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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제페토

[초등 트렌드] 3D 증강 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 인기

천아1234 2021. 7. 17. 08:58

나는 못 가도 아바타는 갈 수 있지
우리 가상 놀이터에서 만나!

최근 김진서(경기 성남 미금초 5) 양은 무더운 날씨를 피해 친구들과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다 같이 비슷한 옷으로 맞춰 입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갑갑한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진서가 찾은 바닷가는 3D 증강 현실(AR) 아바타 앱인 '제페토' 속 가상 세계였기 때문이다. 진서는 "코로나19로 마음껏 외출하기가 어려운데 제페토에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같은 반 여학생이 모두 한 번쯤 설치할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제페토는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SNS)다. 인공 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얼굴 인식 기술로 자기와 닮은 아바타를 만들거나 머리 모양이나 눈매, 의상을 원하는 대로 바꾼 '또 다른 나'를 창조할 수 있다. 게임 화폐로 가구를 사서 아바타의 방을 꾸미기도 한다. 제페토라는 이름은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에서 따왔다.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가 사람이 된 것처럼 아바타 캐릭터를 온라인에서 살아 숨 쉬게 한다는 의미다.

아바타는 '내가 꿈꾸는 나'

어린이들은 마음대로 자신을 꾸미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페토에 열광한다. 이다희(경기 고양 성신초 6) 양은 "내 모습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꿀 수 있어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현실에서는 머리 모양을 자주 바꾸거나 옷을 여러 벌 사기가 어렵지만, 제페토에서는 몇 초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정소은(부산 괴정초 5) 양은 "상대방이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없어서 좋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몸이 불편하거나 외모에 자신이 없으면 놀림당할 수 있잖아요. 가상 세계에서는 그런 편견 없이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가상공간(맵)인 '월드'는 제페토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이용자는 놀이공원, 유령의 집, 우주 등 다양한 주제로 꾸민 맵에서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누린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신선이 돼 구름을 타고 날아다닌다. 런웨이에 서는 모델이 되기도 한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배경을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나만의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지난 3일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 작품 69점을 전시해 개장한 가상 미술관에는 19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진찬호(경북 구미 오태초 6) 군은 "교실과 급식실이 있는 맵에서 놀면, 코로나19 사태 전처럼 학교생활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신주하(경기 김포 장기초 6) 양은 "아바타로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게임을 할 때는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은 답답함이 풀린다"고 했다.

아바타 몰입해 용돈 탕진하기도… 주의할 점은?

제페토는 카메라 앱 '스노우'로 알려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18년 8월 출시했다. 현재 누적 가입자 수가 1억4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 가운데 10대 이용자가 80% 이상이다. 제페토는 또래 집단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싶어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이용자는 마음이 맞는 캐릭터들과 '크루'라는 모임을 이루고 함께 활동한다. 콘텐츠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10대의 욕구도 채워 준다. 제페토에서는 누구나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두 번 크루들과 만나 '제페토 드라마'를 찍는 박시우(서울 은로초 6) 양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박양과 크루들은 아바타를 연기자로 내세워서 대본대로 연기하고 녹화한 영상을 편집해 올린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자란 요즘 초등학생에게 가상공간은 현실만큼 중요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와 아바타를 같은 자아로 인식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고아름(서울 북가좌초 6) 양은 "아바타가 못생겼다고 지적받은 이용자는 많이 상처받는다. 더 예쁘게 꾸미려고 용돈을 탕진해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진서 양은 "앱에서 만나 얼굴을 모르는 친구가 비싼 선물을 요구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손석한 소아정신과전문의는 "어린이가 아바타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현실에서 채울 수 없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 사람이 여러 자아를 갖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바타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앱을 즐기는 시간을 조절해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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