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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1234 2017. 9. 25. 17:06

현실 외면한 ‘직접 고용’ 명령, 노동개혁이 근본 해결책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정명령에 따라 이 회사는 25일 안에 5378명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들을 고용하면 연간 영업이익 660억원을 모두 소진하고 적자를 낼 수도 있다. 명령에 불복하면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래도 저래도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시정명령의 근거는 파견법인데 이게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어제 “제빵사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에서 가맹점주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는 상식적 측면을 고용부가 고려하지 않았다. 제조업에 적용되는 원청·하청 간 불법 파견의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맹계약상 용역 지원은 상법의 영역으로 노동법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균일한 품질이 필요한 프랜차이즈는 업종 특성상 상법과 가맹사업법에서 가맹점에 대해 교육·훈련·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더라도 가맹점주의 업무 지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불법 파견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랜 시일 최적화한 협력 관계가 무너지면 자칫 프랜차이즈 업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혼란은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직접 고용’ 드라이브가 빚어낸 촌극이다. 도급과 파견은 현실에서 전문가도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다 보면 도식적인 고용 형태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이 생긴다. 미국·영국·독일 등 15개국이 파견 허용 업무 및 시간에 제한을 없앤 이유다. 우리도 낡은 파견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함으로써 보다 유연한 고용 관계를 인정할 때다. 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가 정치의 핵심이 된 이상한 나라
여야가 전전(前前) 정권(이명박·MB)과 전전전 정권(노무현)의 과거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맹공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정 의원 비난에 가세하며 판을 키웠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게 허위 사실인가”라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자칫 전쟁까지 비화할 안보 위기에도 아랑곳없이 10년 전 과거사를 펼쳐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권의 구태에 어안이 벙벙하다. 비극적 최후를 맞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부부싸움’ 운운한 정 의원의 태도는 바르지 못하다. 그렇다고 과거 보수 정권을 애초 ‘적폐’로 몰며 사전 각본이라도 짠 듯 일사불란하게 칼날을 들이대는 여권 행태도 문제다. 민주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MB 수사를 요구한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MB를 고소했고,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권력기관인 검찰과 국가정보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행정 부처가 적폐 청산에 매달리는 것도 우려스럽다. 통일부가 외부 인사들로 짜인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보수 정권들의 대북 정책을 점검하기로 한 데 이어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을 추적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다. 부처마다 편 갈라 과거사나 파헤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시국인가. 또 부처 내 분열과 이반은 어쩔 텐가. 위원회를 주로 진보 성향 인사로 채운 점도 걱정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큰 죄를 지은 혐의가 있다면 수사가 마땅하다. 그러나 요즘 여당이 의도하는 MB 수사는 같은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때 파헤쳤다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보수 정부 손보기를 위해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다면 정치보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래 놓고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초치해 협치를 당부한들 제대로 먹히겠는가.
‘죽음의 백조’ 최북단 비행 … 최고조 긴장 직시해야
미국 전폭기가 휴전선에서 무력시위에 나선 가운데 북한이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등 한반도 내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공격 기미가 있으면 선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이용호 북 외무상의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 연설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트위터로 반격했다.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응수였다. 갈수록 북·미 간 공방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북, “공격 기미 때 선제공격” 말폭탄
트럼프, “그들 오래 못 갈 것” 응수
평창 올림픽 불참 기류 진화 나서야
군사적 긴장 수위도 심상치 않다. 미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24일 동해쪽 휴전선 최북단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북한을 때릴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19일에는 한·미 양국 보병이 핵폭탄과 미사일·화학탄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제거 훈련을 벌였다. 또 중동에서 전투 경험이 풍부한 병사들로 주한미군을 바꾸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양한 군사적 압박이자 언제 일어날지 모를 무력 충돌에 대비한 조치다.
이런 가운데 이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에서 어느 때보다 호전적인 연설을 했다. “우리 지도부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이면 가차 없는 선제 행동을 취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스스로 밝혔듯,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겨냥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 명의의 첫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협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미 최정상 간에 전례 없는 무시무시한 말폭탄이 오가고 있다.
과거사를 훑어보면 전쟁은 오만 이유로 일어난다. 적대국 지도자 간의 감정 악화는 평화 유지 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트럼프 간 말폭탄으로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 리 없다. 정부는 엄중한 상황을 직시해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당장 최우선 과제는 한·미 간 압박 공조에 최대한 전념하는 것이다. 느닷없이 인도적 대북 지원책을 발표하는 것처럼 한·미 공조에 김을 빼는 조치는 삼가야 한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한반도 안보 불안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게 뻔하다. 당장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무역 거래가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외국 선수단이 불참하면 큰일이다. 나중에 부인하긴 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며칠 전 “안전보장이 없으면 평창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독일도 어제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소식이다. 스포츠 강국인 유럽 주요국들이 오지 않으면 다른 국가도 동요할 게 뻔하다. 심리적 도미노로 인해 대거 불참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당국은 즉각 초기 진화에 나서야 한다.

임동원·김장환·송민순의 전쟁방지법
평택, 여의도 5배 … 최고의 시설
트럼프 방문, 한국 정성 실감할 것
한반도 전쟁 위기 벗어나려면
한·미 동맹 지키고 결기 보여야
화약고나 다름없는 한반도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을 찾은 미국 공화당 원로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을 위한 환영 오찬이 지난주에 있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진표·김무성·나경원·윤재옥 의원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임성준 전 주캐나다 대사, 이정훈 북한인권대사,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승훈 리인터내셔널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임을 만든 사람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였다. 그는 “베이너는 공화당에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내 친구의 골프 친구인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상·하원 합동 연설자로 초청했던 정치인”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베이너에게 “11월에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대신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험프리스를 방문하도록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미 동맹의 전략적 거점인 캠프험프리스는 여의도 면적의 다섯 배에 달해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고 시설도 가장 좋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보면 한국이 한·미 동맹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실감할 것이다. 캠프험프리스 방문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혼선, 북핵 제재 국면에서 한국의 대북 대화 움직임에 내심 불편해 하는 트럼프를 안도시킬 수 있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진보 정권의 고민을 보수 원로가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좋은 일이다.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촉발된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영변 핵시설 타격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반격으로 개전 3개월 안에 사상자가 미군 5만 명, 한국군 49만 명, 민간인 100만 명 이상이며, 피해 규모는 1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수학박사인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레드라인을 넘은 핵활동을 즉각 저지하려면 전면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친구인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 대사의 “제2의 한국전쟁을 막아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김일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강경파 페리가 한반도 현대사에 다시 등장한 건 98년 11월이었다. 8월에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이 제기되고,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에 빠졌다.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은 ‘페리 팀’을 설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전략’을 보고했고, 대통령은 동의했다.
98년 12월 서울로 날아온 페리를 만난 자리에서 김대중은 유럽에서의 데탕트를 통한 냉전 종식 과정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일괄타결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리는 “내 생각과는 너무도 달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어안이 벙벙했다”고 훗날 토로했다. 그러나 검토를 끝낸 다음 해 1월에는 “창의적이고 대담한 구상이며 올바른 방향”이라고 환영했다.
3월 초 페리의 ‘잠정적 대북 구상’을 보고받은 클린턴은 “어떠한 미국 대북정책도 한국 대북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먼저 한국에 가서 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조언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해서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상호 위협 감소를 통한 한반도 냉전 종식’이 ‘페리 보고서’의 핵심이 됐다.
94년 페리를 ‘전쟁광’이라고 불렀던 북한은 2000년 7월 김정일이 조명록 차수를 워싱턴에 보내기에 앞서 스탠퍼드대학의 페리를 만나게 함으로써 지지를 보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대북정책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위기에서 대담하고 치밀한 준비로 이끌어낸 반전의 드라마였다.
지금의 상황은 강경파 페리를 상대했던 98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 외교안보 특보와 국방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한다면 누가 우리를 믿을 것인가. 국민이 불안해 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을 적임자가 아닌 사람들로 가득 채우는 건 도대체 무슨 배짱인가. 98년 8월 미국은 금창리 시설의 위성사진을 갖고 서울에 와서 대북제재 착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송민순 외교통상비서관은 “현장 확인 등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자”고 버텼다. 두 차례의 현장조사가 실시됐지만 미국 강경파들의 기대와는 달리 핵시설은 나오지 않았다.
한·미 동맹을 굳게 지키면서 이런 당당한 결기를 보여주는 실력자가 있어야 미국이 존중하고 북한·중국·일본도 만만히 보지 못한다. 베이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트럼프를 움직여 달라고 간청하는 김장환 목사의 충정이 가슴을 친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레이건의 진실
인권 유린한 공산독재와 공존 거부
핵으로 미국 위협한 소련 붕괴시켜
세계 90여 개국 정상이 모인 유엔 무대는 미국과 북한의 선전포고의 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1982년 5월, 모교인 유레카대 졸업식)”는 미·소 냉전 시대의 명언을 인용했다. 북핵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 레이건은 분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소련을 붕괴시켰다. 그는 유레카대 연설 두 달 전에 폴란드 내 반소(反蘇) 종교·시민세력의 저항을 지원하는 비밀공작을 승인했다. 연설 몇 달 뒤엔 서독에서 생산한 가스관 부품의 소련 수출을 차단하는 대소(對蘇) 기술봉쇄에 착수했다. 1983년 1월엔 ‘소련과 공존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국가안보 행정명령을 내린다. 83년 3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묘사하며 “공산주의의 마지막 페이지가 쓰이고 있다(미국 복음주의협회)”는 발언으로 소련 붕괴의 신호탄을 쐈다.
그때는 워싱턴·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도시 하나하나가 소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표적인 시절이었다. 레이건은 시민의 자유를 부정하고 주변국의 인권과 주권을 유린하는 공산독재 체제를 악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으로서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원을 악의 제국, 소련 붕괴에 쏟아부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은 소련의 핵탄두가 탑재된 ICBM을 우주 공간에서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창안했다. 소련 핵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투영됐다. 레이건은 “핵동결 협상론은 위험한 사기극이다. 평화는 힘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련 핵 위협에 끌려다니면서 협상하기보다 선제 보복 능력으로 대화를 이끌겠다는 얘기였다.
SDI는 달러가 부족한 소련으로 하여금 소모적인 군비경쟁에 뛰어들게 해 경제를 거덜내는 효과를 노렸다. 군사를 치면서 경제까지 무너뜨리는 창의적인 일석이조(一石二鳥) 전략이었다. 빌 케이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관련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해 소련으로 흘러가는 달러를 꽁꽁 묶었다. 사우디아라비아한테 중동 패권국이 될 수 있게 첨단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국제 유가(油價) 인하를 주도하라고 요구했다. 원유 수출에 달러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소련 경제를 파탄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공산독재 붕괴 선언과 물샐틈 없는 정책 집행은 소련 공산당과 군부 고위 간부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들의 행동은 위축됐다. 결국 89년 동유럽은 해방됐고 91년 소련도 해체됐다. 레이건의 ‘소련 붕괴론’ ‘공산주의 악마관’ ‘핵동결 허구성’ ‘힘에 의한 평화정책’은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로 입증된 것이다.
유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이건 인용은 의외였다. 그의 지지자 가운데 레이건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설마 레이건의 역사적 진실을 모르고 문장만 빌리진 않았을 것이다. 레이건은 자유와 인권을 유린한 공산독재의 핵 공격성을 무력화한 국가 지도자다. 핵무기 하나로 한국을 손아귀에 쥔 듯 지배자 행세를 하는 김정은을 다루기 위해 꼭 연구해야 할 사람이다. 문 대통령 주변엔 ‘미국만 사고 안 치면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만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가운데 레이건의 가치를 아는 참모가 있다니 한겨울 매화처럼 반갑다.
국민의 뜻 왜곡하는 선거제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데
선거운동은 자유롭지 못하고
선거제도 역시 공정하지 못해
정치 관련법과 선거제 바꿔야
지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77.2% 투표율은 제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았다. 선거에 대한 우리나라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다시 고조되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투표로 보여주고 싶은 유권자가 늘어난 일시적 효과라고 본다. 이 정도의 투표율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되레 유권자의 선거 외면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권자의 알권리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유권자와 후보자 간 접촉과 정보 전달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공명성에 초점을 맞춘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해 선거운동을 획일적으로 만들고, 유권자 관심 끌기를 저해한다. 가령 현행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와 후보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선거운동을 빡빡하게 옥죔으로써 선거 후 많은 선거사범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경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 정보 교류나 접촉 없이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갖게 하기가 어렵듯이, 선거에서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자연스러운 선거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선거비용 관련 수입과 지출 규제를 통해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을 포함한 정치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학계와 시민단체, 뜻있는 입법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정치학회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했다.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하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 관심이 커진 이번 국회는 정치관계법을 개혁할 호기다.
그러나 불행히도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에게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한편으로 현직 의원에게는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곳은 선거 제도다. 득표율과 의석률 간 괴리를 보이는 현행 선거제는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는 유리하지만 소수당엔 불리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의당은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선거구제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제 개편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지만 권력구조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편은 개헌과 관련이 있으니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는 견제와 균형, 협치와 분권 차원에서 함께 논의되는 게 맞다.
20대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개헌특위의 헌법 개정 논의가 권력구조에만 치중해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미진할까 걱정이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려워, 헌법 개정 논의가 선거구제 개편에 막혀 진전되지 못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개헌특위에서 국민주권적 개헌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 개헌특위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특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반발이 있었지만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공감이 있었던 만큼 개헌 논의는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당 간 개헌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선거제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 선거구제와 공직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유권과 비례성,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이 되지 않은 이유는 거대 정당과 현직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서의 공정성, 사회에서의 정의를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조한다. 과연 선거제와 공직선거법을 볼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 횡포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로 지적되지만 거대 정당이 의석과 국고보조금, 국회 운영에서 누리는 이익과 횡포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은 자유롭지 못하며 선거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훼손된 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 기득권층의 희생이 필요하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관련법 개정, 나아가 개헌과 선거제 개편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양적긴축, 바람에 맞서 대응해야
돈줄 죄는 Fed, 신흥국 ‘긴축 발작’ 방아쇠 될 수도
한국은행도 신속히 대응해 중앙은행 신뢰 쌓아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10년 11월 ‘2차 양적완화(QE)’를 결정한 건 위험한 도박이었다. 2009년 3월의 1차 양적완화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무너진 미 금융시장 회복이 목적이었다.
중앙은행은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다. 패닉이 덮쳤을 때 누구든 중앙은행의 문을 두드리면 담보를 잡고 아낌없이 대출해주는 게 역할이다. 금융시스템 작동을 위해서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퍼펙트 스톰이 덮치자 금융시장에 불신이 싹텄다. 누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 남을 믿지 못했다. 돈이 돌 리 없었다.
이때 착안한 게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대규모 자산 매입(LSAP)’, 곧 양적완화다. 전통적 통화정책인 기준금리 조정은 초단기 금리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순차적으로 장기 시장금리와 예금·대출 금리의 변동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흐름을 좌우한다.
버냉키가 그린 양적완화는 Fed가 시장에서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직접 사는 것이다. 금리 파급경로를 건너뛰고 장기채 시장에 직접 모르핀을 투여했다. 노골적인 자산 가격 조정이자 시장 개입이었다. 장기채 가격이 뛰면(금리 하락) 투자자가 장기채를 살 유인이 없어진다. 버냉키는 대신 투자자가 회사채로 눈을 돌리길 바랐다. 그러면 단기 채권 가격이 오른다(금리 하락). 금리가 낮아지니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돈이 주식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게 걱정이었다. 실물경제는 바닥을 기는데 주식시장만 과열될 수 있다. 2차 양적완화가 모험으로 불린 이유다. 버냉키는 설령 주가에 버블이 끼더라도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를 바탕으로 경기가 개선되면 문제없을 것으로 봤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리처드 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말 앞에 마차를 놓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가 나아진 결과로 자산가격이 오르는 경기 개선 사이클과는 정반대의 코스를 가기 때문이다.
버냉키의 모험, 어느 정도 성공했다. 동시에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버냉키의 후임 재닛 옐런은 지난 20일 이제는 과열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4조5000억 달러까지 급증한 Fed 보유 자산 중 만기가 된 국채나 MBS를 다음달부터 재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기 장기채권을 시중에 풀고 돈을 빨아들이겠다는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이다.
그 배경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다 과열된 주식시장에 대한 선제 대응 의지가 담겨 있다. 요즘 미 다우지수는 고공행진 중이다. 그동안 풀린 돈이 불나방처럼 증시로 뛰어든 결과다. Fed가 양적긴축에 돌입하면 양적완화 때와는 반대로 장기채권 가격이 떨어져(금리가 올라) 투자 매력도가 커진다. 증시에서 발을 빼 채권시장으로 오라는 유혹의 신호다.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는 돈줄 파이프를 여는 데만 익숙했다. 이제 닫아야 할 차례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 파이프를 얼만큼 닫아야 할지, 돈의 흐름을 어떻게 역류시켜야 할지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양적긴축은 세계 경제의 딜레마라는 점이다. 자금 회수로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자동차와 주택 등 금리에 민감한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는 다시 하강곡선을 그릴 수 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또 돈줄 파이프를 열어야 하고, 그러다 재차 닫아야 하고. 양적긴축의 덫이다.
그동안 Fed가 푼 돈은 꽤 신흥국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경제가 성장세를 보여서다. 한국도 포함된다. 이 말을 뒤집으면 본격적으로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면 한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본국으로 유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화가치와 주가 등이 급락하는 ‘긴축 발작’ 걱정은 그래서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바람에 맞서 대응하는(lean against wind)’ 게 통화정책이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진 한은, 어떻게 바람에 맞설 것인가.
왜 명절이 재미 없어졌을까
추석·설보다 크리스마스·핼러윈을 좋아하는 사람을 개탄하는 글이 해마다 올라온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소셜미디어에서 해마다 커진다. “외국 명절은 볼거리·즐길 거리가 있는데, 우리 명절은 재미가 없다.” “차례 음식 만드느라 뼈 빠지게 일하고 그다음엔 친지 잔소리 듣는 게 다잖아?” 올해 추석은 긴 황금연휴라 여행 계획하며 들뜬 사람도 많지만, 기혼여성 중에는 “시댁에서 일할 날짜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없고 스트레스받는 게 과연 우리나라 명절의 전통일까? 조선 후기 명절 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흥미진진한 놀이와 행사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사월초파일에는 집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세우듯 기둥을 세워 형형색색 연등을 달았다. 특히 저잣거리에는 기묘한 등이 잔뜩 진열돼 구경꾼이 몰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퉁소나 거문고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논다. (조선 버스킹?) 장안은 불야성이 된다.” 이렇게 현대인의 축제와 다를 바 없고, 그래서 부활한 이곳저곳 연등축제는 내·외국인 불문하고 인기를 누린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추석 역시 본래 축제일이다.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지,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성균관에 따르면,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례상도 간소해서 술과 과일·포 정도에 송편 같은 절식 하나만 추가해 올렸다고 한다. 따라서 큰 차례상 부담 없이 쉴 수 있었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노래에 따르면, 심지어 추석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휴가’ 가는 날이었다. “초록장옷 반물(짙은 남색)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원기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현대 한국인이 전통명절에서 멀어지는 건, 놀고 즐기자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져서다. 성평등의 명절문화 만들기가 화두인데, 명절의 근본 의미로 돌아가면 이게 더 쉬워진다. 차례를 한층 간소화하고 집 밖에서 축제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변해야 한다.
일자리를 달라!
# “이른 시일 안에 탈출하겠습니다!” 얼마 전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대학생 모임에 참석했다. 대학 4학년 이상인 이들은 자기소개를 하며 한결같이 “(모임에서) 탈출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여기 몸담은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한 학생에게 물었다. “최소 1년은 있어야 해요. 길게는 3년까지 활동하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모두 취직해 나가는 건 아니라고 했다. 졸업 후 2~3년이 지나도 언론사 합격이 안 되면 다른 회사 취직하기도 어려워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이 희망의 열린 공간이 아니라 어떻게든 벗어나야 할 닫힌 공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들에게 취업은 절박했다.
# “딸아이가 떨어질 때마다 속이 타들어갑니다.” 최근 만난 지인은 자녀 이야기가 나오자 멈칫하더니 이렇게 털어놨다. 소위 ‘철밥통’이라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의 간부였다. 직장의 지방 이전으로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게 불편할 뿐 큰 고민거리는 없었다. 그런데 자녀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은 잿빛이 되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딸은 지난해 이른바 명문대의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번듯한 대기업 취직을 기대했지만 연거푸 실패해 졸업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구직 중이다. 눈높이를 10대 대기업그룹에서 중견기업으로 낮췄지만 소용없었다. 스펙을 쌓느라 학원도 여러 군데 다녀 대학 시절보다 돈이 더 든다고 푸념했다.
# “정부 입장을 아직 알 수 없어서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요즘 정부 눈치를 살핀다. 신입사원 모집 계획을 묻자 “사업을 어떤 식으로 확장할지 결정되지 않았는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등 경영 부담이 되는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인력 운용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잔뜩 움츠러든 기색이었다. 불확실한 사업환경 탓에 대기업이 인력 확충을 주저하며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 올 8월 청년실업률(14~29세)은 9.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다. 세금 들이는 공무원 확대로는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고 그토록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불안해하고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정부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청년의 시름은 깊어간다. 젊은이들이 절규한다. 일자리를 달라!
뺑뺑이 통학버스
엄마들의 사연은 뭉클했다. 얼마나 가슴이 저미고 아플까. “그 심정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란 걸 깨달았다. 이은자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고3 지현이를 매일 새벽 5시50분에 깨운다고 했다. 씻기고, 입히고, 식사까지 챙기려면 한 시간도 빠듯하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집을 나와 통학버스를 타는 시간은 오전 7시20분. 특수학교인 구로구 정진학교까지 1시간30분 걸린다. 학생들 집이 여러 곳에 퍼져 있어 버스가 빙빙 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친다.
통학버스는 화장실 ‘비상사태’로 중간에 서기도 한다. 지현이 엄마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급적 물을 안 먹이고 억지로라도 볼일을 보게 한 뒤 버스에 태우지만, 종종 돌발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한테 용변 참는 고통은 오죽할까. 버스 안에서 아이가 ‘실례’할 수밖에 없다는 한 엄마의 하소연이 먹먹하다.
시각·청각·지체·정서 장애와 정신지체 등 특수교육 대상자는 전국에 8만7950명. 하지만 특수학교 174곳에 수용 인원은 2만5000명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집 근처에 학교가 없다 보니 원정 통학의 곤욕을 치른다. 서울은 25개 구 가운데 8개 구(동대문·중랑·성동·용산·양천·영등포·금천·중구)에 특수학교가 없다. 본지 취재 결과 통학버스의 한 시간 뺑뺑이는 약과였다. 강서구 학생이 21㎞ 떨어진 강북구 한빛맹학교에 가는 데 편도 1시간45분이 걸렸다.
그런 현실을 무릎 꿇고 읍소한 강서구 엄마들의 울림은 컸다. “때리면 맞겠다. 그래도 특수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엄마들의 절규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2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특수학교 설립을 국민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다행스럽지만 구체적 대안 없이 레토릭만 난무하는 느낌이다.
처음 무릎을 꿇기 시작한 장민희씨는 “국민적 관심이 너무 고맙지만 학교 첫 삽 뜰 때까지 안심하긴 이르다”고 했다. 맞다. ‘냄비 여론’과 ‘즉흥 행정’이 한두 번이었나. 차차 여론은 시들해지고 님비(NIMBY)는 또 날을 세울 것이다. 내 손주, 내 자식 학교라도 그럴까. 정부·국회·교육청·자치단체, 그리고 주민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정작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은 우리 아닐까. 오늘도 아이들 통학버스는 뺑뺑이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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