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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의 반성문 논란, 지속되는 까닭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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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의 반성문 논란, 지속되는 까닭은

천아1234 2021. 2. 28. 17:58

“마지막 입장 글을 올립니다. 우선 저 때문에 피해 받으신 ○○고 선생님, 학생, 학부모 관계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건전하지 않은 인터넷 게시글들이 노출되어서 학교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었습니다. 학생회장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했습니다. 선도위원회에서 내려지는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 사태의 원인(인) 저로서 책임을 지겠습니다.”

지난 1월 9일,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성문이다. 왜 그는 손과 발이 닳도록 빌고 있는 걸까. 지난해 6월, 기자는 “잉여는 왜 보수우파를 동경하게 되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그 기사를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학생이 자신의 ‘인증사진’을 올린 사이트는 그리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뒤, 그 사이트는 떴다. 일베(ilbe.com) 말이다.
이 학생이 실수한 것은 무모하게도 자신이 받은 학생회장 임명장을 인증사진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임명장에는 그가 다니는 학교 이름과 교장의 실명 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름을 자신의 닉네임으로 가렸건만,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 고등학생의 반성문
사건은 예상 밖으로 커져갔다. 아마도 ‘일베’라는 사이트에 적대감을 가진 누군가가 그의 공개된 닉네임으로 일베 게시판을 뒤졌다. 과거 그가 올린 수많은 ‘병맛’ 행적을 찾아내 해당 고등학교 학부모 게시판에 올렸다. 다른 일베 사용자들이 위기에 처한 이 학생을 엄호하러 나섰다.

그 ‘누군가’의 신상털기를 비난하는 한편, 일베와 최근 감정이 좋지 않은 사이트의 해악성을 적극 선전하는 방식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평해보자면, 이 전략은 한심했다. 일베 사이트 사용자가 아닌 척, 그 해당 학교 게시판 관리자를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런데 수많은 관전자들이 있었다! 자신들끼리 ‘엣헴’거리며 일베 사용자라는 걸 드러내는 건 이미 일베에서 논의를 ‘눈팅’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수 있는 일. 어쨌든 해당 고등학생은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올렸다. 두 번째 반성문에서 그는 “앞으로 졸업 때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정치사이트나 활동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반성문을 읽어본 ‘일베밖’ 사용자들은 그가 정말로 반성하는지 의심을 드러냈다. 왜일까.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부엉이 바위를 가서 할아버지를 따라가고 싶었다”고 하며, 또한 “저(를) 용서해주시는 것을 앙망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둘 다 일베의 고유한 코드가 담겨 있는 이른바 ‘고인드립’이다. 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희화화하는 코드가 담겨 있으며, 후자는 감옥에서 DJ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앙망’했다는 반성문을 희화화한 것이다. 즉, 정말 반성하는 게 맞냐는 것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방학이 끝나고 봄 학기가 되면 선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준은 학교 홈페이지에도 공시되어 있는 생활규정이며, 해당 학생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냐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번 일이 인생에서 값진 교훈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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