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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은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는가

천아1234 2017. 7. 28. 07:15

창조력은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는가

이번 대선 후보 토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단어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현재 직업의 47퍼센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물론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직업 역시 미리 준비한 사람들의 것이 되지 않을까.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와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대학 학장, 대학원장, 니만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자율 시스템 및 로봇 연구 프로그램을 맡아 이끌고 있는 다니엘 바이스는 창조력을 가진 자만이 4차 산업 혁명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창조력은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강조하는데, 이 책은 김대식과 다이엘 바이스가 창조력을 주제로 수차례 진행한 토론을 모은 대담집이다.

바이스   (생략) 다시 이번 대화의 주제인 인류를 구원할 미래 전략으로서의 창조력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따져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생산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인원이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란 사실입니다.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소수에 속하려면 그만큼의 창조력이 있어야겠죠. 미래에는 창조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생존이란 경제적 의미에서의 고용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아이들이 미래 일자리에 적합한 창조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어떻게 아이들의 창조력을 북돋아 미래형 인재로 키울 것인지가 중요한 사회 경제적 이슈죠.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관점을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김대식 교수는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하면서『어떻게 질문할 것인가』,『김대식의 빅퀘스천』같은 질문 관련 책을 냈는데, 바이스 교수 역시 질문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바이스   (생략) 우선 창조력이란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죠. 한 예로 지금까지는 어떤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인간의 창조력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빅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즉, 인간의 사고와 분석이 필요했던 작업들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앞으로 인간의 역할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쪽이 될 것입니다. 기계적이거나 자동화된 방식으로는 나올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겠죠. 그런데 여러 문제 중 하나는 창조력을 증진할 만한 교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래 시대를 어떻게 훈련하고, 새로운 시대의 창조적 인류로 교육할 것이냐가 중요한 숙제입니다. 또 한 가지, 일자리의 위기 앞에서 과연 인간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짚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동시에 질문이 사라지는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도 계속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스 교수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토론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한다. 이는 두 나라가 처한 외부 상황은 대체로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더 높은 경제 수준, 더 높은 창의성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기존의 산업 수준에 머물러 있고 창의성의 발전이 늦는 차이로 나타난다.(물론 이스라엘에서는 1967년 프랑스 전 대통령인 샤골 드골이 무기를 비롯해 다른 과학기술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우연성도 있었다고 한다.)

바이스   (생략) 창조력을 정의할 때 첫 번째 전제는 ‘필요성(니즈)을 파악하는(느끼는) 능력’입니다. 기존 이론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또는 기존 제품이나 아이디어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니즈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파악한 니즈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창조력이 활발히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잖아요. 자신이 현재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모든 면에서 만족하는 사람이 창조적일 리가 없습니다. 이는 곧 어떤 필요나 결핍이 창조적 사고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로 연결되지요.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압박감 같은 것을 느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게 필요하다,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해요.

바이스   (생략) 창조력이 발현되는 과정은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어요. 뭔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걸 관찰한 다음, 그에 대해 고민해서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즉, 먼저 문제를 정의한 다음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죠.

창조를 위해 필요한 건 아직은 필요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즉, 필요 자체를 창조해내는 거죠.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일련의 과정이 계속될 때, 높은 차원의 창조력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조력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많이 겪게 된다. 두 교수는 누구나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는 실패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한다. 바이스 교수는 높은 출생률 또한 회복탄력성, 결과적으로 창조력과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두 교수는 “미래 창조력의 초점은 재미있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에 맞춰질 것”(p. 261)이라는 예측을 하는데, 4차 산업혁명으로 생기는 직업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책 한 권으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창조력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김대식 교수의 에필로그에 나와 있다.

창조력을 국가 정책으로 내세우면서도 나와 다른 사람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 질문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질문하는 학생을 혼내는 학교.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며 혁신을 외치지만, 여전히 낡은 생각과 행동을 해야만 ‘성공’할 수있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에 나오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바이스 교수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현재를 직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스스로 질문해 보자. 질문하다 보면 창조력이 그리 먼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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