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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대접”했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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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대접”했을까?

천아1234 2021. 6. 1. 08:51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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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뜯어보는 한-미 외교
얼마 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열린 한-미 간 가장 큰 외교 행사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중요한 성과 지표를 내는 자리인 탓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어요. 한국, 미국 정상 모두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줘야하는 부담이 있던 자리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오늘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금 여러모로 ‘난감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국제적 상황, 그래서 각 정상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숨은 뜻을 살펴봐요. 지금 일어나는 일에서는 군사, 국제, 북한 등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고요. 배경 알고 가기에서는 바이든이 누구인지, 어떤 외교를 하는 사람인지 훑어봐요. 본격 핵심 정리를 보시면 ‘둘..왜 이렇게 합의했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 거예요.


지금 일어나는 일
문재인-바이든의 밀착 외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19일부터 3박 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말하면서 돌아왔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과 ‘노 마스크’로 가까운 거리에서 해물 요리를 먹으며 긴 시간 단독 오찬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등 양국의 ‘우정’을 과시하며 말 그대로 ‘밀착’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 오찬 메뉴?
정상회담은 가장 큰 외교 이벤트이다 보니, 제스처나 요리 같은 사소한 디테일도 모두 정치적 의미가 있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져요. 예를 들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하는 해물 요리를 대접했는데, 스가 총리의 요청으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햄버거’를 대접했던 미일 정상회담의 분위기와 사뭇 달라 화제가 되었어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음식을 두고 “관계 발전을 위한 가장 오래된 외교 도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상 회담에서 대접하는 음식은 의미있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공동 성명을 발표했어요. 분야별로 무슨 약속이 오갔는지 결과 중심으로 정리해봤어요.

군사 :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종료❌한다고 밝혔어요. 한국은 1979년 미국과의 합의 끝에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고 있었어요. 수십 년 간 주변국들의 군사적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지침이 완화되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제한이 풀린 거예요. 2017년 트럼프 임기 당시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했을 때는 북한의 핵실험을 견제하는 게 명분이 됐었는데요. 이번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없앤 건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는 결정이에요. ‘800km까지만 허용한다’는 거리 제한 지침이 사라지면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외곽에 있던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번 회담의 결과를 단순히 ‘미사일 자주권’ 확보라고만 보는 게 아니라 한미 외교가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성이 있어요.

국제 : 미국이 평가하는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글로벌 파트너 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어요. 특히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며 한국과의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는데요. 미국은 줄곧 한국을 중국에 대항하는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끌어들이고자 해왔어요.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은 중국 관계에서의 리스크를 고려해서 지금까지 쿼드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을 피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군사 안보적 협력은 아니지만, 국제 역할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쿼드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받아낸 거예요. 한국과 미국은 미얀마의 정세를 규탄하는 입장을 같이해오기도 했죠. 이번에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이야기하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조항이 여러 개 포함된 셈이에요.

북한 : 한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의 동의를 확인했어요. 구체적으로는 2018년 판문점 선언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약속이 들어가 있는 중요한 문건이에요.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미국의 언질을 받아냈어요. 하지만 회담 전에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정책과 뚜렷한 차이가 없어서 이게 ‘실질적’이고 ‘새로운’ 성과인지는 자세히 따져봐야 해요.

방역 : 백신을 공동으로 생산하는 💉‘백신 파트너십’을 체결했어요. 삼성 바이오에서 모더나에서 생산한 백신을 포장하는 작업을 맡아서 하기로 했고, 모더나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백신 원액을 제조하는 기술을 삼성으로 이전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한국의 요구는 미국에 남는 백신을 받아오고 나중에 생산해서 돌려주는 ‘백신 스와프’ 였지만, 미국은 백신이 더 시급한 개발도상국에 앞서서 한국이 백신을 ‘지원’받는 건 어렵다고 했어요. 대신 한미 군사 동맹의 특수함을 고려해서 국군장병을 위한 55만 회 분의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한국은 이미 보유하고 있던 화이자 백신을 병력에 지급하기로 발표했어요.

경제·기술 : 군사적인 의미가 컸던 한미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약속했어요. 미국은 이번에 44조 규모의 한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게 됐어요. 핵심 투자 분야는 배터리, 5G, 6G 기술과 반도체 분야예요. 특히 5, 6세대 통신망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맞서는 경제·기술 동맹이 더 강화된 것으로 보여요. 이 밖에도 우주 기술과 기후 변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해외 원전 사업에서의 실질적인 협력을 약속해서 예상 밖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분야에 걸친 공동성명문과 한미파트너십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와 미국과의 동맹 수준이 바뀐 것이 가장 눈에 띄어요. 이로써 애매해졌던 한미 동맹을 확실하게 복원하고 나아가 ‘업그레이드’했다고도 해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인정하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국방’을 주장해온 측에서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측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의 임기 말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요.

이번 회담 결과는 정상회담 이전에 국내외에서 예측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인 협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어요. 이런 이유에서 한국에서는 ‘눈에 띄는 외교 성과’를 가져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밖에도 이야기해야 할 디테일이 아주 많아요.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어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의 시선이 상당히 까다롭고, 대중 관계의 마지노선은 지켰지만 평소보다 미국에 좀 더 치우치면서 늘어난 한반도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주목된다고 해요.
🔎 정상회담
정상회담은 각 국가의 정상급 인사인 대통령이나 총리, 그리고 군주제 국가에서는 왕과 만나는 회담을 말해요. 외교적 자리 중에서 가장 격이 높은 자리예요.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협의 사항보다는 어떤 외교적 방향성에 상호 동의했는지 차원에서 주로 이야기해요. 이렇게 정상회담에서 큰 방향성을 합의했어도 실무적 단계에서 조정되거나 방향이 아예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배경 알고 가기
바이든은 누구?
바이든의 경력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나이가 많은 78세에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 안보 분야의 참모로 오랜 시간 활약해온 ‘외교통’이라는 평을 받는 인물이에요. 바이든은 73년에 정치에 입문해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미국 정계에서 보냈어요. 6선에 성공하며 36년간 외교정책위원회 소속의 상원의원으로서 활동하다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맡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 참모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바이든의 오랜 정치 경력에서 오는 노련함은 외교 분야에서 가장 큰 강점이에요.

바이든의 가치 외교
바이든은 트럼프의 정반대에 서 있는 민주당 외교의 상징이기도 해요. 바이든은 외교 정책의 핵심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는 ‘이념·가치 외교’를 대변해왔어요. 그래서 임기 이전부터 미얀마나 북한,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왔어요. 예를 들어 바이든은 중국 정부의 위구르 탄압을 “집단학살”이라 불렀고, 임기 첫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함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중국 정부는 당연히 크게 반발했고요.

“트럼프 이전으로”
바이든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대외관계에서 미국을 트럼프 이전의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거예요. 트럼프는 미국 외교의 오랜 전통을 깨고 가치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자국 중심주의적이면서 실용적인 외교로 선회했죠. 바이든은 이러한 트럼프의 4년간을 부정하고, 오바마나 클린턴 시절과 비슷한 외교 노선으로 복귀하려고 해요. 국제사회에서 잃어버린 미국의 평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바이든이 국제 사회에서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와 평판이 활용될 것으로 보여요.

지루하지만 급진적
바이든은 이상주의적이면서 실리를 챙기는 현실주의적이고 노련한 스타일로 평가받아요. 그래서 보수 언론의 주목과 공격을 끌었던 오바마의 재임 시절과 비교되기도 해요.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이러한 바이든의 스타일을 가리켜 “지루하지만 급진적”이라고 표현했어요.

바이든에 대한 현재 평가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 이후 민주주의와 공중 보건이 흔들리고 인종 문제가 불거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집권했어요. 그럼에도 예상과 다르게 “루스벨트 이후 최고의 출발”을 시작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임 첫 100일을 보낸 대통령으로 새 대통령 행정부의 첫 100일과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에요. 바이든은 이러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집무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고 자신의 ‘롤모델’ 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루스벨트가 대공황 이후 사회보장과 실업 보험을 만들며 국가 주도의 위기 극복을 시도한 ‘뉴딜’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바이든의 인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배경 알고 가기 2
미국의 외교와 한국의 외교
바이든의 단호한 ‘인권, 다자주의 외교’
바이든은 민주주의, 인권 가치를 중심으로 ‘개방적이고 평화적인 국제 협력’을 도모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어요.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UN과 같은 초국가적인 협의체 중심의 질서인 ‘다자주의 외교’를 내세우고 있어요. 또, 영토 야욕과 인권 학대를 막는 동시에 미국과 이익이 겹치는 곳에서는 협력하는 현실적인 면모가 있는 외교라고 말해져요.

하지만 이러한 ‘미국적 가치’를 방해하는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제재에 나서는데요. 그래서 이를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로 전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강대국’ 외교로 돌아가겠다는 전략으로 보기도 해요.

바이든 정부의 ‘가치 외교’와 충돌하며 여러 방면에서 세력 대결을 하고 있는 나라는 대표적으로 중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신냉전’과 같은 수사를 극히 조심스러워하며 미국과의 갈등을 본격화하기를 꺼려왔어요.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동맹국들을 대신 내세우는 ‘대리 외교전’이 활발해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요.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쿼드’에 한국을 계속해서 포섭하려고 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나요.

독자적 공간 찾는 한국의 중견국 외교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군사 ‘혈맹’이면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깊게 얽혀있는 나라이기도 해요. 이러한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양쪽 어디에도 ‘밉보이지 않는’ 외교를 계속해왔어요. 이렇게 ‘조정자’ 또는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 외교 스타일을 ‘중견국 외교’(middle power)라고도 해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어느 쪽으로 더 기울었는지를 주변국들이 주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어요.


본격 핵심 정리 1
한미동맹 강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변화가 컸어요.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웠던 양국의 관심사를 정리해봤어요. 특히 미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는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한미 동맹의 강화’ 였다고 할 수 있어요.

한미 동맹 과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5시간 반이나 정상 간의 대화가 이루어졌고, 이를 반영한 것처럼 성명문 역시 길었고 추상적이지 않은 세부 사항이 많았어요. 게다가 백신을 맞은 두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척에서 대화하는 등 두 나라의 친밀함과 끈끈함을 강조한 크고 작은 장면들도 ‘한미 동맹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내려는 의도가 표현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한미 정상 회담에서 미국의 요구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트럼프 정부에서부터 미국이 꾸준히 밀어온 ‘인도·태평양 전략’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중국은 인도양을 통해 대부분의 원유를 수급하고 있고,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연결이 독점되지 않도록 ‘자유롭게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일본과 대만은 이러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따라서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의 요구는 대만 문제, 쿼드 문제, 북한 인권 문제일 거라고 예상됐어요. 실제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렛대로 삼아 동아시아 문제에 개입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한미 정상회담 바로 전에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훨씬 노골적으로 표현됐어요. 그래서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방어하느냐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으로 이야기되고 있었어요.

미국으로 두 발짝 다가간 한국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던 수준보다 훨씬 더 미국에 다가갔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일정 중에 미합중국 군인 신분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명예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참석했어요. 양국의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서 휠체어를 탄 6.25 미군 용사와 사진을 찍은 장면은 두 나라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줘요. 이 훈장이 한국전쟁에서 ‘중공군’과의 전투를 이끌었던 대령에게 수여되는 훈장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로써 미국과 한국이 중국과 싸운 ‘혈맹’임을 과시한 거죠.

또,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대만해협에 대한 ‘원칙적인’ 언급을 받아낸 것도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했던 외교 성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압박은 없었다”고 밝힌 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대만과 중국 사이 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면서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죠. 한국 정부가 ‘대만 해협 평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미국이 미사일 제한을 해제한 이유
이번 회담에서 모두가 주목한 변화는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바이든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회담 일정 동안 꾸준히 보냈어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 고 말한 것이 그 사례예요. 미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한국을 무리하게 안보 협의체에 끌어들이는 대신 한국이 갖는 주변에 대한 군사적 견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위험이 적을 거라고 본 계산이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또, 과거보다 한국의 국제적 신용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군사력 강화에 주변국이 반발할 명분이 줄어든 것도 이번 결정이 이루어진 배경 중 하나예요.

다시 주한미군을 유지하려는 이유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미국이 구상하는 동아시아 전략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에서 미뤄온 방위비 협정을 진행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지난 트럼프 정부는 기존 분담금의 6배를 요구하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배치된 미군의 방위비 지출을 줄이고자 했어요.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확장 억제’를 제공하는 ‘상호방위태세’를 다시 확인하고 6년 치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다시 재계약했어요. ‘확장 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전략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주한미군 문제는 양국 동맹에서 중요도가 높은 사안이기 때문에 이 내용은 성명문 초반에 실렸어요.


본격 핵심 정리 2
한반도 평화 주도권
두 번째 키워드는 ‘한반도 평화 주도권’이에요. 남북,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였다고도 할 수 있어요.

트럼프의 약속 유지될까?
바이든이 취임하면서 지난 트럼프 정부의 외교 성과를 얼마나 끌고 올지에 대한 관심이 주목되고 있었어요. “트럼프가 한 것만 아니면 다 되는” (Anything But Trump) 노선으로 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싱가포르 선언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거든요.

바이든, 정말로 북한과 대화할까?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확인되었어요. 지난 트럼프 정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이 이번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어진다는 확언을 받아낸 거예요. 트럼프의 성과 위에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실용적인 태도로 나온 거죠. 또, 트럼프 임기 동안 공석이었던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하기에 앞서 기존에 북한과 대화를 해온 성 김 싱가포르 대사를 특별대표로 먼저 임명하기도 했어요.

북한 입장에서는 차이 없을 수도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건 ‘당연한’ 것이고 미국이 대화에 나섰다고 볼 이유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북한의 입장은 지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완전히 돌아섰어요. 하노이에서 북한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조건으로 민생물자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 경제 제재가 효과적이라는 걸 확인한 트럼프 행정부는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유지하는 ‘최대압박’ 기조를 풀지 않았고요. 그 이후 북한 입장은 ‘미국이 대화에 나설 차례’라는 것에서 변하지 않았어요. 또, 지난 4년간 미사일을 쏘지 않는 등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대화의 조건으로 미국이 ‘적대 행위’를 철회할 것을 주장해왔어요.

처음으로 인권 언급 들어간 성명문
그러다 보니 이번 공동 성명에 ‘인권’, ‘제재’, ‘억제’ 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아야 북한이 대화에 나설 최소한의 명분이 생길거라는 관측이 있었어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단어였을 ‘인권’ 표현이 성명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부는 성명에 포함된 이 문구가 “인도적 지원을 의미”하는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새로운’ 대북 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인권 문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대화를 진행하는 노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방식이에요.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트럼프 정부의 표현을 반대로 뒤집은 ‘최대 유연성’이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바이든은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어요. 이처럼 ‘가치 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에서 내놓은 ‘최대 유연성’ 기조가 표현을 넘어서는 차이가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해요.

한미 연합 훈련으로 관계 더 악화될 수도
김정은과 김여정 당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한미 연합 훈련이 계속되고 한국군이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등 한미의 태도 변화가 없다고 언급했어요.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한미연합훈련을 ‘코로나’를 이유로 미뤘어요. 하지만 만약 8월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요. 앞으로의 남북 관계를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죠.


이슈 팔로업 포인트
📌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어떻게?
국민의힘에게 완패한 지난 재보궐 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임기 말 국정 동력 상실을 의미하는 레임덕 이야기까지 나왔었죠. 이번에 눈에 띄는 외교 성과를 갖고 돌아오면서 지지율이 40%대에 근접하게 회복되었어요. 임기 말 국정 운영을 위한 동력이 다소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죠.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어요. 대화의 기회가 사실상 종료되는 시점인 한미 연합 훈련 논의가 예상되는 7월 이전까지 어떤 진전이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 북한: “고의적 적대 행위”
북한은 이번 한미 공동 성명에 대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미사일 지침 해제를 “고의적 적대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어요. 또,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리룡남 북한 대사를 만나 두 국가 간의 `혈맹`을 강조했어요.

📌 중국: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의 강화가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동맹을 강화해서 압박하는 것이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기 때문인데요. 한편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제스처를 계속 보내왔어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회담이 있고 나서 한참 뒤 “한국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대만 표현이 조금 아쉽다” 며 “한미관계 발전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언급했어요. 경제적 동맹 강화에 대해서도 “이런 시장을 활용해서 경제 발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자기 국익을 판단해서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언급했어요. “불장난 하지 말라” 던 정상 회담 직후의 중국 외교부의 격한 태도보다 완화된 태도예요.

중국이 과거 사드 배치 논란 당시와 같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요. 당시 한국의 태도 변화가 없고 한국 내 반중 감정만 커졌기 때문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만큼,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반발과 함께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제스처로 우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ᴄᴏᴍᴍᴇɴᴛ
주말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깜짝 놀랐어요. 기상청에서 올 여름 폭염이 심할 거라고 했다는데... 여름이 다가오기도 전인데 벌써 걱정이네요. 일본에는 벌써 장마가 찾아왔다고 해요. 폴리티카는 다가올 여름에는 어떤 아티클을 보내드리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천아 님은 폴리티카에서 다룬 주제 중 ‘음, 좋았다!’ 싶었던 이야기가 있으셨나요? 1인 가구를 다룬 지난 뉴스레터를 읽고 많은 분들이 공감의 메시지와 외로움을 극복해나가자는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이번 아티클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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ᴏᴘɪɴɪᴏ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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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을 결심한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주제였어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끼던 시기였거든요.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맞는 공동체에서 존중받으며 활동한 게 가장 도움이 됐어요. 다들 느슨한 연대의 힘 속에서 외로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길 바라요.
💭익명의 구독자
1인 가구 인터뷰 내용이 좋았어요. 앞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더 늘어날 것 같아요.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청년들이 앞으로도 계속 1인 가구로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이들이 노년층이 되었을 때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만만치 않은 혼자 살기, ‘외로움’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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