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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업데이트]코로나 백신 수혜 '부익부 빈익빈' …'불평등' 점차 현실로 본문

코로나19

[백신 업데이트]코로나 백신 수혜 '부익부 빈익빈' …'불평등' 점차 현실로

천아1234 2021. 7. 18. 14:59

한국 참여한 코백스 모금 난항

백신 개발 관련 실험하는 연구원들.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연구원들이 백신 개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재정이 풍부한 부자 국가들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 제한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선계약을 체결한 물량만 약 20억도스(1도스는 1회 접종 분량)에 달한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에 공급할 백신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코로나19 백신 공급 불평등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불평등한 확보 경쟁을 주제로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3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입도선매’ 현실화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한 국가들. 영국은 인구 1인당 5회 접종받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 균등 배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코백스를 통한 중저소득 국가들의 확보 물량은 미미하다. 데이터 에어피니티, 네이처 제공.

네이처에 따르면 일부 국가가 백신이 허가받기도 전 빠르게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8월 중순까지 현재 임상중인 백신 중 최소 6종의 백신 물량 8억 도스를 확보했다. 약 10억 도스를 더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챙겼다. 영국의 경우 인구 1명당 물량이 가장 많은 3억4000만도스를 선구매했다. 영국 인구 1인당 5회 가량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일본도 수억 도스의 백신 물량을 선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각국의 백신 구매 러시는 백신이 전세계 균등하게 분배될 것을 촉구하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낙담시키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국제에이즈백신연합 수장인 마크 파인버그는 지난 8월 18일 세계보건기구(WHO) 브리핑에서 “감염병을 모든 곳에서 제거할 때까지 감염병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른바 ‘백신 민족주의’를 막을 필요성이 있다”고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제안했다.

 

현재 9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쳇 회장은 “현재 상황은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대유행시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공급되는 백신의 대다수를 확보했을 때를 연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쳇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이 2009년 상황과 같은 방식으로 할당될 경우 감염병은 더 오래 지속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세계에 균등하게 코로나19 백신 공급 노력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주도하고 있다. 코백스에는 CEPI와 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21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가 코백스 퍼실리티 참여를 확정했다.

 

코백스는 자력 구매 능력을 갖춘 국가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백신이 개발되면 이를 공동으로 구매해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체 인구의 20% 균등 공급이 목표다. 20억 도스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 절반인 10억 도스는 백신 구매 능력이 부족한 중저소득 국가(LMICS, Low-and Middle-Income Countries and economies)에 공급한다. 이들 국가는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10억 도스는 자체적으로 백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75개 국가를 위한 것이다.

 

코백스는 이미 영국 옥스퍼드대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백신 3억 도스 물량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부 선주문을 수행했다. 하지만 백신 제조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인 약 180억달러를 모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코백스 참여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로 코백스에 참여한 국가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부 LMICS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백신 사전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자국에서 임상3상 시험을 진행중인 백신 수백만 도스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백신 제조기업인 SII(Serum Institute of India)는 옥스퍼드대와 10억 도스 규모의 백신을 생산하는 라이선스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중 절반은 코백스에 공급되고 나머지 절반은 인도에서 활용될 예정이지만 만일 인도 정부가 더 많은 용량을 요구한다면 이를 막을 방안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법은 없나

 

해쳇 회장은 “코백스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를 체결한 참여국을 포함해 백신을 할당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라며 “직접 백신 물량을 확보한 국가의 경우 코백스를 통해 확보한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자들은 각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개발된 백신을 국내 제조업체에서 제조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이른바 ‘강제 면허’ 방식으로 허용될 수 있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만들고 공급하는 데 활용된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백신 제조와 허가와 관련된 독점 정보 관련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백신 제조업체가 제조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강제력이 필요하다.

 

특허와 지적재산만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배포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공평한 접근과 수용가능한 가격을 위해선 정부와 백신 제조업체들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물량 얼마나 확보될까

 

네이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임상중인 모든 백신이 승인되면 2021년 말까지 약 100억 도스 물량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백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조된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능력은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일부 백신 제조업체가 개발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명과학 분야 시장분석 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는 2021년 4분기까지 약 10억 도스의 백신 물량만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CEPI가 지난 5월~6월 백신 제조업체 113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말까지 약 20억~40억 도스의 백신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임상중인 백신의 투여 횟수와 용량도 제각각이다.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 노바백스의 경우 2회 접종 방식을, 존슨앤드존슨은 1회 접종,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는 1회 또는 2회 접종 요법을 검토하고 있다.

 

백신 가격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백신에 대해 1회 접종 4달러 미만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더나의 백신은 1회 25달러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신 선구매 거래에 대한 비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백신이 특정 효능에 도달하지 않으면 구매를 철회할 수 있는지 또는 일부 구매자가 다른 구매자보다 먼저 추가 용량을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가 체결한 백신 구매 계약 내용과 백신 구매 가격 등은 투명성이 완전히 결여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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