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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내 아바타에 구찌를 입혔다

천아1234 2021. 7. 17. 08:52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티앙 루부탱, 발렌티노, 구찌….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들이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위한 패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 특히 10~20대 간 교류의 공간이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옮겨지자, 잠재적 소비자를 겨냥해 아바타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테니스 클래시'의 캐릭터들이 입은 구찌.

가상현실의 인기는 올해 코로나 사태를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온라인 블록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사용자가 지난해 10월 9100만명에서 올해 10월 1억3100만명으로 늘었다. 마인크래프트는 젊은이들 사이에 ‘가상 세계의 성지(聖地)’로 불릴 정도다. 대학들이 게임 안에서 교실을 만들고 수업을 하는가 하면 지난 5월 UC버클리 학생들은 가상 캠퍼스를 지어 아바타를 참석시킨 졸업식까지 열었다.

사람들이 가상현실로 몰리자 명품 브랜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닌텐도의 가상현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이 지난 3월 20일 발매 6주 만에 1300만장이 팔려나가자, 명품 브랜드 ‘마크제이콥스’와 ‘발렌티노’는 올해 봄·여름 신상품을 5월 동숲에도 똑같이 내놨다. 아바타용은 무료였다. 패션브랜드 ‘안나수이’와 ‘GCDS’가 뒤를 따랐다. 6월에는 구찌가 인기 온라인 스포츠 게임 ‘테니스 클래시’의 게임 캐릭터를 위한 옷을 유료로 내놨다. 가상현실 속 옷 가격은 실제 제품가의 100분의 1 수준. 구찌는 나아가 ‘구찌 오픈’이라는 가상 테니스 게임을 개최하고 자체 게임도 출시했다.

발렌티노 제품을 입고 있는‘모여봐요 동물의 숲’게임 속 아바타들. /발렌티노

네이버에서 내놓은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에도 나이키, 컨버스, 디즈니, 푸시버튼 등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입점하고 있다. 제페토에선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촬영하면, AI(인공지능)가 사용자와 닮은 얼굴의 아바타를 만들어준다. 아바타에게 원하는 의상 등을 입히고 가상 공간에서 친구들의 아바타와 만나서 노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는 아바타의 옷과 악세서리를 500~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명품 신발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코로나 사태로 패션쇼가 취소되자, 내년 신상품을 제페토에서 아바타 아이템으로 먼저 선보였다. 제페토는 유튜버 크리에이터 소속사인 다이아TV와 제휴를 맺어 인기 유튜버들이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페토 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지원하고, 광고·마케팅·세일즈, 커머스 사업 등을 공동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음식 등 다양한 상품을 가상 세계에서 홍보하고 판매도 하겠다는 얘기다.

 

명품 신발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가상 세계 플랫폼 '제페토'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다. 아바타들을 위한 아이템도 내놨다.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 세계 마케팅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접한 이들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고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제페토의 이용자 1억9000만명 중 10대가 80%를 차지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들이 가상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면서 자신을 대리하는 아바타에 더 투자를 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닐슨은 지난 9월에 낸 보고서에서 “사람들이 친구들과 놀거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가상 세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서 갑자기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거리 광고판 같은 물리적 매체를 통해 소비자와 접촉해왔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가상현실에서의 모임 활동에 대한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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