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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전직 대통령들의 저주’ 文은 비껴갈까 본문

정치인 문재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전직 대통령들의 저주’ 文은 비껴갈까

천아1234 2021. 11. 7. 19:23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언제나 미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들의 지지율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주간 조사에서 직무수행 지지율 29%를 기록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내려간 수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이 조사에서 84%를 기록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기 절정일 때 기록한 지지율(83%)마저 경신했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 그 높았던 지지율은 온데간데없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 코로나 백신 수급 등 각종 정책 실기(失機)를 만회할 시간마저 없다. 장기적으로 하락해온 지지율을 반전시킬 계기가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 역시 ‘대통령 지지율의 저주’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지지율의 저주, 예외는 없다?

실제로 제6공화국 출범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비슷한 지지율(갤럽 기준) 추세를 기록했다. 임기 초엔 어김없이 60~80%가량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시작한다. 임기 중반엔 이슈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지만, 결국에는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퇴장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둘 다 임기 초 각종 개혁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대통령 재임 첫해에 지지율 최고점을 찍었다. 김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등으로 83%, 박 전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67%까지 지지율이 치솟았다. 하지만 둘 다 최악의 임기 말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6%까지 추락한 채 퇴임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4년 차에 이른바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면서 지지율 4%를 기록한 상태에서 탄핵당했다. 낙폭은 덜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초 52%에서 임기 말 23%까지 지지율이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좀 달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열린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린 덕분이다. 임기 첫 지지율 조사에서 나온 84%라는 수치는 다른 제6공화국 대통령보다 10~20%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임기 1년이 지나도록 지지율이 6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소위 ‘친문’, ‘문파’라고 불리는 고정 지지층이 존재해 정권에 큰 악재가 터져도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했다. 고정 지지층의 존재는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 가장 비슷하다. 이런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호재가 터질 때마다 중도층이 유입하면서 지지율이 최고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박 전 대통령은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 때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큰 선거를 두 번 치렀는데 그 직전에 지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보다 유리했다. 그 지지율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지방선거 직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여당의 선거 압승 이후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패턴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9%였다.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성공할 것처럼 보였던 시기다. 비슷하게 작년 4월 총선 직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2%였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방역이 성과를 거둔 데다 전 국민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재난지원금을 수십만~100여만원씩 지급한 효과였다.

 

선거 압승 후 지지율 폭락

하지만 두 번의 선거를 압승한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엔 6개월 만에 20%가량 하락했다. 작년 총선 후에도 석 달 만에 지지율 20%가 빠졌다. 한국리서치 정한울 박사는 “선거 후 지지율이 급락하는 이면에는 정부 여당이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오판한 탓이 크다고 본다”며 “선거 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개혁보다는 민생과 안정을 원해서 여당을 지지한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여당은 늘 거꾸로 갔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검찰 개혁 이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후임인 추미애 전 장관 모두 검찰 개혁의 본질보다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검찰과 힘 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되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겹치면서 결국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이어지고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며 30% 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이처럼 하나같이 불운한 임기 말을 맞았던 한국 대통령과 달리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엔 임기 초보다 임기 말에 더 높은 인기를 누리며 영예롭게 퇴임한 대통령이 적지 않다. 초유의 섹스 스캔들까지 터졌지만, 경제성장을 이끈 빌 클린전 전 대통령이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미국 경제를 회복시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둘 다 임기 중반 지지율이 바닥을 쳤지만 결국 60% 넘는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념적으로 보면 좌파 성향인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었지만 둘 다 전통적인 민주당 이념과 상관없이 민생을 챙긴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깝게는 문 대통령의 정치 멘토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하다. 그는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 지지율 12%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올라가서 마지막에는 27%까지 올랐다. 6공화국 대통령 중에선 임기 말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한·미 FTA 체결이었다. 지지층인 좌파 진영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1년 반 만에 결국 FTA를 성사시킨 것이 지지율 반등에 큰 역할을 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른바 ‘전직 대통령의 저주’는 결국 대통령과 그 측근 그룹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과 오만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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