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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바이오리더] “귓속 울리는 ‘삐’ 소리…골전도 헤드셋으로 치료했더니 CES 혁신상 탔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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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바이오리더] “귓속 울리는 ‘삐’ 소리…골전도 헤드셋으로 치료했더니 CES 혁신상 탔죠”

천아1234 2022. 5. 29. 19:43

허진숙 엠아이제이 대표 인터뷰
골전도 기술, 이명 치료에 활용
음향기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
“이명 케어 분야 선두주자 될 것”

허진숙 엠아이제이가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 회사 본사에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최정석 기자

허진숙 엠아이제이 대표는 지난 2019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을 앓기 시작했다. 골전도(骨傳導) 헤드셋을 만드는 전자기기 회사, 엠아이제이를 세운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골전도 헤드셋은 귓속 고막이 아니라 두개골을 진동시키는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음향기기다. 어지럼증을 치료하려고 이비인후과를 전전하던 허 대표는 이명(耳鳴, 귀울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며 ‘나와 같은 처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명은 귀 속에서 ‘삐-’ 소리 등이 들리는 증상을 뜻한다. 환자 자신은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겉으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여 ‘꾀병’이란 오해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삶의 질도 나빠진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만성 이명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감이 1.7배, 자살 위험이 2.5배 높았다. 허 대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지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허 대표의 삶은 진인기 한림대학교 청각학 교수를 만나면서 바뀌게 됐다. 허 대표를 만난 진 교수는 엠아이제이의 골전도 기술을 이명 환자들을 위한 ‘소리 치료’에 써보자고 제안했다. 소리 치료는 이명의 데시벨, 주파수 등을 파악해, 비슷한 음원을 환자에게 장기간 반복해 들려줘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명과 비슷한 음원을 계속 듣다 보면, 뇌가 그 소리에 익숙해져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 치료법은 이명에 가장 효과 있는 치료법으로 통한다.

골전도 헤드셋을 활용한 소리 치료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소리 치료는 짧게는 3~5개월, 길게는 12개월 동안 이뤄진다. 환자는 매일 4~5시간씩 치료용 음원을 들어야 하는데, 이어폰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모두 귀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10명 중 6명은 도중에 치료를 포기했다. 그런데 골전도 헤드셋을 쓴 환자는 10명 중 9명이 치료를 끝까지 마쳤다.

엠아이제이의 이명 케어 맞춤형 골전도 헤드셋 'TC스퀘어' 제품 사진. /엠아이제이 제공

허 대표는 세계 최초 유양돌기 밀착형 이명케어 전용 골전도 헤드셋 ‘TC스퀘어’를 개발했다. 유양돌기는 귀 뒤쪽에 볼록 나와있는 두개골의 일부분이다. 엠아이제이 헤드셋은 이 부분을 통해 소리를 전달한다. 귀를 막지 않아서 헤드셋을 쓰고도 바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디지털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엠아이제이는 인공지능(AI)으로 환자 이명 수준을 측정해 맞춤형 소리 치료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정식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 회사가 현재 보유한 특허는 40개이고 현재 심사 중인 특허만 21개에 이른다. 허진숙 대표를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만났다.

一 이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명은 외부에 소리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크게 ‘객관적 이명’과 ‘주관적 이명’으로 나뉘는데, 객관적 이명은 혈관장애, 근육경련 등 이유로 발생한다. 다른 사람도 환자가 듣는 이명을 들을 수 있다.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다. 주관적 이명은 본인만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다. 이명 환자의 80%가 주관적 이명 환자라고 한다.”

一 이명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나 자신이 청각 기관 이상으로 인한 만성적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 엠아이제이를 세우고 3년째 되던 2019년부터 앓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을 치료하려고 동네 이비인후과부터 대학병원의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이명 환자들을 만났고, 동질감을 느꼈다.”

一 이명 환자의 어떤 부분을 보고 동질감을 느낀 건가.

“우리 같은 사람은 겉은 멀쩡한데 틈만 나면 아프다, 힘들다 하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 일쑤다. 아무도 내가 아프다는 걸 알아주지 않는 데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이 정말 크다. 이명 환자가 겪는 불편함은 크게 네 가지다. 난청,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감정적 상처다. 이중 난청을 빼면 나와 이명 환자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종의 ‘동지애’ 같은 것이 생겼다.”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허진숙 엠아이제이 대표가 40여개에 달하는 회사 특허를 소개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一 그래서 어떻게 디지털 헬스케어에 발을 들이게 됐나.

“이명 환자들에게 동지애를 느끼던 그 당시, 블루투스 골전도 헤드셋 회사를 운영하면서 음향기기 시장의 벽을 느끼고 있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너무 강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기술을 다른 쪽에 활용할 수는 없을지 방법을 찾고 있었다. 때마침 한림대 청각학과 진인기 교수가 우리 회사 골전도 기술을 이명 케어에 활용해보자고 제안해 왔다. 그렇게 발을 담그게 됐다.”

一 골전도 기술로 어떻게 이명 증상을 완화하나.

“골전도 기술 자체가 이명 증상을 완화하는 건 아니다. 이명 증상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소리 치료’인데, 골전도 기술을 활용하면 소리 치료를 끝까지 완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소리 치료란 환자가 듣는 이명의 주파수, 데시벨 등을 파악해 이와 비슷한 치료용 백색소음을 만들어 환자에게 계속 들려주는 치료법이다. 매일 4~5시간씩 치료용 음원을 들어야 하는데 치료 기간이 짧게는 3~5개월, 길게는 12개월이다. 오랫동안 환자에게 이명과 백색소음을 동시에 들려주면 뇌가 점점 둘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는 이명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된 치료법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소리 치료를 끝까지 완수할 경우 80% 확률로 이명 증상이 완화된다. 현재 이명 치료에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는 게 소리 치료다.”

一 치료법이 소리를 듣는 것 뿐이라면 굳이 골전도 기술이 필요한가.

“치료 원리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리 치료는 하루 4~5시간씩 몇 개월간 꾸준히 해야 한다. 귀에 꼽는 형태의 평범한 이어폰을 쓰면 치료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일단 굉장히 불편한 게 크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으면 밖에서 나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평상시엔 소리 치료를 할 수가 없다. 퇴근 후 4~5시간씩 집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러면 당연히 꾸준한 치료가 힘들다. 골전도 기술은 귀를 막지 않고 두개골을 울려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일 하면서도 소리 치료가 가능하다. 소리 치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뺄 필요가 없다. 생활에 치료를 녹일 수 있으니 장기간 치료에 훨씬 효과적이다.”

一 골전도 기기로 소리 치료를 하면 환자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적나.

“지난 2019년 이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한 쪽은 귀를 막는 평범한 이어폰, 한 쪽은 골전도 헤드셋로 소리 치료를 진행했다. 이어폰을 쓴 환자군은 40%만 치료를 끝까지 마친 반면, 골전도 헤드셋을 쓴 환자군은 90%가 치료를 완수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이었다. 소리 치료에는 골전도 헤드셋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一 개발 시작 2년 만에 이명 케어 특화 제품을 내놨는데, 상당히 속도가 빠른 것 같다.

“골전도 헤드셋 기술은 20여년 전부터 개발이 돼 있는 상태다. (회사 부대표인) 남편이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골전도 기술 연구만 25년을 했다. 산학협력 일환으로 진인기 교수 팀으로부터 7개 특허를 기술 이전 받았다. 이미 있는 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것이다. 2년도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개발 일정이 밀린 게 많다.”

一 신제품인 ‘TC스퀘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TC스퀘어는 세계 최초 유양돌기 밀착형 골전도 헤드셋이다. 기존 골전도 헤드셋은 백이면 백 관자놀이를 울리는 식으로 소리를 전달했다. TC스퀘어는 관자놀이가 아니라 귀 뒤쪽 두개골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인 유양돌기를 울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보면 기기가 얼굴 앞으로 나오는 부분 없이 뒤통수만 감싸는 형태다. 몸에 걸리적거림이 없어 좋고, 소리 자극이 고막에 직접 가는 것도 아니라 오랜 기간 치료하면서 청력 손실도 적다. 그런 점들을 인정받아 올해 CES에서 디지털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허진숙 엠아이제이 대표가 회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一 이명 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은 없나.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가 있다. ‘Care4Ear’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에서 청력 측정과 이명 진단을 모두 진행할 수 있다. 이명 진단을 받으면 진단 내용에 따라 맞춤형 치료 음원을 만들어 제공한다. 우리 제품으로 음원을 재생하면 헤드셋이 주변 소음에 맞게 음원 강도 등을 자동으로 조정해준다. 또 AI카운슬러가 매일 소리 치료 진행상황을 기록하며 치료를 까먹었거나 시간을 채우지 못했을 때 알림을 보낸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우리 앱과 헤드셋만 있으면 자가 치료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一 헤드셋과 앱은 식약처에 의료기기로 등록돼 있나.

“TC스퀘어를 개발할 당시 식약처에 문의했더니, 우리 기기는 전자기기와 의료기기의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전자기기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의료기기 허가는 절차가 길고 복잡해서 상품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회사를 운영하려면 수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전자기기로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고, 의료기기 등록은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다.”

一 지금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있나.

“슬립 테크, 숙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조용한 환경에선 이명이 더 크게 들린다. 이명이 숙면에 엄청난 방해가 된다는 거다. 골전도 기술을 이용한 소리 치료를 잘 때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수면학회와는 2019년에 MOU를 맺었고, 가누다라는 국내 베개 브랜드와 함께 골전도 기술이 접목된 베개를 개발 중이다.”

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마련하고 Care4Ear 앱 기능을 더 추가해 둘을 연동시켜 이명 케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이명은 일상생활 여러 부분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하드웨어 쪽에 진출할 수 있다. 이명 케어 시장은 아직 개척이 덜 돼있다. 그 안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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