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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팩트체크] mRNA 백신에 산화 그래핀이 들어 있다?

천아1234 2021. 9. 11. 19:28

최근 SNS와 블로그, 기사 댓글 등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안에 독극물인 산화 그래핀이 들어 있어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긴다'는 주장이 돌고 있다. 전문가 확인 결과 화이자 백신이 지난달 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만큼 산화 그래핀이 들었다는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산화 그래핀 자체가 백신의 주요 성분인 mRNA을 옮기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기사 댓글에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에 독극물인 '산화 그래핀'이 들어 있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돌고 있다. 세계의 주요 보건기구와 각국의 철저한 허가를 거친 약품이라는 점에서 터무니 없다는 지적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마치 진짜 뉴스인마냥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떠돌고 있어 백신 접종을 앞두고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에 취약한 계층을 파고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화이자 백신이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만큼 구성 성분을 가짜로 밝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산화 그래핀 자체가 백신의 주요 성분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옮기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도 국내외 검색포털사이트에서 '산화 그래핀(graphene oxide)'과 '코로나19 백신'을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검색 결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통된 주요 내용은 화이자 백신의 주성분이 산화 그래핀이며 이것이 생명을 위협할 만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부 글에서는 산화 그래핀 자체가 전자기력을 갖고 있어 일부 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은 부위에 쇠붙이가 붙는 경험을 했다는 얘기도 등장한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만든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mRNA 상태로 담고 있다. 이 mRNA가 세포 안에서 유전 정보에 따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면, 면역계가 이를 대응할 항체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화이자가 FDA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에는 mRNA가 지질나노입자에 들어 있다. mRNA만 정맥으로 주사하면 세포까지 가는 도중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크기가 커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질나노입자가 mRNA를 포장해 세포 안까지 안전히 배달하는 원리다.

 

온라인 소문에 등장하는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을 산화한 물질이다. 그래핀은 연필의 흑연, 다이아몬드처럼 탄소로만 이뤄진 물질로, 두께가 0.2nm 정도 되는 얇은 막이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열전도성이 다이아몬드의 2배, 전기 전도성이 구리의 100배나 좋은데다 물리화학적으로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태양전지 등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체친화적이지 않아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는 그래핀을 체내 투입용으로는 승인하지 않고 있다.

 

해당 글들의 시작을 추적한 결과 한 해외 뉴스가 출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를 의료전문가이자 국제보건경제학자로 부르는 제인 루비 박사는 한 미국의 TV 쇼에서 "스페인 연구팀이 화이자 백신을 광학 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산화 그래핀 747ng을 발견했다"며 "이는 백신 전체의 99.103%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루비 박사는 "백신 물질을 세포 안으로 넣기 위해 산화 그래핀을 넣었으며, 세포 내에서 산화 그래핀은 미토콘드리아를 폭발시켜 과민 면역반응, 장기적으로는 뇌졸중과 심장마비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mRNA를 세포 내로 넣기 위해 지질나노입자를 썼다는 제조업체의 설명과는 상반된 이야기다. 하지만 루비 박사의 소속은 TV프로그램에 이어 인터넷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기사에서는 루비 박사가 말하는 '스페인 연구팀'이 '스페인 알메리아대 공대 연구팀'이며 이들이 관련 내용을 보고서로 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사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백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학회나 학술지에는 이런 내용의 논문이 실린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메리아대 역시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일부 SNS와 블로그에 퍼져 있는 화이자 백신에 대한 이야기는 허위 정보라는 공지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물성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화이자 백신이 그래핀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은 "그래핀은 탄소소재이기 때문에 전자기력을 띠지 않고 전하가 약해서 mRNA 같은 유전물질을 옮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오 학장은 "지질나노입자에 mRNA를 실을 수 있는 비결은 안쪽에 이온화가 가능한 지질이 있어 음전하를 띠는 mRNA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굳이 그래핀에 mRNA를 실으려면 전하를 띠는 물질을 공유결합으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지질나노입자를 쓰는 것보다 오히려 더 번거롭다"고 설명했다. 지질나노입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약물전달체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생체적합성과 안전성은 이미 확인된 물질이다.

 

그래핀에 덱스트란이나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같은 생체친화적 고분자를 붙여 체내에 투여하면 독성을 낮출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들이 나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의 몸속에서 그래핀의 독성이 거의 안 나타난다는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FDA나 식약처에서는 그래핀을 체내용으로 승인하지 않는다. 오 학장은 "그래핀은 근적외선을 받으면 온도가 올라가는 특성이 있어 체내 주입용보다는 진단키트와 같은 체외용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산화그래핀이 그래핀과 달리 물에 잘 녹고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바이오에 응용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늘고 있다.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산화 그래핀을 쥐에게 투여하거나 생체 효소에 적용하는 실험 결과 생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래핀과 달리 생체분자도 붙을 수 있어 추후 바이오의약 분야에 적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아직은 산화그래핀의 생체친화성에 대해 논란이 있어 FDA에서는 체내 주입용으로 허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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