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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혁신과 민주주의

미래혁신과 민주주의

천아1234 2017. 9. 4. 13:46

미래혁신과 민주주의
퍼펙트 스톰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3저(低)와 3불(不)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경제정책에도 전면화 시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히 만들어야 하며, 강고한 경제사회의 특권을 타파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와야 하며, 중산층 복원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재건되어야 한다.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되고, 시민참여와 민관협치의 다양한 경로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경제, 사회의 전면적인 혁신을 가져오며, 미래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퍼펙트 스톰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시대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시대전환의 창조적 파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의 시대는 기존에 믿어왔던 모든 것을 근저로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 시대적 전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위기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3저(低)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저성장, 저일자리, 저출산의 3저 시대다. 무엇보다 미래세대인 청년실업은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2015년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에는 9.8%로 10%에 육박했다. 실업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만약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저성장의 고착화로 인해 일자리는 더욱 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3불(不)의 시대, 즉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 지역발전의 불균형 속에 살고 있다. 세칭 ‘금수저’들은 혼맥·학맥·금맥의 동심원을 이용해 사회적 지위를 겹겹이 쌓아간다. 소득불평등의 증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비정규직 비율의 증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의 격차확대, 절대빈곤율의 상승 등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세상인 것이다.
이러한 격차사회는 지역 간 불균형으로도 나타나고 결국 지방소멸의 위기로까지 확대된다.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구구조변화와 지속가능한 행정기능 발전방안”, 2015년, 행정자치부)에 의하면 전남 고흥, 경남 합천 등 21개의 지역에서는 2048년 인구가 2013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급감한다. 반면 부산 기장, 경기 김포, 인천 서구 등 19개 지역은 인구가 100% 이상 증가한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한국사회의 과제가 인구감소・고령화라는 평면적인 수준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생활공간으로서 지역을 어떻게 재설계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산적한 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그동안 정부는 너무나 무능력, 무책임했다. 예를 들어보자. 청년실업 종합대책은 지난 14년간 모두 18번 발표되었다. 그러나 문제해결은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은 중앙정부만으로 총 224개다. 여기에 각 광역 및 기초지자체 차원의 대책까지 포함시키면 우리의 청년들 머리 위에는 수백개의 정리되지 않은 정책이 혼잡하게 널려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청년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노인, 장애인, 여성, 새터민, 마을진흥 등 거의 모든 정책분야에 공통된다.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그 대응의 정책은 모든 부처에서 남발되나 실제로 그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발전모델: 민주주의에 의한 혁신의 확산
1) 과거 산업화 모델과의 결별
그동안 우리는 아주 바쁘게 달려왔다. 뜨거운 중동에서, 구로・울산・포항의 공단에서 굵은 땀을 흘렸었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그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사회는 불평등하며, 권력은 무능한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항간에 회자되는 ‘헬 조선’이라는 말 속에는 새로운 신분사회에 대한 원망,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언컨대 재벌 대기업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이 아니었다. 성장의 군불이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전파되지 않았다. 낙수효과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 가능했다. 가령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2015년)’에서는 상위 20%의 소득비중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국민소득은 0.08% 포인트 감소한다고 말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유주의자의 양심(2007년)”이라는 저서에서 심지어 낙수효과란 거짓말이라고도 단언한다. 경제학적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만 과거의 산업화 모델과 결별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재벌주도 성장, 권위주의적 관치, 재벌기업의 제왕적 의사결정, 군대식 일사불란한 실행력은 자유로운 사고실험과 창조적 혁신의 숨통을 죄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은 지역의 다양한 가능성을 죽이며 결국 나라 전체의 혁신역량을 하락시키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산업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권위주의가 동거하는 과거의 모델에서 이제 그만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2) 민주적 경제운영의 3대 원리
21세기 디지털혁명이 예고하는 새로운 사회는 한국의 모든 경제사회 주체가 보다 다양하게 참여하고, 연계되며 협력할 때 도달 가능한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민주주의에 있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경제정책에도 전면화 시켜가는 것이다.
민주적 경제운영원리의 첫째는 ‘참여와 공정’이다. 참여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요소가 참여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참여의 확대가 바로 혁신의 시작인 것이다. 공정함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반이다. 특권층의 승자독식으로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히 만들어야 하며 강고한 경제사회의 특권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중산층을 재건시키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사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민주적 경제운영원리의 둘째는 “연계와 협력”이다.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구도, 이것이 21세기형 경제사회혁신의 근간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소위 생태계라고 부른다. 벤처생태계, 사회혁신생태계, 정책생태계 등 다양한 생태계를 논의하는 이유는 그 시스템의 성과가 참여와 연계, 그리고 협력을 통해 발현되기 때문이다.
민주적 경제운영원리의 셋째는 “혁신과 책임”이다. 참여와 공정, 연계와 협력은 결국 한국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을 혁신시켜 우리사회의 가능성을 최대화 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능성(potential)을 실현시키고, 우리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책임’(accountability)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정부와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최대 정책과제다.
정리하자면 ‘공정’은 ‘참여’의 기반이다. ‘참여’, ‘연계’, ‘협력’은 ‘혁신’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것을 ‘책임’있게 수행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경제정책의 내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3) 경제혁신과 사회혁신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혁신의 개념이다. 혁신은 단순한 경제혁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혁신은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경제혁신은 다양한 벤처기업의 창출로 가능해 진다. 혁신적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강화, 독립적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치, 국가 R&D 사업에 대한 전면재편 등 앞으로 할 일은 많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을기업, 골목상권,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으로 혁신이 확산되어야한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골목상권까지 혁신이 확산되는 것, 청년백수, 경력단절여성, 장애인, 고령자까지 참여하는 것, 높은 빌딩과 거대한 산업시설만이 아니라 마을 앞 공터, 주민센터의 자투리 공간까지 주민 참여의 새로운 활동공간으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혁신경제인 것이다. 그래야만 5000만 인구의 안정된 먹거리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사회도 혁신되어야 한다. 핵심은 사회의 자기복원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아니다. 때로는 무상노동의 자원봉사자이며 좋은 일에 대한 기부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참여를 잘 조직해야 한다. 기부관련세제의 재정비, 청년들의 혁신적 참여를 독려하는 청년국가봉사단 구상(미국의 Americorp), 시민사회의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시민공익위원회법(영국의 Charity Commission),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은 모두 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인 것이다.
4) 지방분권과 혁신의 확산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방분권이다. 참여를 통한 혁신이 벌어지는 공간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주체이며, 복지의 수혜자인 지역주민 스스로가 경제 및 복지행정에서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것, 이것이 지역차원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반이 된다.
이것을 위해서는 중앙의 행정 및 재정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 재정과 사무의 지방이양 목표치를 50대 50으로 설정하며, 분권 확대에 따른 지방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주민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 스스로 마을경제와 복지의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 그리고 기초지자체가 각각의 계획을 종합하는 것이 지방발전의 선결과제다. (가칭)지방발전법의 제정까지 포함한 새로운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분권의 또 하나의 장점은 강고한 관료국가 대한민국을 그 뿌리부터 바꾸게 한다는 점이다. 경제와 복지정책의 구상 및 실행권한의 상당 정도를 기초 및 광역지자체로 넘긴다면, 그리고 정책결정 및 실행과정에서 시민참여가 활발히 된다면, 대한민국의 관료체계는 밑동부터 바뀌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일정한 원칙에 따라서 기존의 정책을 통폐합시키고 효율화시키는 것에 있다. 그 최대의 비법은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방분권이 가지는 최대 의미다.
5) 공정함(equity)의 추구: 기울어진 운동장의 시정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좌파 우파 상관없이 당연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것이 세련된 좌파, 우파의 세계적인 추세다. 기존의 정부와 시장이라는 2분법 구조로는 더 이상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21세기형 좌파와 우파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의 힘을 이용할 방안에 대해 심각히 고민한다. 영국 노동당 토니블레어의 “제3의 길”과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의 “큰 사회(big society)” 정책은 그런 면에서 고민의 지점이 같다. 오히려 혁신, 분권, 참여, 시민 등의 단어는 우파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 좌파의 관성은 국가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제부터가 문제다. 공정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제다. 공정함이란 공정(fair)한 경쟁의 룰 확립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격차를 그대로 놔 둔 채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소위 fair competition), 약자의 능력을 끌어올려 ‘실질적’으로 기회의 평등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공정함(equity)인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은 당연히 강화되어야 한다. 공정거래정책의 운영을 강화함과 동시에 징벌적 배상제도 등 법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 그러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행위규제만 가지고는 지금의 경제력 격차를 완화할 수 없다. 보다 강력한 결과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재설정, 경제력집중완화 목표치의 설정, 성과공유제의 확산 등의 정책이 그것이다.
고용전반에 대한 노동보호도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 체불임금, 산업안전, 부당해고, 근로시간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노동보호 입법조치가 필요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해소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10%에 불과한 노조가입율의 획기적 증가,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에서의 노동자 등 이해관계집단의 경영참여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도 나와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 존 롤즈가 “최소 수혜자의 최우선 배분의 원칙”이라고 말했던 내용이다. 미국의 적극적 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도 이러한 사고방식에 입각하고 있다. 한국판 적극적 시정조치를 펼쳐야 한다. 농어촌, 저소득, 새터민, 다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누구도 기회의 불평등을 이야기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 증세와 시민참여의 결합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국민 세금으로 할 수는 없다. 미래 한국의 고령화 인구비율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생산 가능인구 10명이 8명의 노인과 2명의 어린이를 부양하는 그런 세계 말이다. 당연히 사회복지 지출의 수요는 폭증한다. 충분하지도 않은 지금의 복지제도를 유지한다 할지라도 2040년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현재 평균인 국민소득 대비 22%를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일반적이다. 노무현정부의 “비전 2030”에서도 OECD 평균수준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1100조 원(2006∼2030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을 했었다. 인구추세 등 아주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입각한 최소한의 비용추정인데도 그랬다.
앞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첫째는 노인, 장애인, 결식아동 등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 즉 가장 약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기본소득, 보편복지 등의 논리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가장 약자에게 조차 돌아갈 복지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는 복지재원을 다원화하고 그 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것이다. 시민의 다양한 기부, 자원봉사, 새로운 사회혁신의 다양한 움직임(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의 활용은 복지확충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회혁신을 위한 각종 제도(청년국가봉사법, 시민공익위원회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지도층의 사회책임 또한 강조되어야 할 사안이다. 상속·증여·양도세 철저납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정 등 대한민국의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셋째는 중장기적으로 증세에 대한 필요성을 천명하는 것이다. 지난 9년간 우파정부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성장률 제고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소한 중복지=중부담의 증세가 필요하며 소요예산 및 조달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시급하다. 정부조직의 대수술(정부혁신)을 통한 재정집행 효율성의 강화, 정부의 사업, 조직, 예산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재설계하는 (가칭)국가재정혁신처(위원회)의 설치 등 고민해야 할 지점은 많다.

촛불혁명 10법 구상
촛불혁명은 혁신과 분권, 분배와 책임에 입각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을 제정 혹은 개정해 가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성과를 의무화하고(경제민주화기본법), 사회적경제와 시민의 자발적 조직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사회적경제기본법, 시민공익위원회법). 경제와 정치관련 권한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하고(지방발전법, 지방자치법), 이에 맞게 중앙정부의 역할과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정부조직법). 복지국가의 재정을 확충하고(세법), 사회봉사활성화(국가봉사법), 지도층의 사회책임강화(병역법 등)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 모든 정책들은 결국 국민소득(GDP)이 아니라 국민행복으로 귀결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이에 따른 정책수행체계와 관련 통계의 정비를 규정한 법률(국민행복촉진법)도 필요하다.
비정상의 일상화
누계 1500만개의 촛불이 전국의 광장을 밝힌 이유는 단지 보수정치에 염증을 느껴서도 개헌을 원해서도 아니었다. 정권의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질타였다. 단언컨대 박근혜 정부는 너무나 무능했다. 경제가 특히 그렇다. 취임 후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국가부채는 2008년 300조원에서 지금은 600조원을 넘어섰다. 민영화로 팔려나간 국가재산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자금을 투여했다. 그런데도 경제는 여전히 그 모양이었다. 정책의 중심이었던 창조경제는 정권 내내 애매했으며,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논리도 설득력이 거의 없었다.
정작 개혁되어야 할 것은 그대로 온존되거나 더욱 강고해졌다. 재벌경제는 변화할 조짐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그 엄청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1년 뒤 메르스 사태 때도 위기대처능력의 부재는 똑같았다. 전염력이 낮다고 했으나 4차 감염은 현실화됐고 온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교육부는 휴교를 말하고 복지부는 등교를 말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민관합동종합대응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즉각대응팀 등 컨트롤타워는 어지럽게 난립했다. 누가 결정하고 책임지는지 오리무중이었으며, 당연히 신속한 결정은 불가능했다. 그 지경이 되도록 대통령은 느지막이 나타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확실하게 발동시켰던 에너지는 바로 증오의 에너지였다. 그들은 국민을 개혁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국민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시켰다. 해묵은 진영논리로 모든 경제사회적 논쟁들을 가두어버린 것이다. 최장집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탈냉전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둘러싼 합리적인 대안들 간의 경쟁구도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냉전반공주의와 그에 대응하는 급진적 민족주의 간의 갈등구도를 가진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민중에서 시민으로”, 2009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낡은 냉전반공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들은 때로는 같은 편에 대해서도 편 가르기와 증오의 에너지를 동원했다. 친박, 진박, 비박, 반박 등 뜻 모를 이합집산을 거듭했으며, 그들만의 권력투쟁과 일자리창출 경쟁에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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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계 1500만개의 촛불이 전국의 광장을 밝힌 이유는 정권의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질타였다. ⓒ픽사베이
중산층경제학(Middle-class Economics)
보수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나라의 보수는 좀 더 실용적이고 새롭왔다.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2010년 12년 만에 정권을 탈취했던 영국 보수당 정부는 우선 젊었다. 39세에 보수당 당수, 43세에 영국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66년생) 만이 아니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당수(67년생), 재무장관(71년생), 국방장관(61년생), 외무장관(61년생) 등 내각의 주요멤버는 40대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새로운 보수”라고 일컬었다. 전통적인 보수당 정책이었던 시장의 확대가 아니라 사회(시민사회)의 확대에 의한 정부기능 축소로 정책을 변화시켰다. 보수당이 압승했던 2016년 선거에서도 공공병원 및 아동보육에 대한 지원확대, 무상학교 증설, 최저임금 인상, 남녀 임금격차 해소를 약속 하는 등 진보적 색채의 정책을 상당히 발표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보수는 기본적으로 ‘공부부족’이었다. 머릿속에는 종북좌파와 친미우파의 이분법밖에 없었으며 현대사회가 제기하는 정책의 고차방정식을 이해할 능력을 결여했다. 그러니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사회주의적’ 경제기본법으로 잘못해석하고 헌법질서에 어긋난다고 흥분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최신의 보수당의 정책이 한국에서는 사회주의 정책으로 둔갑해버리는 난감한 현실이었다.
필자는 “중산층 복원”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최대 정책목표이며 지향점이라고 본다. 그만큼 중산층의 무너짐이 너무나 심하기 때문이다. 일부 식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낙수효과를, 때로는 쿠츠네츠(Kutznet) 가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실증연구들은 이 모두를 부정한다. 부시 행정부 시절 2003~2005년까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하버드대학의 멘큐(N. Gregory Mankiw) 교수는 자신의 경제학원론 초판에서 감세를 중심으로 한 공급경제학파를 “괴짜 사기꾼들”이라고 평한 바 있었다. 정책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혁신과 분권
이제는 그만 해묵은 낙수효과론에서 벗어나 “혁신과 분권”에 입각한 새로운 성장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사회혁신을 통해 상부상조의 자립형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지방혁신을 통한 권한과 책임의 지방분권을 완성하고, 재정세제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혁신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실행해가야 한다.
경제혁신의 관건은 재벌규제강화, 4차 산업혁명 대응, 성장전략의 다면화, 이상의 3가지로 요약된다. 재벌규제강화,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시급히 정비되어야 함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5000만 인구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섹터의 다면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한산한 재래시장, 고단한 노점상, 활력 잃은 농어촌 등 한국경제를 구성하는 기초단위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혁신의 경로가 설계 되지 않은 한 한국경제의 희망은 없다.
사회혁신도 중요하다. 핵심은 사회의 자기복원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을 잘 발전시키고, 이들 속에 기부와 자원봉사를 잘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정비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 시민사회단체의 모든 활동 및 재무정보를 수집, 공개, 규율하는 영국의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와 같은 시민공익위원회 설치가 시급한 이유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력이양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것만이 지역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확대시키며 참여를 통한 새로운 활력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주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산업, 교육, 복지, 의료, 문화 등에서 지역 단위의 해결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성과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배분을 차등화하는 견제 수단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 모든 것을 지방발전법이라는 형태로 정리해야 한다. 당연히 지방자치의 정치형태도 지역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을 포함한 새로운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의 조직도 대폭 개편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너무 많은 정책을 남발한다. 만약 지방정부로 중요한 정책이 이관된다면 중앙정부의 정책남발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정책은 좀 더 수요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주민맞춤형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중앙정부가 하는 일은 국가전체의 기획과, 조직, 사업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재정자원 등의 배분 등에 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무원조직에 대한 수술도 불가피할 듯하다. 유능한 공무원 조직으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한 방책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장차관의 상당수를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고위 공무원, 하급 직원 모두 시선이 바로 윗사람에게만 가 있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공무원 인사 제도를 개혁하고, 장차관 및 고위공무원단의 외부 충용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난 가장 유능한 집단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분배와 사회적 책임
재정세제혁신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재정은 집행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재정지속성을 위한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 민주국가의 기본원리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기회의 평등이 바로 공정함의 기초인 것이다. 현대국가에서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바로 복지국가였다. 부자의 세금과 가난한 자의 복지가 교환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미 개천에서 용 나오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버렸다. 복지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조세부담률은 거의 최하위이며, 정부가 돈이 없으니 당연히 개개인의 출발점 격차를 시정할 방법도 없다. 복지예산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늘려야 하며 세금이 부족하다면 걷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까마득하다. 재정지출의 소득 재배분 효과는 OECD 내에서 한국이 단연 꼴찌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8%로 OECD 평균인 25.8%보다 한참 작다. 2013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같은 경제규모의 다른 나라들보다 매년 114조원 덜 징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정권마다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고 계획만 거창했었다. 그러나 좌파 정권이든 우파 정권이든 결국은 실패했다. 이제는 계획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소한 증세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사회 개개인의 사회적 책임의 강화다. 특히 지도층의 책임성 강화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강조해야 될 사항이다. 재벌 및 고관대작의 자제들이 군대를 버젓이 면제되고 있는 현실은 이 사회가 얼마나 정의롭지 않은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군복무 강화, 상속·증여·양도세의 철저납부를 위한 세법 개정,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기부활성화법(세법개정 혹은 제정법 구상), 사회봉사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국가봉사법 제정(미국의 Americorps) 등, 한국사회의 지도층 및 한국민 전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이 구상되어야 한다.
촛불혁명 10법 구상
그 어떤 통계를 열거해도 대한민국의 불행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득불평등의 증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비정규직 비율의 증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의 격차확대, 절대빈곤율의 상승 등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세상이다.
문제가 심각하니 이에 대한 해법 또한 당연히 논의된다. 공교육의 강화, 청년일자리 확대, 공공주택의 보급, 보육시설의 확대 등 소위 흙수저 대책은 많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비업무용 계열사주식의 보유금지 등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및 지배구조 민주화를 위한 대책 또한 구체적이다.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거의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말일 뿐이다. 복지는 재원부족이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며, 재벌개혁은 경제살리기란 미명하에 좌절된다. 그러다 선거 때만 되면 유령처럼 나타난다. 경제민주화도 복지도 한국에서는 선거 때만 출몰하는 임시직 유령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 정책을 실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다. 필자는 다음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후보 공약집이라는 황당무계한 공상소설이 아니라 최소한 정책을 실현시킬 법과 조직의 구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중산층의 복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혁신과 분권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민주화의 추진목표를 설정한 새로운 법률체계가 필요하다(①경제민주화기본법제정).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행위규제인 것에 반해 경제민주화기본법은 보다 넓은 범위의 성과를 의무화시켜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협력, 경제력집중완화의 목표치 등이 실행조직체계와 함께 정리되어야 한다.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정책의 공통의 법적기초를 정비하고(②사회적경제기본법), 시민조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③시민공익위원회법제정)이 중요하다. 지방혁신을 위해서는 지자체 스스로가 발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④지방발전법제정), 지방자치체계의 선택권한을 주는 것(⑤지방자치법개정)이 초점이다. 예산과 조직, 그리고 행정업무의 대폭 지방이전은 중앙정부의 조직 및 기능에 대한 대대적인 재편을 필요로 한다. 중앙정부조직 관련법의 정비(⑥정부조직법개정)가 필요한 이유다.
혁신과 분권의 확대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분배와 책임의 확대다. 상속·증여·양도세를 포함한 전반적 증세를 실현하며(⑦세법개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확대하기 위해 사회지도층자제들의 군복무강화(⑧병역법개정), 기부문화의 활성화(세법개정)와 사회봉사제도의 활성화(⑨국가봉사법 제정)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정책의 목표는 GDP가 아니라 국민행복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은 경제학의 핫 이슈 중 하나였다. 프랑스의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2008년 국민행복을 규정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든 것, 일본 독일 영국 등에서 국민행복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가 발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GDP가 아니라 삶의 질, 국민행복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정책의 우선권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행복관련 사회통계를 정비하고, 국민행복에 맞추어서 경제정책을 펴야 함을 강조한 법률(⑩국민행복촉진법)도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지난 몇 달간의 1500만 촛불 덕분이다. 잘 이어나가야 한다. 희망컨대 촛불혁명 10법을 실현하고, 거기에 겸손의 미덕까지 겸비한 정치인이 새로운 대통령이 된다면 참 신나는 일일 것이다.

20대 총선, 여성·청년·나눔·사회적경제의 향방은?
정당별 총선 공약 분석해보니
◇여성·청년 공통 키워드는 일자리… 구체성, 실현가능성 검토해야
청년 부문 공약은 크게 일자리와 주거로 나뉘었다. 새누리당의 주요 공약은 청년희망재단에서 운영하는 청년희망아카데미 증설(16개 시도)이다. 주거 부문에서는 여러 대학교 학생들이 한 기숙사 건물에 거주하는 ‘연합기숙사’의 증축이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이종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청년 실업이나 주거 불안을 본질적으로 구제하지 못하는 단편적 지원”이라면서 “실제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키우고, 청년들이 주거 지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공약 메인은 일자리 70만개 창출이다.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로제타 플랜’을 민간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이다. 이 중 일정 비율은 여성에게 할당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일반 기업에 어떻게 고용할당을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2014년부터 공공 부문이 의무 시행 중인 청년고용할당제도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2015년 채용할당 달성률 74.4%)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쉐어하우스 임대주택 5만호 추가 공급, 사병 월급 월 30만원까지 인상 등 당장 재원 투입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두 정당 모두 여성 관련 일자리 공약이 두드러졌다. 먼저 새누리당은 경력 단절 여성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일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연계한 여성 창업 지원 강화 공약도 포함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확대 규모나 일자리 발굴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족친화인증기업 인센티브 확대, 유연 근무 환경 조성, 공립 유치원 및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확충 등도 포함됐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지엽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 준공무원 수준의 공공돌봄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이 여성인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근로 환경과 임금 수준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다. 보육 예산의 전액 국고 부담,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이행 등 보편적 보육도 강조했다. 남성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현 5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급여도 통상임금의 40%(100만원 상한)에서 100%(150만원 상한)로 늘릴 계획이다. 손승영 동덕여대 여성학 교수는 “성 평등 해소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총평하는 한편, “기존 정책의 실현을 돕는 제재 방안이 빠져 있고, 작동안에 대한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표류 중인 ‘나눔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20대 국회선 처리될까
나눔문화와 사회적경제 부문에서는 3월 21일 현재, 새누리당만 1페이지 분량의 공약을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약이 별다른 개선안 없이 ‘재탕’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새누리당 ‘나눔기본법’ 공약의 주요 내용으로는 기부연금제도가 언급됐다. 기부자 세액 공제를 비롯, 연금 수령 시 낮은 세율을 책정해 고액 기부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공약에 대해 비케이 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공약의 실효성이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기부금품 사용기간 제한(2년)’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공익사업에 족쇄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부금품 모집 사업의 기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겠다는 공약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공익에 반하지 않는 모든 사업이라는 기준 자체에 정부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회적경제 부문 관련 공약으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안에 프로젝트형 ‘사회적 거래소’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던 사회적기업에 민간 자본을 수혈하겠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유통형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말하는 사회적기업의 개념은 지나치게 좁고, 외국의 임팩트 투자 대상을 포함하지도 못한다”면서 “개별 기업 공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신용평가 조직은 어디로 할 것인지 등 공약 안에 포함돼야 할 고려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동수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대표는 “세제 혜택으로 사회적 투자자를 육성하겠다는 공약은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만 있다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하는 한편, “사회적거래소를 논하기 전에, 기존 투자 시스템에 사회적경제 영역이 접목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브리지(Bridge)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눔기본법·화평법·사경법… 20대 국회가 주목할 ‘공익법’
5가지 공익 분야 법안
기부·나눔 문화 확산
기부 시 일정 금액 돌려 받는 ‘기부연금제’ 도입 필요
사회적 약자
난민 등 무기한 구금 가능한 출입국 관리법 개정
보건·환경법
화학물질 수입·유통 심사 강화… 피해자 보호 법안도 마련돼야
13일 20대 국회가 정식 개원했다. 이번 국회는 공익 분야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공적부조(사회보장제도) ▲기부·나눔 ▲사회적 약자 △보건·환경 ▲사회적 경제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 5가지 분야를 공익 분야의 중점 과제로 두고 전문가 20명을 만나 ’20대 국회가 주목해야 할 공익법’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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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제’, 논쟁 속 대안 찾을 수 있을까?
공적부조 분야의 화두는 여전히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 폐지 및 기준 완화에 대한 논의는 2000년인 16대 국회부터 19대까지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법에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의 ‘극빈곤층’일지라도 자녀나 부모 등 부양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일정 소득 이상이면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재정적 부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조8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제도 폐지가 당장은 어렵다면 보완책이라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형 기초보장제’를 실시, 국민기초생활수급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월 최대 53만원(4인 가구)을 지원하고 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부양 의무자가 있으니 ‘너는 빠져라’는 식의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로인해 자살하는 이들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② 나눔 문화 확산 내용 담은 ‘나눔기본법’ 제정되나
국회에서 수년째 빛을 못 본 ‘나눔기본법’,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나눔기본법안의 핵심인 ‘기부연금제’ 도입이 나눔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부연금제는 개인이 현금이나 부동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기부금의 일정액(최대 50%)을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국민이 다양하게 기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내재된 상호 부조의 심성이 나눔으로 촉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단체 투명성 또한 주요 키워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총자산 가액 5억원 또는 수입 총액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도 국세청 공시 열람 시스템(npoinfo.home tax.go.kr)에 기부금 모금 및 활용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정보가 학교, 병원, 사회복지법인, 배분 단체 등 비영리단체의 개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후원자들이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투명성의 기준이 정부 관리 차원이 아니라 기부자가 판단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비영리단체 스스로도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행정비 등 감춰진 과정에 대해 당당하게 공개하고 후원자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③ 난민, 지적 장애 청소년 인권,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야
10평 남짓한 공간에 시리아 난민 28명이 종이 상자를 얼기설기 덧대 자고 있는 모습. 지난 2일 미국의 CNN은 인천공항 내 난민송환대기실의 구금 사실을 전 세계에 고발했다. 공익법 전문가들은 “선진적인 법 도입과 달리 한국으로 온 난민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의 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이 시행됐다. 재단법인 동천 이탁건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소는 ‘난민법’에 따라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등 5가지 명시적 난민 사유 여부만 심사 후 입국시켜야 하는데 실질 심사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사실상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최대 구금 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3세 지적 장애아가 남성 6명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을 성매매로 본 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성·청소년·장애인 인권 단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던 하은(가명)이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숙소를 구하다가 수차례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보통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행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해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나이가 법정 규정인 13세 미만에서 2개월이 넘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 이상훈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지적 장애 등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연령 기준을 삭제하거나 최소 적용 범위 연령을 높여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④ 더 이상의 ‘옥시’는 없다, 누더기 된 ‘화평법’ 새롭게 만들자
옥시 사태 효과일까. 보건·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개정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존 화학물질은 정부로부터 유해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유럽의 유해성 평가 기준은 0.1t이고, 화학물질을 별도로 관리하는 청이 있다”고 했다. 옥시가 2001~2011년 판매한 옥시싹싹에 사용된 독성물질 PHMG의 연간 사용량은 300㎏ 정도에 불과했다. 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화평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완제품은 제외되는 등 누더기가 된 법안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보건법’이 실효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경보건법은 환경성 질환에 대한 역학 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으로,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을 예방·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법안에 따르면 애초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금지했어야 하나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고 했다. 환경법률센터 부소장인 정남순 변호사는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제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 사회적 경제는 기본법, CSR은 정보 의무 공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부터
‘인구 감소,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청년 실업.’ 현재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키워드다. 전문가들은 “고도성장의 시대는 끝났고 ‘사회적 경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을 법률상 경제주체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김성진 상임변호사는 “사회적 경제는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동적 경제주체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정책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걸 교수는 “기본법 안에 사회적 경제의 개념, 지원 체계, 정책 조율 단위, 사회적 금융 등 기존에 논란이 된 사항들을 정비해 완성된 형태의 법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으로 언급됐다. 상장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환경, 인권, 노동, 공정 거래 관행,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공헌 등 CSR 관련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데이터가 먼저 공개돼야 기업들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는 ‘사회책임투자법’이 시행됐지만, 기업들의 정보 공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 사실상 큰 힘이 없다. 안병훈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정보 공시는 강행법(hard law)이 아닌 시장에서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도록 연성법(soft law)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공 기관의 사회 책임 투자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동수 대표는 “공공 기관 및 공기업들은 국가 구매력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면서 ‘사회책임조달특별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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