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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정신 출처: 지식노마드 네이버 포스트

천아1234 2022. 9. 17. 17:15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보수의 정신은

‘보수’란 말이 국내 정치판에서는 오염되고 있다. 보수라고 자처하는 국내 정치인들은 보수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유권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그저 떠들어대곤 한다. 보수 야당은 건전한 보수니 진정한 보수의 가치 등 말의 성찬만 늘어놓곤 한다. ‘내 주식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보수’라는 황당한 소리도 들린다. 언필칭 ‘건전 보수와 좌파 정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분법적 논리를 갖다 붙히곤 한다. 국내 신문에 기고한 어떤 학자는 ‘보수포퓰리즘’이라는 웃기는 말도 쓴다. 보수란 포퓰리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다.

한국전쟁 이후 급속히 국내에 전파된 ‘보수’ 또는 ‘보수주의’는 사실 미국과 영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없다. 보수를 보수답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20세기 미국과 영국 보수주의의 계보를 이어가면서 보수의 의미를 정리했다. 보수가 가장 많이 회자됐던 시기는 20세기였다. 20세기 초반 마르크스·레닌 사상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에 맞서는 개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이론가이자 사회비평가였던 저자 러셀 커크(Russell Kirk, 1918∼1994)는 이 책을 써서 미국 보수주의 틀을 제공했다. 1950년대 초반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었던 당시 일약 선풍을 일으켰다. 그의 사망 직후인 1995년 러셀 커크 센터가 미시간주 메코스타에 설립되어 그의 유지를 기리고 있다. 센터에는 보수란 ‘지켜야 할 영원한 것들’이란 해석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보수란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 같다.

커크는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를 ‘가장 위대한 보수주의 사상가’로 평했다. 버크는 1790년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을 출간하면서 근대적 의미의 보수주의를 창안했다. 책에는 존 애덤스, 알렉산더 해밀턴, 존 칼훈, 벤저민 디즈레일리, 아서 밸푸어,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월터 스콧, 알렉시스 드 토크빌, 너새니얼 호손, 조지 기싱, 로버트 프로스트, T S 엘리엇까지 걸출한 보수주의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저자 러셀 커크는 자유와 방종이 주류 사조였던 1950년대 뉴욕 지성계에 보수주의 참된 의미를 외치면서 무책임한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퇴치를 주창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버크는 진보세력이 주도한 사회 개혁의 맹점을 일찍이 간파했다. 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이 사회 그 자체를 망가뜨리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읽어낸다. 토크빌은 다양성이라는 미명 아래 획일과 평범함이라는 민주주의의 모순을 가려낸다. 존 애덤스는 민주주의란 방종 대신 규범적 자유를 옹호한다. 이들 보수주의자는 민주주의로 포장된 ‘자유’가 초래할 위험과 폐해를 이미 통찰한 것이다. 지금 이들의 예견이 맞아들어가는 듯 하다. 민주주의 또는 자유주의는 마치 주어진 소명을 다했다는 듯 여러 가지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선견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저자는 이 책을 막 출간하자마자 “미친 짓”이라고 비난받으며 뉴욕 지성계에서 축출됐으나 이 책이 던진 파장은 컸다. 당시 ‘타임’지는 “미국인들에게 보수주의는 주식과 배당금을 지키는 것보다 더 깊은 무엇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평하며 대서특필했다.

저자는 보수주의를 몇 마디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수주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마음의 상태이며 사회 질서를 바라보는 방법이라고 풀이한다. 이어 “보수주의는 인류의 정신적이고 지적인 전통의 계승이자 ‘영원한 것들’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저자는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를 6가지로 정리했다. 초월적 질서에 대한 믿음이며,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며 인간 다양성에 대한 애정이다. 이어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며, 자유와 재산은 연관되어 있다는 신념이다. 추상적인 설계가 아니라 법률과 규범을 중시하며, 급격한 개혁보다 신중한 개혁을 선호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서 자유와 재산 언급 부분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저자는 “위대한 문명은 사유재산권을 토대로 수립된다”면서 “사유재산제도, 사적소유권은 인류에게 책임감을 가르치고 성실함의 동기를 제공하며 생각할 여가와 행동할 자유를 제공해준 강력한 도구”라고 풀이한다.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현대인들을 ‘거인의 어깨 위에 있는 난쟁이’로 평가한다. 그들(현대인)의 조상보다 멀리 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앞서 살았던 인물들의 위대한 능력 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 보수주의를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옮긴이는 이렇듯 훌륭한 저서가 아시아에서 한 번도 완역되지 않았으며 일본에서도 최근에야 번역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보수주의 회복를 위해 필독해야 할 저서이다.

[출처: 세계일보 정승욱 선임기자]

누가 보수를 어리석다고 말하는가

석기시대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었을 것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씨족의 원로들과 새로운 사냥 방식을 주장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전환하는 것 또한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보수주의(Conservatism)’라는 말이 처음 생겨난 것은 1835년 영국에서다. 얄궂게도 보수주의라는 말이 탄생한 직후부터 보수주의는 자유주의진보주의의 공세에 줄곧 밀리는 신세였다.

 

수세에서 벗어나려면 흩어진 힘을 결집해야 한다. 1953년 발간된 『보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이 미국에서 수행한 구실은, 당시의 통념에 대항해 ‘보수주의자는 결코 어리석은(stupid) 사람들이 아니다’ ‘미국이 자유주의의 나라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은 건국부터 보수의 나라이기도 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었다. (『자유론』으로 유명한 영국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모든 보수주의자들이 어리석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보수주의자라는 것은 사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미국 화가 존 트럼불(1756~1843)이 그린‘독립선언’(1817). 미국혁명은 프랑스혁명의 ‘쌍둥이 혁명’이라고 불린다. 아무래도 혁명은 보수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러셀 커크는 『보수의 정신』에서 미국혁명이 자유주의 혁명이기 이전에 보수주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미국 의회의사당]

50년대 미국에는 통일성 있는 보수주의 철학이나 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우파·보수 진영은 절망적인 상태였다. 좌파와 진보의 천국이었다. 『보수의 정신』을 쓴 러셀 커크(1918~1994)가 생각한 원제는 ‘보수주의자의 참패’였다. 그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보수의 정신』은 그런 현실을 뒤바꾼 역작이다. 개인주의·반공주의·공화주의 등 다양한 보수주의의 흐름을 한데 묶는 계기가 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11~2004)은 “이 책 덕분에 미국의 보수적 부활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영국과 미국의 보수주의 사상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체계적 저술이기도 하다.

 

이 책이 설파하는 보수주의는,

정부의 간섭에 반대하는 ‘시장 보수주의(Market Conservatism)’도 아니고, 미국의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하자는 신보수주의(네오콘)도 아니다. 커크는 경제가 아니라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국제주의팽창주의보다는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보수의 정신』에 담긴 보수주의는 에드먼드 버크(1729~1797)에서 조지 산타야나(1863~1952)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보수주의다. 버크·산타야나뿐만 아니라 존 애덤스, 알렉산더 해밀턴, 벤저민 디즈레일리, T S 엘리엇 같은 영미 보수주의의 핵심 사상가들이 모두 등장한다.

 

1962년 러셀 커크의 모습. [사진 이베이]

커크는 “인류라는 종(種)은 현명하지만, 개인은 바보다”라고 주장한다. 개인이 이념의 독단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커크는 또 “보수주의자들은 광신적 이념의 독단이 아니라 정치의 일반적 규칙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모든 보수주의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음과 같이 보수주의의 핵심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초월적 질서에 대한 믿음.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애정.

문명화된 사회에는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다는 믿음.

자유와 재산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신념.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사람을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음.

급격한 개혁보다 신중한 개혁을 선호.


 

『보수의 정신』 같은 의미 있는 책이 지금에야 우리말로 출간된 것은 미스터리다. 한가지 이유는 번역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역자는 자신의 ‘네이티브 인맥’을 총동원해 풀리지 않는 부분을 물었다. 『보수의 정신』 한글판은 아시아 언어로는 최초다. 일본에서도 지금 번역 중이라고 한다.

[출처] 중앙선데이 김환영 기자

'러셀커크' 그는 누구인가

미국 철학적 보수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은 러셀 커크(Russell Kirk)로서 그의 대표작 <보수주의 마인드>(The Conservative Mind)는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의 필독서로 간주되고 있다. 초판이 발행된 1953년 당시 저자가 생각했던 원제목은 <보수주의의 완패>(The Conservative Rout)였다.

그만큼 저자 자신조차도 보수주의가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마지막 ‘남은 자’(remnant)의 입장에서, 자료를 남긴다는 차원에서 저술한 책이다. 책 제목이 바뀐 것은 시장성을 고려한 출판사의 설득 때문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보수주의란 용어를 부끄럽게 생각하던 당시 미국의 지적 풍토를 뒤바꿔 놓았다.

가난하고 책을 좋아 했던 커크

‘미국 보수주의의의 중시조(中始祖)’라 할 수 있는 커크의 삶은 책 내용 못지않게 흥미롭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가 책을 좋아했고, 어머니는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철도 엔지니어였던 커크의 아버지는 신문 외에는 별다른 독서를 하지 않았다. 커크는 장학금을 받아 고학으로 미시간주립대(학사)·듀크대(석사)·세인트앤드루스대(박사) 과정을 마쳤다. 학창시절 피넛버터를 바른 크래커으로 연명하며 학업에 매진했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라면만 먹은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우선 책을 사는 데 지출했다. 수많은 책을 써서 후세에 남겼지만, 1만여 권의 장서도 남겼다.

 

『보수의 정신』 출간하다

『보수의 정신』은 커크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출간한 것이다. 출간 당시 그는 미시간주립대의 35세 조교수였다. 1959년 이 젊은 학자는 미련 없이 교수직을 사직하고 생각할 자유를 얻기 위해 전업 작가강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특히 모교가 학문보다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게 못마땅했다. 봉급이 다복다복 들어오는 삶을 포기했기에 커크는 생계를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했다. TV를 시청하지 않았고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양복을 특수 제작하기도 했다. 자신이 읽는 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큰 주머니를 달아줄 것을 주문했다.

 

버크의 사상을 존경하다

커크에게 가장 중요한 사상가는 버크다. 커크는 버크 사상의 종교적 뿌리를 강조했다. 버크는 성공회 신자였다. 커크는 자기보다 20살 더 어린 애넷 코트맨시와 45세에 결혼한 후 가톨릭 신자가 됐다. 딸을 넷 두었다. 말년에 자신이 추구한 목표에 “사랑을 위해 결혼하는 것”과 “신(神)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자유라는 것을 알게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포함됐다고 술회했다.

 

싸움꾼 커크

내성적인 커크였지만 싸울 때는 맹렬했다. 실용주의, 공리주의, 논리적 실증주의와도 싸웠다. 논픽션뿐만 아니라 소설 3편과 단편 22편을 썼다. 픽션의 경우에는 유령을 다룬 소재를 좋아했다. 그의 픽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여러분이 잘 모르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였다.

 

커크가 말하는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한글판 기준으로 855페이지 분량인 『보수의 정신』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역자 이재학은 한 단락 분량에 걸쳐 다음과 같이 답을 제시한다. “보수주의는 독재나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상이 아니다. 어떤 일관된 논리 체계가 있는 이념도 아니다. 보수주의를 굳이 몇 마디로 요약한다면 인간은 대단히 불완전한 존재여서, 지상 낙원이나 천국을 지구상에 구현할 방법이 없으니 조금씩 노력해 더 나은 사회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보수의 정신』 같은 의미 있는 책이 지금에야 우리말로 출간된 것은 미스터리다. 한가지 이유는 번역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역자는 자신의 ‘네이티브 인맥’을 총동원해 풀리지 않는 부분을 물었다. 『보수의 정신』 한글판은 아시아 언어로는 최초다. 일본에서도 지금 번역 중이라고 한다.

당신이 몰랐던 보수의 6가지 가치

철학적 보수주의의 6대 규범

첫째, 초월적 질서 혹은 자연법의 본체에 대한 믿음. 이러한 믿음이 양심뿐만 아니라 사회를 규제하며 따라서 정치문제는 근본에 있어서 종교와 도덕의 문제이다. 그리고 좁은 합리성는 인간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

즉 커크는 실증주의나 공리주의적 사고만으로 정치현상, 더 나아가 인간의 문제를 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둘째, 확산하는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 이 개념은 좁아지는 획일성과 평등주의, 그리고 공리주의적 목적에 반대되는 것으로서 공리나 이익이 아닌 삶 자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입장이다.

셋째, 문명화된 사회는 질서와 계급을 요구한다는 확신. 커크는 무계급 사회에 반대한다.

인간 사회에서 차이란 항상 존재하며 그 차이를 무시하고 자연적 계급을 없애려는 시도는 비(非)자연적 계급을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신의 심판에서의 궁극적 평등과 법정에서의 평등을 인정할 뿐, 조건의 평등은 부인한다. 조건의 평등은 예속과 따분함을 의미한다는 것이 보수주의자의 생각이다.

넷째, 자유와 소유물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신념. 소유물을 사적 보유로부터 분리시킨다면 국가권력이란 괴물(Leviathan)이 모든 것의 주인이 된다. 따라서 경제적 평등화는 경제적 진보가 아니라 경제적 야만을 가져올 뿐이다.

다섯째, ‘당연하게 보이는 오래된 관습’에 대한 신뢰와 사회를 추상적 디자인으로 재구축하려는 궤변가, 계산자, 경제학자에 대한 불신. 관습, 관례, 당연하게 보이는 오랜 관습과 권리가 인간의 무정부적 충동과 혁신자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견제해 준다는 것이다.

여섯째, 변화가 유익한 개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 사회는 바뀌어야만 한다. 그러나 신중한 변화가 사회 보존의 수단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주요 덕목은 신중이다.

출처 :황성준 편집위원·동원대 초빙교수

보수가 오만해지면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가 온다

1950년대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급진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가 정의인 것처럼 시대를 풍미했다. 보수주의는 경멸 대상이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은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란 말은 낙후한 사람이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라는 뜻"(1953년 8월 2일)이라고 썼다.

소설가이자 정치 비평가인 러셀 커크(1918~1994)는 이런 흐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건강한 보수주의 전통의 회복을 주장한다. 커크는 "보수주의란 명예롭고 지성적으로 존경받을 만하며 미국 전통의 핵심을 이룬다"고 설파했다. 1953년 책이 출간된 후 이 서른다섯 살 젊은 지식인은 일약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다. 30여 년 후 7차 개정판(1986년)을 낼 즈음 미국의 보수는 '사상 재무장'을 통해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 "본질적 개념과 영원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여 미국의 보수가 부활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진보와 맞서는 이데올로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이 아니다. 보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지 않는다. 보수는 인간 사회를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선동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운다. 보수는 열정만으로 '지상 낙원'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적 열정 때문에 '지상 지옥'이 만들어진다. 히틀러나 스탈린은 변혁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끝내 전체주의 독재라는 민얼굴을 드러냈다. 인간 사회란 한번에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커크는 말한다. "보수주의자는 무장한 교리와 이념의 통제에 저항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는 질서·정의·자유를 훼손하려는 자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그러므로 공익에 사익을 얹거나 부패와 손을 잡는 이들은 보수가 아니다.

지구를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보수는 오래 지켜온 질서를 부수고 새 세상을 만든다는 환상을 거부한다. /게티 이미지 코리아

책은 보수주의의 기원을 1790년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을 낸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1729~1797)에게서 찾는다. 버크는 바다 건너 대륙에서 일어난 핏빛 혁명을 비판했다. 혁명이란 거짓 관념과 헛된 기대를 불어넣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일이었다. 버크는 영국 사회를 튼튼하게 만드는 개혁은 지지했지만 정치 발전의 연속성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시도에는 반대했다. 덕분에 영국은 질서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숱한 사람을 죽이는 혁명의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보수는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 태도란 신중함과 겸손일 뿐이다. 보수주의자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금씩 개선을 이룬다. 버크는 "관습을 급진적으로 타파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실수하는 아이처럼 보일지라도 예전 관례를 유지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말한다.

미국 보수주의의 창시자는 존 애덤스(1735~1826)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조지 워싱턴에 이어 제2대 대통령을 지낸 애덤스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이라고 여겼다. 그는 저서 '헌법을 옹호함'을 통해 버크와 마찬가지로 프랑스혁명의 전제를 반박했다. "인류를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인간성을 왜곡하고 파괴하게 된다"고. 훗날 프랑스 정치인이자 지식인 토크빌(1805~1859)은 보수주의 철학을 받아들인다. 토크빌은 '민주적 독재'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는 "미덕이 담긴 . 관습과 법률이 없다면 국민은 '위대한 짐승'이 된다"고 묘사했다

[출처]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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