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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인것과 섞음

축적의 시간

천아1234 2017. 7. 27. 07:13

축적의 시간

이 책의 엑기스는 ‘발간에 부쳐’와 ‘창조적 축적지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서문격)이다. 나머지는 각 분야의 전공교수들이 특정한 형식에 맞추어 답한 것을 모은 수준이다. 이 책을 발간한 취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50년만에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는데,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고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논의는 많지만 통찰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으니 우리가 해 보겠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은 압축성장하면서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고, 벤치마킹과 속성재배를 우대하는 방향을 발전했다. 게다가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어 모든 집단이 합쳐 창조적 축적을 지향하는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분야의 교수들은 (1) 한국산업계의 현실 (2) 한국산업계가 돌파해야할 관문 (3) 중국의 부상 (4) 산학협력 개선 (5) 대학의 역할 (6) 한국사회와 정책 측면에서 필요한 변화 등 6개 공통질문이 주어졌고 대담형식으로 이를 풀어냈다. 그리고 26인의 교수들이 진단한 한국산업계의 현실을 다음 5개로 요약했다.

한국산업계를 지배하는 몇 가지 그릇된 고정관념들 : (1) 생산활동은 개도국으로 아웃소싱하고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지식노동을 해야한다. (2) 첨단 특허 한 건, 세계적 논문 한 편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 (3) 필요한 경험과 지식은 살 수 있다. (4) 중국은 우리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5) 한국 대학들의 공학교육이 급속하게 발전했다.

그리고는 한국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속성으로 기술을 배워오다 보니 경험이 축적이 안되었고, 그 결과 가장 큰 문제점이 개념설계(concept design – 문과라서 정확하게 이해가 ..)이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베끼기만 하다보니 새로운 문제를 풀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수 십년에 걸쳐서 도전과 실패를 하면서 쌓은 지식과 문제해결 능력이 한국에게는 부족하고, 중국은 조금씩 자체적으로 그런 역량을 갖춰 한국을 위협한다는 것이 대표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을 알려면 ‘발간사’와 이어지는 이정동교수의 ‘창조적 축적 지향의..’을 보면 된다. 그리고 각 산업별로 요즘 뭐가 문제이고, 서울대 공대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분야별로 찾아보면 된다. 25개 산업을 다루다 보니 내용이 압축적이고 길지 않아서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이들의 주장이 다 맞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조선이나 건설산업만을 본다면 그간 여러 신문에서 지적한 내용과 부합하였다.(하긴 서울대공대 교수가 헛소리를 하지는 않을테니.)

이 책의 가장 큰 티라면 산업공학과 김태유교수가 쓴 ‘선진국의 비밀은 제조업 경쟁력에 있다’인데 그는 제조업지상주의자(나름 레테르를 붙인다면)로 서비스업, 특히 금융도 제조업 발전의 도구이며, 유럽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조업의 쇠토라고 본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Say)를 인용하고, 위그노 이주에 따른 프랑스 제조업의 쇠퇴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데, 새마을 운동 삘이 나서 도저히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역사적 사실을 자기나름의 해석을 붙인 모양인데 압권은 서비스업 육성론을 비판하면서 ‘그리스가 인구 대비 의사, 변호사 숫자가 타 유럽 국가에 비해 단연 높으니 그리스가 제일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라는 지적이다. (산업공학과가 공대의 경영대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오지랖은 넓다.)  산업공학과 두 사람의 글만 빼면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비전공자가 보기에는) 그리고 압축성장에 따른 경험과 지식의 축적 문제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니 여러 신문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각 산업에 대해서 궁금하면 찾아볼 정도.

최근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한 적이 있는데, 면접본 친구들이 지적하는 공대의 문제점 – 정부가 성공할만한 프로젝트에만 연구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는 뒷전이다 성공할만한 과제만 한다 정부의 지원이 약하다 등 -이 머릿 속에 떠 올랐다. 정부재정지원이 많고 사실 국가가 없으면 대규모의 공과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우니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들에게는) 정부일 것이다. 인도나 중국에서 공대가 힘이 있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과연 문제가 정부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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