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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원인 못 밝힌 채 ‘두 개의 결론’

천아1234 2021. 4. 19. 07:47

선조위, 보고서 내고 활동 종료
복원력 이견 내인설·외력설 병기
“방향타 움직이는 밸브 고장 탓”
“외부 충격 가능성도 배제 못해”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6일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단일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1년4개월여 활동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선체를 보존할 장소도 결정하지 못했다. 선조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설(열린 설) 등 두가지 결론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제출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처음 침몰 원인에 대한 공식 결론을 내린 것은 검찰이다. 대검찰청은 2014년 10월 세월호가 무리한 구조 변경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조타 미숙으로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제대로 고정(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쏟아지면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고법은 2015년 4월 조타 미숙이 아닌 기관 고장으로 세월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선체를 인양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015년 3월 출범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방해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2016년 9월30일 강제해산됐다. 당시에는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이라 침몰 원인 조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선조위다. 선조위는 지난해 3월23일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닷새 뒤인 3월28일 출범했다. 출범 1년4개월 만에 합의된 결론을 담지 못한채 막을 내린 셈이다. 이제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지난 3월 출범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몫으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선조위가 이날 내놓은 내인설과 ‘가’설은 배의 ‘복원성’을 의미하는 ‘GoM값’에 대한 판단부터 엇갈렸다. 배의 무게중심(G)과 부력 중심이 어긋나 배가 기울어졌을 때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복원성이라고 부르는데, GoM값은 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GoM값이 높을수록 안전하고 낮을수록 위험한 것으로 본다. 내인설은 세월호 출항 당시와 사고 때의 GoM값을 0.406m와 0.306m로 봤다. 그만큼 배의 복원성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는 판단이다. 내인설을 지지하는 김철승 선조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는 애초부터 출항하면 안 되는 위험한 배”였다고 말했다.
‘가’설을 지지하는 선조위원들은 GoM값을 출항 시 0.71m, 사고 당시 0.59m로 봤다. 출항 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배였다고 본 셈이다. 앞서 검찰이 세월호 참사 수사 당시 전문기관에 의뢰해 판단한 세월호의 GoM값은 0.59m였다.
이런 전제 조건의 차이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낳았다. 내인설은 GoM값이 낮은 만큼 애초부터 배가 위험했으며 이 과정에서 배의 방향타를 움직이는 솔레노이드 밸브마저 고장 나 세월호가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조타기를 돌리는 만큼 전기 신호와 유압을 이용해 배 뒤쪽 방향타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기관이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면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조작하더라도 방향타가 멋대로 움직이게 된다.
내인설을 주장하는 김창준 선조위원장과 김영모 선조위 부위원장, 김철승 선조위원은 세월호 침몰 직전인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8분57초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났다고 분석했다. 기관 고장이 당시 조타수가 5도만큼 조타기를 돌렸지만, 방향타가 계속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한 원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8시49분13초부터 8시49분39초까지 약 26초 동안 배가 진행 방향에서 34도 급선회했고, 결국 세월호가 왼쪽으로 20도 가까이 기울었다고 밝혔다. 배가 기울자 고박이 제대로 안 된 화물이 쏟아지면서 세월호는 급격히 기울었고, 곧 침몰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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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권영빈 선조위 제1소위원장, 이동권·장범선 선조위원은 외력의 가능성을 포함한 ‘가’설을 주장했다. ‘가’설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이로 인해 전타(방향타가 밀려 한쪽 방향으로 최대치로 돌아간 것)가 발생해 배가 급선회했다는 것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또 세월호에 실린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할 때 참사 당일 아침 8시49분께 ‘기익’ 하는 소음과 함께 초당 3도 이상의 속도로 배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런 현상은 네덜란드의 해양연구소 ‘마린’에 의뢰해 실제 배 모형을 만들어 실험한 수백차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였다고 판단했다. 결국 기계 결함, 복원성 부족 등으로는 침몰 과정을 100%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외력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인설과 ‘가’설이 각각 GoM값을 다르게 계산한 것은 평형수 탱크 4번과 5번의 적재량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평형수는 배의 복원성을 좋게 하기 위해 탱크에 싣는 물이다. 내인설은 4, 5번 탱크의 적재율을 95%로 계산했다. 반면 ‘가’설은 적재율을 98%로 봤다. 내인설은 평형수 탱크가 꽉 차 있지 않아 세월호가 더 위험했다고 본 반면, ‘가’설은 탱크가 꽉 찬 상태라 복원성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힘이나 요인이 작용해야 세월호가 쓰러질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외력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내인설은 잠수함의 실체도 없고 선체에 충돌한 흔적도 없어 외력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선조위는 해군을 방문조사한 결과, 세월호 사고 당시 해군 잠수함 14척 가운데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3척 모두 사고 현장 100해리 안에 접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가’설은 “외력의 실체를 밝힐 수 없다고 해서 외력이 없다는 증명이 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선체를 세운 뒤 핀 안정기실 주변에서 발견된 선체 내부의 ‘찢김 현상’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영빈 제1소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일 세월호 선체 내부 등에서 외력으로 의심할 수 있는 큰 파손 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인설을 주장하는 김철승 선조위원은 “외력이 작용했으면 표면에 큰 손상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렇게 볼 만한 흔적이 없다. 외판에 파손이 적은데 안에 손상이 크다고 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정환봉 정은주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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