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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1234 2017. 9. 30. 08:29

제레미 리프킨 단독 인터뷰 "자동화로 인한 실업 두려워 말라, 인간은 다음 단계로 발 내딛는 것"
“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자가 거의 없는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확산하는 사회적 불안을 묘사한 글처럼 보인다. 로봇과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는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말이다.
『노동의 종말』로 자동화로 인한 미래를
『소유의 종말』로 공유 경제 시대를 예측
공유 경제에 위협받는 한국 대기업에 경고
"지금 안 바뀌면 한국 20년 안에 2류 국가"
로봇ㆍ인공지능에 일자리 위협받는 인류엔
"40년 간 유례없는 대고용 시대 올 것"
자동화 이후 시대엔 비영리적 일자리 남아
"인간은 창의적 일을 위해 진보하는 것"
"4차 산업혁명은 잘못된 표현" 글 쓰기도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시대... 혼동 말라"
하지만 이 글은 22년 전인 1995년 출간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과학ㆍ기술의 변화가 경제 체제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예측해 온 세계적 경제ㆍ사회 이론가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이다.
1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22년 전만 해도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대다수였는데 지금은 ‘그 책의 내용 그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40년 간의 대고용(Great Employment) 시기를 거쳐 인간은 오직 창의적인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경기도가 20일 성남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여는 미래 비전 포럼인 '빅포럼'에서 영상 강연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
“지금 안 변하면 한국은 20년 안에 2류 국가”
제레미 리프킨은 디지털 혁명이 얼마나 빨리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가 마지막으로 낸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강조했던 대로 “공유 경제의 확산이 기존의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유경제는 당신이 예상했던 속도로 확산하고 있나.
응답 :
“모든 산업에 이미 공유경제가 스며들었다. 전세계 젊은이들은 큰 돈을 쓸 필요없이 음악을 만들어,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그 음악을 공유한다.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듣고 학점을 따며, 위키피디아 같은 무료 사이트에서 지식을 배운다. 이런 공유 경제는 온라인에 국한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태양광ㆍ풍력 에너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공유한다. 자동차를 사기보다 나눠 타고 있다.”
질의 :
공유 경제의 확산은 기존 대기업에 큰 위협이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응답 :
“대기업은 변해야 한다. 기존의 사업 모델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독일의 트럭 회사 다임러는 수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구축했다. 400만 대의 트럭에 센서를 부착해 날씨와 도로 교통 상황, 실시간 창고 사용 여부와 같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질의 :
한국의 대기업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나.
응답 :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20년 안에 한국은 이류 국가가 된다. 한국의 대기업은 이런 기조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건은 사회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느냐다. 디지털 기술 자체를 팔아서 생산성을 높이는 게 아니다. 생산성 향상은 인프라에서 오는 거다.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는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뒤쳐져있다."
“40년간의 대고용, 그리고 새로운 단계”
질의 :
한국의 근로자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나.
응답 :
“향후 40년 간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단 한번의 대고용(Great Employment)이 일어날 거다. 두 세대에 걸쳐 온 세계에 스마트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모든 빌딩과 집은 스마트 빌딩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빌딩은 자체 데이터 센터를 갖추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 장치를 확보하며, 빌딩의 모든 요소는 IoT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인프라 구축 작업은 로봇이 맡을 수 없다. 아직은 로봇이 창문을 바꿔달 수 없다. 뿐만 아니다. 화석ㆍ원자력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것, 농장을 스마트화하는 것, 5G 광선 케이블을 매설하는 것 같은 작업 역시 사람이 필요하다. 향후 40년 간 이런 일에 수백, 수천만, 수억 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젊은이들은 어느 나라보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질의 :
그럼 대고용이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응답 :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창출될 거다. 우리는 고용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자동화 시장이 완성되면 소수의 관리자만 필요해진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외의 고용은 비영리적 분야에서만 이뤄진다. 이 분야야말로 인간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의료,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일, 문화 같은 영역이다. 로봇이 어린이집에서 두 살짜리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통계를 보면 이미 비영리 부문의 고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대의 인간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응답 :
“경제학자인 존 케인즈는 무려 1931년 출간된 그의 책에서 ‘기술 실업(Technology Displacement)’라는 용어로 이런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썼다. 이것은 인간 여정의 다음 챕터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2060년에 당신의 증손주에게 ‘증조 할아버지는 매일 트럭을 운전해서 20㎞를 오갔단다’라거나 ‘증조할머니는 물건을 비닐백이나 종이상자에 넣는 일을 했단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믿을 수 없어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 거란 얘기는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인간의 여정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더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할 것이다.”
질의 :
그 시대를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미래의 인재는 누구인가.
응답 :
“지금의 38세 이하, 밀레니엄 세대다. 이들은 디지털 재주가 있다. 그리고 개방적이고 자신의 것을 공유하며 협동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는 이들과 기성 세대가 서로 멘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 세대는 경험과 지혜가 있다.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40년 간 일어날 인프라 구축 기간에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질의 :
이런 시대에 대비해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응답 :
“우리의 교육 제도는 여전히 1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19세기 방식이다. 이 시기 교육은 기계를 다룰 수 있는 훈련에 집중돼 있었다. 학교는 일종의 공장이었다. 어디서나 ‘아는 것이 힘(Knowledge is power)’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지식이 앞서야 한다는 뜻이다. 교실 책상은 선생님을 향해 있고, 전달되는 지식을 듣고 외우고 반복했다. 아이들이 ‘왜’냐고 물으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고, 서로 아는 것을 나누면 부정행위였다.
다음 단계의 수업은 달라져야 한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지식은 과목 별로 나뉜 게 아니라 융합된 것이란 걸, 생각을 나눌 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전 세계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자신이 배운 지식을 이웃에 적용하고 있다.”
당신은 최근의 움직임을 ‘3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한국의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묘사하는데.
응답 :
“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긴 글을 쓰기도 했다. 최근 3차 산업혁명이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된 건 맞지만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이 단어를 처음 소개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마케팅 목적에서 이런 단어를 썼고, 우리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 어떤 표현을 쓰라고 강제할 순 없다. 하지만 3분의 시간을 줄테니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설명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구도 답할 수 없을 거다.”

인공지능 확산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게 할 것"
공용 오피스 업체 위워크 공동창립자 미구엘 맥켈비
"미래엔 커뮤니티 중요해지고 창업 인구 늘어날 것"
"직업 아닌 일을 좇고 행복과 의미 찾아야"
위워크(We Work)는 요즘 세계적으로 ‘핫’한 기업 중 하나다. 창업 7년 만에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2조원)로 성장한 까닭이다. 멤버(월정액)가 되면 전 세계 52개 도시에 있는 163개 오피스를 원할 때,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먹힌 것이다. 프리랜서나 비싼 오피스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이 뜨거운 반영을 보였다. 최근엔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일부 부서를 위워크로 옮길 만큼 수요층이 넓어졌다.
6.6㎡(약 2평)나 될까.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위워크 본사에서 만난 위워크 공동창립자 미구엘 맥켈비의 방은 작았다. 방이 너무 작지 않냐는 질문에 맥켈비는 이렇게 답했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넓은 오피스는 필요하지 않다. 노트북 놓을 자리만 있으면 되지 않나. 전 세계 위워크 멤버가 13만 명인 것도 같은 이유다.”
위워크의 성장은 일자리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맥켈비는 “산업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창업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에겐 기존 형태의 업무 공간이나 업무 방식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일자리 시장의 핵심은 ‘커뮤니티’(Human Connection)다. 사회가 자동화할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이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위워크의 모든 오피스를 카페처럼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맥켈비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외로움은 비례하고 앞으로 인간의 외로움은 더 커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나 업종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맥켈비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았다. AI가 인간 대신 현재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더라도 새로 생겨나는 직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을 사례로 꼽았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소셜미디어, 온라인 쇼핑몰 등 거대 정보통신(IT) 기업이 등장했고 이들 업체가 인간을 위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확산이 되레 인간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좇는다는 것이다.
맥켈비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한 일자리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새 일자리를 찾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내 열정이나 일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 직업(Job)이 아닌 일(Work)을 좇게 된다”고 말했다.
맥켈비는 앞으로 창업 인구(프리랜서 포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개인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맥켈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은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고 일자리 시장 자체가 노동을 사고 파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라지는 일자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문 코딩 아카데미나 새로운 대학 학위를 비롯해 이전에 없던 다양한 유형의 교육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맥켈비는 “세상은 매우 빠르고 변하고 있고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도입의 최대 피해자는 교육소외계층"
데이비드 오터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사회 불평등이 어떻게 심화해왔는지를 장기간 추적한 학자다. 2014년 발표된 그의 논문 『미국 임금 불평등의 트렌드』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 이후 미국 대졸 근로자의 임금은 20~56% 올랐지만(물가 변동분 제외), 고졸 근로자의 임금은 오히려 11%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들의 임금 하락 폭은 22%에 달했다.
사회불평등 연구 대가 데이비드 오터 MIT 경제학 교수
"저학력자, 로봇ㆍ인공지능으로 가장 큰 타격 입을 것"
자동화로 인간만의 역량ㆍ창의성 극단적으로 중요해져
"유연한 사고와 분석ㆍ소통 능력 가르치는 게 가장 시급"
저소득층의 임금 하락을 가져온 핵심 원인을 오터 교수는 ‘글로벌화’에서 찾았다. 국제 무역이 증가하며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졌고, 기술이 없는 단순 노무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이 같은 맥락에서 사회의 불평등도를 더 심화시킬 거라 우려한다. 육체ㆍ지식 노동을 하던 근로자의 일을 기계가 모두 뺏어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오터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교육 소외 계층이 이런 위협에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동의하며 “모든 것은 정부의 능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공지능 기술로 특히 위협받을 직업군을 꼽을 수 있을까.
응답 :
“일각에선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학력 전문직 일자리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 너무 이른 걱정이다. 진짜 문제는 교육 소외 계층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점차 기회를 잃어간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고학력자나 저학력자나 비슷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응답 :
“그렇지 않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능력이 상당히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 여전히 로봇은 너무 비싸고 틀에 박힌 업무만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줄 순 없다. 인간만의 능력과 창의성이 극단적으로 중요한 세상이 될 것이다.”
기계가 사람 대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해내는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남아있을까.
응답 :
“너무 많다. 대부분의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다. 가르치는 일, 누군가를 보살피는 일,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다 그렇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자동화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상호 작용 능력에 대한 희소 가치가 더 커질 거다.”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응답 :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물론 경제가 성장한다고 나라 운영이 다 제대로 되는 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노르웨이는 규모가 비슷하지만 양국 국민의 삶은 크게 다르다. 한 곳은 독재로 인해 국민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또다른 곳은 건강한 민주주의 덕에 노동자들이 국정 운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두 나라의 차이는 부나 기술이 아닌 정부의 능력에서 갈렸다.”
질의 :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특히 잘 대비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라고 보나.
응답 :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한국ㆍ싱가포르ㆍ중국은 모두 인공지능과 로봇을 두려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잘 대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을 국가 발전의 엄청난 기회로 여기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응답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 낮은 출산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저출산으로 떨어지는 생산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거다. 다만 기계의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나서서 막을지를 온 사회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필요없다"던 인공지능 학자, "알파고는 계산기의 연장선... 싱귤래러티 없다"
『인간은 필요없다(Humans need not apply)』
인공지능 학자이자 스탠포드 법정보학센터 교수인 제리 카플란은 2015년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미래서를 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일자리 시장을 얼마나 빨리 바꿀 것인지, 이런 변화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전망한 책이다.
지난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국내 시장에서도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이후 형성된 '인공지능 포비아(phobia·공포증)'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메일과 화상전화로 인터뷰한 카플란 교수는 미래를 그리 어둡게 전망하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며 "대량 실업 사태가 올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질의 :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응답 :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에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해서다. 하지만 너무 과장해선 곤란하다.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자기 학습 방법)’이란 개념은 좀 부풀려져있다. 머신러닝을 쉽게 설명하면 기계가 보고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복잡하고 깔끔하지 않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거다. 이건 우리 산업과 생활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겠지만, 수십 년 안에 아주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거다. 사람들이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와 불안을 안고 있다.”
알파고 이후 한국인들은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는데.
응답 :
“솔직히 알파고가 그동안 기계들이 해 온 일보다 딱히 더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처음으로 숫자를 계산해냈을 때도 사람들은 똑같이 충격을 받았다. 20년 전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물리쳤을 때도 언론은 요즘 우리가 보는 것 같은 종말론적 예측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우리 삶은 매번 평소처럼 지속됐다.”
질의 :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이처럼 발달한다면 곧 대량 실업 상태가 오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데.
응답 :
“최근의 변화 역시 자동화의 다음 단계에 불과하다.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 시장은 매우 탄력적이다. 자동화가 진척되면 우리는 쓸 돈이 많아지고, 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자동화 때문에 생겨난 실업자들을 재교육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질의 :
그럼 당신의 책 『인간은 필요없다』는 왜 그렇게 과격한 제목을 달았나.
응답 :
"한국어 제목이 너무 단정적인 것 같다. 영어 제목 'Humans need not apply'는 원래 중의적 표현을 노렸다. 예전에

흑인 차별이 심할 때 많은 구인 공고가 'Blacks need not apply(흑인 지원 사절)'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인간이 앞으로 기계로 인해 직업의 기회를 많이 잃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 위험을 표현하고 싶었다."
질의 :
하지만 미국 백악관을 포함해 많은 기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신 말대로라면 왜 이런 보도와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는 걸까.
응답 :
“없어질 일자리만 따지고 노동 시장이 얼마나 탄력적인지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흔히 인용되는 옥스포드대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논문은 수십년 안에 미국의 일자리 47%가 자동화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일자리 상당 수는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 스카이프 통화를 하고 있지만, 25년 전엔 전화 교환원이 전화를 일일이 연결시켜줬다. 미국에서만도 100만명이 넘는 전화 교환원이 있었다. 이 직업이 사라졌지만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일각에선 고등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조차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데.
응답 :
“정확히 짚어야 할 게 있다. 기계는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기계는 직업인이 되는 게 아니다. 특정 업무를 할 뿐이다. 단순히 얘기하면 새로운 자동화 기술로 인한 영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자리 대체 또는 생산성 향상. 당신이 맡은 모든 업무가 자동화되면 당신은 직업을 잃게 된다. 예를 들면 벽돌공을 보자.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벽돌만 쌓는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변호사를 보자. 변호사처럼 과거 판례를 찾고 분석하는 인공지능은 지금도 나와있다. 하지만 변호사의 업무는 판례 찾는 게 다가 아니다. 그 일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렇게 당신이 하는 일의 일부만 자동화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생산성이 향상된다. 당신이 변호사라면 더 이상 판례를 찾느라 밤을 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이 아니어도 계속돼 왔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에 변호사는 손으로 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지금은 컴퓨터로 뚝딱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컴퓨터가 변호사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진 않았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거다.”
질의 :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업무 전체가 자동화돼서 직업을 잃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는 것 아닌가.
응답 :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미래 일자리 시장 얘기가 나올 때 늘 사회불평등 문제가 함께 제기되곤 한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세상은 불공평해질 거다. 새로운 기술을 쥔 사람이 자동화로 인한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불평등은 해결하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부유한 사람에 대한 세금을 올려 일자리가 불안한 사람들을 재교육시키고, 일자리 잃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질의 :
인간은 결국 기계가 수행하지 못하는 업무에 매달려야 할텐데, 예를 들면 어떤 업무가 있을까.
응답 :
“매우 많지만, 예를 들자면 표현하는 능력이 그럴 거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물론 로봇도 바이올린을 켜고 달리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그걸 보고 싶어할까. 힘든 하루가 끝나고 로봇 바텐더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려 할까. 이런 것만 봐도 걱정할 게 없다.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질의 :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만의 역량으로 창의성, 감수성, 소통 능력 등을 꼽는다. 그런데 창의성이나 감수성 같은 건 상당 부분 타고 나는 것 아닌가. 선천적으로 이런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미래 사회에서 불리해지는 걸까.
응답 :
“그런 논리는 어느 사회에나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농경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힘이었다. 타고나길 힘센 사람을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을 거다.
새로운 직업을 위해 훈련 받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물론 잘 안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훈련을 통해서 사람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또 다른 걱정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점, 이른바 ‘싱귤래러티(singularity·특이점)’라는 게 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어떻게 보나.
응답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실현되진 않을 거다. 만약 실현된다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가 아니다. 적어도 나나 당신은 평생 그런 순간을 보지 못할 거다. 기계가 언제 인간을 넘어설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의도대로 설계되지 않은 기계에 대해 걱정하는 게 훨씬 유익할 거라 생각한다."
질의 :
한국 사회의 또다른 우려는 우리 산업계가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선진국에 비해 소프트웨어 기술과 기초 과학 연구가 부족하다는 근심이 나오는데.
응답 :
“근거 없는 우려다. 최근에도 KAIST의 팀이 세계 로봇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연구팀을 제쳤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첨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해 왔고, 교육 시스템도 훌륭한 걸로 알려져있다.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한국이 선두 그룹에 속할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왜 코딩 전사를 키우나
#1. 핀란드 헬싱키 외곽의 작은 도시 에스푸에 위치한 뽀요이스 타피올란 고등학교. 실험실에는 15명의 고등학생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카메라를 만들고 있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렌즈의 방향·각도를 조작해 셀프카메라를 찍는 장치를 고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대학 입시가 코 앞인 엘리자베스 우봐로봐는 "입시 공부보다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위성 개발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리ㆍ헬싱키ㆍ뉴욕서 살펴본 코딩 교육 열풍
졸업장ㆍ학비ㆍ교수 없는 코딩 학교, 파리 에꼴42
실력 쌓일수록 레벨 업, "게임하듯 공부하다 노숙"
교육의 나라 핀란드, 1년 전 코딩 공교육 도입
"생각과 감정을 프로그램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빈민가 저소득층 모아 코딩 가르친 뉴욕 피테크
"IT 인력난 심각, 인공지능 아는 '뉴칼라' 키워야"
국내선 내년에나 코딩 공교육 도입… 늑장 대응
"강남 사교육 시장선 암기식 코딩 교육만 성행"
#2.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너머에 있는 코딩 전문학교 '에꼴42'는 마치 거대한 PC방 같았다. 코딩 작업에 몰두한 학생들의 모니터는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을 방불케 했다.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춰 최적의 공격 기술을 연마하듯이, 그래픽·정보보안·인공지능 등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단계별로 코딩 기술을 습득한다. 이 학교는 교수가 없다. 과정을 수료해도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도 받지 않는다.
올리비에 크루제 에꼴42 교무부장은 "IT 기업들은 졸업증서가 아니라 당장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코딩 능력을 원하고 있다"며 "게임하듯 미션을 수행해가며 코딩을 배우고, 경험이 쌓여 레벨이 올라가면 어느새 코딩전문가가 된다는 게 우리 커리큘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코딩 교육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수준이 아니다.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커리큘럼으로 코딩을 배우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경험까지 습득한다. 사교육 시장에서 암기식 '속성 코딩 교육'이 성행하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취재진이 둘러본 핀란드와 프랑스, 미국의 코딩 교육 현장은 닮은 점이 많았다. 일단 어느 곳도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를 암기하듯 가르치지 않았다.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도 없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자체가 '디지털 혁명'으로 달라질 미래 사회를 이해하는 통로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코딩교육업체 미헤킷의 산나 레포넨 기술책임자(CTO)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바스크립트(프로그래밍 언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라며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거의 모든 미래 직업에서 핵심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습득한 지식의 양이나 시험 점수를 중시하는 곳도 없었다. IBM이 뉴욕 교육당국과 손잡고 문을 연 P테크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뽑지 않는다. 오히려 빈민가 저소득층 가정, 공부엔 큰 관심이 없는 유색 인종이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6년 간 사이버 보안이나 분석학, 그래픽 디자인 등을 배운 뒤 실용적 지식을 갖춘 IT 전문가로 육성된다. 2011년 이후 배출된 졸업생 40명 중 70%는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나머지는 IBM 등 IT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세계의 코딩 교육은 이처럼 창조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코딩 공교육이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시작한다. 중학교 과정에선 3년간 34시간, 초등학교 과정에선 2년간 17시간을 배우는 게 고작이다. 학교의 절반은 전문 교사조차 없다. "결국 교과서를 외우고 시험을 치르는 식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란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코딩 바람'을 감지한 학부모들은 코딩 사교육 시장으로 몰린다. 문제는 이들 학원이 기존의 입시 교육과 비슷한 방식으로 코딩을 가르친다는 것. 취재진과 인터뷰한 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는 "한달이면 핵심 프로그래밍 언어를 속성으로 배울 수 있다며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받는 학원도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창의성이 핵심인데 코딩마저 암기식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4.0 글로벌 대표인 헤닝 카거만 박사는 "디지털을 이해하되, 특정 기술에만 치우친 인재를 길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이로 인해 급변할 직업 시장을 감안하면 유연하게 직업을 넘나들 수 있는 범용적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적 코딩 교육이 나라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란 주장도 많았다.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한누 세리스토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전 세계에서 불어닥치고 있지만 이를 정부의 힘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코딩 교육이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시작하는 것은 이미 늦기 때문에 초·중·고등교육 과정에서 코딩 교육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피엔스는 틀렸다, 진화의 끝은 AI?
국가에 큰 위험이 닥쳐오자 이를 먼저 알아차린 한 남자가 시민들에게 경고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위기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동지를 찾아 나선 그는 우연히 비범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죠. 남다른 용기와 비전을 갖고 있던 이 여성은 끝내 남자의 도움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 그 곳의 여왕이 됩니다.   
이번엔 그 이웃나라인 프랑스의 소설 ‘개미’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개미’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병정개미와 여왕개미의 스토리가 이야기의 한 축입니다. 소설 속에서 개미는 사람들처럼 사회가 있고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맡아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인간 진화의 이유 '똑똑함'만은 아냐
지능이 진화의 이유라면, 다음은 AI
'개미'의 사회성, 1억년 간 지구 주인
네안데르탈인과의 싸움, 승리 원인은
언어가 바탕이 된 사피엔스의 '협동력'
미래엔 '공동체 역량' 갖춰야 살아남아
구글·하버드 등 인재원칙 첫째 '사회성'

전 세계적으로 수천 만 부가 팔린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점은 개미도 인간만큼 정교하고 잘 짜인 문명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개미의 생태를 보면 인간이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개미는 약 1억2000만 년 전 지구에 나타나 고도로 조직화 된 사회구조를 만들며 지금까지 생존해왔습니다. 그 때문에 베르베르는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개미라고 말하기도 하죠.   
지구상에는 약 1만 여 종의 개미가 존재합니다. 대멸종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도 적응하고 살아남았죠. 이런 생존의 열쇠는 바로 ‘협업’에 있습니다. 열대지방의 어떤 개미는 여왕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개미들이 서로의 몸을 연결해 보호막을 만들고 외부의 열기와 공격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제 몸집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먹잇감을 옮기기 위해 수십 마리의 개미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기도 하죠.    
사막의 개미는 한 낮에 더위를 견디지 못한 동물들을 먹이로 삼는데, 먹이의 운반 과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먹잇감을 먼저 발견한 첫 번째 개미가 먹이를 옮기다 사막의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주자가 나섭니다. 몇 번의 이어달리기 끝에 최종적으로 먹잇감이 집으로 운반되죠. 개미는 개체가 아닌 공동체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에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 생존한 동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간도 개미와 같은 집단생활을 통해 지금 같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죠. 다른 점 한 가지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정확한 진화적 이유를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아직도 인간은 자신이 가장 지능이 높고 똑똑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죠. 현생 인류를 똑똑하다는 뜻의 라틴어 ‘사피엔스(sapiens)’로 부르는 것도 이 같은 편견을 부추긴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건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었다는 말이냐고요? 물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진화의 결정적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단지 똑똑함만이 현생 인류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 증거를 과거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가 동시대에 살았던 과거의 역사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략 3만5000년 전쯤 유럽 대륙에선 인류 역사의 큰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게 된 것인데요. 이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때문이었습니다. 아프리카 태생인 사피엔스는 7만 년 전부터 자신의 집을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는데 이때쯤 많은 사피엔스가 유럽 대륙에 정착을 합니다.  
 그러나 이곳엔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오랜 시간 살고 있었죠. 생김새부터 다른 네안데르탈인은 북쪽의 추운 기후에 적응해 상체는 근육이 발달해 있었고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부진 체격을 가졌습니다. 반면 따뜻한 남쪽에서 올라온 사피엔스는 상대적으로 호리호리한 체형이었죠. 아마 두 종이 1대 1로 맞붙었다면 피지컬 면에서 뛰어난 네안데르탈인이 이겼을 겁니다.  
하지만 두 종간에 벌어진 전쟁의 결과는 달랐습니다. 이들이 함께 공존했던 약 30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네안데르탈인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중동지역과 동아시아에 퍼져 있던 데니소바인, 플로네시스인 등도 사피엔스와의 경쟁에 뒤처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인류의 종은 왜 멸종했을까요. 

지금까지의 오랜 통념은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더욱 똑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인류학 연구 흐름을 살펴보면 ‘똑똑함’만이 사피엔스의 승리 이유는 아닙니다. 단적으로 근래에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을 분석해보면 뇌의 용적량이 1400cc(성인 남성 기준)로 현대인(1370cc)보다 오히려 큽니다. 이전 종인 호모 에렉투스(935cc)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494cc)보다 월등히 앞서죠. 즉, 네안데르탈인도 사피엔스처럼 높은 지능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고고학의 권위자인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의 윌 로브로크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은 부싯돌로 도구를 만들고 사냥기술도 뛰어날 만큼 지능이 발달해 있었다”고 말합니다. 2014년 8월 영국의 일간신문 ‘가디언’도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와 공존했다’는 기획보도를 통해 당시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에 못지 않은 지능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왜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렸을까요?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동굴에서 발견된 유골과 생활 흔적 등을 비교해 두 종간의 차이점을 유추했습니다. 그러나 유전공학의 발달로 DNA 지도를 그려보니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언어와 사회성입니다. 이 둘을 관할하는 뇌의 전두엽이 사피엔스가 월등하게 발달해 있던 거였죠. BBC가 제작한 네안데르탈인 다큐멘터리를 보면 언어와 사회성은 사냥 방식에서도 큰 차이점을 드러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직접 들소를 쫓아가 창을 꽂아 사냥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협업을 했죠. 누군가는 들소를 몰고, 누군가는 미끼가 돼 유인하며, 또 누군가는 큰 바위나 나무 뒤에 숨어 있다 창을 던졌습니다.   
이처럼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협업’ 때문입니다. ‘공동체’라는 경쟁력을 만들어낸 거죠. 집단에서 나오는 협동의 힘이 다른 종과 싸움에서 우위를 가지게 했고 결국엔 지구의 주인 노릇까지 할 수 있던 겁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사피엔스는 정교한 언어와 협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오늘과 같은 문명을 이룩했다”고 말합니다. 자연에서 한 개체로서의 인간은 어린 맹수 한 마리도 상대하지 못할 만큼 약하지만 ‘공동체’란 경쟁력을 만들어내면서 지금은 지구 밖까지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존재로 우뚝 섰습니다. 

 결국 현생 인류의 가장 큰 강점은 똑똑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진화의 열쇠가 단순히 지능뿐이었다면 특이점(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 이후 시대엔 지구의 주인 자리를 AI에게 내줘야 합니다. 그러나 1억년 이상 살아남은 개미에서 보듯 인간이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던 건 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개체의 생존이 아니라 집단의 공존이 중요한 이윱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한번 살펴볼까요. 한국의 학생들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똑똑합니다. 올림피아드 등 대회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죠. 그런데 유독 팀워크와 협동엔 약합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선진국과 한국 학생들의 시민성을 조사해보니 우리가 유독 낮게 나왔습니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는 질문에 프랑스(63%)와 영국(53%)은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한국은 18%에 불과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걸 배우고 실천한다“는 물음에는 프랑스·영국(60%)의 4분의 1 수준(16%) 밖에 안 됐죠. 
하지만 미래 사회는 혼자서만 똑똑한 것보다 다양한 개성이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4차 혁명의 첨단에 서 있는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구글은 매년 전 세계에서 300만 명이 입사 지원을 하고 이중 0.2%만 채용되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10번이 넘는 면접을 거쳐야 하며, 매번 다른 질문과 평가로 지원자를 심사하죠.      
그런데 구글에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협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인 최초로 구글 본사의 책임자로 일하는 이준영(46)씨는 “아무리 똑똑해도 팀워크가 없으면 구글러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보스포럼도 2016년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능력 중 하나로 ‘협업’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처럼 앞으로의 사회에선 내가 원하는 직장을 얻고, 성공하기 위해선 ‘협업’ 능력이 필수란 이야깁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기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성적과 스펙 등 개인의 똑똑함만을 강조해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를 키우는 교육을 이젠 그만 해야 합니다. 대신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하죠.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만을 키울 게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과 공공선을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한다는 거죠. 어린 시절 우리가 자주 듣던 말처럼 “배워서 남 주냐?”고 되물을 게 아니라, 정말 “배워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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