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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성장 시스템 출처: 지식노마드 네이버포스트

천아1234 2022. 8. 28. 14:38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 변화 가능성

 

트럼프의 대북 정책도 이제 재선의 관점에서 예측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핵 협상의 타이밍과 타결 결과 등을 재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핵 협상의 시점과 타결 수위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경제 호황이 길어질수록 트럼프에게 ‘여유’가 생겨서 타결 시점은 늦춰지고 타결 수준은 낮아질 수 있다. 한국에게는 불리한 미래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도 완전한 폐기를 강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면서 중국을 포위하여 더 압박하는 쪽으로 전술을 수정한 듯 보인다.

트럼프는 대북 정책에서 2가지 목적을 이루면 만족할 것이다. 먼저 북한에서 대륙간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제거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것, 그리고 최소한의 핵 탄두를 제거하고 추가 핵 개발과 핵 실험을 중지시켜 평화를 만든 대통령이라는 개인적 업적을 얻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의 이를 위한 행보가 현실이 되면 현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다음 대선에서 경제 문제와 더불어 중요한 선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김정은의 입장은?

2018년 중간선거 이후 김정은의 입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중간선거 결과가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재선에 불리한 듯도 보이기 때문에 북한의 계산은 한층 복잡해졌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김정은은 완벽한 핵 리스트 제출을 피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북한이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핵 리스트를 제출하더라도 완전한 신고가 아니라 일부만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국제적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시간을 벌기 위한 정치적 쇼나 거창한 퍼포먼스를 벌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핵 리스트를 내놓을 경우 미국을 향해 쓸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모두 공개되고, 곧바로 핵의 전량 폐기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여 대북 강경 노선으로 전환하는 경우 북한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벌써 민주당이 북핵 문제와 관련된 상임위원회를 장악하면서, 북핵 관련 청문회를 진행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핵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으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사후 감시와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미국 의회가 2016년에 제정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은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를 유예 혹은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6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제4조 1항). 6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달러화 위조와 돈 세탁 활동의 중단과 예방에 관한 일반적 규약 준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의 검증을 위한 조치

핵무기 개발 포기와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의 사찰 수용

북한이 불법적으로 억류한 해외 국민들에 대한 송환 조치와 감금 이유의 해명

인도적 목적의 대북 지원에 대한 분배와 감독 과정을 국제 규약에 따라 실시

정치범수용소 등 강제 수감시설의 생활환경 개선과 국제사회의 검증

 

북한이 6가지 조건을 모두 이행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1년까지 제재 유예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 제4조 2항이 추가로 5가지 조건에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을 보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대북 제재를 영구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5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핵과 생화학무기 등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폐기

핵과 생화학무기의 운반을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 전량 폐기

정치범수용소에 억류된 수감자 전원 석방

평화적 정치 활동에 대한 검열 중단

억류된 미국인 전원 송환

 

또한 미국 민간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 내 자산의 동결, 교역과 금융거래 금지, 미국인 여행 제한 등을 명령한 ‘적성국교역법’의 적용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7년 8월에 제정된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한 통합 제재법’을 해제하기 위해서도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법은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석유 제품 제공 금지는 물론 근로자 해외 송출, 전화 통신 서비스, 금융 서비스, 식품 농산품 등 전방위에 걸쳐 교류를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이나 업체를 처벌하는 제2차 제재(Secondary boycott)까지 담고 있다.

또한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해서도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상원의 비준을 받으려면 2/3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견제와 감시가 한 단계 높아진 사정도 있지만 트럼프도 북핵 협상에서 시간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트럼프로부터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와 같은 행동을 이끌어내려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 카드는?

미국이 만족할 만한 핵 리스트의 신고, 핵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일부의 제3국 반출 후 해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김정은이 중국과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경제 제재를 우회하면서 핵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의 추가 행동을 이끌어내기 힘들게 될 경우 다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특히 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여지가 보일 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전략과 엇박자로 갈 경우 트럼프는 한국기업(철강, 자동차 등)에 무역 보복을 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게 경제 제재를 피할 틈을 열어 주면 중국과 러시아의 뒷문은 더욱 막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트럼프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행동들(핵 실험과 대륙간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 해체)에 대해서 선제적 으로 행동한 점은 고맙지만 당연히 해야 할 행동 정도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가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조치가 아니라, 이미 완전한 핵 보유국이 된 데 따른 자연스런 후속 조치라고 생각한다.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의 폐기가 아니라 승리를 선언했다. 이날 채택된 결정서에는 전원회의 다음날부터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 발사의 중지, 북부 핵실험장 폐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일련의 선제적 행동들은 전원회의의 결정에 따라 차근차근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핵 보유에 실패해서 혹은 미완성한 상태에서 비핵화에 나선 것이 아니라, 성공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핵군축’에 나선다는 명분을 앞세우는 것이다.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도 자신들의 조치를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추가로 제시한 조치들, 즉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동창리의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겠다는 것과, 미국이 상응조처를 취할 경우 영변 핵시설 등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에 가깝다. 북한은 김일성 시기부터 줄곧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다. 북한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주한 미군의 비핵화(핵전략 자산의 제거)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 제재의 해제를 협상에서 동급으로 주고받을 교환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이 아니더라도 중국, 러시아, (트럼프 이후) 한국의 경제 보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이 강조하는 요구사항 중의 하나인 신뢰의 전반부는 ‘미국의 체제 위협’과 관련된다. 체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북한이 생각하는 체제 보장 확증 행위는 4가지이다.

 

북미 수교: 정치적 정상국가 인정

상호불가침조약: 군사적 정상국가 인정

북미 무역: 경제적 정상국가 인정

인권 문제 비관여: 사회적 정상국가 인정

 

북한이 말하는 신뢰의 후반부는 ‘주한 미군의 비핵화 혹은 그에 준하는 주한 미군 규모와 훈련의 축소’와 관련된다.

북한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는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종전선언과 맞바꿀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로 한정된다. 최소한의 카드는 ‘핵 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리스트’이고 최대의 카드는 ‘핵시설 전체 리스트’이다. 미국이 말하는 신뢰 즉,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하는 첫 관문은 ‘신고’다. 미국이 알고 있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신고를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완벽한 핵 리스트를 신고하지 않는 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절대로 신뢰하지 않는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중량을 500kg 이하로 낮추는 핵무기 소형화와 이를 장기 보관하는 기술의 확보에 성공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감시위성을 피하는 기술도 보유했다. 국토 80%가 산악지대이고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폐쇄적인 북한에서 소형화한 핵무기를 장기간 숨길 공간은 많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은 자신들이 모르는 핵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핵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자신들이 모르는 추가적인 핵 무기와 시설의 리스트를 내놓으라는 요구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완성하는 작업은 ‘검증’이다. 완벽한 검증을 위한 선결조건은 ‘(납득할 만한) 시간표’ 제시다. 핵 리스트와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면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단,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 불신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 혹은 종선선언과는 별도로 핵무기 감축이나 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의 특정 이슈를 주제로 한 협상이나 합의는 ‘상호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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