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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1234 2017. 9. 21. 19:22

대학병원에서 ‘벌레 수액’까지 나오는 우리 의료 현실

응급실에 가거나 입원을 하면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해 주는 처치가 수액이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에서 아기에게 주입하던 수액 연결관에서 날벌레가 나온 데 이어 인하대병원도 납품된 수액세트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가장 기본적인 처치 품목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물질이 섞였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고 제품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액의 위생관리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액의 납품 단가가 낮아 마진이 개당 1~2원 정도로 박해 영세업체들만 시장에 참여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세업체들은 안전관리 기준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데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에서 위탁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품으로 표기된 것도 반제품으로 들여와 한국에서 멸균과 박스작업 정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날벌레가 나온 제품도 필리핀산이다. 날벌레가 나왔는데도 현지 공장의 문제인지 국내 작업 중 들어갔는지 밝혀진 게 없다.
의약품 해외 생산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의 의약품 제조공장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는 반면 해외공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가 상존하고 있었으나 정부도 업계도 눈감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환자 부담과 건보재정 때문에 수가 조정은 어렵다며 뒷짐 지고 있다. 또 위생적 생산·관리를 할 수 있는 대형 제약업체들은 마진이 박한 품목에서 발을 빼고, 영세업체에 넘기는 관행도 큰 문제다. 대형제약사들도 돈 안 되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막대한 바잉파워를 가진 정부와 업체 간의 상생과 협력방안을 찾아 위생적 수액 생산체제를 만들기 바란다.
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 ‘반도체 코리아’ 이어가야 한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일본 도시바메모리를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도시바의 합작 회사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의 훙하이그룹을 물리치고 이뤄낸 쾌거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최초로 개발해 원천 기술을 가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2위 기업이다. 도시바를 품으면서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 분야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4~5위권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견제로 도시바 지분을 간접적으로 확보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지분 49.9%를 보유할 베인케피털에 현금을 대출하는 형식으로 도시바 지분을 확보했다. 대호황이 이어지는 수퍼사이클에 들어선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시바가 애플과 델이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서로 협력할 분야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천기술을 갖게 돼 특허 분쟁을 피할 수도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에서 협업이나 공동 연구개발(R&D)로 기술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직접 인수하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시장점유율 변화는 없겠지만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코리아’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늦출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다. 낸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우위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끊임없는 혁신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의 치졸한 사드 보복을 이겨내는 정공법도 결국 우리만의 제작 기술로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은 꼭 지켜내야 한다.
“북 완전 파괴”라는 트럼프, 대화와 평화 주장하는 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쏟아냈다. 전쟁 발발을 무엇보다 걱정하는 우리로서는 머리가 쭈뼛 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물론 북한을 향한 그의 거친 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초에는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유엔 연설에서 최고 강경발언
일부에선 “미국 내 우파를 의식한 발언”
정부, 대국민 설명 방안도 고민해야
그럼에도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건 이번 발언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그전과는 비할 수 없는 탓이다. 그간 미 수뇌부가 쏟아낸 정제 안 된 발언들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트위터에 띄우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유엔 연설문은 다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초안이 오랜 윤독을 거쳐 다듬어져 나온 게 이번 연설문이다. 트럼프 개인은 물론 미 외교안보라인의 전체적 사고가 함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추종자가 대부분인 트위터 팔로어를 향한 메시지와 전 세계 정상에게 한 연설은 그 격과 무게가 같을 수 없다.
내용에서도 판이하게 달랐다. ‘화염과 분노’가 김정은을 목표로 한 반면 ‘완전한 파괴’는 북한 주민 전체를 의식한 표현이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곧바로 자리를 떴고,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들은 모두가 경악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번 연설을 두고 외국 언론에선 “지나치다”는 반응과 함께 미국 내 우파를 의식한 국내용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따라서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도 적잖다. 하지만 그의 초강경 발언대로 이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한 전면전은 절대 없을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우리에게 이번 연설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즘 국민이 느끼는 불안의 강도는 미 수뇌부들의 발언 수위에 비례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정부로서는 이번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가 나서 트럼프 발언의 배경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중재를 요청했다고 한다. 유엔 정상들과 오찬에서도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했다. 대북 강경론이 판치는 속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가 북한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요청을 한 게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책만큼이나 문 대통령의 유화책에도 불안한 시선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오늘 밤 예정된 첫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이 같은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외환위기 20년 후, 무엇이 다른가?
생산성 둔화, 저출산·고령화,
북핵 위기, 미·중과 무역마찰로
대내외적 위험이 엄중하다
20년 전 합심해 위기 극복했듯
새 위험들에 대처해야 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과감한 개혁으로 건실하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9월 6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지난 20년의 경제 성과를 높이 샀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년 전에도 IMF는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97년 7월 태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아시아 국가들로 빠르게 파급됐지만 한국은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계속 회수하고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었다. 12월 3일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가혹한 구조개혁이 시작됐다.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대량 실업으로 고통을 겪었다. 98년 경제성장률은 -5.5%였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개혁조치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99년 성장률은 11.3%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해 지도자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합심해 위기 극복에 전력을 다했다. 세계 무역환경이 좋았던 덕에 수출이 경제 회복의 돌파구 역할을 했다.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외채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도록 미국 정부가 적극 도왔다.
이제 한국 경제는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건실해 20년 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2017년은 20년 전과는 또 다른 대내외적 어려움이 한꺼번에 닥친 위험한 상황이다. 긴 안목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선진국의 초입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
대내적인 첫 번째 어려움은 낮은 생산성이다. 한국 경제가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력과 높은 투자율로 고도성장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그러나 생산성과 기술혁신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국제경제력지수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세계 83위, 정부정책과 정치제도의 효율성은 69위다. 기술혁신 능력도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도 심각한 어려움이다. 출산율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고 2035년에는 2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로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북핵 위기가 심각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의 위험이 커졌지만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핵 위기의 진전에 따라 우리 안보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마찰도 상당한 대외 위험요인이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미국은 13%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 상대국들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경제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
97년에 미국은 전 세계 총생산의 20%를, 중국은 겨우 6.6%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전 세계 총생산의 18%를 차지해 미국의 16%를 넘어섰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몽(中國夢)’을 추구하는 두 강대국이 세계의 패권을 다투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서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국력은 약하고 외교 역량도 부족하다.
이렇듯 대내외적 상황이 엄중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97년 위기 때처럼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쌓여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공 일자리 늘리기, 탈원전 같은 정책들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다. 라가르드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쓴소리를 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했고, 재정 여력은 노동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를 해결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라고 권유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이유는 물이 주위의 흙 입자를 끌어당겨 땅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97년에는 위기가 물의 점성과 같은 역할을 해 땅을 굳게 했다. 지금은 대내외 위험들이 한꺼번에 닥쳤지만 힘을 합치지 못하고 마른 흙처럼 부스러질 뿐이다. 온 국민과 정치지도자들, 정부가 힘을 하나로 모아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탄광의 카나리아, 김동연
좌클릭 정부 급회전 않게
이념과 현실, 접점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왜 김동연을 첫 경제부총리로 낙점했을까. 그는 지난 정부 사람이다. 정권 창출에 특별히 기여한 것도 없다. 시장경제를 존중하며 재정은 건전해야 한다고 믿는 정통 예산통이다. 우선 나눠주고 보자는 ‘산타 대통령’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일각에선 ‘얼굴 마담용’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좌편향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용도라는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김동연 패싱’ 논란에 휩싸인 것도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지난 7월 내년 예산 지출 삭감 과정에서 (김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고 뒤늦게 전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보고한 첫해 9조원 삭감안을 대통령이 “너무 적어 구조조정 의지가 없다”며 퇴짜를 놨으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격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펄쩍 뛴다. 되레 김 부총리가 누구보다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흘러나온다는 것부터 김동연 패싱이 사실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김동연은 성공한 부총리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참고할 만할 전례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두 사람은 기질·성격·철학까지 많이 다르다. 그러나 처지는 묘하게 닮은꼴이다. 우선 직전 정부 장관으로서 새 정부의 경제 사령탑이 됐다. 둘 다 정권에 지분이 없다. 국정 철학과 다른 경제관을 가졌다. 게다가 시어머니가 많다. 청와대에만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보좌관이 있다. 여당도 깊숙이 간여한다. 이헌재는 당시 “상대해야 할 경제 수석이 몇 명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김동연은 얼마 전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고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결과는 어땠나. 청와대를 장악한 386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헌재는 391일 만에 물러났다. 공과는 엇갈린다. 탄핵 정국의 위기를 돌파해 경제 회복을 이끈 건 공이다. 여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우·김수현의 ‘부유세’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연착륙시킨 것도 이헌재의 힘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두고두고 “이헌재의 반대로 종부세가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말해 왔다. 반면 청와대나 국회·부처 간 정책 조율엔 미흡했다.
김동연은 최근 조심스럽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업무보고 때는 “내각에 믿고 맡겨 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대통령이 흔쾌히 힘을 실어줬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때부터 그는 달라졌다.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 속도와 폭을 신축적으로 하겠다” “고용 안정, 노동 유연성을 같이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친(親)노동 정책만 쏟아내고 있는 새 정부 정책 기조와는 결이 다른 얘기다. 이런 그의 목소리가 언제, 어디까지 통할까. 과연 통하기는 할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쪽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김동연을 ‘탄광의 카나리아’로 부르려 한다. 카나리아는 탄광 가스 폭발의 위험을 온몸으로 경고한다. 이 정부의 좌파 본색이 드러나면 카나리아는 가장 먼저 질식사할 것이다. 카나리아가 질식하면 곧 탄광도 무너질 것이다. “실세 장관·참모에게 기죽지 말고 정책을 이끌어 달라. 끝까지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 달라.” 김동연의 경제부총리 청문회 때 기재부 선배인 김광림 의원이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어떻게 하나 될 것인가
다민족 중국도 단합에 열심인데
한반도 배달민족은 남북이 으르렁
합리와 지혜로 북핵 위기 넘기고
분열·분단 악몽 깨어나 하나 돼야
우리는 이처럼 남북 분단 상태가 고착화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최근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푸정(普正) 스님의 초청으로 란저우(蘭州)에 들렀다가 실크로드를 따라 우루무치(烏魯木齊)의 천산까지 둘러보고 왔다.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요사이 중국이 크게 깨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중국 어느 곳을 가나 부강·민주·문명·자유·평등 같은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제시해 중국 번영에 매진하는 분위기였다. ‘중국의 꿈이 나의 꿈이다’ ‘중화민족은 한 가족이다’ ‘각 민족이 석류알처럼 뭉쳐 하나 되자’ 같은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서 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처럼 중국은 민족이 달라도 하나 되자 하는데, 우리는 같은 배달민족이니, 한민족이니 하면서도 남북이 갈라져 원수처럼 대적하고 살아야 하는가? 거기에다가 끝없는 대량 살상 파괴 무기 개발 경쟁이나 하는가?
요사이 남과 북이 고강도 폭언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불안으로 신경과민증이라도 걸리기 십상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대적하고 살아야 하는가? 거기에다가 남남 갈등까지 가세해 조선시대 그 허구한 날을 당쟁으로 지새우며 국가를 패망케 한 모습이 되살아난 듯하다. 이 외환내우의 현실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말인가? 국가 대의로 하나 될 수는 없는 것인가? 합리 경쟁으로 승화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러한 때에 네 탓 타령밖에 길이 없단 말인가?
결코 돌파구가 없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악조건 속에서도 지혜가 있으면 길은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일궈 내지 않았던가? 남북한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배 12척의 상황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지 못하고 희망을 일궈 내지 못한다면 이는 합리와 지혜를 포기하는 것이며 현실 안주의 타성일 뿐이다.
수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둘러본 일이 있다. 넬슨 만델라는 백인들의 엄청난 가해를 받으면서 종신형을 받고 27년이나 옥살이를 한 투사였다. 그러나 끝까지 백인을 배척하지 아니하고 함께 평등한 삶을 주장했고, 그 결과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 후에는 당시 백인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영입했다. 내각도 흑인·백인을 두루 쓰면서 남아공의 평화를 일궈 냈고, 처음 약속한 임기를 마치고 미련 없이 퇴임했다. 그리하여 남아공은 물론 세계의 백인·흑인 모두의 숭앙을 받았다. 그를 그토록 핍박한 영국 정부가 그의 생일에 초대해 최고 예우를 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만델라의 사례에서 나라가 하나 되고 남북이 하나 되는 묘방을 찾아야 한다. 희망을 찾아야 한다.
방향을 부산으로 향하면 부산에 도달하고 목포를 향하면 목포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이치다. 우리는 분단으로 갈 것인가? 하나를 향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나라가 하나 되고 남북이 하나만 되면 유라시아 대륙 모두가 가까운 경제 영토여서 무한한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국운 웅비의 호기를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좋은 여건을 포기한 채 남북 대결과 네 탓의 꿈속에서 불장난만 하고 살아야 하는가? 한반도는 땅덩이가 좁아 핵을 지상에서 폭발시키면 도망갈 곳이 없다. 민족 공멸이다. 그래도 핵이 있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합리적 주장을 외면하다가 큰 곤욕을 치른 사례가 수없이 많다. 그 몇 가지 예만 들어본다.
임진왜란 전 부국강병 10만 대군의 양병 주장을 외면하다가 임란 7년의 곤욕을 치렀고, 구한말 개화 주장을 묵살한 결과 36년간 식민 치욕을 겪었으며, 광복 초기 단일정부 수립의 주장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 6·25전쟁과 분단 고초의 이 역사에서 여태껏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합리를 외면한 대가는 이토록 혹독하다.
그러므로 합리의 지혜를 금이요 옥이요 받아들이는 사회는 희망이 있고, 합리를 외면하는 사회는 어둠이 있을 뿐이다. 방향을 올바로 잡은 사회는 나아갈수록 광명이요 영광이지만, 권모술수가 기승하는 사회는 어둠과 치욕이 있을 뿐이다. 원리가 이러한데 우리는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우리 민족이 한 차원 더 성숙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합리로 성숙한 사회, 준법으로 성숙한 사회, 더불어 함께하는 문화로 성숙한 사회, 서로 안아서 그동안 겪은 아픔을 녹여 내는 성숙한 사회로 진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이 아픈 분단 역사를 100년대까지 끌고 가야 할 것인가?
증오의 대결을 극한으로 이끌고 가면 종착점은 민족 공멸일 뿐이요, 서로 안아서 하나 되는 길로 나아가면 우리 온 민족의 활로가 열리고 영광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제 분열과 분단의 악몽에서 깨어나자. 그리고 남북 모두 ‘우리 어떻게 하나 될 것인가’ 깊이 고민하자.
역사를 만드는 용기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정치 생명을 걸었던 슈뢰더
정적이었던 그를 칭찬하는 메르켈, 모두 승리자다
“개 세금, 담배 세금, 자동차 세금, 환경 세금…. 선거는 끝났고, 당신은 이제 잘리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훌륭함이다.”
2002년 독일에서 유행한 패러디송, ‘세금 노래(Der Steuersong)’다. 코미디언 엘마르 브란트가 스페인 댄스그룹의 노래 ‘케첩송’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여 만들었다. 그해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의 조세정책을 겨냥한 노래였다.
선거운동 때는 증세가 없다고 얘기하고선 재집권하자 슬그머니 간접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정부를 비꼬는 이 노래에 독일인은 열광했다. 100만 장 넘게 앨범이 팔렸고, 그해 연말에는 인기 노래 순위 1위를 차지했다. 3년 뒤 슈뢰더 정부가 무너졌을 때 이 노래 유행을 비극의 시발점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사실 개 세금 문제에 관한 한 슈뢰더는 억울하다. 독일에는 반려견 세가 있다(반려묘 세는 없다). 지방정부 관장사항이다. 연방정부가 올리라 내리라 할 일이 아니다. 슈뢰더 집권 이전 여러 지역에서 도입된 제도이기도 하다. 반려견 세는 마리당 대략 15만원 안팎(지역·크기·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다. 이에 불만을 가진 반려견 주인이 꽤 있다. 개가 아니라 양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하여튼 이 세금과 슈뢰더는 별 상관이 없었다.
‘팩트’가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가 흥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슈뢰더의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져 총선에서 간신히 승리했는데 이후 내놓은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의 정책으로 서민의 반발을 샀다. 당시 이웃 나라 프랑스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바다 건너 영국에는 매력적인 국제 스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있었다. 이들에 비해 슈뢰더는 무디고 답답해 보였다. 통독 후유증으로 경제 성장이 멈추고 실업률이 치솟던 때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슈뢰더는 ‘어젠다 2010’이라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2003년 4월의 사민당 서부지구 전당대회에서였다. 어젠다는 일곱 가지였다. 노동시장 개혁, 기업별 단체협약 확대, 직업교육 개선, 의료보장 개혁 등이 들어 있었다. 경영자총협회에서는 즉각 개혁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노동조합총연맹은 철회를 요구하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사민당의 정치적 기반인 노조로부터 ‘사기꾼’ ‘배신자’ 소리를 들었지만 슈뢰더는 야당인 기독교민주당과 협상을 벌여 가며 그해 말까지 어젠다 2010과 연관된 개혁법안들을 모두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그가 정치권에서 퇴출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고, 2005년 9월 실시한 조기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잃어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슈뢰더는 실패한 정치인의 상징이 됐다. 그는 7년간 총리 자리에 머물렀다. 전임자였던 헬무트 콜은 16년 재임했고, 후임자인 메르켈은 12년째 집권 중이다. 프랑스의 시라크는 12년, 영국의 블레어는 10년간 권좌를 지켰다. 슈뢰더는 퇴임 후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유한 영국계 투자은행과 러시아 재벌 가스프롬의 고문이 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몇 년 새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제행사 초청이 줄을 잇고, 2007년에 출간된 그의 회고록이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다. 최근 한국어판(『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문명국가로의 귀환』) 출판기념회 참석 차 방한한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에서 눈물 닦는 모습을 보여 한국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4년 전 한 연설에서 “리더십이란 희생을 감수하고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봄에 그를 이렇게 칭송했다. “어젠다 2010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게 해 준 전임 슈뢰더 총리께 감사드린다.” 미래를 위해 정치 생명을 건 지도자, 정적이었던 전임자의 공을 과감하게 인정하는 또 다른 지도자. 그들은 이렇게 역사를 만들어 간다. 부럽다.
한국의 올림픽 성적이 이탈리아보다 나은 까닭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모두 반도국가인 데다 인구 규모도 비슷한데 최근 올림픽 성적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조금 앞선다.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전체 메달 수가 8개로 같았지만 이탈리아는 노 골드, 한국은 3개였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 때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메달 7개를 더 땄지만 한국에 금메달 1개가 모자라 종합순위는 한국 8위에 간발로 뒤진 9위였다. 올림픽 참가의 역사는 한국보다 이탈리아가 길고 나은 성적을 내왔음에도 근래 한국에 밀리는 이유는 뭘까.
이탈리아에서 스포츠는 개인 중심이다. 고등학교까지 체육 수업은 일주일에 2시간밖에 안 된다. 체육고·체육대학도 없다. 체계적인 체육 교육은 방과후 스포츠클럽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배우고 싶으면 만 5세부터 전문 감독이 직접 가르치는 테니스클럽에 가면 된다. 축구·럭비·농구·배구도 마찬가지다. 클럽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학교 성적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고교 졸업 때까지 일반 학생과 똑같이 공부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유급된다. 동네마다 스포츠클럽과 시설이 많아 일반인도 스포츠를 쉽사리 접한다.
이탈리아 제도의 부족한 점은 올림픽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축구·배구·테니스·수영 같은 인기 종목은 클럽이나 프로팀이 많고 후원 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뛰어난 선수가 많이 배출되고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은 실력이 뛰어나도 제대로 지원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국제적 선수가 배양될 토양이 척박하다.
한국은 몇몇 인기 종목에 관심과 지원이 쏠리는 이탈리아와 달리 학교와 정부가 다양한 분야의 선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이 중시되고 동네 스포츠시설이 적어 일반인 접근은 쉽지 않다. 이탈리아처럼 클럽스포츠가 활성화하면 생활스포츠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평창 올림픽이 좋은 성적을 내는 목적지일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생활체육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도약대가 됐으면 한다.
중국의 세로 국가지도
중국의 영토는 동서가 길다. 서쪽 파미르 고원에서 동쪽 우수리강까지 직선거리로 5500㎞에 달한다. 중국의 지도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가로 직사각형으로 제작됐다.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남중국해는 귀퉁이에 박스를 만들어 별도 처리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부강하고 위대한 중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를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단어에 응축했다. 아편전쟁부터 100년은 정신 없고 창피했던 과거로 규정하고 중국공산당이 권력을 잡은 1949년부터 100년은 부국강병을 재현하는 게 중국의 꿈이라는 것이다. 2014년부터 배포된 지도에는 이런 국가 발전 전략이 녹아 있다. 귀퉁이 박스에 갇혀 있던 남중국해는 세로 직사각형 지도 속으로 들어왔다. 이 지도를 보면 중국 대륙 못지않게 남중국해가 중국의 세력권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중국몽의 바탕엔 최소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을 인정받겠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 북한의 포격 엄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괌 기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패권을 뒷받치는 해·공군력의 거점이다. 따라서 미군과 전략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민해방군의 역내 최우선 전략 타격 목표는 괌 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유사시 인민해방군 전략 미사일의 발사 후 위치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란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는 북핵·미사일 방어용으로 북핵이 제거되면 철수한다고 조건을 달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뒤집어 보면 북핵에 대한 중국의 속내가 엿보인다. 사드 철수는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인 반면 북핵 해결은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드와 북핵을 패키지로 묶는 우리의 해법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다음달 19차 당대회에서 내부 권력의 향배가 정리되면 시진핑 중국 주석도 사드든 북핵이든 좀 더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이때가 교착에 빠진 한·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중국 업무에 잔뼈가 굵은 한 외교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판이 바뀌면서 북·미 관계에 변수가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책결정은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국 외교의 딜레마일 것”이라며 “이런 미묘한 틈새를 포착하고 순발력 있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외교안보와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정책실에 중국 전문인력이 없는 황량한 현실이다. 외교부 동북아국에서 4급 행정관 한 명이 파견된 실정이다. 중국의 대북 셈법의 판이 꿈틀대는 이런 호기에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 보며 허둥대지 않으려면 전문적인 실무 진용을 전진배치하는 게 기본이고 출발점이다.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두물머리(양수리)는 관광명소다. 두 물줄기를 받아들인 한강은 서울을 적시고 서해로 빠진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우리네 터전이었다. 요즘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강과 마을의 흔적’ 특별전을 둘러봤다.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강줄기를 따라 촌락을 이루며 살아온 우리들의 발자취가 정겹다.
두물머리에서는 옛 유물이 다양하게 출토됐다. 마한·백제의 집자리 유적이 대표적이다. 토기·숫돌·쇠화살촉·가락바퀴(실을 잣는 데 쓰는 도구) 등이 나왔다. 땅이 기름지고 강물도 넉넉하니 사람 살기에 좋았다. 두물머리 바로 남쪽에는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유적지가 있다. 또 그 옆에는 다산생태공원이 들어서 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다산생태공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평등한 세상을 갈망한 다산과 그의 둘째 형 손암(巽庵) 정약전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소리꾼 장사익과 의수(義手)화가 석창우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가슴을 후볐다. 장사익의 ‘찔레꽃’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에 맞춰 석 화백이 힘찬 붓을 놀렸다. 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예인(藝人)이 마치 한 형제처럼 어울렸다.
공연은 아릿했다. 이현주 목사의 시에 가락을 붙인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가 특히 그랬다.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네.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석 화백은 그림 말미에 ‘다산 형제의 꿈 새로운 나라. 그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나?’라고 쓰고 빨간 발도장도 찍었다. 남북 대치든, 여야 갈등이든 나라 안팎으로 폭발 직전의 굉음이 요란한 이 시대에 던지는 비장한 주문처럼 들렸다.
음악회에 참석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두물머리의 뜻을 되새겼다. 시기와 분쟁, 전쟁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하나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화음이 우리 마음속에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물은 하나로 모이는데 세상은 되레 갈기갈기 갈라지는 우리의 오늘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장사익의 애끓는 절창이 마음에 맴돈다.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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