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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미국 패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 본문

세계정세/미국

냉전 이후 미국 패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

천아1234 2021. 6. 27. 09:05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정치/사회 > 정치/외교 > 각국정치 > 미국정치

전쟁과 대화의 갈림길 앞에서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 패권 질서의 흐름을 읽는 가장 질서 있는 방법

이 책은 세계 패권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냉전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으로 국제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는 오늘날까지 미국 패권의 흐름을 정리하고 미래 전망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미국 패권을 단순히 그것이 세계 질서와 각국 정치에 미친 영향력에만 초점을 맞춘 채 패권의 진화 과정에 작용한 크고 작은 변수를 짚어내지 못한, 그래서 결국 미국 패권 또는 세계 질서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실패한 수많은 기존 논의들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미국 패권이 만들어낸 세계 질서의 변화’를 일별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변화한 미국 패권의 흐름을 만들어낸 어떤 핵심적인 동인’을 밝혀냄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미국 패권의 역사를 새로운 틀로 재정리한다.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 트럼프의 미국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과 전략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이자 국제정치학자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 ‘냉전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국제 연구원 과정에 선발되어 노르웨이 노벨연구소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냈으며,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2002년 9월부터 중앙대학교에서 미국 외교와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으며, 2008~2009년 몬태나 대학교에서 맨스필드 센터 방문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관심은 ‘정치적 현상의 기원’으로, 군부 정치 개입의 기원을 탐구하기 시작해 미국 패권의 기원과 근대 국제관계의 기원으로 연구 지평을 넓혔고, 한미 동맹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목차

서문

1장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 패권전략 논쟁의 역사적 개관

2장 단극 시대의 논리: 냉전의 종언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1991~2000

3장 부시의 전쟁: 9·11테러와 부시 독트린

4장 부시의 실패: 이라크 전쟁과 변환외교

5장 오바마의 전쟁: 대침체와 대테러전쟁의 해체

6장 오바마의 한계: 미국의 자본주의·민주주의·패권의 삼중 위기

7장 트럼프의 반란: 미국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우선주의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탈냉전기 미국의 전략가들은 냉전 시대의 안정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봉쇄정책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안보의 요청이 미국 민주주의의 헌정 질서와 자본주의의 안정적인 운영과 항상 조화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안보, 민주주의, 자본주의 각 영역 내부의 정책 혹은 노선 투쟁과 세 영역 사이의 긴장과 모순이 냉전의 정상 상태에 가까웠다. 문제는 트루먼 정부에서부터 불거졌다. 한국전쟁 초기 트루먼 정부는 두 개의 전략, 즉 북한군을 38도선 이북으로 축출하고 전쟁 이전의 상황을 복구하는 제한전쟁과 한반도에서 공산주의를 완전히 괴멸시키는 롤백(rollback) 전략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_ 27쪽

봉쇄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 재건은 미국 경제의 상대적 쇠퇴와 맞물리면서 이들 동맹이 미국의 안보 제공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금 태환 중지 이후에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따른 특혜를 누리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 시혜적 패권에서 약탈적 패권으로 변모했다는 비판이 부상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압도적 지위는 역사적 예외로서 미국 경제의 상대적 쇠퇴는 필연적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상대적 이득을 확보하는 개별 국가 차원의 국익과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안정적 관리라는 패권국가의 과제는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_ 27~28쪽

현재 한반도의 기대는 온전한 민족국가의 수립이라는 근대 세계에 속한 것인 데 반해, 미국의 패권전략은 민족국가체제의 혁명적 변화, 즉 탈근대 세계의 전망에 기반을 둔다. 미국법의 국제적 적용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명분으로 하는 지구적 법적·제도적 장치에 대한 미국 패권전략가들의 강조는 통일 한국의 생존 조건이 통일 한국을 향한 근대적 열망으로 준비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려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발전모델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면적으로 부정된 경험을 비춰볼 때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미 간의 현안뿐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할 수도 있는 미국 패권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연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_ 88쪽

20세기의 세계 평화는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뿐 아니라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 양식에 의해서도 위협받았다. 독일의 파시즘과 일본의 군국주의, 소련의 공산주의의 국제적 팽창을 막은 것도 미국이었지만, 인류 절멸의 핵무기 경쟁을 주도한 것도, 제3세계의 반제국주의 투쟁에 대한 개입전쟁을 주도한 것도 미국이었다. 9·11테러가 증명하는 비국가행위 주체의 폭력은 분명 국제사회의 대응을 요구하는 위협이지만, 기존 국제법체계를 뛰어넘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전쟁 역시 세계 질서의 불안정 요인이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대테러전쟁의 맥락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고 한국에 이라크 파병을 요구했다. _ 93쪽

2008년 이후 미국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오바마 정부의 화두는 경제 재건뿐 아니라 안보 측면의 복원력이었다. 이는 미국의 유례없는 힘과 영향력을 전제로 했던 부시 독트린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부시 독트린은 미국의 가치를 보편적인 문명의 기준으로 규정했고, 이를 미국이 이미 체현한 것으로 전제했으며, 미국(그리고 그 가치)에 대한 그 어떤 위협도 예방한다는 절대안보의 논리에 따라 예방전쟁과 무력적 정권 교체를 불사했다. 이에 반해 힘의 한계를 절감한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지구적·이념적 대테러전쟁을 알카에다에 대한 전쟁으로 축소·해체하고, 절대안보 논리 대신 경제 재건과 복원 능력 향상을 주장하며, 군사적 일방주의 대신 미국의 도덕적 위신 회복을 주창했다. 부시 독트린이 미국의 가치에 군사적 일방주의의 안보를 복속시킨 반면에,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안보와 가치, 안보와 경제의 조화를 추구했는데, 그 강조점은 점점 경제로 기울었다. _ 182~183쪽

냉전의 종언 이후 미국 패권의 전략가들은 기존의 거대한 군사적 개입 기제를 지속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명분을 찾아 나섰다. 현실은 물론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조차 찾기 힘들어진 그들은 미래의 예상할 수 없는 위협에까지 대비하고자 했으며, 소말리아와 르완다 등에서 ‘발견’된 실패국가의 위협에 주목했다. 이는 안보 위협이 강대국으로부터 온다는 전통적인 안보관의 혁명적인 전복이었다. 실패국가가 단순히 인도적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불안정의 근원이고, 미국 패권에 대한 안보적 위협이라는 주장은 실패국가 아프가니스탄이 9·11테러의 기지로 판명되면서 대테러전쟁의 근본 교리로 전환되었다. 기존의 독재를 용인하던 정책을 폐기하고 중동 전체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부시 정부의 논리는 단순히 신보수주의의 이념적 수사가 아니라 실패국가를 안보 위협으로 설정한 새로운 패권 논리의 귀결이었다. 이러한 논리는 미국의 힘에 대한 환상과 결합되었고,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가 건설의 난관에 봉착했다. _ 218~219쪽

미국은 인구 면에서 세계의 5%가 안 되지만 세계경제의 20%, 군사비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이다. 하지만 패권은 단순히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고,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관리할 의지와 그를 위한 구체적인 패권 기획, 그런 패권 기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역사적 블록에 달린 것이다. 트럼프에게 미국은 패권의 능력이 없는 불구국가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는 패권을 꿈꾸지 않으며, 백인 우선주의는 민주주의나 법치의 전범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트럼프 우선주의의 목표는 기존 패권 엘리트와의 협력이나 새로운 역사적 블록의 형성이 아니다. 이기는 것과 유명해지는 것이 그의 필생의 원칙이었다. _ 259쪽

요술램프에서 뛰쳐나온 지니를 다시 집어넣기 힘든 것처럼, 트럼프 우선주의와 백인 우선주의의 결합이나 결탁으로 세를 불린 극우 백인 민족주의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자리 잡을 것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_ 259쪽

당선자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고,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을 패자의 정치적 불만으로 치부하며,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옹호하고 유엔을 지구촌의 사교클럽으로 폄하하는 트위터를 날리고 있다. 국제질서의 지도자로서 미국의 신뢰성이 아니라 동맹까지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며 예측 불가능성을 미국 우선주의 실현의 최대 외교적 자산으로 선전했던 그의 선거공약을 고려한다면, 트럼프는 기존 국제질서와 규범, 관례의 파괴자로서 트럼프 우선주의를 전 세계에 시연하고 있는 셈이다. _ 260쪽

출판사 서평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를 따라 흘러온 미국 패권의 역사

신화와 편견 너머 새로운 틀로 바라본 미국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지금, 미국 정치권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을 향해 던지는 말 한마디가 한국 사회에 일으키는 파장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새삼 절감하고 있다. 아무리 미국 패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해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세계 곳곳의 안녕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미국의 힘이 작동하는 방식과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는 점도 분명 느끼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힘은 미국 패권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변화(또는 쇠락) 자체가 일으키는 예측 불가의 쓰나미일지도 모른다.

냉전 이후 세계 질서를 규율하고 각국의 안녕을 좌우하는 큰 틀이 되었던 미국 패권. 그것이 주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지금껏 이에 관한 분석과 미래 전망은 국내외에서 중요한 숙제였다. 특히 미국의 패권전략에 따라 분단과 전쟁이 벌어졌던 한반도에서 미국 패권의 향방은 때로는 우리 국민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것이었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주체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의 정전협정의 ‘당사자’이자 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을 쥔 ‘실세’다. 순수한 학구적 관심이 아닌 이러한 현실적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내지 한반도 정책을 놓고 학계나 정치권, 언론을 중심으로 거의 상시적인, 때로는 미국 본토보다도 빠른 분석이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은 흔히 미국의 단편적인 정책 선언을 큰 맥락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한국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대상으로서 액면 그대로 수용하고, 한국의 기대나 원망을 정책적 처방과 전망에 투영하는 경향이 있다. 한미 동맹이 국내정치의 이념적·정책적 경쟁의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한국의 현재주의적·이념적·정파적·정책적 기대나 원망은 심지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의 하위체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쉽게 무시해버리곤 했다.

먼저, ‘미국에게 미국 패권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미국 패권에 관한 새로운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는 이번에 출간한 『냉전 이후 미국 패권』에서 미국 패권에 관한 기존 논의에 내재된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면서, 미국 패권에 관한 미국의 정책을 ‘우리’가 아닌 철저히 ‘미국’의 시각에 대입해 분석한다. ‘우리에게 미국 패권은 무엇인가’에서 ‘미국에게 미국 패권은 무엇인가’로 질문을 바꿔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짐작해보건대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두 질문 중 무엇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빠른 처방을 얻고자 늘 전자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구해야 했고, 그래서 후자의 질문은 사정이 여유로울 때나 고민해볼 만한 부차적 과제였다. 하지만 전자와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먼저 후자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일반 상식 수준에서도 알 수 있다.

제목 그대로 『냉전 이후 미국 패권』은 냉전 이후 단극 시대 속에서 미국 패권이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이야기한다. 그러한 변화를 읽어내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기존 연구와 사뭇 다른 분석 틀을 동원한다. 사실 이는 부제를 통해 구체적으로 암시되는데, 바로 ‘자본주의’, ‘민주주의’, ‘전쟁(안보)’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세 가지 개념 간 긴장과 모순, 조화와 타협이 만들어낸 ‘변주’를 통해 미국 패권의 흐름을 하나의 실타래로 감아낸 것이다. 이를 다시 뒤집어 말하면, 미국 패권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어떤 단일한 원칙이 아니라 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의 개념이 이루는 상호작용에서 찾아내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든 예를 빌려 간단히 설명해보자. 금융위기와 중산층 약화라는 ‘자본주의’의 문제, 티파티와 월가 점령 운동, 연방정부 폐쇄 등 정치적 분열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문제, IS의 세력 확장 등 ‘안보’상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던 오바마 정부는 그러한 문제가 본격화하기 이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부시 정부와는 다른 패권전략을 선택해야 했다. 즉, 대외적인 개입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경제적 대침체를 맞지 않은 오바마의 미국을 가정해보자. 만약 그랬다면 미국 내부의 다른 문제는 물론 IS나 시리아 내전에 대한 대응의 방법과 강도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결국 세 가지 개념이 각각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를 이해해야만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를 만들어낸 이유가 제대로 설명된다는 것이 이 책 『냉전 이후 미국 패권』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이 책은 냉전 이후 미국이 패권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설명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그러한 패권전략을 선택한, 또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준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향후 미국 패권의 전망과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까지 논리적 분석 틀 안에서 짚어낸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는 분석 틀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튼튼한 장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며, 1장에서 미국 패권에 관해 개괄한 뒤 2장부터 7장까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은 영국 패권과 냉전기 미국 패권의 역사적 맥락에서 냉전 이후 미국의 대전략 논쟁을 다룬 것으로, ‘대공황에서 한국전쟁까지 미국 패권의 기원’에 관한 논의 및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미국 패권의 기본적인 동학, 즉 ‘민주주의, 자본주의, 전쟁의 변주’를 소개하는 총론의 성격을 띤다. 2장에서는 부시의 걸프전 이후부터 클린턴 집권기까지인 1991~2000년 기간 미국의 패권전략 변화를 백악관의 여러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바탕으로 검토한다. 3장에서는 9·11테러 이후 부시 독트린에 대해, 그리고 이어지는 4장에서는 부시 정부 2기 미국 패권의 핵심 논리가 된 변환외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5장은 대침체를 배경으로 한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종전과 아프가니스탄 증파에 대한 검토이며, 6장은 오바마 정부 2기의 중산층 복원 실패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안보상의 도전에 대한 평가다. 7장은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신자유주의 패권 2.0에 대한 트럼프의 도전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것이다.

다시, ‘우리에게 미국 패권은 무엇인가’

이 책은 미국 패권전략의 이해가 국제관계 구조와 성격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위한 주요 과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기획하는 데 필수조건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놓치는 부분, 즉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 그러했듯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전 지구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미국 패권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쉽게 말해, 한국이라는 ‘혈맹’만을 위해 특별히 배려된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를 묻기에 앞서 ‘미국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 책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용된 것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등 미국에서 공식화된 전략적 원칙이나 전망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다. 거기에 드러난 미국 패권전략가들의 의지나 전망 혹은 기대 자체가 국제관계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국제관계의 조건을 형성할 수 있는 미국 외교정책의 큰 틀과 지향을 보여주는 미국 패권의 전략적 원칙이나 인식의 역사적 지형, 초점의 변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우리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페리 프로세스 간 상관관계를 예로 든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적어도 페리 프로세스의 배경 없이는 추진되기 어려운 것이며, 페리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협상과 압박의 균형은 미국 내 정파 간 입장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페리 프로세스가 제네바합의의 규정을 받지 않는 미사일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은 핵무기 통제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로 변해온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와 상응한다.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이중기술이나 위험한 기술의 통제를 강조하는 미국 패권전략의 추세는 페리 프로세스의 안보적 기준 혹은 미국이 장래에 인정할 수 있는 북한의 통상 병력 수준의 위협이나 장기적으로는 통일된 한국의 군비 수준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할 수도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대한 대비는 미국 패권전략의 구도에서 동맹이 단순히 공동의 위협에 대한 대응 수단이 아니라 동맹국이 미국의 이익과 그 실현 방안에 동의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수단임을 고려할 때, 햇볕정책과 페리 프로세스의 단기적 접점이나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념적·정치적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다.” _ 87~88쪽

저자는 ‘우리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를 살피기에 앞서 현재 한반도의 기대와 미국의 패권전략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대는 온전한 민족국가의 수립이라는 근대 세계에 속한 것인 데 반해, 미국의 패권전략은 민족국가체제의 혁명적 변화, 즉 탈근대 세계의 전망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미국법의 국제적 적용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명분으로 하는 지구적 법적·제도적 장치에 대한 미국 패권전략가들의 강조는 통일 한국의 생존 조건이 통일 한국을 향한 근대적 열망으로 준비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려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발전모델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면적으로 부정된 경험을 비춰볼 때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금 미국 패권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이성적이고 냉철한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점이다.

트럼프가 보는 미국과 우리가 보는 미국은 과연 같은 나라일까

‘우리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우리의 가장 큰 관심 키워드는 물론 ‘트럼프’다. 이를 다시 ‘미국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이 책에 따르면, 미국 패권의 시각에서 볼 때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가 재건하려는 위대한 미국이 기존의 패권국가 미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패권 엘리트들이 자유무역협정과 WTO 등을 통해서 미국 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최악의 협상으로 미국을 불구국가로 만들어놓고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기존의 미국 패권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했다. 예컨대 시혜적 패권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마셜플랜의 경우에도 미국은 상호 이익과 자조의 원칙을 통해 미국의 원조가 미국이 원하는 용도에 사용되도록 압력을 가했다. 닉슨의 금 태환 중지 결정도 미국이 기축통화의 특권을 이용해 전 세계에 적응을 강요한 일방주의의 사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세계자본주의의 이익을 일정하게 조화 혹은 관리하려는 패권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사례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는 이런 패권의 의지나 목표가 아예 없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인의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은 미국의 이익은 의미가 없으며 불구국가 미국은 세계자본주의의 운영을 걱정할 만큼 한가롭지 않고, 그런 패권의 의지는 위선일 뿐이다. 닉슨의 금 태환 중지 이후 미국이 약탈적 패권국가로 전환했다면, 트럼프의 불구국가 미국은 그런 패권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국가이며 그가 재건하려는 위대한 미국은 약탈적 보통 강대국이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는 먼저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하면서 패권을 포기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기존 패권의 기제와 명분이 갑자기 해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밝힌 취임 초기 최우선적 정책 과제만 놓고 볼 때 새로운 미국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러한 새로운 미국은 미국의 진보가 알고 있는 그런 미국이 아닐 것이며, 무엇보다 한국의 지배계급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나라’, ‘혈맹의 나라’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패권은 한국 외교의 절대적 조건으로 작용해왔고 한국의 보수에게 친미는 여전히 국시다. 미국의 주류 패권 담론이 미국 패권의 위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위기를 거듭해 외쳐대는데도, 한국의 보수는 트럼프가 보여주는 아름답지 않은 나라 미국, 불구국가 미국의 반패권주의 선언을 여전히 믿지 못한다. 관성과 미련의 한계는 분명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의 보수가 주장해온 미국과 안보는 물론 경제와 가치의 차원에서도 일체화되겠다는 전략 동맹의 기조는 이미 무너졌다.” _ 261쪽

‘우리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우리는 냉전 이후 줄곧 답을 찾아 헤맸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느냐가 한국 정치에서 좌우, 여야를 가르곤 했다. 이제 우리는 같은 질문에 대해 또다시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무엇보다 미국이 선택할지 모를 항목들을 우리의 기대나 걱정에 따라 배제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자연스레 이것은 되돌이표처럼 ‘미국에게 미국 패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당연히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이야말로 이 책 『냉전 이후 미국 패권』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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