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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은 이미 예고됐다...미 과학자 "변이 추적 늑장 대처"

천아1234 2021. 7. 16. 18:30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본 알파 변이 바이러스에 나타난 N501Y 돌연변이의 구조를 표현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재확산 원인인 변이 추적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나 크로포드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 유전체과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과 국가별 방역수칙이라는 변수가 더 많은 변이를 등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변이에 대한 분석부족으로 글로벌 코로나19 대응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1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에 공개했다. 크로포드 교수는 미 국립보건원(NIH) 유전학 분야 수석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미국인류유전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유전체 분석 전문가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 세계 하루 확진자는 55만4510명이다. 지난 4월 29일 90만3036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말까지 감소해 한때 20만명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금 이달 들어 30만명과 40만명대를 거쳐 증가하고 있다.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가 잠잠해질만 하면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다며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유행한 알파 변이, 국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인도 유래 델타 변이에 이어 최근에는 남미에서 유행 중인 람다 변이까지 변이가 글로벌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변이는 유전체 전장 분석을 통해 발견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파력이나 치명률이 높은 혹은 백신을 무력화하는 위협적인 변이가 인간의 감시를 피해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복제할 때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DNA 바이러스와 달리 복제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수정하는 기전이 없다. 필연적으로 복제 때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30킬로베이스(kb)로 염기 3만 개가 연결돼 있어 한 번 복제할 때마다 평균 3번꼴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다른 RNA 바이러스와 비슷한 속도"라며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와도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14일 전 세계에 누적 확진자가 1억8876만2226명을 넘었는데도 감염병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 보고된 유전체 전장 분석 건수는 225만3612건에 머물고 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약 1%에 대한 분석만 이뤄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변이로 인한 인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히 분석건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크로포드 교수도 이번 서신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해 현재 글로벌 감염병 대응 방식은 확진자 숫자와 입원률, 치명률을 따지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제는 대응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크로포드 교수는 변이 분석을 통해 전파력과 질병 중증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알아내 팬데믹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새로운 전염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변이 발생의 방향과 그 진화과정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게 팬데믹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매일 끊임없이 진화하는 변이를 추적할 기반 기술은 이미 충분이 마련돼 있다. 현재 기술로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은 30억쌍인데 이를 모두 분석하는데 하루 정도 걸린다. 동시에 최대 50만명까지도 함께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염기는 3만 개 머문다.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도 변이 분석을 등한시해온 것이다. GISAID에 보고된 변이분석 건수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의 경우 확진자 대비 변이 분석 비율이 1.87%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44위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7.46%로 세계 6위, 한국은 5.1%로 세계 13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한동안 바이러스 게놈 분석률이 낮았다가 올 3월부터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크로포드 교수는 변이 분석을 등한시한 이유로 부족한 자금 지원과 변이 샘플 수집 문제, 데이터 공유를 둘러싼 딱딱한 규정을 들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월 ‘헤라 이큐베이터’라는 변이 연구 프로그램을 착수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1월 취임 직후 최우선 과제로 변이 감시를 꼽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관련 예산 2억달러(약2300억원)을 배정하면서 그나마 변이 추적이 시작됐다. 

 

정 교수는 “분석률을 높이는 것은 변이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방역정책을 펼치는 것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바이러스 게놈 분석률이 18.3%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5~10% 수준을 상회한다"며 "앞으로 20% 정도의 분석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크로포드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거주 국가 상관없이 계속 돌아다니며 변이를 일으키고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전 세계적 감시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감시에서 계속해서 우수한 결과를 공유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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