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ICT와 미래(ICT and Future) 티스토리 블로그

총싸움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서 보트레이싱… 한국선 ‘제페토’ 급부상 본문

메타버스

총싸움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서 보트레이싱… 한국선 ‘제페토’ 급부상

천아1234 2021. 4. 24. 20:01

국내 게임 중에서는 ‘제페토’가 로블록스를 닮은 대표적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로 꼽힌다. 가상 세계에서 자신을 본뜬 아바타로 활동하면서 친구를 찾고, 게임을 하고 콘텐츠도 만들며 아이돌 팬 행사도 한다. 제페토 내 다양한 아바타가 모여 각자 포즈를 취한 모습(위쪽)과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여성 걸그룹 블랙핑크의 아바타들(아래쪽). /제페토
로블록스는 지난해부터 유행을 탄 이른바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 게임의 대표격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로블록스처럼 다른 이용자들이 만들어 올린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심지어 직접 게임을 만들고 공유해 돈까지 벌 수 있게 한 방식은 다른 메타버스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은행 미드캡 파트너스의 게임 전문가 샤를 루이 플라나드는 “로블록스는 (단순한 메타버스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의 허브(hub·중심)이다”며 “게임은 (로블록스에서 벌어지는) 여러 활동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로블록스가 다양한 메타버스를 창조하는, 일종의 메타버스 생태계(metaverse ecosystem)가 됐다는 것이다. 로블록스는 2억명 가까운 이용자와 800만명의 개발자, 5000만개의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도 하나의 국가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이 벌어지는 거대한 가상현실이 됐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Ready Player One)’의 현실판인 셈이다. 게임과 테크 산업에선 로블록스의 성공이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모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스턴 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로블록스는 이미 게임 시장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제페토’ 아바타가 의류브랜드 구치의 제품을 입은 모습.
◇ ‘제2의 로블록스’를 꿈꾼다

우선 로블록스를 모방하거나 벤치마크한 서비스가 늘었다. 2016년 나온 레크룸(rec room)은 로블록스와 거의 흡사한 구조를 갖춰 ‘넥스트 로블록스’라고 불린다. 이용자가 만들어 공유하는 콘텐츠가 게임이 아닌 ‘방(room)’으로 불린다는 점이 다르다. 게임보다는 모임 같은 사회적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열려 있는 방은 500만개이며 크리에이터(개발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으로 이용자가 급증, 최근엔 기업의 회의나 학교 수업, 결혼식도 레크룸 안에서 열리고 있다. 닉 파짓 레크룸 CEO는 “이용자들이 콘텐츠 제작을 취미 이상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크리에이터의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레크룸은 수년 내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최근 1억달러(1132억원)의 신규 투자도 받았다.
인기 FPS(총싸움)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로블록스의 소셜 기능과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의 요소를 지속적으로 반영 중이다. 게임 이용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샌드박스’ 시스템을 통해 게임 속 파티장에서 영화가 개봉되고 콘서트도 열린다. 게임 속에서 보트 레이싱이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다른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우린 이 게임을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 플랫폼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비상장인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성공과 온라인 게임 구독(유통) 서비스인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기업 가치가 최근 280억달러(31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제페토도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본뜬 아바타로 가상 세계에서 일상을 보내는 메타버스 게임이다.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넘었다. 이용자가 의상 콘텐츠를 만들어 거래할 수 있어, 나이키와 구치 같은 유명 브랜드의 가상 스토어(가게)가 나오기도 한다. 연예인 홍보의 장으로도 인기다. 지난해 9월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팬 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모였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빅히트·JYP·YG 등 엔터테인먼트 3사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레크룸 이용자가 게임 속 한 강의실에서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와 만나 교류하는 장면. 레크룸은 로블록스와 구조와 이용 방식이 비슷해 ‘제2의 로블록스’로 불린다. /유튜브 캡처

◇'생태계'에 주목하는 기업들

로블록스의 독특한 생태계를 모방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바타(avatar)가 게임과 게임 사이를 넘나들며 모이고, 놀고, 심지어는 그 무대를 직접 창조하기 위해 일함으로써 현실이나 다름없는 일상이 가능해진 세계다.
이스라엘 앱 개발 플랫폼(기반기술) 스타트업 앱센트럴(AppCentral)은 2022년 ‘유니티(Unity)판 로블록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유니티는 3차원 그래픽 기반의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도구(엔진)다. 유니티로 게임을 만들면, 유니파이드(Unified)라는 생태계에 저절로 편입돼 그 안의 이용자들이 모두 이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통 화폐를 도입해 전체 게임들을 모두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묶는 것도 로블록스와 같다. 다만 유니파이드는 생태계 내부가 아닌, 외부의 전문 게임 개발자들을 불러 모은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앱센트럴은 이 생태계를 교육과 유틸리티 분야로도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인게임(in-game) 앱 개발 지원 기업인 오버울프(Overwolf)도 로블록스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게임앱은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때 동시에 실행되는 앱이다. 게임 중 ‘손 빠르기’처럼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거나 실시간으로 게임 영상을 캡처하는 등의 기능이 가능해진다. 이런 인 게임 앱이 오버울프 플랫폼에 9만개, 제작자는 3만명 등록돼 있다. 오버울프도 이를 한 생태계에 통합하고 게이머와 개발자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손쉬운 제작 키트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지난달 5250만달러(590억원)를 투자금으로 유치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