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반도체, 내가 직접 만들고 말지!

‘안보’의 상징이 된 반도체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의 미국 반도체 생산 라인을 늘리기로 한 투자 결정을 두고 세 번이나 “고맙다”라고 말했었죠. 오늘은 기업과 국가들의 최대 안보 관심사가 된 반도체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해요.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 서서 주문하는 반도체 생산 전문 공장은 어디인지, 왜 갑자기 반도체가 부족해졌는지 따라오다 보면 다음 반도체 호황을 앞두고 손을 잡고 뭉치면서 새로운 구도로 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대해 쏙쏙 알게 될 거예요.

지금 일어나는 일 세계 1등 반도체 위탁 공장 미국 이어 일본에 새 반도체 공장 지으려는 TSMC 대만의 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인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세우기 위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최근 6월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14조 원 규모 공장의 공사도 시작했고 기존에 있던 난징의 공장도 증설한다고 해요. 🔎 반도체? 반도체는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는 물질이에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반도체 칩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전기 신호로 논리를 표시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가 수없이 들어 있는 집적회로를 말해요. 요즘은 나노미터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빽빽하게 심어서 하나의 칩에 수억 개에서 수십억 개까지 집적시킬 수 있어요. 성능이 좋은 반도체가 보급되면서 기계들이 점점 ‘똑똑’해졌고,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는 물론이고 세탁기, 전자렌지, 토스터기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전자 제품이 거의 없게 됐어요. TSMC가 뭐 하는 회사야?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는 TSMC는 대만에 있는 반도체 생산 회사예요. 특이하게도 반도체의 설계는 하지 않고 오직 ‘생산’만 담당해요.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폰에 쓰이는 반도체도 대부분 TSMC에서 만들고 있어요. 이런 위탁 제조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르는데요.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일감을 나누고 있는지 보면 반도체 시장 속에서 ‘슈퍼을’이라고 불리는 TSMC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 ​ 처음부터 반도체 생산 공정이 나누어져 있던 건 아니에요. 반도체 산업 초창기에 반도체는 설계부터 생산, 검수까지 한 회사가 전부 도맡아서 했어요. 종합 반도체 기업, 또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고 불러요. 세계적인 분업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합 반도체 기업들은 여전히 남아있는데요. 이런 IDM에는 전통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나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같은 회사들이 있어요. ​ 하지만 반도체를 직접 제작하는 데는 많은 노동력과 기술, 설비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해요. 게다가 반도체 산업이 불황과 호황을 롤러코스터처럼 주기적으로 오르내릴 때 버틸 수도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원래는 아주 큰 회사들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어요. ​ 그런데 텍사스의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TSMC의 창업자가 반도체의 ‘생산’만 맡아서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대만에 공장을 차렸어요. TSMC가 비교적 저렴한 단가로 생산을 대신 해주니까 기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과 설계만 신경 쓸 수 있고, 기술은 있지만 노동력과 자본을 갖추기엔 부담이 컸던 기업들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실제 반도체 제조만 전담하는 위탁 제조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불러요. ​ 반면 설계만 맡는 기업은 “반도체 공장(fabrication)이 없다”는 뜻으로 팹리스(Fabless) 기업이라고 해요. 팹리스 기업이 모두 작은 규모의 신생 기업인 건 아니에요. 대표적으로는 애플이나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통신 칩을 주로 만든 퀄컴, 그래픽 카드를 만들어온 NVIDIA가 있어요. ​ 지금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예요. 크고 작은 팹리스 회사들이 설계한 반도체의 절반 가까이를 대만의 TSMC에서 만들고 있어요. 인텔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에서도 반도체 칩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첨단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전하다가 제품 중 일부를 지난 3월부터 TSMC에 맡기고 있어요. ​ TSMC, 왜 중요해진 거야? 요즘 TSMC의 행보가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이에요. 지금 제일 수급 차질이 생긴 건 MCU(Micro Controller Unit)라는 이름의 차량용 반도체인데, TSMC는 전 세계 자동차용 MCU 점유율의 70%나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세계의 반도체 공장이 된 TSMC가 어디에 공장을 짓느냐가 ‘반도체 독립’에 관심 있는 기업과 나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어요. *권선연, KOTRA 해외시장뉴스. 2021년 2월 19일. 그러면 한국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에서 주로 만드는 건 지금 부족해진 차량용 반도체가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예요.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어요. 올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점유율 55%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17%인 삼성전자였어요. 🔎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는 목적에 따라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기억을 주로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을 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인데요. 메모리 반도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센터에 많이 쓰여요. 그래서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가 몇 년 전 호황을 맞았죠.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사물을 감지하거나 온도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해요. 전자제품들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계산 능력이 있는 시스템 반도체를 부품으로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파운드리 사러 다니는 인텔 인텔은 반도체 시장에서 2018년부터 삼성을 누르고 매출 1위를 지켜왔어요. 하지만 삼성, 엔비디아, TSMC가 인텔을 맹추격해오자 인텔은 반도체 국내 생산을 원하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했어요. 세계 4위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와 인텔이 34조 원 규모의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이 이야기예요. 오랜 반도체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한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를 수도 있어요.

본격 핵심 정리 1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초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미래에 주목하고 다시 반도체 대규모 생산에 나서고 있는 셈인데요. 왜 이렇게 반도체 시장이 들썩들썩하는 걸까요? ​ 반도체 산업은 생산만 맡아서 하는 파운드리의 등장과 함께 설계와 생산을 함께하던 IDM 모델이 구식 모델이 되었고, 설계, 생산, 검수를 여러 기업이 나누어서 맡는 방향으로 변해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자리 잡아온 분업 구조를 흔드는 일이 있었어요.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 못 만들고 있다”는 소식, 혹시 기억나시나요?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전세계 완성차 기업이 생산을 멈추거나 줄이기까지 한 사건이에요. 국내의 현대차와 기아차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 첫번째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 이렇게 ‘부품이 없어 자동차를 못 만드는’ 현상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건 완성차 기업들의 ‘수요 예측 실패’예요. 2020년 코로나 사태 탓에 수요가 대폭 줄자 기업에서는 자동차 생산량을 축소하면서 자연히 부품 주문량도 줄였어요. 하지만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가 점차 정상화되었고, 필수적인 부품인 반도체가 원래대로 수급이 되지 않아 문제를 겪고 있는 거죠. ​ 주요 반도체 업체는 수요가 줄어든 차량용 반도체 대신 모바일, 가전용 반도체 생산을 먼저 하고 있었어요.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덕분에 IT기기와 가전 수요가 높아졌거든요. 반도체는 만드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도 길고 공정도 복잡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빠르게 정상화하기도 어렵고요. ​ 자연재해, 사고로 멈춘 주요 반도체 공장 게다가 미국에 한파와 폭설이 찾아와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이 전력 부족 때문에 6주간 가동을 멈추는 등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생산 시설 가동을 잠시 중단했어요.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는 화재로 생산을 멈췄었고요. 대만에 유례없는 가뭄이 찾아오면서 ‘물 소모량’이 엄청난 TSMC 반도체 공장도 생산이 어려워질 뻔했는데, 부족한 농업용수까지 끌어다 썼다고 해요. ​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하지만 꼭 코로나와 자연재해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도 있어요.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이나 컴퓨터 서버에 쓰이는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낮고, 그래서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에서 점점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도를 낮춰왔다는 거예요. ​ 또, 완성차 생산 업체와 반도체 생산 업체 간의 관계가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반도체가 점점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쓰이게 되면서, 부품 생산을 ‘위탁’하는 완성차 업체가 오히려 반도체 업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거죠. ​ 특히 많은 기업에서 자율주행차량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를 많이 찾는데, 높은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이런 첨단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은 많지 않아요. TSMC는 이런 반도체 품귀 현상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내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본격 핵심 정리 2 중국, 미국... ‘우리 반도체 직접 만들자’ 기업들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반도체 독립하자’며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반도체 기술과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무역과 외교에서 반도체가 갖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에요. ​ 미중 갈등의 영향?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예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안보’를 이유로, 미국 내 기업이 반도체나 통신장비 등 특정 품목을 중국 기업에 수출할 때 별도의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도록 했어요. 중국 최대 규모 IT 기업인 화웨이,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 등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수출 제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 그런 화웨이에서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를 2년 동안 비축해왔기 때문에 이번 품귀 현상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어요. 미국의 견제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라는 이름의 산업고도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체적인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 역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고요. ​ 바이든, ‘반도체 공격적 투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반도체 품귀 현상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어요. 미국 정부는 이전부터 여러 나라를 향해 ‘중국 수출 제한’에 동참하라고 이야기해왔는데요.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전 세계 기업을 초대해 반도체 부족 문제를 논의하는 화상 회의를 열기도 했어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협력을 이야기했고, 얼마 전에는 중국에 대응하는 안보 협의체인 ‘쿼드’에서도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했어요. ​ 반도체 문제를 ‘경제 안보’의 핵심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 파운드리 1,2위 기업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 제조 업체들이 아시아권에 몰려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기업들에 세금 감면을 비롯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늘리고 투자하기를 설득하고요.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자리에서 계속 ‘반도체 협력’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 ​ 다른 한편으로는 ‘반도체는 이제 인프라’라며,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개발과 제조에 대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 수급 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인텔이에요. 인텔이 제조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직접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파운드리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국제 질서 속 사건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요.

ᴄᴏᴍᴍᴇɴᴛ 오늘은 지금까지 보내드렸던 레터와는 조금 다른 결도 갖고 있는 아티클을 전해드렸어요.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경제 갈등 이야기를 풀어봤는데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폴리티카 팀은 천아 님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다음 주에도 재밌는 아티클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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ᴏᴘɪɴɪᴏɴ 💭이성화 님 코로나 기사가 여기서기서 산발적으로 나오는데 시각적으로 구분되고 이해하기 편했어요. 💭익명의 구독자 궁금한 주제를 깔끔하게 알려줘서 좋습니다. 이런 주제 더 많이 다뤄줬으면. <거리두기 4단계 & ‘국회 아이 동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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