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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가난한 자들이 아플 때 빌 게이츠는 더욱 부자가 된다

천아1234 2021. 8. 19. 13:40

빌 게이츠 (자료사진:2019.10.10)ⓒAP/뉴시스

편집자주/코로나19 팬데믹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또 한 가지는 불평등의 문제다. 가난한 자들은 코로나19로 죽어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재산을 불린다. 빌 게이츠는 백신 개발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고 팬데믹 속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자산은 약 130조 원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11조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게이츠와 재단의 재정 현황은 불투명해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주간지 더 네이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While the Poor Get Sick, Bill Gates Just Gets Richer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의 1면을 장식한 일이 있었다. 미국이 독일 바이오회사 큐어백(CureVac)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형평성과 정의에 관한 문제제기가 뒤따랐다. 미국이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확보해도 되는가? 국적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고위험군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 독일 의원은 널리 공유된 트윗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자본주의는 자기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는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또 하나의 냉혹한 메시지가 됐을 것이다. 팬데믹 대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주체 중 하나, 바로 게이츠 재단이 또 한번 횡재를 하게 됐을 테니 말이다.

게이츠 재단은 최근 큐어백에 4천만 달러(약 451억 원)에 이르는 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의 최근 세금 신고서와 웹사이트,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각종 서류를 검토한 더 네이션(The Nation)의 분석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진단 또는 제조 관련 기업 수십 개에 투자했다. 또한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25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기 재단의 전략적 투자 기금의 일부를 활용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결국 게이츠 재단의 투자액은 2억5천만 달러(약 2천818억 원)를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선단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데믹 대응 주체 중 하나인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위치에 있다는 소리다.

큐어백 투자만으로도 비영리단체인 게이츠 재단이 이미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는 얘기도 있다. 큐어백을 인수하려던 트럼프의 시도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큐어백의 주가가 8월 상장 이틀만에 무려 400%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최근 언론에 수십 번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에 금전적으로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았다. 게이츠 재단이 팬데믹에서 점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백신 정책 선임고문인 케이트 앨더는 이 상황에 대해 “게이츠 재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게이츠 재단은 명확한 운영 체계조차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게이츠 재단이 공개하는 정보는 거꾸로 줄어들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한 게이츠 재단의 기술적 전략이나 우선순위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도 게이츠 재단은 기술담당 직원들을 토론회에 보내주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다자기구들이 게이츠가 주된 재원인 공공-민간 협력 그룹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급에서 게이츠가 무엇을 우선시하는지가 전 세계의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주도로 결성된 백신연대는 WHO와 손을 잡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폭넓은 코로나19 백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빈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수십억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비정부기구인 국제지식생태(KEI)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러브는 게이츠 재단이 수십 년간 백신과 관련된 활동을 했고 엄청난 금융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팬데믹 초반부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러브는 “게이츠는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많은 돈이 있었고 백신 분야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이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가 가지고 있는 조직들에 의존해 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와중에 리더십의 공백이 있으면 빠릿빠릿하게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 이번 경우에는 게이츠가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팬데믹에서 게이츠가 보인 리더십은 광범위하게,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칭송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강경한 견제세력”이라 묘사했고 마돈나는 게이츠 재단에 100만 달러(약 11억2천700만 원)를 기부했다.

하지만 게이츠가 선출직에 있는 것도 아니요, 정부 관료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그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이나 재정 현황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러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정도의 엄청난 힘이 있으면 어느 정도라도 투명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비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 게이츠 재단은 자선단체다. 우리는 단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해 줄 수 있는가?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계약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등을 묻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은 자기 자산을 이용해 우리의 돈이 걸려 있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니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재단은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또 이메일로 보낸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러브를 비롯한 비판자들은 팬데믹 동안 게이츠가 한 핵심적 역할 중 하나가 제약업계를 격상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게이츠는 옥스퍼드대를 상대로 세계에서 연구가 가장 진전됐던 코로나19 백신 플랫폼을 대형제약회사에게 넘겨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탄생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파트너십은 옥스퍼드대의 플랫폼을 완전히 바꿔놨다. 옥스퍼드대의 백신 배포 모델이 모든 제조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개 라이선스 플랫폼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관리하는 독점 라이선스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 아스트로제네카 (자료사진:2020.7.18)ⓒAP/뉴시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옥스퍼드는 감염병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으로부터 백신 개발을 위한 재원(약 3억8천4백만 달러, 약 4천328억 원)을 받는데 이 단체의 창립자이자 가장 큰 지원자가 게이츠 재단이기 때문에 게이츠가 그런 압력을 가할 힘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게이츠 재단은 각종 프로젝트에 기부함으로써 옥스퍼드대에게 직접적으로 수억 달러를 직접 준다. 옥스퍼드대의 제너 연구소도 그렇게 기부금을 받았다. 옥스퍼드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로 그 연구소 말이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수익을 포기하고 백신이 공정하게 배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둘 모두 이 계획에 대한 문서를 보여주거나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수익 창출을 위한 라이선스 독점이라는 전형적인 사업 모델을 따르면서도 그들과 비슷한 인도주의적인 약속을 한 기업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독일 제약회사들을 감시하는 독립조직 부코 파머 캠페인(BUKO Pharma-Kampagne)의 외르크 샤버 전무는 게이츠 재단의 글로벌보건 담당자를 포함해 수많은 간부들이 제약업계 출신이라며 게이츠 재단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수익형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라이선스 독점 쪽으로 가게 할 경우 재단 측이 지금까지의 ‘기부’를 통해 이익을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인도에 기반을 둔 제3세계네트워크의 법률고문인 K.M. 고파쿠마르에 따르면 “산업을 규제하는 방식이나 의약품 및 백신의 생산 및 배포 방식을 바꿀 경우 제약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게이츠 재단의 투자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게이츠 재단이 현상유지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본인도 게이츠 재단이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 간의 파트너십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6월의 한 언론브리핑에서 게이츠는 “게이츠 재단은 매주 아스트라제네카와 인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논의한다. 그래서 2단계 데이터와 3단계 데이터로 드러난 전망이 밝을 경우 이에 따라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이처럼 언론을 만나 게이츠 재단이 팬데믹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는 듯 얘기한 적은 수없이 많다.

게이츠는 “우리 재단은 백신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고 제조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재단 직원들은 여러 백신 연구와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그리고 가장 유망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백신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제약회사들이 ‘그래요, 다른 회사 백신 생산을 위해 우리 공장을 사용해도 됩니다’라고 얘기하면서 협조하고 있다. 이는 정말 전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게이츠의 발언 어디에도 자기 재단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는 없다.

와이어드와의 8월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이츠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렘데시비르를 처방받고 싶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이 2018년 기준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말이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세부 정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이를 밝히는 것이 언론계의 상도덕이다.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게이츠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서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평을 썼을 때도 그랬듯 백신과 자신의 재정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물론 게이츠는 이 저널이 요구했던 이해충돌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많다”고만 했을 뿐, 팬데믹 속에서 자신의 돈이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걸려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리사 베로 콜로라도대 의학 및 공중보건 교수는 저널에 글을 싣는 저자들이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으면 수십 개의 회사명을 나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저널에 글을 실은 저자 중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게이츠의 글에 대한 수차례의 질문에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셸든 크림스키 터프츠대 인문학 및 사회과학 교수는 필자가 자신의 잠재적 편견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충돌 여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림스키는 “백신이 준비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 백신의 투자자라면 좋겠는가? 나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게이츠가 논평에서 특정 백신들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인터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게이츠는 지난 4월 데일리쇼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 재단은 연구 중인 백신 7개를 선정해 제조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를 거부했고 어떤 세부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게이츠가 정보 공개 규정을 따랐다면 우리는 게이츠 재단의 470억 달러(약 53조 원)에 상당하는 기부뿐만 아니라 빌과 멜린다 게이츠의 개인 자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투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개인 자산이 약 1천15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게이츠의 자산이 팬데믹 기간 동안 100억 달러(약 11조2천700억 원) 이상 증가했다는 얘기다. 게이츠 부부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회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정책입안자들과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이익을 보는 것이 있는지 보려고 하는 게 그 부분적인 이유다) 게이츠의 세금 납부 내역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가 이번 팬데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준 팬데믹 말이다.

게이츠의 재정에 대한 더 네이션의 분석에서 쓰인 자료 중 하나는 게이츠 재단의 가장 최근 IRS 납세 신고서였다. 2018년 것이었다. 2021년 말은 돼야 게이츠 재단의 2020년 납세 신고서 전부가 공개된다. 더 네이션은 게이츠 재단에 최근 재정 및 납세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재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게이츠의 재정에 관해 잘 알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검토 불가능한 투자가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재단은 비밀 유지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 소재 민간펀드 GTI8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에 1억 달러(약 1천127억 원)의 지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포레스트 파트너스는 펀드의 구체적인 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비영리 단체다. 하지만 게이츠 재단의 기부금은 여전히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게이츠 재단이 지난 5년간 자선기금으로 낸 돈보다 큰 액수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빌 게이츠 개인이나 게이츠 재단이 재정적으로 엄청난 횡재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빌 게이츠가 전 세계에서 사실상 백신의 제왕으로 등극한 정치적 지위 격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게이츠가 이번 팬데믹 동안 한 역할에 대해 널리 추앙받으면서 게이츠 재단이 관여한 영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더 제도화되고 일상화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게이츠의 리더십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이후,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뉴욕 주의 교육 정책을 “재창조”하는 데 게이츠 재단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정도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응급센터에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0.10.26)ⓒ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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