기 140
문재인의 ‘베를린 구상’과 북한의 비난 142
평창올림픽이라는 전환점 143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145
「판문점선언」과 첫 북미 정상회담의 의의 147
이상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149
트럼프의 재선을 기다리는 북한 151
군사적 옵션의 비현실성 154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 155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하는가 158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하여 159
한국의 한계와 일본의 가능성 161
남북한의 통일은 일본에게 위협인가 163
새로운 세력 균형, 새로운 기회 164
한반도를 둘러싼 긴 여정 165
6장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169
적대적 교리로부터의 자유 172
양자간/다자간 교섭과 일본의 역할 174
마치며 181
옮긴이의 말 185
부록 189

책 속으로

1994년: 위기의 시작, 파멸의 갈림길
북한이 돌연 방침을 바꿔 핵 개발에 착수한 것은 냉전 종식의 움직임과 겹쳐진다. 이것이 핵 위기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를 초래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는 가운데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 재건이라는 두 측면에서 궁지에 몰렸다. 가장 큰 계기는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 그 결과로 대통령이 된 노태우가 펼친 적극적인 외교였다. 한국은 북한의 뒷배인 소련은 물론 중국과도 국교를 체결했다. 이로써 북한이 소련의 핵우산 아래에서 누리던 안전보장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원조에 기대고 있던 경제 또한 괴멸 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동구의 공산당 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북한의 고립은 한층 더 깊어졌다. _36쪽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북한이라는 국가를 설명하는 말 가운데 ‘유격대국가’가 있다. 만주에서 항일 유격 전쟁의 전사로 활약했다는 김일성의 청년기는 북한의 건국 신화가 되었다. 빨치산의 행동 원리를 국가의 핵심 이념으로 삼은 북한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일 유격대처럼 싸우자”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전 국민에게 “우리 유격대원들의 유일한 사령관인 수령을 따르라”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한국전쟁을 거쳐 항시 전쟁을 준비하는 병영 국가로 변모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일성 사후 1990년대 중반의 경제 붕괴와 식량 위기를 겪으며 북한은 최고사령관 김정일과 군대가 국가와 당을 관리·대행하는 ‘선군정치’ 이념을 만들어냈다. 와다 하루키의 말처럼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정규군국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_42~43쪽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오바마 정권은 동북아의 혼란에 ‘전략적 인내’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실제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의 기본 입장은 다국간주의多國間主義인데, 이것은 미국과의 양자 교섭에 집착하는 북한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바마 정권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연계하여 북한에 대응하고 중국에도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앞서 말한 사정 때문에 대북 관여 정책을 취할 수 없었다. 상황은 그저 악화될 뿐이었다. _81쪽
애매모호한 합의
「한일 기본조약」은 해석을 둘러싼 깊은 골을 내포하고 있었다. 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미(일본어로는 もはや)’라는 단어는 양국의 의견 대립을 애매하게 마무리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미 무효’에 대한 양측의 해석은 달랐다. 한국은 ‘1910년의 「한일 병합조약」은 일본이 힘을 배경으로 한국의 주권을 짓밟고 맺은 것으로 체결 단계부터 불법’, 즉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한일 병합조약」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일본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서로 다른 두 시각은 지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_97~98쪽
「위안부합의」의 내막
한국 국민이 「위안부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위안부합의」의 이행에 제동을 걸었다. 「위안부합의」는 정부 간의 공식 결정 사항이다. 때문에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은 ‘한일 합의 재교섭’이라는 공약
을 실행할 수 없었지만, 이 합의의 결과로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11월에 해산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이 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한일 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_112쪽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이란 사실상 ‘백지상태’의 주변국일 것이다. 그는 굳이 반일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지일知日’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문재인 개인의 특징이라기보다 한국 정계의 세대교체로 인한 필연적 결과이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실은 일본 정계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한일의 갈등은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원한을 실감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 간의 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_121쪽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한일 기본조약」이든 2015년의 「위안부합의」든 정부 간의 결정을 준수하는 것이 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조약의 기본 이념과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대와 함께 발전을 이루어 보다 바람직한 모습에 근접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의 근간에 놓인 것은 ‘개인 청구권’에 대한 해석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역사의 용광로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이다. (…)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도 독일의 빛과 그림자를 똑똑히 주시하면서 끈질기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감정에 발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 기본조약」의 상호 준수가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타협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_128~129쪽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일본이 남북 화합을 위해 앞장서 달려가는 한국을 의심하고, 한국은 일본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양국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이며 국력이 더 큰 일본이 온 국민의 비원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국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 (…)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이 일시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교란 기본적으로 타협의 게임이
다. 따라서 여론만 따르는 정책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_146쪽
남북한의 통일은 일본에게 위협인가
일본에서는 남북이 통일되면 문재인 정권이 한미일의 안전보장 체제에서 이탈하여 중국과 가까워지려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남북한이 가까워지면 두 나라가 함께 일본을 압박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크다. 또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여 힘의 공백이 생기고, 이를 틈타 북한과 중국이 세력을 넓힐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있다. 한반도 허리에 고착되었던 휴전선이 대한해협까지 남하하여 일본의 안보를 흔들 것이라는 걱정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북한이 주고받은 여러 합의의 내용을 이해한다면 이와 같은 ‘통일 위협론’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_163쪽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초강대국들 간의 파워게임은 이들이 서로 견제하는 지정학적 요충으로서의 한반도에,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냉전의 승자를 자인하는 미국과 신흥 대국 중국 사이에는, 냉전 시절과 같은 각자의 세력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면서 초강대국의 ‘뒷마당’에는 원칙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적대적 상호 의존의 룰’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자본주의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기껏해야 ‘반半중심’적인 위치밖에 점하지 못했던 구소련과 달리 중심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을 봉쇄하려면 미국도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 그렇다면 더 이상 중국의 손실이 미국의 이익이며 미국의 손실이 중국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게임 같은 냉전형 패권 경쟁으로는
세계의 질서를 안정시킬 수 없다. 새로 등장한 이 패턴은 남북 관계에도, 또 한일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_170~172쪽

출판사 서평

[출간 의의]
“역사는 결코 비약하지 않는다”
정치학자 강상중의 한반도 평화론
“냉전 종식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본다면 똑같은 원을 그리는 운동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리를 옮겨 옆에서 바라보면 그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의 공존과 통일,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 _135쪽
2018년 4월 27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뒤,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까지 급진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몇 차례 열리고 한반도의 허리에 길게 펼쳐진 비무장지대의 군사 초소를 철거하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이 점차 현실감을 얻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뒤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북핵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별안간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 관리 화이트국 우대 조치에서 제외했다. 이후 한국은 일본과 무역 및 군사 협력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갈등했고, 미국과 공조하여 해법을 찾던 북핵 문제에서는 수렁에 빠졌으며,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덮치며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은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1972년의 「7·4 남북 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 남북 공동선언」 등을 비롯하여 남과 북은 수차례나 평화와 통일을 약속하며 손을 마주잡았지만, 그 약속들은 이내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거짓말쟁이이며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앞에서는 평화를 약속하고,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같은 불신이 점점 커졌다. 어쩌면 2018~19년의 상황도 이전과 같은 해프닝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에서 강상중은 이 익숙한 후퇴를 다르게 해석한다.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은 남북 갈등과 한반도의 위기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착실히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평화와 통일은 어느 한순간 휘몰아치듯 찾아오지 않으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강상중은 ‘역사는 결코 비약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세우고, 그 아래에서 남과 북이, 그리고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의 주변국이 함께 만들어온 화해와 협력(때로는 적대와 갈등)의 시도들을 정리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라”
북핵 문제의 원인과 해법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로 나올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발표한 1994년과 「조미 공동성명」을 발표한 2000년이다. 두 번 모두 양국은 국교를 맺고 평화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1994년의 약속은 김일성의 사망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했고, 2000년의 약속은 미국의 정권 교체(민주당 클린턴 정부에서 공화당 부시 정부로)로 인해 뒤집어졌다. ‘북한은 정세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다’라는 오판이 그동안 쌓아온 평화의 시도를 무산시켰다. 이어진 제재 국면에서 북한은 생존을 위해 더욱 맹렬하게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쏟았고, 결국 2017년 11월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
강상중은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의 기원을 냉전하에 형성된 한반도 분단 체제에서 찾는다. 그리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질서, 즉 종전 평화 체제가 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갈등 해결의 모델로 김대중의 햇볕정책과, 남북한과 주변 4대국이 참여한 6자회담, 그리고 독일 통일의 예 등을 차례로 제시한다. 남북한과 전 세계가 이미 거쳐 온 과정 속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비관 속에서 낙관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고 말하며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한다.
실력 행사와 공갈, 일방적 압력과 강압적 봉쇄는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참화를 초래하는 반면, 교섭과 타협이라는 비군사적 프로세스를 통한 거래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보다 평화적이다. 또한 인적·물적 비용의 측면에서도 후자가 더 타당한 접근법이 아닐까? _150쪽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1991년부터 벌써 30년이 흘렀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부터도 20년이 지났다. 동서 독일의 통일은 유엔 동시 가입 후 17년 만에 흡수합병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한국전쟁이라는 ‘열전’을 겪은 남북한의 통일에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험하고 먼 길이라 해도 걸어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_165쪽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의 ‘평화 운전대’론과 이상한 미국 대통령이 만든 기회
강상중은 지난 30년간 한국이 추진했던 남북 화합의 시도를 한 선으로 연결하면 그 끝에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다고 분석한다. 2017년 5월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열린 선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은 취임 즉시 트럼프를 만나 대북 적대 정책, 전쟁 및 무력 도발, 정권 강제 교체 및 붕괴, 인위적 통일 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얻어냈다. 이후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고, 한국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 미국과 물밑에서 접촉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역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의회의 업무를 방해하고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의 출현은 한반도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전 세계에 보수의 반동을 초래한 것과는 별개로, 그는 역사상 최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난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난 뒤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비핵화를 향한 과정은 지금부터 시작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두고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들끓기도 했지만, 강상중은 직전까지 서로의 핵무기를 자랑하며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던 두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껏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면 우리도 제재를 풀고 체제 유지를 보장하겠다’라는 일괄 타결을 고집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을 향해 ‘먼저 제재를 풀고 체제 유지를 보장해준다면 핵 시설을 동결하고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던 두 나라의 정상이 두 차례나 직접 만나 서로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며, 그를 위해 공동의 노력과 신뢰를 쌓아가기로 했다. 이 약속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애국심 경쟁에 국력을 낭비하지 말라”
한일 관계라는 또 다른 난관
남북, 북미의 협상이 소강상태에 빠진 사이에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일본과 마찰하기 시작했다. 그 발단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확정한 일이다. 이후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와 한국 국민의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그리고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검토 등이 잇달아 벌어졌다. 강상중은 이 흐름을 한일 양국이 그동안 분리해 관리하던 “경제, 안보, 역사의 영역이 한데 뒤섞이며 전면 대립의 양상을 띠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계획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축과 바큇살로 세계에 편입된 두 나라는, 역사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은 채 경제와 문화 분야의 교류, 협력을 늘려왔다. 그러나 양국이 2015년에 맺은 「위안부합의」가 무산되고,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확정 판결까지 나오면서, 역사 문제를 봉인해놓았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과거에 일본이 압도적 경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한국이 그 격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역사 문제보다 경제 발전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양국의 국력 차가 줄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으며, 바로 이 지점이 세 번째 관점인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관련 있다. ‘나는 어느 나라의 국민인가’라는 질문이 주어지면서 역사를 둘러싼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_23~24쪽
강상중은 한국에게 일본은 북한 및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에 빠졌을 때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이 노태우의 북방 외교를 지원하며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지지했던 일과 2000년대 초반에 고이즈미 내각이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며 북미 교섭을 중재했던 일 등을 예로 든다. 그에 비해 아베 신조 내각은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만 고집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일본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켰다고 비판한다.
“더 이상 혐한과 반일에 갇혀 있을 여유가 없다”
21세기를 위한 화해와 협력, 공존의 청사진
강상중은 한일 반목의 한 원인으로, 정치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지목한다. 과거에 두 나라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나 국민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두터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정계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연결 고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양국은 “긴밀한 우호협력의 파트너”이자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설정했던 상호 관계를 격하시키고 갈등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 책은 갈등의 해결을 위해 상호 이해를 확대하고 「한일 기본조약」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이해는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공감과 미래의 공존을 위한 협력을 포괄한다.
되돌아보면 남북 화합을 향해 나아간 한국의 과거 정권은 항상 일본과의 소통에도 외교적 자원과 에너지를 할애했다. 노태우가 주도한 1991년의 남북 화해도 주변국의 협력 없이는 남북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 또한 남북 통일의 프로세스가 주변 나라, 특히 일본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 남북의 공존과 통일은 남북의 내셔널리즘만이 아니라 넓게는 동북아시아 전체의 냉전 종결 및 새로운 질서 구축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웃 나라 일본과의 협력은 한국에도 아주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이다. _125~126쪽
그다음으로 「한일 기본조약」은 숱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초이자 전부라고 덧붙인다. 만약 어느 쪽이든 이를 부정한다면 한일 관계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강상중은 한일 양국이 「한일 기본조약」을 상호 준수하며, 그 위에서 1965년(「한일 기본조약」을 맺은 해이다)과 현재의 차이를 다시 해석하고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가 진정으로 평화와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역사의 용광로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이다. 「청구권협정」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1965년에는 보이지 않던 다양한 문제가 이후에 드러났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간 담화, 혹은 2002년의 「조일 평양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을 비롯하여 일본 정부가 표명해온 사죄의 뜻은 결국 「한일 기본조약」을 맺은 1965년과는 다른 역사의 흐름에 대응한 표현이다. (…) 빛과 그림자를 똑똑히 주시하면서 끈질기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감정에 발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 기본조약」의 상호 준수가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타협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_128~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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