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ICT와 미래(ICT and Future) 티스토리 블로그

1995년 예측한 2015년 미래의 여대생 고은비 엿보기 본문

4차산업혁명 관련/미래예측

1995년 예측한 2015년 미래의 여대생 고은비 엿보기

천아1234 2021. 6. 9. 09:31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5년 여름. 여러분은 무얼 하고 계셨나요. 최근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씨를 보며 울컥했던 ‘코딱지’들은 초등학생이었을테고, 자녀들의 사교육 전쟁에 뛰어든 어느 학부형은 압구정동을 주름잡던 ‘오렌지족’이였을 법도 한데요.

경향신문이 만들던 젊은층을 위한 섹션페이지 ‘매거진X’는 1995년 6월20일부터 LG전자 ‘커뮤니카토피아’ 연구소와 함께 20년 후의 미혼·기혼 남녀 등 다양한 연령의 미래상을 소개하는 시리즈물을 실었습니다. 당시 예측한 2015년의 모습은 틀린 부분도, 과장된 부분도 많습니다. 의외로 적확하게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고, 뒤틀린 의미로 맞은 부분도 있네요. 미래를 예측한 기사를 두고 어느 지점에서 현실이 굴절됐는지 살펴보면 오늘날의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듯도 합니다.

■스무살 여대생 고은비

첫 회 주인공은 2015년 6월20일 만 20살 생일을 맞은 미래의 여대생 고은비입니다. 제목은 “사이버 스페이스 탈출 ‘온몸으로 살고 싶다’”입니다. ‘13학번’인 고은비는 환태평양 연합대학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전공은 해양생물학. 취미는 급류타기, 오지탐사입니다. 전공과 관련된 연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군요. 봉사활동으로는 홀몸 노인들을 위한 ‘1일 손녀’ 되기에 참여하고 있답니다.

‘미래학’(futurology)이라 불리는 미래에 대한 예견은 현재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의 설정이 나온 배경에서 1990년대의 사회상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990년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엑스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호황을 누린 1980년대 10대를 보내고 대중문화의 양과 질이 폭발한 1990년대 20대를 보냅니다. 전에 없이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보내준 ‘새로운 세대’이며, 규정할 수 없는 세대라고 해서 ‘X’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배낭여행과 어학 연수를 본격적으로 떠난 첫 세대이자 PC통신부터 인터넷까지 정보기술(IT)의 초고속 성장을 경험한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고은비는 1990년대 중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학 교육이나 IT기술에 대한 묘사에서도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네요.

■은비의 퍼스널 라이프

스무살 생일을 맞은 은비의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통신기능을 강화한 휴대용 컴퓨터 단말기)에 생일축하 메시지가 쏟아집니다. 호주·일본 등에 있는 같은 과 친구들이 ‘인터넷 전자메일’을 통해 생일축하를 보낸건데요. 2015년 은비 세대에는 ‘퍼스널 패션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인기입니다. 학교에 가기 전 오늘의 날씨와 스케줄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은비의 취향에 맞춘 ‘일상복 패션’을 제시합니다. 오늘 의상은 외부 온도나 빛에 의해 색과 형태가 변화하는 기능성 섬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나가려는 은비, 목에는 ‘디스켓’을 겁니다. 수업용 화상정보, 음성정보가 담겨있다네요. 몸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기구도 찹니다.

→묘사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물건들과 비슷하지 않나요. ‘PCS’는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을 거고, ‘인터넷 전자메일’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도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퍼스널 패션 시스템’은 스마트폰의 패션코디 애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겠군요. 은비가 입은 기능성 섬유도 상용화가 됐습니다. 위그코리아라는 업체에서 제품을 보는 각도와 외부환경에 따라 색이 변하는 ‘루비올레’라는 소재를 최근 내놨군요. 은비가 목에 건 ‘디스켓’은 USB일 것 같구요. 오늘날도 여성들이 성폭력의 주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은비가 찬 ‘호신용 기구’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들 사물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건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개인화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쓸모없어진 USB에 대한 묘사 등에서 기술발전이 예상보다 더 빨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캠퍼스의 풍경

고은비는 환태평양 연합대학(PPAU·Pan-Pacific Alliance University)에 다닙니다. 한국·미국·일본·호주 등 4개국이 제휴해 2010년 만든 대학입니다. 원격 영상강의 시스템을 구축해 외국대학 교수 강의를 각 캠퍼스에서 수강한다는군요. 은비는 전공과목 ‘남태평양 산호초의 생태’를 호주 교수로부터 원격 강의로 듣고, 교환학기에는 일본에 가서 ‘화산활동과 해양생태계의 변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공부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교육개방의 물결 때문입니다. 외국대학의 한국진출이 늘고, 기술 발달로 초국가적 영상강의도 가능해집니다.

대학의 위상과 인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이버통신 대학’이 활성화되구요. 일부 사립대들은 사회교육기관이나 전문기술교육기관으로 변화했다네요. 대학정원이 입학을 원하는 사람보다 많아지면서 대학 구조개혁이 가속화되구요. 대학생과 비대학생의 구분도 사라집니다. 고은비의 남자친구 장한남도 직업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네요.

→환태평양 연합대학이라는 설정에선 1990년대 ‘환태평양이 21세기 중심지역’이 될거라는 시대 담론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오늘날도 중요성은 확인되고 있구요. 대학의 국제화 흐름은 정확하게 예측했네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해외 대학 캠퍼스가 자리 잡았고, 각 대학들은 해외대학과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하고 있죠. 원격 강의도 이뤄지고 있고, 사이버대학도 낯설지 않습니다.

대학 구조조정 흐름도 맞췄습니다. 이는 출산율 감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예견된 사태였는데요. 2018년이면 고교 졸업생(55만 명)이 대학 입학 정원(56만 명)에 미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정부는 2023년까지 정원을 40만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인문학, 예술 전공 등 ‘돈 안되는 학문’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네요.

대학생과 비대학생의 구분의 사라진 이유는 대학의 문턱이 낮아진 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2014년 고등학교 졸업자 중 대학 진학 비율은 70.9%였습니다. 2005년 82.1%보다도 낮아졌습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줄어든 탓이겠죠. 하지만 한국사회 ‘학벌’ 문제는 여전한 것 같네요.

■‘온몸으로 살고 싶다’

고은비는 여가활동의 많은 부분을 격렬한 운동에 할애합니다. “일상적인 활동의 대부분이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여가활동만은 실제공간”에서 하는 일을 즐기는 겁니다. 이 때문에 급류타기와 오지탐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 급류타기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도 모으고 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일거리도 많습니다. 취업 형태가 ‘자유계약제’로 바뀌면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답니다. 은비도 ‘21세기 최고 자원’으로 꼽히는 해양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바다목장 프로젝트’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일도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내에만 마치면 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일을 한다네요.

은비의 또다른 일과는 봉사활동입니다. “자칫 네트워크에 매몰돼 사회의 공동체성을 잃어버리기 쉬운 시대에 봉사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젊은이가 하고 있답니다.

→기사에서는 ‘자유계약제’가 긍정적으로 쓰였군요. 의미가 모호합니다만 정부가 원하는 ‘고용시장 유연화’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바 자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점에서 뒤틀린 의미로 맞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 험한 취업전선과 알바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나친 낙관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조차 스펙이 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예측도 지나치게 낭만적이었네요.

지난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2%로 ‘IMF 경제위기’ 시절인 1999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15~24세 청년 가운데 15.6%(2013년 기준)는 일할 의지를 잃은 ‘구직단념자’가 됐습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지고 비정규직, 시간제 등 질나쁜 일자리만 늘어나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겁니다. 2015년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절박한 삶의 현장이지 여가를 위한 경험의 장은 아닌 것 같네요.

기사 전반에는 ‘사이버스페이스’의 확대로 인한 개인화와 사회 공동체 해체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습니다. 봉사활동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기존 공동체 유지에 대한 위기감을 반증하는 것 같네요.

▣미래학?

미래학은 장기적이고 대규모적인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예측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증할 수 없어서 학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기술발전, 환경파괴 등으로 생겨난 불안은 미래학 연구를 확대시켰습니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나 사회학자 다니엘 벨 등이 대표적 미래학자로 꼽힙니다.

미래학자들은 자신들은 ‘점성술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미 발생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한다는 건데요.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사회적 요소들을 과학·공학 기술, 트렌드 분석, 상식, 비즈니스 감각 등을 통해 분석한다는 겁니다.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홈페이지 바로가기)은 완전히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자신의 예측이 15% 정도만 틀렸다고 말합니다. “미래 예측은 안개 속을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앞에 무엇이 있을 지 뚜렷하게 볼 수 없다. 때로는 멀리 있는 사물을 잘못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중 일부는 창 밖을 내다보지 않고도 안개 속을 운전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흐릿한 시야가 낫다!”

'4차산업혁명 관련 > 미래예측' 카테고리의 다른 글

90년대 미래 예측 기사 JPG  (0) 2021.06.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