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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결합, 축복일까 위기의 시작일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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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결합, 축복일까 위기의 시작일까

천아1234 2021. 5. 31. 09:48

(XOS2 [사진: 사르코스 홈페이지])



우리의 기술과 도구는 늘 우리를 확장했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섭취하면서 소화와 씹는 기능은 약화됐지만 턱 관절이 변형되어 언어발성에 더 좋은 구조로 변화하고 에너지를 뇌에 공급했다.



인류의 계통을 보면 ‘사람속’에 해당하는 ‘호모’로 시작하는 구성원은 200 만에서 250만 년 전 등장한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긴스로 진화해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타르인이, 아프리카에서는 해부학적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뇌라고 부르는 신피질의 발달에 힘입어 뛰어난 사회성과 협력능력을 개발했고 현재 지구의 최강자가 되어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많은 도구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며, 제한된 생물적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록히드 마틴의 포티스 [사진: 록히드 마틴])



도구는 늘 인간을 확장해왔다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합리주의, 이어서 실용주의가 세계 문화를 이끌면서 20세기에 들어와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과 과학이 이들과 결합, 인간과 사회의 진화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술 만능주의 시각이 널리 퍼졌다.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하는 데에는 수만 년도 부족할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과 과학이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 방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새로운 사상과 사유를 불러들였고 이에 대한 긍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이나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초인본주의 사상인 트랜스 휴머니즘이나 포스트휴머니즘, 인간의 확장에 대한 얘기가 많은 미디어와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1923년 영국 유전학자인 할데인이 그의 에세이에서 첨단 과학을 인간 생물학에 적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거대한 혜택을 예견하면서 시작했다고 본다.



이후 줄리안 헉슬리가 1957년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글을 통해 인류 전체가 원한다면 자신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 큰 영향을 미쳤고 트랜스휴머니즘의 창설자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철학자 닉 보스트롬과 데이비드 피어스 등이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 연합(WTA, 2008년 휴머니티 로 명칭 변경 )’을 결성, 트랜스휴머니스트 선언을 하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을 두 가지로 정의했다.



1. 노화를 제거하고 지능, 육체, 정신을 크게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며 이성의 응용으로 인간 조건 개선의 가능성, 정당성을 지지하는 지적 문화적 운동

2.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의 잠재적 위험, 결과 및 가능성을 연구하며 이같은 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관한 윤리 문제를 연구20세기 이뤄진 많은 과학적 진보는 인간 진화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 많은 SF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됐다.



또 인공 지능 기술에 대한 기대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지능 기계 등장에 대한 가설을 쏟아냈다. 이미 1965년 암호학자 어빙 굿은 ‘지능 폭발’이란 개념을 통해 초지능 기계가 인류가 만들어내는 마지막 발명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레이 커즈와일처럼 기술 특이점을 말하는 사람들은 기술을 통한 인류의 새로운 진화 방식에 대해 관심을 더 가졌고,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FM-2030은 새로운 인간이 가지는 기술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정의하기 시작했다.



버너 빈지가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1993)’이란 논문에서 생명 공학과 신경 공학, IT 기술의 발달로 30년 이내에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인공 지능이 출현해 인간 시대가 종언을 맞을 것이라고 예언해 특이점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2006년에는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 를 발간,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를 논의하게 됐다.



커즈와일은 2045년을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는 해로 설정해 기술의 진보가 인간이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임을 천명했다. 특이점 주의자들은 우리가 거의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고 인간은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술 유토피아적 사상을 갖고 있다. 또 이의 실현이 30년 정도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행사 장면 [사진: ETH])



기술을 통한 인간의 확장



지금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우리 기억을 외부에 확장시킨 도구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화번호나 일정을 기억하지 않는다. 학자들을 이를 인간의 외부 기억 공간 또는 ‘외부피질 (exocortex)’ 이라고 말한다.



1960년대 미국 ARPA(고등연구계획국)의 책임자였던 심리학자 조셉 릭라이더는 ‘인간-컴퓨터 공존(1960)’이란 논문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강하게 연결되면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인간의 뇌가 전에는 불가능하던 수준의 사고를 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사이버네틱스와 인공 지능의 후원자였고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의 연구를 지원했다.



사실 인간이 발명한 다양한 기호와 문자를 통한 정보의 저장, 수학은 모두 인간의 마음을 기능적으로 재정리하는 외부 기호 시스템이며 기억 능력의 외부화이다.



구글의 글래스나 최근 관심을 끄는 홀로렌즈, 가상 현실 기기, 나아가 스냅챗의 스펙터클스 조차 우리의 기능을 확장하고 경험의 수준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군사 목적을 위한 인간의 확장은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엑소스켈레톤은 하인라인의 SF소설 ‘스타쉽 트루퍼스(1959)’에 이미 등장한다. 2010년 엑소 바이오닉스의 헐크 (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나 사르코스/레이시온의 XOS, XOS2 모두 군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엑소스켈레톤 슈트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크기와 파워 소비 문제로 개발이 보류됐다. 헐크는 배터리를 통한 자체 전원 공급을 구현했지만 큰 소음이 문제였다.



이후, 초기 모델을 개선하고 단순화해 모터나 전자 장치가 없는 패시브 엑소스켈레톤인 iHAS가 개발돼 작업장이나 산업체에서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 분야에는 록히드 마틴의 포티스, 혼다의 몸무게 지원 기기 등 지지 장치나 강화된 글로브, 로봇 팔 등이 있다.



엑소스켈레톤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걷게 하거나 불가능했던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세계 최초의 사이배슬론이 열렸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기를 함으로써 인간을 지원하는 기술의 현재를 살펴보는 행사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로버트 리너 교수가 주도해 만들어졌으며 스위스 국립 ‘로봇역량연구센터’가 주최한다. 슈퍼 장애인 올림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과 기계의 연결은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는 영역에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뇌파를 통한 로봇 팔의 제어, 원숭이 뇌를 이용한 타이핑, 생각으로 조정하는 드론, 생각으로 제어하는 로봇 등 수많은 연구 결과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이는 인간의 확장이 생각과 기계가 연결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결합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뇌와 기억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학습능력을 높이거나 정보를 뇌에 직접 이식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HRL연구소는 훈련된 조종사의 두뇌에서 얻은 전기 신호를 비행을 배우는 초보자에게 전달, 훈련효과가 33%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2011년에는 보스턴대학과 일본 쿄토의 ATR계산뇌과학연구소가 fMRI를 분석하면서 특정 시각적인 면을 유도해 시각 기능의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전체 뇌 영역에서 활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는 우리가 매트릭스 영화에서 봤던, 쿵푸나 헬리콥터 조정법을 바로 두뇌로 다운로드 시키려는 미래의 도전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2013년 MIT의 뇌과학자들이 쥐를 이용해 거짓 기억을 뇌에 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우리의 지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기억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를 통해 장기적으로 마인드 업로딩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려고 한다.



마인드 업로딩 또는 전체 두뇌 에뮬레이션(WBE)이라고 하는 분야는 우리 정신의 상태를 컴퓨팅 장비로 복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려는 시도다. 이런 장비는 현재의 컴퓨터를 넘어서 양자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트랜스휴먼 연구의 핵심 중 하나인 마인드 업로딩은 인간 삶의 확장이고 또 다른 의미의 영생을 말하기도 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에 업로드 함으로써 생물학적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주 여행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비전인 것이다.

(사이배슬론에 선보인 BCI [사진:ETH])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



트랜스휴머니즘에 가장 강력한 반대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이 프란시스 후쿠야마이다. 2004년 ‘포린 폴리시’의 특집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들’을 통해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을 그 중 하나로 꼽았다.



그가 주장하는 문제의 첫 번째는 인간 평등의 원칙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을 능가하는 트랜스휴먼이 등장하면 그들의 권리나 남겨진 사람의 권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유한 사람만이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등의 질문은 제리 카플란이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제기한 문제이다.



인간 평등을 위협하는 아이디어는 훨씬 악의적일 수 있다. 더구나 강화된 인간과 일반 인간이 스포츠, 투자, 시험, 사업에서 경쟁하는 것이 합당한지 우리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자기 몸의 일부를 보다 기능이 좋은 기기로 교체하고 싶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력이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문제가 없는 신체를 더 강력한 모듈로 갈아 치우는 것을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아직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인간의 확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인간이 좋은 인간인지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 사회의 선을 자신들이 이해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훨씬 더 복잡한 진화의 산물이고 우리는 부분의 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진 전체다. 또 때로는 선과 악이 양면성을 갖는다.



많은 트랜스휴머니스트나 인간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의 탄생을 얘기하는 미래학자들의 가정은 기술의 진보가 지수 함수적으로 빠르게 이뤄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를 지수 함수의 오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폴 데이비스는 자원의 한계로 지수 함수적 발전은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씨어도어 모디스 역시 순수한 지수 함수를 따르는 것은 자연에 없으며 실제는 로지스틱 함수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평평한 부분과 한계에 달하는 S 커브를 주장하는 것이다.



커즈와일의 특이점 주장이 종교에 가까운 신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대-기독교의 종말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두뇌에 대한 역 공학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데이터 수집은 지수 함수적으로 일어나겠지만 통찰은 단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지적한다(뇌과학자 데이비드 린덴). 예를 들어, 유전자에 대한 데이터 확보는 급증하지만 유전학에 대한 이해는 매우 느리게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마인드 업로딩 역시 존재론적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내 마음을 다 옮긴 어떤 장치나 존재는 나와 같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버전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인간성은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일지, 내 기억의 일부가 남의 기억이나 조작된 정보로 이루어진다면 그 것은 나의 정체성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 피할 수 없나



영국 왕립학회장을 지낸 마틴 리스는 인간과 같은 ‘유기적 지능에게는 장기적인 미래가 없다’라는 글에서 지구의 운명을 볼 때, 인류가 아닌 기계 지능이 우주의 영역으로 확장하는데 더 적합하고, 지금과 같은 유기적 인간 문명은 잘해봐야 수만 년 지속이 한계일 것이라 예측했다.



하버드대 천문학자 디미타르 사셀로프는 인공 지능은 생물학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하며 결국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의 팽창에 의해 지구를 탈출할 존재는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외부 행성을 식민지화할 것이고 이를 위해 인간 업로드를 실행해 인공지능이 우리를 구원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프랭크 티플러 튤레인대학 수리물리학 교수).



즉 인간과 기계의 결합과 새로운 존재의 탄생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진화이고, 당분간 그 결과가 인간의 제어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며, 나중에는 이성과 합리성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주제 중 하나는 강화된 또는 확장된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어떤 규칙과 규범이 필요한 것인가 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 지능으로 무장한 어떤 존재, 소프트웨어나 로봇과 함께 공존하는 문제일 것이다.



인간의 확장이 지식 정보뿐만 아니라 물리적 능력의 확장, 또는 확장된 자아인 동반자(companion) 로봇 같은 독립된 개체로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런 존재에 대한 법적 권리와 의무는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애플의 시리, MS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 같은 가상 비서의 경우도 점점 나의 정체성을 습득하거나 개인화가 이루어지면 결국 그것은 나의 확장일 것이다. 또 내가 사용하는 소셜 로봇 역시 나의 확장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그들이 갖는 권리와 책임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기술 발전이 인간의 확장으로 전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과연 새로운 인간 진화의 과정이 되고, 우리가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면서 트랜스휴먼 또는 포스트휴먼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은 여전히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건 우리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의 존엄성조차 긴 미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점이 아니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우리가 계속 유지할 것인가 또는 유지할 수 있는가는 이제 가까운 장래에 우리들의 결정에 달려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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