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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대중에 관하여

"변하면 안 되는 것 두 가지, 기자 정신과 글쓰기"

천아1234 2021. 4. 11. 16:39

"아직도 200자 원고지에, 그것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글을 쓰는 낡은 기자는 이제 물러갑니다. 기자로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아부 안 하고 돈 안 밝히고 살아서 좋았습니다. 55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살아온 김대중(金大中·81) 조선일보 고문이 54년 10개월간 근무했던 조선일보에서 31일 퇴임했다.

31일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읽고 있다. 55년 동안 한국 언론을 대표해 온 김 고문은 후배 기자들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기자 정신과 좋은 글 쓰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1965년 6월 조선일보 수습 8기로 입사해 외신부·사회부·정치부 기자, 주미(駐美) 특파원과 외신부장·사회부장·정치부장을 거쳐 출판국장·편집국장·주필·편집인 등을 역임했다. 55년 세월 기자와 칼럼니스트로서 언론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김 고문이 '신문기자 55년'을 보내는 동안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열 명의 대통령을 겪었고, 1인당 GDP 108달러의 세계 최빈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됐다.
이날 오후 6시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퇴임식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양상훈 주필을 비롯해 조선일보 임직원과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했다.
김 고문은 이날 고별사에서 후배들에게 '기자 정신'과 '글쓰기'를 강조했다. 그는 "통신지(통신사 기사를 인쇄한 종이)의 이면을 원고지로 쓰고 납 활자를 한 자씩 뽑아 조판하던 시대에 조선일보에 들어왔지만, 지금의 신문 환경은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 달라졌다"면서 "이 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기자 정신'과 '글쓰기'의 중요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기 있는 비판 의식을 뜻하는 기자 정신이 아무리 투철해도 글쓰기가 뒤따라주지 못하면 좋은 보도가 나올 수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라면서 "기자 개개인의 글쓰기와 완성도가 중요하며, 기자가 완성도 높은 글을 신문에 파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고문 스스로가 기자로서 지켜온 원칙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고문은 주간지 '시사저널'이 매년 발표하는 언론인 영향력 조사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1995년 제외) 1위를 지켰고, 그 이후로 작년까지도 5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양상훈 주필은 송별사에서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일가를 이룬 사람을 전설이라고 부른다. 한국 언론계에 전설이 있다면 김대중 고문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서 "함께했던 그 긴 세월 저희 후배들한테는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양 주필은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김 고문의 글을 읽으며 기자는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을 배웠다"고도 했다.
이날 퇴임식에서 방상훈 사장이 김 고문에게 전달한 공로패 '55년 기자 김대중을 기억하며'에는 1984년 11월 30일 자 조선일보 5면에 실린 동서남북 칼럼 '거리의 편집자들'을 동판으로 제작해 담았다. '1단 기사와 빨간 줄의 의미'라는 부제가 붙은 이 칼럼은 5공화국 때 언론의 자유가 없던 시절을 비판한 내용으로 김 고문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칼럼'으로 꼽은 글이다.
공로패에는 '조선일보 후배 일동' 명의로 "한국 언론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우리는 김대중 고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김 고문은 모두가 알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했고,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직필(直筆)이 시대와 나라를 움직였습니다. 지난 55년 동안 김 고문은 한결같이 조선일보 기자였습니다. 한 시대의 전설과 함께 했음을 영광으로 여기며…"라고 새겼다.
김 고문은 앞으로도 언론인으로서 삶을 계속 이어간다. 1987년부터 33년 동안 격주로 빼놓지 않고 집필해 온 '김대중 칼럼'을 퇴임 후에도 계속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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