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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방역이냐 개인의 자유냐···'코로나 손목밴드'가 묻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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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방역이냐 개인의 자유냐···'코로나 손목밴드'가 묻는다

천아1234 2021. 5. 3. 13:18

지난달 19일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한 승객이 팔에 코로나19 관리용 전자팔찌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개인 프라이버시는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전세계 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 국내에선 손목밴드가 그 논란의 핵심.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손목밴드(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 공중보건 위기에서 국가는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건강' 중 무엇이 더 우선인가.
  • 옥스퍼드대 줄리언 사불레스쿠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적극적 자유(Freedom)와 건강한 삶(Well-being), 구속받지 않을 자유(Liberty)와 건강(Health)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 한국 정부는 투명성, 개방성, 민주적 절차를 준수해 '민주적 방역 모델'로 찬사를 받았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대응이 높이 평가받는 건 강제적인 봉쇄나 격리 조치 없이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로 감염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하지만 최근 방역에 '구멍' 생기고 있다. 해외 입국 자가격리자의 격리지 이탈이 대표적이다. 미얀마를 다녀온 전북의 50대 자가격리자가 7일 자가격리앱이 깔린 휴대폰을 집에 두고 인근 하천에 낚시를 하러가 보건당국에 고발당하는 등 이탈사례가 늘고있다. 손목밴드도 이런 문제 때문에 검토됐다.
  •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지난 5일부터는 강화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종전엔 벌금 300만원이 최고였다. 

나랑 무슨 상관?

  • 정부가 손목밴드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 자가격리자에게 스마트폰에 자가격리자 전용 앱 설치 및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크다. 위성항법장치(GPS)로 사용자 위치를 추적하는 앱이 손목밴드와 연동된다. 스마트폰과 20m 이상 멀어지면 정부 모니터링 조직에 연락이 간다.
  •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개인정보가 적극 활용됐다.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의료 데이터, 폐쇄회로(CCTV), 신용카드 사용정보, 통신사의 스마트폰 위치정보가 쓰였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전국민에게 이를 공개했다.

 

영국 런던발 입국자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격리통지서와 검역확인증을 들고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찬성하는 쪽은

  • '감염 우려 속에선 다수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개인의 권리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자를 아무런 아이디어 없이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관리하면 뉴욕이나 밀라노처럼 될 수 있다"며 "공공을 위해 (손목밴드)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정부도 해외입국자 증가세를 들어 위치추적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자가 8만~9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7일 정부가 내놓은 자가격리자 앱의 설치율이 60%대(국내 발생 격리자)에 불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약해지고 있어 추적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은

  • '손목밴드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자가격리 문제는 시민의 이성과 자발적 참여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 성범죄자를 떠올리게 하는 전자팔찌는 직접적인 인체 구속 감시이며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을 이유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 모니터링된다는 생각에 외려 검사를 회피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난 8일엔 시민사회단체와 교수 등 143명도 긴급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자가격리자를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전자팔찌 부착은 한국 정부가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 정부는 여론을 살피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8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자가격리 관리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검토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 리얼미터가 9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자팔찌 도입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찬성 77.8%, 반대 16.5%.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 여론의 압박으로 전자팔찌를 강제 한다면 그 또한 인권침해"라며 "여론이 정책의 근거가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도입이 무산돼도 정부·지자체의 통제 조치는 강화될 전망. 제주도가 격리 조치를 어기고 제주도를 여행한 서울 강남거주 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1억 3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격리통제 위반자에 대한 지자체의 형사고발, 손배 소송 및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중단 명령도 확대되는 중이다. 

더 알면 좋은 점

  • 전세계적으로도 '국가의 역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영국 런던칼리지(UCL)의 손정원 교수는 "전 세계의 정부가 개인정보 공개와 이동의 자유 제한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고 했다.
  •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은 더 있다. '의료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노인과 젊은 사람 중 누구를 먼저 살려야 하는가', '의료인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역에서 일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생필품 사재기를 비난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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