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발췌 - 최윤식,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1/3) 발췌 - 최윤식,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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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처음 세운 베이징 동북쪽 외곽 지역 순이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차 1공장은 중국 전기차 신생 업체인 리샹에 매각되었다. 2021년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점유율은 1.8%까지 하락했다. 2020년보다 23%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내 점유율은 최대 20%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중국 기업에 밀려서 0%대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업종들의 하락도 시작되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수입 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위였지만, 2020년부터 대만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2022년 현재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지 못한 분야는 반도체와 정밀 의료기기, 정밀과학기기 정도다. 미국 시장은 선진국 표준 시장의 역할을 한다. 미국 시장의 포기는 선진국 시장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포기하는 셈이다. 오히려 미래에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성비를 따지는 전기차는 모두 철퇴를 맞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기차 기술과 시장 점유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미국에서 살아남아야 중국에서도 살아남을 발판이 마련된다. 나아가서 미국 내에서 전기차 시장을 포기하면 미국 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 -p.32~33
2022년 9월에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으로 발생했다. 누적 규모도 28조 원을 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시작된 초기 2~3개월은 중국의 봉쇄정책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적자 기간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며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무역 수지가 악화되고 적자 품목 수도 늘어나자, 무역적자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저렴한 조립 · 가공 인프라를 앞세워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동안,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 부품을 공급하는(한국 수출의 75%가 중간재) 최대 국가였다. (...) 중국이 중간재 조달을 한국에 의존하는 비율을 점점 낮추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중간재를 의존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p.30~31
2009년 1월에 있었던 다보스 포럼에서 당시 중국 총리였던 원자바오는 미국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글로벌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지속 불가능한 경제성장 모델에 있다. 미국 정부는 부적절한 거시경제 정책을 고수했고,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돈을 뿌려댔고, 미국 가계는 낮은 저축률과 과소비에 빠졌다. 이런 수준의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더는 미국의 국채를 마음 놓고 사기 어렵다. IMF가 달러 발행국인 미국에 대한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 기회에 달러보다 좀 더 신뢰할 만한 제1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2009년 3월에 당시 중국 인민은행 총재였던 저우샤오촨은 "특별인출권 SDR: Special Drawing Rights이 초국가적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라고 거들었다. -p.51
2016년에 정권을 잡은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협약 탈퇴나 석유산업 증진을 위한 각종 규제 철폐와 지원, 에너지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 등으로 미국과 OPEC 간의 에너지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부근까지 폭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타격은 더욱 극심했다. 물론 미국 셰일 에너지 회사도 200개 넘게 파산했다. (...) 2015년 알제리, 바레인, 리비아, 예멘 등은 정부 예산 균형 유지에 필요한 유가가 배럴당 100~160달러였다. 이들에게 배럴당 30달러 유가는 재앙이었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에서는 60~100달러가 정부 예산 균형에 필요한 유가였다. 제4차 석유전쟁이 시작되자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부채가 전년 대비 4배나 급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도 위험지수인 신용부도스와프 CDS 프리미엄도 높아졌다. 2015년 12월 3일 인도네시아는 226.29bp, 사우디아라비아는 158bp, 바레인은 350.80bp, 카타르는 85.86bp, 아부다비는 84.73bp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네수엘라는 4,132.42bp로 부도 1순위가 되었다. -p.60~61
중동에서 영국 군대가 철수하자, 닉슨 대통령은 중동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미국의 경제 · 군사 ·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을 심산이었다. 1972년 5월에 닉슨 대통령은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적 대리인으로 이란을 선택하고 첨단무기를 제한 없이 판매했다. 하지만 1973년 10월에 제1차 오일쇼크가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1975년 11월에 미국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서 '사우디 · 키신저 밀약'을 맺었다. 밀약의 골자는 이렇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 자본의 정유회사 아람코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중동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약속하는 한편 종주국으로 인정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대가로 국제시장에서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한다." 이른바 페트로달러 시대의 시작이었다. -p.63~64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이 사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구글, 우버, 포드, JP모건 체이스 등 미국의 기업들은 사우디 왕가가 언론의 자유와 인권에 위협을 가한다는 우려를 표하며,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투자이니셔티브' 불참을 선언했다. (...)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11월 대선 토론회에서 카슈끄지 사건을 꺼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국제적으로 왕따 pariah를 하겠다"는 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p.70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CR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개월간 EU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한 금액은 4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가 증가했다. 러시아는 더 대담해졌다. 러시아 루블화로 가스 대금 결제를 거부한 덴마크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 에너지 유럽'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가스 수출을 중단하여 에너지를 무기화했다. (...) 중국이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평균 198만 배럴로 늘어났다. 전쟁 발발 직전에는 하루 평균 60만 배럴이었다. 인도도 전쟁 직전 하루 2만 5천 배럴 수입에서 10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4~5개월이 지난 뒤에도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중해를 통한 유럽으로의 원유 수입이 상당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쟁 직전 하루 평균 125만 배럴이었던 수입 규모가 표면적으로는 45만 배럴로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184만 배럴의 원유가 지중해를 통해 유럽 각지의 정유사들로 들어왔다.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에 비협조적인 튀르키예나 불가리아 등의 나라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서 유럽 각지로 보내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의 경우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전쟁 직전보다 2.5배나 증가했다. -p.76~77
폭염은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리지만 전례 없는 가뭄 위기를 만든다. 물이 부족하면 농사는 물론이고 수력발전 가동률이 떨어진다. 2020년 여름에 유럽 전역에서 수력 발전 생산량이 20% 감소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40%, 44%가 감소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가뭄은 태양광 발전과 원자력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 패널은 기온이 25도를 넘어가면 효율이 떨어진다. 원자력 발전도 냉각수 부족으로 전력 생산에 차질이 커진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전체 원전 56기 중 절반 정도가 물 부족 사태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EU는 전력망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국에 전기가 부족하면 주변국에서 전력을 빌려다 쓴다. (...) 이런 구조에서 한두 나라만 전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EU 전체로 도미노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p.78~79
정치 및 지정학적 위험이 있는 카타르와 알제리, 리비아 등지에서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EU는 서유럽을 통해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천연가스를 유럽 중부까지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03년에 경제성과 탄소 감축 문제로 포기했던 미드캣 Midi-Catalonia 계획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최대 가스 수출국이다. 1996년부터 알제리산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p.82
(2/3) 발췌 - 최윤식,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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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
1969년 3월에 헤이그에서 룩셈부르크 총리였던 피에르 베르너가 유럽 통합 화폐에 대한 구상을 최초로 제안한다. 이론적 토대는 <유럽 화폐 개혁>이라는 논문의 저자로 훗날 유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먼델 교수가 제안했다. 로버트 먼델 교수의 주장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여행자가 100프랑을 가지고 파리에서 출발해 유럽 각국을 여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지나가는 나라마다 화폐를 교환하려면 불편할 뿐 아니라 환전에 드는 비용이 적어도 50프랑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이 연간 수천만 명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화폐 통일에 드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화폐를 단일화하면 매년 이만큼의 비용이 시장에 유통되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p.87~88
러시아에는 다른 무기도 있다. 반도체 소재, 곡물 등 다양하다. 러시아는 네온 가스 등 희귀가스가 전 세계 수출의 30%를 담당한다. 네온 가스는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영구적으로 합병하면 수십조 달러 가치의 에너지 · 광물 · 금속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자원 전체의 3분의 2가 매장된 지역이다. 티타늄과 철광석 세계 최대 매장지다. 리튬과 석탄도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다. -p.109
2022년 6월에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에너지 공격에 대비해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해저운송관을 잠그는 '비상 가스 계획 Emergency Gas Plan'을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자국 내 천연가스 비축량 급감에 대한 대비 훈련이다. 영국이 가스관을 막으면 EU는 이중고에 빠진다. 러시아가 에너지 전쟁을 일으킨 이후로 영국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매일 천연가스 7,500만㎥를 수출하고 있다. 하루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치다. -p.113
2022년 상반기에 EU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유럽 기업들의 중국 철수도 거의 없다. 유럽 전체의 상반기 대중국 수출액도 전년과 비슷하다. 이유는 단 하나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손을 잡는 것이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22년 7월 20일에 있었던 제9차 중국-유럽 고위급 경제대화 자리에서 각국은 금융 분야 쌍방향 개방 진전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 및 보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밀어내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나온 합의다. 미국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결과다. -p.115
2022년 8월 14일에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법안인 '대만정책법안 Taiwan Policy Act of 2000'을 통과시켰다. 당시 미국 상원은 민주당이 1표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법안에는 대만을 NATO의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4년 동안 45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직접 지원하며, 대만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p.141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만 중국 3대 유전을 비롯해 석탄 등 중국 전체 육지 에너지의 34%가량이 매장되어 있다. 중국으로 오는 송유관 대부분이 집결하는 곳이다. 미래산업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수적인 희귀자원도 다량 매장되어 있다. 대만이 미국 및 서구 세력의 힘을 등에 업고 독립에 성공하고,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문제로 중국에 불똥이 튀면, 중국은 3~4개로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조짐만 보여도, 시진핑은 장기집권은 고사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p.144
대서양에서 독일 잠수함 유보트에 고전하던 영국은 새로운 대잠무기를 개발했다. '헤지호그'라고 설정된 좌표에 대잠폭탄 24발을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유탄발사기였다. 1943년 5월에 독일은 유보트 4분의 1을 잃고 북대서양에서 잠수함 작전을 중단했다. 바다를 수복한 영국과 연합군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작전을 펼 수 있게 되었다. -p.194
표적을 향해 해저로 1만 km를 이동하고,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6천 배에 달하는 폭발력이 있는 핵추진, 핵무장 어뢰 '포세이돈'을 보유하게 되었다. 과거 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이런 공식을 깨뜨렸다. '둠스데이'라는 별명을 가진 핵 어뢰 포세이돈은 잠수함에 탑재된 공격용 핵미사일이다. 포세이돈은 길이 20m, 높이 2m로 현존하는 어뢰 중 가장 크다. (...) 수중에서 핵폭발을 하면 500m 높이의 '방사능이 가득한 인공 쓰나미'가 일어나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 전체가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된다. (...) 더 무서운 것은 세계 최대이자 최강 잠수함인 러시아 최첨단 스텔스 핵잠수함 K-329 '벨고로드 Belgorod'가 포세이돈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 벨고로드는 최대 120일간 연속으로 심해 작전이 가능하고, 포세이돈을 최대 6~8기 탑재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선원들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서 무기한 수중 작전을 펼 수 있다. (...) 미국 군사전문가이자 <Putin's playbook> 저자인 레베카 코플러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과거에도 수차례나 미국 영해를 들키지 않고 진입한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p.199~201
북한의 암수도 미국의 걱정거리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봉쇄선을 뚫으려고 진입할 때,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앞바다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대만해협으로 출동하는 주한 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해, 북한이 연평도 등에 포격을 하는 방법 등으로 국지전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대만과 한반도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p.202
미국의 럿거스대학교 환경과학과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핵전쟁을 하면 전 세계 인구 중 50억 명 이상이 사망한다. 핵폭발로 최대 3억 6천만 명이 사망하고, 핵폭발로 발생하는 1억 5천만 톤의 그을음과 먼지가 성층권을 덮으면서 기후변화 위기가 심화되어 3~4년간 세계 식량 생산량의 90% 정도가 감소할 것이고 이 때문에 기아로 53억 4,1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p.207
우크라이나를침공한 러시아에 미국과 유럽이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서방 기업이 철수하자, 중국산 자동차, 스마트폰, 백색가전이 그 빈틈을 모조리 점령했다. 심지어 금융 부문도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미국이 러시아를 SWIFT에서 쫓아내자, 러시아는 자국 국부펀드가 중국 · 인도 · 튀르키예의 통화에 투자할 수 있게 규정을 개정했다. 당연히 최고 수혜자는 중국이다. -p.221
(3/3) 발췌 - 최윤식,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 발췌 -
바이든 행정부는 화석연료 기업에 연방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연방 소유 토지에서 신규 시추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추가로 강한 규제를 하기에는 2024년 대선에 대한 부담이 크다. 미국 석유산업의 몰락은 국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오일벨트 지역은 대통령을 결정하는 스윙보트 중 하나다. 미국 석유연구소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은 미국 GDP와 고용의 각각 7.6%, 5.6%를 차지한다. 셰일 채굴의 손익분기점은 평균 45달러 내외까지 하락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럴당 25~50달러 정도로 낮아졌다. -p.312
중국사회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시위 횟수는 2006년에 6만 건, 2007년에 8만 건, 2008년에 12만 7천 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그 이후에는 추가 발표가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2012년 9월에 일본의 언론사가 중국 정부 내부 보고서를 입수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중국 내에서 빈부 격차, 관료부패, 환경오염, 강제 철거, 임금 체불 등으로 일어난 집단 시위는 18만 건을 넘었다. 하루 평균 500건을 넘는 수치다. (...) 시진핑이 3연임을 강행하자, 새로운 시위 목적도 생겨났다. 독재 반대다. -p.265
2022년 9월 21일에 쓰촨성 쯔궁시에서 '십호장 十戶長'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십호장은 10가구당 1명씩 관리자를 뽑아 전체 주민을 밀착 감시하는 제도다. 마치 북한의 '오호담당제'와 같다. 북한은 5가구당 1명의 5호 담당 선전원을 배치하여 당적 지도라는 명목으로 5가구의 가족생활 전반을 간섭, 통제, 감시한다. (...) 중국은 2022년 12월에 윈난성 쿤밍시, 저장성 원저우시에서 십호장 제도를 실시했다. -p.273~274
격세간택을 하면 정치 보복이 쉽지 않다. 동시에 3개 파벌을 골고루 육성하여 정치체제에 견제와 균형을 꾀했다. 공청단파, 태자당파, 상하이방파다. 공청단파는 1922년에 중국사회주의청년단으로 출발했고 중국 공산 혁명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최대 파벌이다. 후진타오가 대표적 인물이다. 태자당파는 공산 혁명을 주도한 세대의 자녀들이 주축을 이룬다. 시진핑이 대표 인물이다. 상하이방파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이념보다는 경제를 중시하는 파벌이다. 상하이에서 시장, 당 총서기를 지냈던 장쩌민 주석의 후광으로 급성장했다. 덩샤오핑은 3개 파벌이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각각 3명씩 차지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 파벌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주석 자리를 비롯한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권력 암투와 숙청을 반복했다. -p.283
그 당시 미국의 분석으로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소련은 연간 10억 달러의 추가적인 수입을 얻었다. 반대로 유가가 1달러 하락하면 최소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은 국제 유가를 하락시키면 소련의 외화 보유액이 급감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언론들이 소련의 국가 채무상환 위험, 즉 소버린 리스크 Sovereign Risk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로 지원사격을 해주면 소련 경제에 일시적인 신용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련의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 국제사회 전체가 소련에 대한 여신 제공을 꺼리게 되어 소련의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략이었다. (...) 소련의 채권 금리를 대폭 올려서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장기 채권보다는 단기 채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경제전쟁의 전략도 담고 있었다. (...) 'NSDD-66'에 서명을 한 (*레이건) 미국 정부는 당시 OPEC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 유가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p.306~307
10년이 넘게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도 미국 달러의 결제 비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2022년 SWIFT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달러는 39.92%이지만, 위안화 결제 비율은 3.20%에 불과하다. 참고로 유로화는 35.56%, 영국 파운드화는 6.30%, 일본 엔화는 2.79다. -p.335~336
2020년에 미국의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1.2%로 독일과 일본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총규모는 독일과 일본을 압도한다. 독일과는 3배 차이가 난다. 독일과는 3배 차이가 난다. 2020년 기준으로는 중국이 미국보다 총규모가 1.7배 높다. 미국이 중국에 제조업 총생산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아직도 2억 3천만 달러를 넘는다. 2020년 한국 전체 GDP(1조 6천억 달러)의 1.43배다. 한국 제조업 총규모(406억 달러)보다 총 5.8배 크다. (...) 첨단 및 미래형 산업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다. 미국 기업의 수준도 높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 회사를 필두로, 전기전자업계에서 부동의 글로벌 강자인 1위인 GE, 혁신의 대명사 IBM,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이 즐비하다. 석유업계에서는 엑손모빌이 1~2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고, US스틸은 철강산업에서, 듀폰은 화학산업에서, 보잉은 항공기산업에서 세계 1위다. 전체 제조업에서 중화학 공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51%로 일본보다 높다. (...) 미국은 선진화된 경영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생산성, 지속적인 기술 혁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적, 물적 자원과 금융 자본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제조업은 이런 튼튼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 -p.374~375
강한 나라들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전략적) 관용을 꼽았다. 이들의 몰락은 관용을 잃어버린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평가했다. 에이미 추아는 관용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성장과 몰락의 핵심 요인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 사회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려면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고 세계에서 손꼽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은 아케메니스 왕조의 페르시아제국으로부터 대몽골제국, 그리고 대영제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존재했던 모든 초강대국이 해온 일들이다. (...)" -p.378
2022년 5월 30일에 EU가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육로 송유관 수입 제재에는 실패했다.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전체 에너지의 35%가 육로를 통한다.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전면 수입 금수조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전체 석유의 86%를 러시아 육로 송유관으로 수입한다. 체코(97%)와 슬로바키아(100%)는 헝가리보다 수입 비율이 높다. 이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EU가 보전해 주기를 요구한다. 독일이 이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수입대금을 루블화로 받기 시작하자, 2022년 중반에는 루블화 가치가 35%나 상승했다. 현재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통화 가치가 폭등하자 20%p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도 9.5%까지 인하했다. -p.407~408
러시아가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높이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데 필요한 중요 거점 국이다. 중국 기업 5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NATO나 EU에 가입하지 않고, 러시아의 완전한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p.426~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