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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천아1234 2021. 5. 21. 09:23

여기 한 나라가 있다. 인구는 5억9637만명(2011년 1월19일 기준). 단일 화폐 체계도 구축돼 있다. 이 나라에서는 70개국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신분·계층 간 차별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세계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 얘기다. 인구수로만 보면 중국(14억명), 인도(12억명)에 이어 세번째다. 미국 인구가 3억명을 간신히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이트의 폭발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속도라면 중국, 인도를 뛰어넘어 비록 온라인 상이지만 세계 최대 국가로 부상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페이스북 제국’의 구축, 전혀 농담이 아니다. 현실 세계도 지금 이 가상세계를 따라 변하고 있다.

 

인터넷 권력 페이스북으로 '시프트'

양방향 소통으로 관계 맺기 ‘강점’

기업 마케팅·소셜 커머스에 새바람

세계 1위 SNS인 페이스북이 세계인의 소셜 라이프와 인터넷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의 패러다임도 구글 등 포털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겨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구촌 사람들을 빨아들인 비결은 무엇이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페이스북은 이미 인맥쌓기를 넘어서 인터넷 상에 독립된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미 <타임>지가 2010년 ‘올해의 인물’로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를 선정하면서 밝힌 이유다. 타임지는 “페이스북은 지구상에서 10분의 1이 하나로 연결된 결합조직이며, 지구상에서 세번째로 큰 국가에 해당하는 동시에, 그 어떤 정부보다도 시민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마크 주커버그가 어떻게 페이스북을 설립했는가에 관한 영화도 나와 화제를 모았다. <소셜네트워크>가 그것이다. 동명의 ‘실화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영화의 하버드생 괴짜 천재가 마크 주커버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달 만에 국내 이용자 100만명 늘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00만명에 불과했던 사용자는 지난해 7월 5억명을 돌파했다. 창업한지 불과 6년 만에 500배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사용자의 급증으로 2009년 말부터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구글마저도 추월하기 시작, 이제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트위터의 영향력이 컸다. 140자의 단문 메시지 형태와 불특정 다수의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12월 한달에만 114만명이 가입했다. 페이스북 국내 사용자수는 346만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페이스북의 주간 방문자수는 304만명으로 트위터 주간 방문자수인 257만명을 크게 앞질렀다. SNS 무게중심이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이스북이 급성장하며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사람 사이, 특히 ‘친구’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소식을 전달하는 일종의 미디어로,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빨리 데워지고 빨리 식는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친구 맺기라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 친구나 지인들과 네트워크를 쉽게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초기 급성장도 이러한 사회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얼굴과 이름을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강화한다. 특히 인적 네트워크를 과시할수록 주변에서 인정받는 미국 문화에서는 누구나 바랐던 서비스였다.

초창기에 신원이 확실한 회원들로 가입을 제한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페이스북은 초창기에 대학 사회라는 테두리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신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됐고, 그런 신뢰를 기반으로 개인에서 친구로, 친구의 친구로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퍼져 갔다. 이후 페이스북은 대학 커뮤니티에서의 절대적 위상을 바탕으로 고등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장돼 나갔다. 그후 소셜네트워크의 구조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지금은 페이스북 회원이 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페이스북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문화와 관련이 깊다. 미국의 경우 자녀들이 일찍 독립한다. 이 때문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페이스북 사용자가 급속히 확대됐다. 일찍 독립한 자식과 손자들의 소식이 궁금하고, 그들의 소식을 듣는 것이 소일거리의 전부였던 노인층이 페이스북 골수 팬이 된 것이다. 대화에 목말랐던 노인들이 자식들과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페이스북이었던 셈이다.

또 사용자간 의사소통이 대화 중심이고, 쉽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연령층 확대에 한 몫을 했다. 마이스페이스닷컴 등 기존 SNS는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아이템으로 자신의 사이트를 꾸며야 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이나 고연령층에게는 고역이었다. 페이스북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연령대가 35세 이후 중년층이며, 60세 이후 사용자 가입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의 기본 기능인 친구 관리 외에도 게임 공유, 동영상 게재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자유롭게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출신학교, 거주지, 인맥, 관심사 등을 조합해 친구를 자동으로 찾아주기 때문에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나 지인을 찾아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확산에 기인한 바가 크다. 6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급성장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기업의 마케팅도 확 바꿔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서 페이스북의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펩시는 23년간 한차례도 빼지 않았던 슈퍼볼(Super Bowl) TV 광고를 중단했다. 대신 페이스북에 2000만달러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경쟁사인 코카콜라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1000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제품 출시일, 이미지 등의 정보를 TV·신문·라디오·잡지보다 먼저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기존 미디어와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TV는 30초짜리 짤막한 광고에 지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는 30일간 광고를 지속할 수 있고,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효과가 월등하다.

페이스북 응용프로그램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기업도 있다. 소셜게임 업체인 징가도 그중 하나다. 징가는 페이스북 덕에 창사 3년 만에 세계 최대 소셜게임 업체로 떴다. 페이스북에서 징가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월 2억7000만명이 넘는다. 징가의 인기 게임인 팜빌의 월 매출액은 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페이스북을 활용한 마케팅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지난해 2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삼성전자의 팬은 3만7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발표장 모습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실시간으로 고객의 의견이 현장에 전달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100여개 국내 기업이 페이스북을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1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한 기업은 삼성전자, KT,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가입자수가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페이스북 활용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페이스북 글로벌 마케팅 전문업체인 3CIM의 이상석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기존 마케팅과 페이스북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마케팅적 특성은 무엇일까. 기존 매체로는 불가능했던 개인화·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활용성 등이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형성된 신뢰는 기업에 브랜드 못지않은 소중한 무형 자산이 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고객의 의견과 아이디어는 마케팅 전략 수립, 상품 개발에까지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석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정성을 갖고 소비자에게 먼저 다가서야 페이스북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에 새로운 바람 일으켜

공동 구매 형태로 등장한 소셜커머스도 SNS가 몰고 온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커머스 바람을 일으킨 업체는 2008년 설립된 미국의 그루폰이다. 그루폰은 회원들에게 SNS를 이용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을 비롯해 21개국 76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며 회원수만 1300만명에 이른다.

소셜커머스의 성공 비결은 신뢰다. 소셜커머스는 SNS를 이용해 일정 인원이 모이면 싼 값에 물건을 파는 공동 구매 방식이거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형태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사용 후기나 상품 추천은 업체들의 제품 광고보다 믿음을 준다.

소셜커머스의 바람은 국내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100여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등장했다. 신세계, 롯데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포털업체 다음까지 소셜커머스에 뛰어들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등이 SNS 사용자를 기반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600억원에 이르며, 올해는 3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마크 주커버그는 2006년 10억달러에 회사를 사겠다는 야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10억달러의 가치를 더 개발시켜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소셜커머스를 보고 있었고, 그렇게 발굴한 새로운 수익모델이 바로 소셜 쇼핑 서비스다. 페이스북의 소셜 쇼핑 서비스는 기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링크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단순한 제휴 마케팅을 넘어, 페이스북 내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에 쇼핑몰 페이지를 등록하는 것을 ‘F-커머스(Facebook- Commerce)’라고 부를 정도다.

스타벅스, 델, 까르푸 등도 페이스북내에 자체 쇼핑몰을 개설했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3만개 이상의 리테일숍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민석 교수는 “누구나 ‘소셜’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소셜 쇼핑 서비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우리 벤처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2004년 최초로 서비스를 기획해 사업화하고 성장해온 과정은 신사업의 성공방식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전형이다.

‘한국의 주커버그’ 키우기 위해선 벤처 생태계 바꿔야

정보의 소통방식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대응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나,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신사업 추진 과정의 중요한 포인트다. 또 신사업에서 놓쳐서는 안 될 수익모델을 정립하고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간 것도 페이스북의 성공 요인이다.

특히 사내문화가 수평적이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개방적이라는 점이 이들의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페이스북은 내외부의 자발적이고 의미있는 소수의 의견도 경청해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는 ‘해커톤’으로 불리는 내부의 소통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해커톤(Hackaton)은 평소 페이스북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무언가 더 좋고 빠르게 만드는 행위를 말하는 ‘해킹’을 아이디어 회의에 적용한 것이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밤새도록 파티형식으로 진행되는 해커톤에서는 직급과 직무에 관계없이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즉시 팀이 조직되고 이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SNS의 개념을 기업 경영에 적용한 셈이다. 이렇게 내부의 소통을 극대화해 기업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것이 페이스북의 원동력이다.

페이스북보다 앞서 나왔던 미국의 마이스페이스가 재벌에 인수된 후 오히려 경쟁기업의 대열에서 밀려난 것은 그 고유의 기업 문화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벤처기업 역시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기업에 인수된 회사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거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오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창업은 곧 기회고 도전이라고 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나이나 회사 규모 등 능력 외의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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