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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코로나 진단기술로 국내 특허 1호 타이틀 땄어요"

천아1234 2021. 8. 7. 10:25

노경태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적은 시료로 1시간 내 진단 가능...민간 기업 5곳에 기술이전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연구실을 방문한 모습이다. 국방홍보원 제공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건수는 14일 0시 기준 70만건을 넘는다. 전체 인구의 약 1.3%, 국민 100명 중 1명 꼴로 진단 검사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이용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과 최대 10명씩 검체를 묶어 진단하는 ‘취합 검사법’ 등 다양한 진단 기술을 도입해온 결과다. 해외에서는 신속한 진단에 따른 조기 방역 모범 사례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19 진단기술 관련 국내 특허 1호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주인공은 국군의무사령부가 개발한 '코로나19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다. 지난달 20일 특허청이 코로나19 진단기술로는 처음으로 특허등록 결정을 내렸다. 지난 2월 11일 코로나 진단 기술로 가장 먼저 특허 출원해 2개월 만에 등록을 마친 셈이다. 

 

RT-LAMP 진단기술을 개발의 주역인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13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RT-LAMP 기술을 이용하면 1시간만에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5%에 달한다"며 "RT-PCR은 진단에 5μL(마이크로리터·1μL는 0.001mL)의 시료가 필요한 반면 RT-LAMP는 이보다 더 적은 2μL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대전=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RT-LAMP는 6시간이 소요되는 RT-PCR과 진단방식이 유사하다.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다만 RT-PCR의 경우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반면 RT-LAMP는 섭씨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노 책임연구원은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는 짧은 DNA 조각인 ‘프라이머’가 쓰이는데 RT-PCR은 2개의 프라이머를 이용하는 반면 RT-LAMP는 4~6개가 쓰인다”며 “RT-LAMP는 온도변화에 필요한 시간이 따로 요구되지 않고 프라이머를 4~6개씩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시료로도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팀은 2017년부터 국방부 예산사업과 국군의학연구소 내부 연구과제를 통해 RT-LAMP 연구를 진행해왔다. 노 연구원은 “군 내에 고가의 RT-PCR 장비나 가용 인력이 부재한 현실을 감안해 현장에서 빠르게 사용 가능한 진단기술이 RT-LAMP라고 판단했다”며 “군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 말라리아,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대한 진단을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어떤 바이러스나 진단이 가능하다”며 “이런 기반 기술을 토대로 코로나19 RT-LAMP을 빠르게 개발해 특허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RT-LAMP는 군 내 임무 수행 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노 책임연구원은 "민간과 달리 군은 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RT-LAMP는 야전 휴대 용이, 신속 탐지, 육안 탐지 가능, 사용 편리라는 장점을 갖췄으며 숙달되지 않은 인원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발한 RT-RAMP 키트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일각에서는 RT-LAMP가 신속성을 갖춘 대신 거짓 양성이 자주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거짓 양성은 프라이머 반응 시간이 길어지면 발생하게 된다“며 “거짓 양성이 안 나오는 시간까지만 프라이머를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대응책도 모색중이다. 그는 “현재 RT-LAMP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N 유전자 두 부위를 표적으로 해 감염여부를 판단한다”며 “유전자에 변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서열을 주기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프라이머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RT-LAMP는 현재 민간 진단키트기업 5군데로 기술이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품목허가도 받아 미국과 영국 등지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사용에 대한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RT-LAMP가 신의료기술로 분류돼 긴급승인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노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정식 승인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3월 RT-LAMP와 같은 등온증폭검사법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내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은 기술지원 받은 업체들의 RT-LAMP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지원하는 한편,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12)를 이용해 거짓양성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노 책임연구원은 “개발한 진단기술로 더 빠른 환자 선별이 가능해지길 기대한다”며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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