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ICT와 미래(ICT and Future) 티스토리 블로그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경고가 현실이 된 2020년…기후변화의 위협으로 본문

카테고리 없음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경고가 현실이 된 2020년…기후변화의 위협으로

천아1234 2022. 6. 9. 18:16
KBS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소년 아이캔의 우주 대모험을 그린다. 과학자 헨리 경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 마라마왕과 데몬마왕에게 제거당하고, 로봇들이 그의 또다른 유산인 하드론 전지의 힘을 이용해 우주 정복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아이캔이 예나를 비롯한 피억압자들과 저항에 나서 승리한다.
KBS에서도 2020년을 맞아 1월1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2020년의 첫 날도 특별할 것 없이 시작됐다. 삼각산이 더덩실 춤을 추지도 않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치는 일도 없이 일상은 어제와 같이 이어진다. 그래도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면 이 만화 때문일 것이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 1989년 KBS에서 방영된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만화다. 으레 ‘어린이용’으로 여기는 편견을 깨고 기계문명의 폐해 등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리면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온라인 상에선 “마침내 원더키디의 2020년이 다가왔느냐”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21세기는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막연한 무엇이었다.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대 / 우리는 로켓트 타고 멀리 저 별사이로 날으리 /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원더키디에 7년 앞서 가수 민해경은 ‘싸바싸바’ 경쾌한 코러스와 함께 낙관적인 미래를 노래했다. 모든 꿈이 이뤄지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실제 다다른 2000년대는 원더키디가 경고한 비관적인 미래에 가까웠다. 인간의 욕망이 부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전쟁과 폭력 등 파국적 현실이다. 인류 존망 자체가 위태로운 ‘배드 엔딩’에서 벗어날 길은 있을까.

■1989년에 바라본 2020년은

“2000년대가 개막되면서 지구에는 첨단 과학시대가 활짝 열렸으나 인구 폭발, 자연 자원의 소진, 공해 등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우주 탐사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서기 2020년 어느날 지구의 우주개발사령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은 새로운 별을 찾아나선 인류 앞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었습니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는 부서진 우주선 내부에서 시작한다. 1화 제목은 ‘우주 대사건’. 인류는 인구 증가, 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 탐사에 나선다. 태양계 너머에서 UPO라는 미지의 행성이 발견되지만, 근처로 향하는 우주선마다 조난을 당한다. 만화 첫 장면이 주인공의 아버지가 탄 ‘독수리호’가 미지의 행성에서 조난되는 부분이다.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들은 13살 소년 아이캔(I can)이 수색대에 편입되면서 우주 대모험이 펼쳐진다.

왜 2020년이었을까. <2020 우주의 원더키디>, <은비까비>를 만든 1세대 애니메이션 감독 김대중씨는 2017년 9월 별세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는 셈이다. KBS에서도 과거 이 작품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은 퇴직했다고 전해왔다. 수소문 끝에 당시 제작프로듀서로 작품 전반에 관여한 김영두 동우 애니메이션 대표와 연락이 닿았다.

“사실 2020년 자체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눈에 확 들어오잖아요. 당시 일본만화라든지 제목에 연도를 쓰는 게 트렌드이긴 했습니다. 다만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설정한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100년 뒤는 남 일이지만, 30~40년 뒤는 내 일이 되는 거 잖아요. 현재와 닿아있는 모험이야기가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한 거죠.”

88올림픽 개최로 내셔널리즘 열기가 충만했던 1980년대. <2020 우주의 원더키디>는 국가적 기획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올림픽 열면 사람들도 많이 올텐데 일본만화만 틀면 부끄럽지 않냐”는 분위기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총대를 맸다. <아기공룡 둘리>,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 등 정부의 정책적 장려로 만들어진 작품들에 이어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총결집한 작품이 <2020 우주의 원더키디>였다는 것이다. 제작비로 거금 10억1000만원을 들였다. 김 대표는 “당시 최고로 꼽히던 세영동화의 김대중 감독이 총지휘를 맡아서 본인이 120분짜리 극장용으로 기획했던 것을 24분짜리 13회 애니메이션으로 쪼개 제작하게 됐다”며 “각 회차들도 잘한다던 감독들이 1회씩 맡았다. 일종의 드림팀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에니메이션 업체들은 미국, 일본에서 하청을 받아 일했다. 기획력은 부족했지만, 두 나라 애니메이션의 장단점과 최신 유행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 한 편에 들어가는 매수가 미국은 1만2500매여서 화면 전환이 부드럽지만 제작비가 많이 들었고, 일본은 3500매가 들어가 움직임은 딱딱했지만 그림이 정교했다”면서 “원더키디는 두 나라의 좋은 점을 취하고 매수도 중간 정도로 맞춰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30년의 세월을 감안해도 작화의 전환과 색감, 연출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유명 성우들이 세영동화에 새로 만든 녹음스튜디오에 모여 더빙을 했고, 주제가도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소방차’가 불렀다. 작품의 기초 설정도 ‘아폴로 박사’로 유명했던 천문학자 조경철의 자문을 거쳤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평론가 송락현 프로듀서는 “당시 하청에서 벗어나 잡지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과도기를 거쳐 아예 창작을 하기로 하면서 <2020 우주의 원더키디>가 기획됐다”며 “꿈과 희망을 주는 애니메이션 장르에 가장 어울리는 SF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업체들은 미국에서 인기를 끈 <트랜스포머>, 일본의 <애꾸눈 선장 하록> 등의 하청에 참여해 많은 경험을 쌓은 상태였다. 송 프로듀서는 “작품성을 위한 작품을 목표로 하면서 흔한 명랑만화가 아닌 ‘하드 SF’에 가까운 어두운 소재를 택하고, 근미래 우주에서 문명충돌까지 다뤘다”면서 “그 시절 일본 못지 않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사람들이 <2020 우주의 원더키디>를 여전히 기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는 1989년 10월6일부터 KBS 2TV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6시20분 전파를 탔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을까. 방영 당시 어린이들은 ‘어렵다’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고, 시청률도 기대만큼 높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인공이 빨강머리인데다, 이름도 국적불명이라는 점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받기도 했다. “어린이용 방송프로그램에도 ‘원더키디’나 ‘스타’ 등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등장한다면, 이는 아직 가치관이나 판단력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막연한 외제 선호와 우리의 언어·문화 경시풍조를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경향신문 1989년 12월21일자, 독자의 소리). 하지만 작품 자체는 프랑스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진출해 호평받고, 1992년에는 일본에 수출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제작 환경이나, 사회분위기 속에서나 여러모로 ‘갑툭튀’였던 셈이다.

한 가지 궁금증. 아이캔은 매회 아버지를 구하려다 실패한다. 그때마다 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아빠!!!’를 외치며 막무가내로 돌진한다. 김 대표가 알려준 이유는 생각보다 허무했다. “김대중 감독님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셨어요. 그래서 그렇게 아버지를(웃음). 전반적으로 주인공이 꿈을 찾고 정의를 이룩하는 이야기로 봐야지요.”

■2020년 원디키디의 외침

<2020 우주의 원더키디>에선 아이캔이 최종 보스 마라마왕을 물리치고 아버지도 찾으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항구적 행복이 될 수 없다. 당대에는 미처 몰랐겠지만, 만화는 2020년 오늘날 그대로 들어맞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죽이고 우주 정복에 나선다든지,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악용되고 마는 하드론전지에 대한 묘사 등은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만화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만화 속 지구는 오늘날 기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높아졌다. 이 정도로도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을 만들어낸다. 슈퍼 태풍 등 이상 기상 현상에 폭설이나 홍수, 가뭄이 잦아진다. 또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와 섬들이 물에 잠기고, 육지가 황폐화되면서 거주 가능 지역이 크게 좁아진다. 한국에서도 2018년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기후변화의 위협을 체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망은 어둡다. 2015년 파리협정에선 세계 각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이 이를 탈퇴하면서 전 지구적 단일대오도 흐트러진 상황이다.

만화에선 위기의 해법으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나선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인류가 언젠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 테스(TESS) 등이 지금까지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명체가 사는 외계행성은 발견된 적이 없다. 화성을 꾸준히 따뜻한 행성으로 개조하는 ‘테라 포밍(Terraforming)’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인간이 거주할 정도가 되려면 수십만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당장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지금 살고 있는 지구를 아끼는 것밖에는 인류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도 결국 기술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만들어낸 위기를 또 다른 기술로 덮으려는 시도는 인간의 ‘오만’이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실에서 지구 생태위기 상황에 대한 실질적 규제나 대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또다른 환경산업의 성장 이윤을 만들어내려 하거나 첨단공학적 해법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과학기술의 능력을 과도하게 믿는 근시안적 논의는 지구를 새롭게 제어하려는 인간 문명 능력의 기회로 본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공학을 통한 국부수술식 위기 탈출 해법은 지구 기후나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환경 재앙을 불러울 수 있어 무모하다”면서 “특히 핵발전이나 다른 친환경 사업들도 그것을 유지관리하고 폐기하는데 소요되는 생태 위험과 비용을 외면하면서 반생태적 효과를 은폐한다”고 덧붙였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에선 아이캔과 예나 두 원더키디가 세상을 구한다. 실제 2020년의 원더키디는 기후위기를 절박하게 경고하는 청소년들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 앞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그레타 툰베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기후변화 위협은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상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도의 빙하’ 인도네시아 푼착 자야의 빙하는 최근 10년새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은 2018년 12월 발생한 홍수로 물에 잠겼고, 지난해도 최악의 홍수로 도시의 80%가 침수됐다. 지구 반대편에선 비가 내리지 않는다. 2011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그라프 레이넷의 댐이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붙은 모습이다. 2019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와인 산지 소노마카운티에선 산불 ‘킨케이드 파이어’가 발생해 서울 절반 면적을 태우고, 피해액은 100억달러가 넘었다.(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AFP·AP·로이터연합뉴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