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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토플러 부의미래 미탐구영역 본문

미래학자/앨빈토플러

앨빈토플러 부의미래 미탐구영역

천아1234 2021. 7. 25. 10:29

1. 혁명

이 책은 부의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혁명적 형태의 부는 수년 내로 개인의 삶과 기업, 세계를 재편할 것이다. 혁명적 부는 창의적 기업가에게 기회와 새로운 삶의 궤적을 제시하고, 전 세계적인 빈곤에 대한 해결책도 던져 줄 것이다. 그러나 이 희망적인 미래로의 초대장에는 중요한 경고가 담겨 있다. 그것은 위험이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매일 이메일과 블로그의 폭격을 받고, 이베이는 우리 모두를 판매자로 만들고 있다. 메가톤급 기업 스캔들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유전자 줄기세포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나노는 새로운 기술의 성배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가 한 세대를 전멸시키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낯선 질병들이 확산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학교, 병원, 가정, 법원, 노동조합 등 사회에 질서를 부여했던 제도들이 위기 국면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비틀거리고, 독일의 실업률은 5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EU 헌법을 압도적인 표차로 거부하였다. 그 사이에 중국이 차세대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처럼 위태로운 경제상황과 제도적 실패가 결합되어 개인을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고 있다.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마약, 범죄, 도덕불감증이 우리 사회를 파괴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면서 이 상황이 우리의 지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 알고 싶어 한다.

새로운 세계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명백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원칙들의 이면을 탐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부터 미탐구 영역인 심층기반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심층 기반을 알고 나면 혼란스러워 보이는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의 경제는 하이퍼 농업, 신경자극 장치, 맞춤 건강관리, 신개념의 에너지 자원, 지능형 교통수단, 사생활 보호 센서 등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품과 서비스, 체험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이 열릴 것이다. 이들이 언제 수익을 낼지 아니면 어떻게 융합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심층 기반을 이해하면 거대한 동시화 산업과 독립 산업처럼 전에 알지 못했던 산업들과 새로운 시장의 요구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은 자주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단독으로 오지도 않는다.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문명을 동반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와 함께 새로운 가족 형태, 새로운 종류의 음악과 미술, 음식, 패션, 신체적 미의 기준, 새로운 가치관, 종교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함께 밀려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상호 작용하며 새롭게 떠오르는 부 창출 시스템을 구체화한다.

혁명은 모든 경계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산업사회는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경계가 분명했다. 하지만 노동력의 상당부분을 독립계약자와 프리에이전트가 차지하는 오늘날에는 그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다. 학계의 경계 역시 허물어지고 있다.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캠퍼스에서의 많은 작업들은 점점 더 학과를 초월해서 행해지고 있다. 대중음악에서도 다양한 장르간의 경계가 퓨전이란 이름하에 사라지고 있다. TV에서는 뉴스와 오락프로그램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광고업자들은 상품과 메시지를 드라마에 삽입하여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의 경계를 허문다. 성적인 경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커밍아웃 하고, 성전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그’ 또는 ‘그녀’로 사람을 구분하는 행위 그 자체가 억압적이라고 주장한다. 하루하루 사회적 변화가 쇄도하는 상황에서 이런 새로운 역할과 권리가 모두 살아남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혁명적인 변화의 성격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착각 속에 사는 것과 같다. 세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2. 심층 기반

일반적으로 부는 필요와 욕구를 채워 주는 어떤 것이다. 그리고 부 창출 시스템이란 돈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부가 창출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첫 번째 부 창출 시스템은 1만년 전 선사시대의 아인슈타인이 지금의 터키 지역 어딘가에 최초의 씨앗을 심었을 때 나타났다. 농업의 발명은 노동의 역할 분담을 초래했고, 그로 인하여 판매와 구매의 형태로 교환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지만, 굶주림과 극심한 가난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기근이 한창이던 1528년 무렵 공연된 풍자극에서 주인공은 이런 대사를 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죽이리. 나 스스로를 먹어 배부른 상태로 죽을 수 있을 테니까.” 정말이지 냉혹한 시대의 무시무시한 유머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부 창출 시스템은 산업주의이다. 산업주의는 지구를 오염시켰고 식민주의, 전쟁 등 수많은 비극을 가져왔지만, 이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꿈꿀 수 있었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부를 창출하는 도시-산업문명을 거대하게 확장해 나갔다.

가장 최근 도래한 부의 제3물결은 산업생산의 전통적 요소(토지, 노동, 자본)를 훨씬 정교한 지식으로 대체하면서 산업주의의 모든 원칙에 도전한다. 제2물결이 대량화를 가져왔다면 제3물결은 탈대량화를 유도한다. 제2물결이 핵가족화를 지향한다면 제3물결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받아들인다. 제2물결 경제의 핵심이었던 물건의 제조는 저부가가치 활동이 되어가는 반면, 제3물결의 재무, 디자인, 기획, 리서치, 광고, 유통 같은 기능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 여러 분야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3가지 부 창출 시스템은 일상생활과 사회에 각기 다른 원칙을 부과하며, 근본적으로 다른 3가지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낸다. 방글라데시 시골 농부와 독일 쾰른의 자동차 조립라인 근로자, 시애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삶을 비교해 보라. 그들은 각기 다른 부 창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 차이와 그로 인한 결과를 이해하려면 경제학자들이 우리를 데려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 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부를 좌우할 수 있는 심층 기반으로 말이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쟁기, 조립라인, 컴퓨터로 상징되는 서로 다른 3가지의 부 창출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현재 기반이라고 알고 있는 대부분이 현재의 기반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은 산업화 시대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산업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기반이라는 것 중에서 어느 발전 단계에서는 그 사회에 적절했지만 다른 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 어떤 경제체제에서나 상관없이 부의 창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심층 기반이다. 심층 기반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예로 직업을 들 수 있다. 밭에서 노동하던 우리 조상들은 직업을 갖지 않았다. ‘약정된 급료를 대가로 공식적으로 일한다.’는 의미로서의 직업이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식기반의 부 창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일하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적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동시장 전반을 현격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노동분업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사냥과 채집을 하던 당시에는 성별에 따라 분업이 이루어졌지만 오늘날은 전문성에 의해 분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과업이 전문화될수록 분업된 것을 통합하는 비용도 더욱 늘어간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통합 비용이 고도 전문화의 가치를 초과할 수 있다.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은 경제 전반에 걸쳐 임시 목적을 위해 임시 기술 집단들이 조직되는 식의 완전한 재편성을 요구한다. 부의 창출에 있어 이보다 더 심층적인 기반은 없다. 이제 우리는 낯선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3가지(시간, 공간, 지식)의 심층 기반을 탐험할 것이다. 이 3가지 기반이 부의 미래를 형성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3. 시간의 재정렬

미국, 중국, EU 등 오늘날의 주요 경제국들은 누구도 원치 않는 위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 위기는 비동시화 효과(de-synchronization effect)의 직접적인 결과로, 심층 기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간(time)'을 생각 없이 다뤄서 생겨난 문제이다. 세계 어디서나 봉건시대의 제도들은 산업발전을 가로막았다. 마찬가지로 산업시대의 관료주의는 부 창출을 위한 지식 기반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 증권감독 기관은 엔론 스캔들을 비롯한 분식회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을 때 타락한 기업들의 가속화되는 회계조작에 대항하지 못했다. 미국 정보기관들도 냉전시대에 대한 대응력을 반테러리즘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9.11테러를 무방비상태로 방치했다. 가장 최근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미국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비동시화의 영향이 부각되었다. 사회는 제 시간에 달리는 기차뿐 아니라 시간에 맞춰 달리는 제도가 필요하다. 경제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사회의 다른 주요 제도들이 한참 뒤로 처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 변화의 속도: 선두와 느림보

미국 주요 기관들의 변화의 속도를 자동차에 비유하여 측정해 보자. 시속 100마일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기관을 대변한다. 기업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들은 사회 다른 부문의 변혁을 주도한다. 시속 90마일은 시민단체(NGO)이다. NGO가 주도하는 운동은 작고 빠르고 탄력적인 단위로 구성되며 네트워크로 조직되기 때문에 거대 기업과 정부기관을 능가한다. 시속 25마일은 소리만 요란한 정부조직과 규제 기관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천천히 변화할 뿐 아니라 기업의 속도마저 떨어뜨린다. 시속 10마일은 학교이다. 미국의 학교들은 공장처럼 가동되고, 관료적으로 관리되며, 강력한 교원노조와 교사들의 투표권에 의지하는 정치인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시속 1마일은 느림보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변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재판에는 몇 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때쯤이면 기술적인 진보로 인해 소송의 쟁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를 크링글리는 '인터넷 시간과 사법 시간의 격돌'이라고 평했다.

건설업자에게 주택 건축을 맡겨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완공기일을 맞추는 것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보통 기간이 몇 달씩 연장되기 때문이다. 화장실 변기부터 서랍손잡이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물건이 예정시간에 도착하지 않기 일쑤고, 관청을 상대로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일은 그야말로 분통이 터진다. 미국에서 신 주거지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5,44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시간을 맞추지 못해 낭비되는 3~5%의 시간세(비동시화로 인한 운용비용)는 해마다 160~270억$에 이른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10년 동안 140만 가구 이상의 집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주택부문이 비동시화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면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1970년대부터 시작된 PC의 부상은 마치 2인 발레를 보는 것과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면 인텔이 그것을 지원하기 위하여 더 빠른 칩들을 개발해 냈다. 때로는 불완전하긴 하지만 이 두 기업의 동시화는 PC를 세계적으로 퍼뜨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컴퓨터 산업과 커뮤니케이션산업은 댄스 파트너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활기찬 성장곡선을 그린 컴퓨터 제조업자들은 엄격하게 규제된 통신 산업의 느린 변화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분석가들은 두 산업이 어긋나지 않았다면 칩과 컴퓨터, 그리고 관련 분야는 훨씬 빠르게 발전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비동시화로 인해 기업이나 산업 차원에서 발생하는 총비용을 측정할 수 없다. 다만 혁명적 부의 시대를 맞이하여 경제 전반에서의 비동시화 효과가 어느 정도 여파를 가져올 지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4. 공간의 확장

사이버 공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화는 공간을 비물질화하지 않으며 현실을 가상공간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화는 거대한 순환뿐만 아니라 지엽적인 수준까지 모든 곳에서 부와 부 창출을 용이하게 만들며 가속화한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부의 지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그려지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지구를 가로지르며 어느 도시와 지역은 빠르게 미래로 전진시키고, 다른 지역은 경제적으로 잊혀 지게 만들고 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제강공장과 자동차 공장을 갖춘 상공업 중심지였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의 집과 점포들은 수십 년 동안 스모그로 인해 검어졌고,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의 하나로 간주된다. 또한 과거 산업사회의 희생양으로, 제3물결이 다른 지역들을 미래로 옮겨갈 때 동행하지 못한 실패작으로 거론된다. 한편 중국의 광동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조공장 기지이다. 이곳은 서양의 공장도시에서 행해지던 제조업을 인수받으며 농업경제에서 산업적인 중심지로 변모하였다. 하지만 광동은 미래를 향한 눈을 제2물결(제조업)에 고정시키지 않고, 제3물결(지식집약의 고부가가치 생산)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 결과 이곳에는 정보기술, 신소재, 신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나 그 근방의 쇠퇴하는 공업지역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며 부의 지도도 새로 그려야 한다.

미국인은 연간 1만 1천 마일을 운전한다. 휴가나 출장을 다니는 사람은 한 해 동안 자신이 여행한 범위를 지도로 그릴 수 있다. 또한 전자우편과 우편물, 전화, 팩스의 송수신지, 온라인으로 방문한 사이트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개인의 공간적 범위가 어느 정도 넓이를 지녔는지는 여러 가지 지도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지도 그리기를 기업이나 산업, 국가에 적용하면 그 공간적 범위는 매우 다양하고 한없이 변화한다. 마찬가지로 각 경제의 다른 부분들은 각기 다른 범위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는 일본의 장비와 영국의 연기자를 활용하지만 제작한 영화는 세계 전역으로 수출한다. 지금 일본은 자신의 경제를 아시아와의 연계에 집중할 것인지 세계적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일본 경제의 공간적 범위와 관련되어 있다. 일본은 투입 면에서는 중동의 석유,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국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한다. 산출면에서는 닛산의 SUV,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NEC의 컴퓨터를 생산하여 세계 시장에 내다 판다. 좋든 싫든 일본은 세계 각지의 자원과 시장, 기회, 에너지, 정보를 필요로 한다. 결국 일본의 공간적 범위는 아시아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유하는 가에 상관없이 세계적이며 이런 일본의 현상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처럼 오늘을 사는 모든 개인, 기업, 국가의 공간적 범위는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재 세계화를 거치면서 서로 다른 단계의 다양한 경제들을 복잡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구비된 안전장치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화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사람들은 타이타닉에도 있었던 방수 구획실조차 없는 거대한 금융 유람선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급작스런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회로차단기가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무역, 외환, 자본시장에는 보안장치 같은 포괄적인 시스템은 물론이고 경계성 대책들조차 없다. 예방접종을 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두 과정 간에 속도가 일치하지 않게 되면 각국이 금융 보호정책의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 매몰될 수 있는 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투자를 본국으로 되돌리고, 거래 장벽을 세우고, 수출입 패턴을 극적으로 개편하고, 지구상의 비즈니스와 자본을 재배치하는 광적인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즉 변화의 방향이 역전되는 것이다.

세계화의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분열이다. 예를 들어 테러, 범죄, 환경, 인권, 대량학살에 관해 세계적으로 단합된 행동을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지면 경제통합은 느려질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완전하게 통합된 세계경제라는 꿈에 찬물을 끼얹는다. 대신에 지구상의 노동시장과 기술, 돈, 인간에게 더 많고, 더 빠르고, 더 큰 공간적인 충격이 닥칠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것은 공간적인 혼란이 가속화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5. 지식에 대한 신뢰

대개의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구성하는 대부분이 농업 또는 산업이었고,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에 부를 창출하는 경쟁수단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론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함께 세 번째 심층 기반인 지식과의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이 도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지식의 중요성을 부인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기존의 연구를 계속하거나 부적절한 도구로 그것을 탐색하고 있다.

지식이란 자산은 역설적인 특징이 있다. 자동차 구입과 독점적 지식의 구입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 구매자는 타이어를 발로 차 보고, 후드를 열어 살피고, 시승도 해 본다. 그런다고 차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항공우주업체 노스롭사가 경쟁사인 록히드의 비밀 데이터를 사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노스롭이 그 가치를 판단하려면 자료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내용을 아는 순간 비밀 데이터는 가치가 손상된다. 즉 정보 상품은 그 희소성을 손상시키지 않고서는 정보를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지식이 중요해진 경제에서,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경제자체에도 까다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때문에 브와소는 “정보가 핵심이 될 때에는 물질적인 상품의 생산과 교환의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불확정성의 발견이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듯이 정보재의 불확실성은 정보의 차별적인 정치경제학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간적, 공간적 관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관련된 질문과 지식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합하여 생각하면 점점 세계로 번져 나가는 혁명적인 부 창출 시스템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제프리 아이젠하크는 오늘날 경제학자들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드는 4가지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네트워크 산업의 성장이다. 이는 자신이 어떤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이에게도 그 제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산업이다. 둘째, 고갈되지 않는 지식상품의 비경쟁성이다. 소프트웨어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복제할 수 있지만 유형의 제품은 그럴 수 없다. 셋째, 비획일화와 맞춤 제품의 빠른 성장이다. 이는 복잡한 경제의 시대로 진입함을 의미하며, 바로 시장원리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은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이런 새로운 문제를 고심하고 있지만 아이젠하크는 “이들이 여전히 지식경제의 혁신충격과 역동성을 경시한다.”고 지적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천재 경제학자 케네는 프랑스 정부의 중상정책에 반대하는 경제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주장하면서 위대한 사상가로 인정받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 모든 부의 원천은 농업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부의 상당부분이 도시의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사회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혁명적 부와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효과와 같은 문제가 어떻게 큰 그림을 형성하는지 보지 못한 채 근시안적 사고로 문제의 일부에 대한 뛰어난 해결책을 찾는데 고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케네 요인’에 대비할 때가 온 셈이다. 이는 우리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업 또는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는 의사결정이 종종 혼란스럽고 부정확한 거짓지식에 의해 결정될 때가 있다. 오늘날 컴퓨터, 인터넷, 특수효과와 새로운 기구들이 온라인에서의 사기와 위조를 더욱 쉽게 만들고 있다. 또한 증명되지 않은 거짓 지식이 웹상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거에는 철학자, 신학자, 인식론자들의 분야였던 문제들이 점점 더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진실여부를 가늠하는 데는 6가지(합의, 일관성, 권위, 계시, 내구성, 과학) 여과장치가 있는데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진실을 증명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이상의 기준을 사용한다. 의학적인 도움을 위해서는 과학에 의지하고, 도덕적인 조언을 위해서는 계시적인 종교에 의지한다. 또한 많은 기업과 정당, 종교운동, 정부와 다른 단체들은 진실 여과 장치를 사용하여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한다. 제약회사의 TV광고는 의사가 등장하며, 비아그라 광고는 상원의원 밥 돌을 내세우고, 델 컴퓨터의 광고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연령대의 젊은 남자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다.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에 대한 결정은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문화와 사회 전체는 하나 또는 몇 개의 진실 기준을 위한 특징적 선호도를 가리키는 진실 프로파일(profile)이라 할 수 있다. 한 사회의 진실 프로파일은 그 사회가 생산하는 부의 양과 행태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연구개발을 하기보다 이슬람 사원을 짓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배분할지,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어느 범위까지 소송을 걸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치고, 사법체계의 근본과 전통의 문제, 변화를 거부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 진실 여과 장치의 선택은 소위 ‘이득(gain)'의 속도를 가속화하거나 느리게 만들며, 이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축적하는 속도이다. 미래 경제의 모습은 지식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진실 여과장치를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부의 심층 기반과 우리의 관계를 바꾸며 경제발전의 핵심 원천 중 하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6. 프로슈밍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경제 지도는 아주 큰 지도의 단편을 담은 화폐경제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추적되지도 측정되지도 않고, 대가도 없이 대대적으로 경제 활동이 벌어지는 숨은 경제가 있다. 바로 비화폐의 프로슈머 경제(prosumer economy)이다. 나는 『제3의 물결』에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켜 프로슈머라는 신조어로 지칭했다. 사실 모든 경제에는 프로슈머가 존재한다. 극히 개인적인 필요나 욕구를 시장에서 모두 충족시킬 수 없고, 또 너무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폐경제에서 잠시 눈을 떼면 몇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프로슈머 경제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고, 둘째,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의 일부가 이미 프로슈머 경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셋째,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관심을 기울이는 화폐경제 안의 50조$는 프로슈머 경제 없이는 단 10분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프로슈밍은 소프트웨어 샘플을 만들거나, 간질병 환자인 배우자를 간병하는 일, 학교 기금 마련을 위해 과자를 굽는 자원봉사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무한하다. 이런 측정되지 않는 활동들이 시장에서 벌어지면 그것은 모두 생산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 측정되지 않은 활동들이 비화폐경제의 생산력이 된다. 만약 이러한 활동을 위해 사람을 고용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지불될 것이다.

슈타인링게는 “가정은 국가 경제에 시장제도만큼의 기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가정에서 생산하는 산출은 거의 모두 프로슈밍의 결과이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실생활 경제에 그와 상반되는 증거가 있는데도 숨은 경제활동(프로슈밍)을 하찮게 치부한다. 그들이 프로슈밍을 관심 밖으로 밀어버리는 이유는 화폐경제와 달리 계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슈밍의 가치가 경제학자들이 수치로 환산하는 화폐경제의 산출과 거의 맞먹는다면, 이는 숨은 절반에 해당하는 50조$를 찾아낼 수 있는 셈이다. 오늘날 이러한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혁명적 부의 다음 단계로 이동해 가는 프로슈머 부문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프로슈머 경제의 대표적인 분야인 의료부문을 살펴보자. 사람들이 건강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의사와 환자간의 전통적인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의사는 여전히 생산자이지만 환자는 복지와 건강에 관한 경제적 산출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슈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식습관을 바꾸고, 금연?금주하고, 운동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해서 건강이 좋아지면 어느 정도가 프로슈머에 의해 생산된 것일까? 로웰 레빈은 “미국 내 85%~90% 가량의 의료 활동이 민간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두통이 있을 때 아스피린을 먹고, 화상을 입었을 때 연고를 바르는 등 수없이 많은 자가 치료가 여기에 포함된다. 건강에 관한 프로슈밍은 자신을 보살피는 데 도움이 될 과학기술에 직접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질병 감지를 위한 자가 테스트 기구를 구입할 수 있으며, 가정 치료 부문은 이미 의료기구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되었다. 프로슈머가 보건 의료 분야에서 무상으로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면, 현재 생산자(의사)를 훈련시키는 만큼의 비용으로 프로슈머를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식경제 안에서 의료 위기와 교육 위기가 상호 연결되지 않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이 두 분야에 대한 생각과 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기 위해 상상력을 조금 동원해 보라.

페덱스 소포가 제때 안 오면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걸어 왜 소포가 늦어지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입력하여 직접 소포를 추적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들은 노동을 외부로 돌리는 보다 영리한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만약 이를 주도하는 혁신적인 기업에게 상을 준다면 일본의 도톤보리 레스토랑이 받게 될 것이다. 도톤보리에서는 단순한 뷔페 스타일을 넘어 고객이 직접 요리를 한다. 아마존 닷컴은 무보수 프로슈머의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다. 아마존의 소비자들은 서적과 음반 리뷰, 개인 의견 등의 콘텐츠를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세무기관도 타인의 무급 노동으로 자기 비용을 절감하는 철면피이다. 그들은 납세자에게 복잡한 장부관리와 세금계산을 떠넘기고 있다.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면서 무보수 노동을 하는 격이다. 유급노동과 무급 프로슈밍에 더하여 제3의 무보수 직업까지 추가되고 보니 우리가 시간에 지쳐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슈밍의 증가로 노동이 외부로 전가되는 움직임이 강하게 번지자 <딜버트>라는 풍자 만화에 “조금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제조에서 배송까지 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7. 데카당스

할리우드가 ‘자유란 속박 없는 향락주의를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동안 월스트리트도 이와 유사하게 제약 없는 사업과 교역이 부를 향한 최상의 길임을 주장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국 정부도 같은 주제를 반영하여 자유무역과 공평한 경쟁의 장이 모든 이에게 이득이라는 주문을 외었다. 이 주문은 ‘자유화 + 세계화 = 민주주의’라는 마법의 공식으로 결합되었다. 이데올로기적이고 상업적인 웅변 이상으로 미국이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변화의 복음(gospel of change)이다. 이것은 경직된 사회에 사는 전 세계 수십 억 인구에게 전달되는 지배적인 메시지이다. 변화의 복음은 기존 제도나 질서에 가장 위험하다. 근본적으로 좌익이나 우익, 민주주의나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의 복음이 전하는 속뜻은 우리 사회의 현재 삶의 방식과 믿음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발신하는 진정한 메시지이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 없이는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산업시대의 부 창출 시스템과 문명에서 지식 기반의 부 창출 시스템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미래를 확립하려고 애쓰는 동안 미국은 다른 문화와 나라에 거친 혼란을 야기하며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미국의 힘 역시 일시적인 것이다.

뉴저지 해밀턴의 우편물 처리시설에서 탄저균 흔적이 발견되고 5명이 사망했을 때 FBI(미국연방수사국)는 모든 우편함을 검사하는데 1년을 소비했다. 이것이 FBI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 그 어느 곳이든 관료조직은 점차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극심한 경제전쟁, 과학연구의 축적, 혁신 마인드의 증가,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사회를 실시간으로 반응하도록 강요하는 반면 관료조직을 뒤처지게 만든다. 시간이라는 쐐기가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하나가 빠르게 달려 나갈수록 다른 하나는 자꾸 뒤쳐진다. 이것이 둘 사이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서로를 방해하며 모든 부분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만든다. 공간적 측면에서 증가하는 불균형 역시 시간적 측면에서의 불균형과 맞먹는다. 명목상으로는 미국기업이지만 제조, 재무, 고객 서비스 기능을 각기 다른 나라에 두면서,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관리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그린피스 같은 NGO도 40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 부문의 조직은 모두 세계화되는 추세이지만 공공 부문 조직들은 여전히 국내나 지역적으로 운영된다. 더 빠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세상이 견고히 연결되면서 상품, 서비스, 인간, 아이디어, 질병, 테러리스트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들은 주권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부식시키고, 단지 지역적인 목적으로만 고안된 공공 부문 조직의 허를 찌르고 앞지른다.

지식기반의 변화로 인해 불안정한 기관들의 내부폭발은 한층 현실화 된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점점 쓸모없어진다. 이런 무용지식을 대체 갱신하고 재조합하는 속도는 공공부문보다 민간 부문이 빠르다. 더 큰 문제는 관료조직이 지식과 그 요소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조직은 지식을 각각의 분리된 난로 연통에 저장하고 가공 처리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인위적으로 나눈 부서의 장벽을 뛰어넘어 폭넓은 지식을 갖고 풀어야 하는,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9.11 테러 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중앙정보국(CIA)은 FBI와 서로 협조하기를 거부했다. 판매조직, 정치집단, 심지어 과학자들조차 자신의 카드를 서랍 안에 감추려고 한다. 이로 인해 가끔씩은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산업시대에 서로 엮어 놓은 제도들의 볼트를 풀고 철선을 부식시키면 심층 기반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 연관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각각의 변화는 나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 제도에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내부 폭발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8. 자본주의의 미래

경제의 자산 기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무형자산을 덧붙이는 이중 무형성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보시장, 비즈니스 모델, 결제 시스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원자재나 공장 굴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님에도 걱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산의 무형화 현상의 핵심은 시간이라는 심층기반과 관련한 변화의 가속화이다. 변화의 가속도가 제품과 기술, 시장의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오늘날,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끊임없는 혁신이며 이는 무형자산의 엄청난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의 증식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공급이 유한하다는 전제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근간이다. 하지만 무형자산이 무한히 공급되는 경제가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 있을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음악을 공짜로 다운로드한다고 음악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전체 자산기반이 무형화 될수록 자산공급의 무한성이 점점 커져 비경쟁성이 증가한다. 이런 변화는 시스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영화와 음반은 출시되는 즉시 불법 해적판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제약회사가 수억 달러를 투자해 신약을 개발해 놓으면 엉뚱한 업체들이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헐값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기업들은 법률가를 고용해 혁명적 환경에 맞서려 하지만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은 휴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서구 문화권에서 오랜 관념으로 발전된 소유권을 둘러싼 전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을 단위로 작동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개념이다. 만일 우리가 새로운 생활형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면 일부 극단적 민족 또는 종교 그룹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 회의장에 나타나 숫자 0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무형자산을 어떻게 측정하든, 무형자산을 보호하건 보호하지 않건 간에 이런 일은 자본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다. 하지만 혁명적 무형성으로의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자본주의의 극단적 변신의 첫 시작에 불과하다.

자본의 소유, 조성, 분배, 이전방식은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자본의 심장부인 미국의 금융 인프라는 지식, 시간, 공간이라는 심층 기반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변혁기를 거치고 있다. 투자는 백만분의 일초 사이에 공간과 국경을 초월해 이루어지고 투자자들은 다양한 맞춤식 데이터, 정보, 지식을 쉽고 빠르게 입수할 수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인프라는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분배하고, 고수익 채권, 벤처캐피털, 뮤추얼 펀드, 주가지수 펀드 등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투자 옵션을 제공한다. 금융상품과 투자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한 접근성도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은 2004년 주식을 공모하면서 투자은행을 거치지 않고 공개 경매 방식으로 주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은 구글의 주식 공매 결정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내심 다른 기업들도 구글의 선례에 따라 비싼 중개료를 내지 않고 직접 자본을 조달할까 봐 초조해했다.

자본 인프라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전 세계 자본시장의 단일화와 완전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1억 명의 인도 투자자들이 영국의 주식시장에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가 다음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도 상상할 수 있다. 보다 복잡한 대안적 시나리오가 등장해 지식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환경자본 등 다른 형태의 자본을 인정하고 이를 화폐화함으로써 자본의 의미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의 의미는 이미 거의 인식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했다. 자본제공의 주체, 분배 방식, 거래방식, 속도, 방향, 자본이 파생하는 자산의 유형성 대비 무형성의 비율 등이 모두 변화를 겪었다. 자본과 자산 모두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면서 훨씬 더 광범위한 변화가 자본의 다른 중요한 특징들, 즉 시장과 돈을 재구성하고 있다.

9. 빈곤

부의 혁명은 빈곤에도 새로운 미래를 가져온다. 미래에 대해 어떠한 보장도 할 수 없지만 인류는 지식 기반 경제 체제인 제3물결과 함께 세계적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식경제체제로 전환한 나라들이 제조업의 일부분을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농업국가로 옮기는 과정은 여러 가지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수혜국에서는 평균 수명의 증가, 유아 사망률의 하락, 빈곤 퇴치의 핵심 요소인 인구 성장률 둔화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성과는 선진국들이 베푼 자비로움의 결과가 아니다. 지식의 이전을 동반하는 해외 자본의 유입은 국가지도자와 일반 국민의 두뇌와 에너지, 근면, 아이디어, 기업가 정신,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떻든 세계 각지의 빈곤 지역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트리클 다운(trickle-down, 부유층의 소비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연결돼 전체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중국은 산업화와 동시에 빨리 지식기반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동시에 지식 부문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전략에는 중앙집권 계획을 지양하면서 동시에 지방분권을 촉진하고, 시장 활동 확대, 수출을 강화하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사회적 고통, 혼란과 소요 등이 동반된다. 혁명적 변화의 진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중국 지도부는 지난 5천 년간 중국을 특징지어온 대량 빈곤을 종식시키는 일이 자신들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마리 토끼 전략은 중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도 역시 대규모 빈곤 문제가 커다란 과제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첨단기술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과 달리 지난 반세기 동안 깊은 잠을 자던 인도를 깨운 것은 바로 지식경제와 관련된 기술이었다. 2004년 한 해 인도는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콜센터, 소프트웨어 개발, 백오피스 업무, 금융 분석 등을 제공하여 125억$를 벌어들였다. 덕분에 1억 명 이상의 인도인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중국을 10~15년 차이로 뒤쫓는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농업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어떤 나라도 뿌리 깊은 농촌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농업기술의 발전 없이는 광범위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제1물결에서는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영세 농업 종사자가 현재의 도구로 생산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제2물결의 기계화 및 산업화된 농업에서도 심각한 환경 파괴 없이 생산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3물결이 가져온 지식 기반 농업에서는 생산량이 사실상 무한하다. 가난한 농촌 지역을 생산성 높은 첨단 기업 센터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은 너무 이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강력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용할 수 있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유전자 변형 식품이 그중 하나이다. 러다이트주의자(첨단기술의 수용 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환경적으로 안전한 유전자 변형 식품과 기타 생명공학 제품을 생산, 이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다른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통해 지구상의 빈곤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 기술은 농작물의 영양가를 증가시킬 수 있고, 비료, 관개, 농약 등의 필요를 줄일 수 있다. 척박한 토양이나 추운 기후에서도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해 준다. 식품에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효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빈민국의 유행성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효능도 포함되어 있다. 머지않아 B형 간염을 예방하는 백신이 함유된 토마토가 개발될 수 있으며, 비타민 A를 강화해 빈곤지역의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시력상실을 예방하는 황금쌀도 나올 수 있다. 의학적 목적 뿐 아니라 미용이나 개인 능력 향상 목적의 식품도 개발되고 있다. 생명공학 업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함에 따라 생명공학 농부들도 개인을 대상으로 맞춤화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출발점에 서 있는 분야에서는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국민의 식생활을 개선하고, 고부가 농산물을 수출해 높은 수익을 올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것이 가능성의 출발점일 뿐이다.

 

10. 지각 변동

혁명적 부의 미래는 단순히 시장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는 세계 어디서든 권력과 문화, 정치, 정부에 의해 모양새를 갖추었다. 최근 국제무대의 주인공은 국가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수많은 하위 게임들이 각자 쌍방향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메타게임(meta-game)에서 국가와 정부는 더 이상 유일하고 강력한 말(pieces)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다국적 체스게임을 해왔으며, 국제적 수준에서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늘날 주요 기업들과 금융단체들은 점점 더 국제화되고 있으며, 게임보드의 말들을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모국에 대한 책임은 계속 줄이고 있다.

NGO가 급격히 성장하고 초국가적 세력을 형성하면서 국가와 기업은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공유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NGO의 확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상호간 연결이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통된 목적이나 불만을 식별하고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조직화하기가 쉬워진 것이다. 둘째, 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새로운 기회와 두려움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가 발견되기 전에는 누구도 이를 지원하거나 막기 위한 NGO를 설립하지 않았다. 아직 국내 활동수준에 머물러 있는 많은 NGO들은 머지않아 국제적 차원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연하게 드러낼 것이다. 환경주의나 민권운동 조직이 지역적으로 시작되었다가 국제적 규모로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NGO는 열정과 사상, 사회적 혁신에 대한 제안, 선과 악으로 끓어 넘치는 주전자와 같다. 그들은 관료조직보다 빠르게 조직화하고 행동에 돌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비동시화의 또 다른 사례이며, 앞으로 그들의 행동은 세계 경제에서 부의 창출과 분배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세계 인구 증가 속도는 느려지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신도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양쪽 모두에서 우리는 중요한 공간적 변화를 보게 된다. 1950년대 이래로 기독교 세계의 중심지는 아프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로 다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슬람교도의 수는 지난 20년간 2배로 증가했고, 전 세계 이슬람교인의 1/3이 비이슬람 국가에서 종교, 문화적으로 소수인종으로 살고 있다. 점점 더 이슬람교의 지정학적 중심인 중동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중동은 중요한 부의 원천과 그에 뒤따르는 재정적, 문화적, 종교적 영향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중동이 석유 이후의 지식집약적 서비스 경제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부의 유출을 겪게 될 것이고, 이 지역의 빈곤과 절망은 깊어질 것이다. 더불어 더욱 격렬한 테러리즘이 촉발될 수도 있다. 중동의 적은 제국주의 미국이 아니라 바로 탐욕과 지역주의, 근시안이다. 그것이 중동의 많은 지도자들이 석유로 번 돈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3물결에 올라타는데 사용하지 못한 이유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론은 미국의 자본가로 구성된 비밀조직이 세계를 장악하고 지구의 경제적 운명을 통제하기 위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은 서로 다른 3개의 부 창출 시스템으로 분리된 세계를 다루는 데 필요한 일관된 장기전략이 부족하다. 미국정치가들이 가끔 먼 미래의 문제를 언급할 때 그들은 체제와 관련된 문제보다는 개별 조직이나 한정된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임기보다 먼 미래를 보게 되면, 반대파들은 “몽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라고 공격한다. 이런 식의 즉시성에 대한 관심은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근 한 경영학 대가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서 기업들이 전략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오늘날 민첩성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략이 없는 민첩성은 상황에 대한 조건반사에 불과하다. 전략은 유연성을 가지면서 정보에 따라 신속하게 변해야 한다. 지능적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현재의 변화뿐만 아니라 더욱 가속화되는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그러나 전략을 단순히 민첩성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 어디로 가는 탑승구이든 상관없이 눈에 띄는 탑승구로 들어가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든 상관없을 때나 수용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도착지가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미래는 도착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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