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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은커녕…한국형 우주발사체 만들어놓고 놀릴 판” 본문

4차산업혁명 관련/2050년에 보내는 경고

“달 착륙은커녕…한국형 우주발사체 만들어놓고 놀릴 판”

천아1234 2021. 5. 5. 09:04

한국의 달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한 모습을 상상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정부는 2018년 2월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 조건부로 2030년 이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50년의 경고] ⑤ 우주기술(ST)


 

‘2050년 대한민국은 결국 계획했던 달 착륙조차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21세기 초부터 30년 가까이 개발해온 우주 발사체(로켓) 기술도 완성해놓고는 포기해버렸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천신만고 끝에 2022년 개발,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KSLV-2) 기술은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A 민간 기업 등으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주요 우주강국 민간기업들의 로켓 발사 기술과 저렴한 비용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인공위성이 필요한 국내 민간기업들은 한국형 발사체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미국 로켓을 이용했습니다. 기상청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우리 발사체를 이용하긴 했지만, 수요가 한정돼 있어 국내 민간 발사체 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달 착륙은 왜 못했느냐고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고무줄처럼 계획이 당겨졌다, 미뤄졌다 하더니 결국 때를 놓쳐버린 거죠. 그나마도 지금까지 어렵사리 국제 경쟁력을 따라가고 있는 건 일찍부터 민영화의 싹이 텄던 인공위성뿐입니다. 화성에는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과 스페이스X는 물론, 중국까지 유인 탐사가 본격화하고, 달에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탐사기지를 넘어 관광상품까지 생겨난 세상이지만, 한국에 우주산업은 지구궤도를 맴도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로켓기술 민간 이양 뒤 도태 예상

스페이스X 등에 가격경쟁력 밀려

‘한국판 NASA’ 우주청 신설하고

달기지 등 국제 프로젝트 동참을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의 우주기술(ST) 부문에 대한 시나리오 중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큰 예측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2050년 대한민국 우주기술은 과거보다 미ㆍ중ㆍ러ㆍ유럽 등 우주 강국들과 격차가 더 벌어져 우주 후진국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우주과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정치권과 관료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우울한 미래를 가져올 가장 큰 원인은 과학기술 때문이 아니다. 정치권과 관료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먼저 정치부터 살펴보자. 달 탐사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잉태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25년이면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달 탐사 계획은 대폭 당겨진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2020년에 달에 태극기를 꽂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씨앗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1년 일찍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달 탐사는 10년 뒤로 크게 후퇴했다. 그것도 조건부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는‘▶한국형 발사체의 안정성 확보 ▶차질 없는 부품 수급 ▶선행기술 확보라는 ‘착수조건’이 충족된 이후 2030년 이전에 달착륙선을 자력 발사한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2030년 달 착륙 계획이 들어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알만하면 떠나 버리는 한국 우주 관료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문재인 정부에서는 달 탐사를 박근혜 정부가 주력으로 밀었던 사업이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다”며“이 상태로 가다가는 달 착륙선과 월면차 등을 위한 연구는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이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하고 휘둘리면서 어설픈 보고서ㆍ기획서를 남발하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주정책을 담당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우주기술에 정통한 관료가 사실상 없다. 관련 부서라고는 거대공공연구정책과와 우주기술과가 있지만, 과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1년이 멀다고 교체된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우주 관련 국제 네트워크도 쌓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실제로 1년 이상 우주 관련 지식과 경력을 쌓아왔던 과기정통부의 A과장은 지난달 모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과기정통부가 올 8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부처로 ‘탈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대회(IAC) 참가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업무차 회의를 하게 될 때면 안타까운‘진풍경’이 벌어진다. 외국은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가 나오는데, 한국은 영어도 우주지식도 서툰 관료가 매번 새롭게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하대 물리학과 김두환 연구교수는 “국제회의에 가면 해외 파트너들이 우주기술의 전문성 때문에 한국 과기부 공무원 보다는 뒤에 배석해 있는 천문연구원이나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을 찾는 게 자연스런 모습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도 달·화성으로


 

이처럼 한국 우주기술이 정치권과 관료에 휘둘리는 사이, 세계 우주기술은 현기증이 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NASA와 스페이스X가 2020~2030년대에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더는 놀랍지 않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인공위성 제작 중소기업 쎄트렉아이의 기술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조차도 ‘화성 2117 프로젝트’를 통해 100년 후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가 지난달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계획대로 다음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인구 860만 명의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민간 달 탐사에 성공하는 역사를 남기게 된다.

 

30년 뒤 세상엔 과연 어느 정도의 우주시대가 펼쳐질 수 있을까. 아직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의 우주탐사 로드맵을 밝힌 국가는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참여해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을 해볼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우주 ‘다큐드라마’마스(Mars)는 2040년대 화성 탐사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참여한 화성국제과학재단(IMSF)이 보낸 화성탐사대원들이 화성에 도착에 기지를 건설하고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IMSF 회원국 중 한국도 이사진으로 당당히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화성탐사대장이 승하나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속적 우주정책 위해 우주청 설립해야


 

2050년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은‘작지만 강한 우주강국’을 전망했다. 우주정책과 계획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위성ㆍ우주발사체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3300억 달러(약 373조원) 규모인 우주시장은 2040년대에 1조 달러(약 11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달궤도 우주정거장과 같은 거대 우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추후에라도 지분을 주장하고 관련 과학기술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람직한 우주기술의 미래를 위해 국회미래연구원은 ① 미국 NASA와 유사한 우주청 신설을 통한 과학기술 관료(정책)의 전문성 강화 ② 국제 우주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 및 달 궤도 우주정거장, 달 기지 건설 등 글로벌 우주 프로젝트에 동참 ③ 우주벤처 육성 등 국내 우주기술 관련 민간산업 육성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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