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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관련/부의 미래

‘정부 지원금도 거절’ 꼭꼭 숨긴 삼성전자, 뉴로모픽칩은 무엇?…“인간의 뇌 닮은 반도체”

천아1234 2017. 8. 3. 14:05
‘정부 지원금도 거절’ 꼭꼭 숨긴 삼성전자, 뉴로모픽칩은 무엇?…“인간의 뇌 닮은 반도체”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도미닉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른 사람의 머릿 속에 침투해 생각을 주입하거나 추출해 내는 임무를 맡았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뉴로모픽(Neuromorphic·뇌 신경 모방)’ 칩을 개발할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종합기술원 산하 두뇌컴퓨팅 연구실을 중심으로 뉴로모픽칩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술 유출 방지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연구비 지원도 거절하면서 자체 예산만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선행 연구를 진행하며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양산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퀄컴, IBM 등도 더 적은 전력을 쓰면서 고차원적인 연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뉴로모픽칩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계에 따르면 뉴로모픽칩 시장은 올해 660만 달러 규모에서 2022년에는 2억7290만 달러 시장으 로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삼성전자·SK반도체...뉴로모픽 최고봉 IBM을 잡아라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투톱’을 달리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강유전체(ferroelectrics·强誘電體) 물질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양·음극 분극이 일어나고 전기장을 가하면 분극이 바뀌는 물질이다. 강유전체를 소자로 활용하면, 전압 크기의 변화에 따라 분극 상태를 부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전통적 컴퓨터가 데이터를 단순히 0이나 1 이진법으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이 소자를 활용하면 데이터를 다양한 상태로 처리,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퀄컴도 지난 2013년 뉴로모픽 칩의 일종인 ‘제로스’ 프로세서 시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제로스 프로세서를 탑재하면,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마치 인간의 두뇌처럼 각종 사물을 인식, 구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퀄컴의 설명이다.
뉴로모픽 공학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선 기업은 단연 IBM이다. IBM은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소인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가 주도하는 ‘인공 두뇌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트루노스’(TrueNorth)라는 뉴로모픽 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트루노스 칩은 무려 5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내장한 4096개의 프로세서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회로 소자들을 인간의 신경망처럼 연결해 인간 두뇌 활동을 흉내냈다는 뜻이다. 사용되는 전력 역시 기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1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IBM 트루노스 칩
◆ 뉴런 = 코어 , 시냅스 = 메모리
인간의 뇌는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에서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한다. 뇌 신경세포의 수는 1000억 개가 넘고 시냅스(Synapse·뉴런과 뉴런의 접속 부위)의 수는 100조개가 넘는다.시냅스는 2개의 돌기로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신호의 잔상을 남겨 기억을 저장한다. 신경세포수와 시냅스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모든 방향으로 화학적 신호를 보내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뉴로모픽 칩 구조도 트랜지스터나 셀이 아니라 인간 두뇌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모방해 만든다. 뉴로모픽칩 코어의 소자가 두뇌의 신경 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하고 코어 속 메모리는 시냅스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모든 코어 사이에 흐르는 전류량이 비슷하지만, 학습이 진행될수록 전류량의 차이는 벌어지게 된다. 코어와 코어의 연관성이 높으면, 저항이 낮아져 흐르는 전류량을 많아진다.
인간의 두뇌도 뉴런과 뉴런의 연관성이 높으면 시냅스를 통해 연결강도가 높아진다. 전류가 많이 흐르면 저장된 데이터도 늘어난다. 이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작업은 두뇌가 생각하는 작업과 비슷하다.
◆ “폰노이만의 한계 뛰어넘자”...데이터 폭증 AI 시대 필수
빅데이터 시대에 많은 양의 데이터 중에는 사람과는 달리 기계가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문자·이미지·음성·영상 등이 혼재해 있다. 뉴로모픽칩은 이러한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이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연산(CPU)을 비롯해 단기기억(D램), 장기기억(HDD·SSD)을 모두 따로 수행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주기억장치, 입출력장치 3단계로 구성된 컴퓨터 구조를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폰노이만(Von neumann)’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 폰노이만 방식은 수치 계산이나 정밀하게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탁월하지만, 이미지나 소리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는 효율성이 낮다. 2012년 구글이 공개한 고양이 얼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데 프로세서 1만 6000개가 필요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둬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AI 알파고. 알파고는 최고 사양의 기업용 서버 300대를 결합해 만든 ‘괴물’이다. 하지만 알파고 내부에는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 D램 103만개 등 100만개 넘는 반도체가 탑재됐다.
폰노이만 교수가 애니악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반도체 칩 자체를 두뇌를 모방해 설계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처리 속도와 효율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인간의 두뇌 신경세포의 처리 속도는 초당 10회 정도, 약 10㎐에 수준이다. ㎓ 단위로 연산을 처리하는 CPU에 비해 약 1억배 빠르다. 인간의 두뇌는 20와트의 에너지만 써도 메가 와트 급 전력을 소모하는 슈퍼컴퓨터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지금 속도로 반도체가 늘면 2040년에는 이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을 생산을 위해 화력발전소 1억개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말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70년 가까이 된 폰노이만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뉴로모픽칩 등 새로운 아키텍처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점차 데이터가 많고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속도가 저전력에 속도가 빠른 반도체의 필요성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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