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ICT와 미래(ICT and Future) 티스토리 블로그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본문

모음/폴리티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천아1234 2021. 5. 10. 17:01


‘자사고 재지정’으로 ‘자사고 폐지’할 수 있을까

올해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자사고는 5년마다 소속 교육청으로부터 ‘운영성과평가’, 즉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요. 이 평가에 미달하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됩니다. 올해 결과는 평가 대상 24곳 중 10곳이 지정 취소. 자사고 도입 후 사실상 처음 있는 지정 취소인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았죠. 여기에 “정부의 자사고 죽이기”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까지 지정 취소 대상이 되면서 사태는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상산고는 단연 이번 자사고 논란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시작은 학교와 교육청의 갈등이었습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를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상산고는 이 기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특히 상산고는 2003년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돼 17년째 자사고로 남아있던 ‘1기 자사고’인 만큼 상산고의 지정 취소는 꽤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근소한 차이였던 만큼 평가 지표에 대한 시비도 일었습니다. 상산고는 평가 항목 중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항목에서 4.0점 만점에 1.6점을 받았습니다.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전체 선발 중 10%’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사실 상산고처럼 자립형 사립고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학교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법률상 의무가 없습니다. 연초 전북교육청도 상산고가 제출한 사회통합전형 ‘3%’ 선발 계획을 승인한 바 있고요. 결국 평가가 불공평하다는 시비가 일었습니다. 전북교육청은 원칙대로 평가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반발에 나서면서 논란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음 갈등은 교육청과 교육부 사이로 이어졌습니다.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 동의 신청에 교육부가 ‘부동의’를 결정한 것인데요. 교육부가 교육청의 결정을 번복하고 상산고를 다시 자사고로 지정한 것이죠.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 지표’를 적용한 건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고 평가적정성도 부족”했다고 ‘부동의’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얼핏 보면 이 결정은 행정적으로 비판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았죠. 문제가 좀 더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자사고 지정 취소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 공약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당선 후 ‘100대 국정과제’에도 이를 포함했습니다. 요컨대 자사고 폐지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중 하나입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도 물론 그 연장선에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상산고를 통해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었으니까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어디서부터 살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10곳 지정 취소’와 ‘상산고 재지정’ 사이에 남은 이 찝찝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혼란하다 혼란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아니다


먼저 자율형 사립고의 시작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사고가 처음 등장한 건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1년이었습니다. 이때 2002년까지 상산고를 포함한 ‘1세대’ 자립형 사립고 6곳이 최초로 설립되죠. 본격적으로 자사고가 늘어난 건 이명박 정부 때입니다. 이름하여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이명박 정부는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자사고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합니다. 그 결과 많을 땐 54곳까지 자사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죠. 자립형 사립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된 것도 이때입니다.

한편 재지정 평가가 처음 진행된 건 2014년 박근혜 정부 때입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해이기도 했죠. 특히 당시 서울교육청은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 6개를 지정 취소했는데, 교육부가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아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바꿔버립니다. 원래 시행령에는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 조항을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꿔버린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지정 취소된 자사고는 미림여고 단 한 곳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일반고 전환을 사실상 자진 요청한 경우였죠.

한편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자사고 폐지’를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선택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두 차례 내놓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밝힌 ‘자사고 폐지’ 정책이 이 로드맵 2단계에 나온 두 가지 정책뿐이라는 겁니다. 하나는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에 재정적인 지원을 주는 것, 다른 하나가 바로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현재 자사고 폐지를 강제하는 정책은 ‘재지정 평가’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는 논란의 소지가 제법 많습니다. 일단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재지정 평가는 여전히 지역교육청의 몫인데, 교육부는 동의 여부만 결정할 뿐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정작 로드맵을 그린 정부는 역할이 없는데, 지역교육청은 재지정 기준을 높이기 위해 점수와 지표를 계속 손봐야 합니다. ‘상산고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한편 이번에 쟁점이 된 ‘사전 동의’ 조항은 전·현임 교육부 장관이 이미 두 차례나 폐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막기 위해 이전 정부가 급조한 조항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모순적입니다.

한편 교육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재지정 평가가 언제 자사고 폐지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재지정 평가 결과는 5년 동안 유효하죠. 이 말은 이번에 재지정된 자사고를 폐지하려면 또 다른 근거와 또 다른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기존 정책을 평가해 종합적인 방안을 담은 ‘로드맵 3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0년 하반기 이후로 예정되어 있을 뿐, 그 실마리조차 드러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명분도 불투명해졌습니다. 한쪽에서는 ‘자사고 폐지’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어 평가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전 정부처럼 ‘봐주기 평가’로 일관한다고 비판합니다. 정부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는 동안 사회적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거죠.

이렇듯 ‘상산고 사태’처럼 행정적으로 정당한 근거를 들어도 논란이 악화되는 건 정부의 입장이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이번에 지적한 쟁점이 사회적 약자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이었던 점도 그랬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는 오히려 상산고를 포함한 과거 자립형 사립고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10%까지 확대하도록 권장했습니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부터 ‘사회통합전형 선발 노력 정도’를 포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었죠. 결국 현 정부도 얼마든지 이에 근거해 전북교육청의 재량권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문제에서 일관되게 고수해야 할 입장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저 당장 마주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로 택한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아니라 ‘자사고 폐지’였습니다. 정부는 분명 재지정 평가를 자사고 폐지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분명치 않습니다. 정부가 시민들이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거죠. 한편 자사고 폐지를 목표한다면 결국 재지정 평가 외의 다른 정책이 필요해집니다. 재지정 평가만을 통해 자사고 폐지가 가능하다는 건 기만에 가깝기 때문이죠. 당장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사고 폐지’란 목표 달성은 계속해서 유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직접 자사고를 ‘일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일괄적인 전면 폐지는 공약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입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일괄 전환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현안 분석을 내놓았고요. 결국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논란의 불씨만 당겨졌을 뿐, 정작 어떤 논의도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대로라면 자사고는 물론 외고·국제고의 재지정 평가도 예정된 내년에도 똑같은 갈등이 이어질 거란 점이죠.

교육도 정치다

자사고 폐지만으로 ‘평등한 교육’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정부가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건 절차상으로는 어렵지 않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초·중등교육법’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설립 근거가 있어 행정부의 국무회의만으로 개정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결국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죠. 다만 진짜 문제는 당장 자사고를 일괄 폐지한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을 명문 대학에 보낼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의에는 늘 중요한 물음이 하나 빠져있습니다. 바로 자사고만 폐지한다고 평등한 교육이 가능해지느냐는 질문입니다. 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학교 운영과 교육 과정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자사고가 운영되는 방식은 철저히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습니다. 학생들이 굳이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이유도 일반고보다 입시 결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정시는 물론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수시 전형에서도 보통 유리하니까요.

대학은 이미 서열화되어 있고 출신 학교에 따라 미래가 정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조건에서 자사고가 사라진들 그저 다른 학교가 자사고의 지위를 대체할 뿐입니다. 결국 교육 정책이 학벌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가 아무리 단호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시행해도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긴 어렵습니다.

이번 자사고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대개 일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당은 교육부의 방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야당은 대개 부동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원내정당 중 정의당만 이번 정부 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제 갈등은 ‘소송전’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정 취소가 확정된 자사고 10곳 모두 행정소송 의지를 밝힌 데다, 전북교육청도 교육부의 상산고 지정 취소 부동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들은 현직 장관 가족의 출신 학교까지 조사해 밝혔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흠집 내기였지만 현실의 수렁이 그만큼 깊다는 것만은 잘 보여주고 있었죠. 결국 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은 재지정 평가 점수를 어떻게 매겨야 더 정당한지도, 자기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지 말지도 아닐 겁니다. 교육 정책의 원칙이 흔들리면 피해받는 건 정치권이 아니라 학생 당사자들입니다. 완벽한 정책은 불가능하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국 교육도 정치의 일부니까요.

테이블

올해 자사고 평가 결과는 재지정 14곳, 지정 취소 10곳


하이라이트

학생부종합전형

대학 입시 수시 선발 전형 중 하나. 교과 성적뿐 아니라 수상 경력, 체험·봉사 활동, 소논문 등 비교과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입학사정관제’가 본격 도입되었고,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대학 입학전형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도입 당시에는 다양한 적성에 맞춰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였으나,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 선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스펙 쌓기’ 경쟁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에 비해 내신 중요도가 훨씬 낮고,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자사고·특목고에 유리하다고 평가가 많다. 실제 ‘100% 학종’인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의 경우, 2019학년도 합격자의 54%가 특목고·자사고 출신이다.

퀴즈

다음 중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자사고는 모집 범위에 따라 전국단위와 광역단위로 나눠져 있다.


모든 자사고는 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할 의무가 있다.


과거 자립형 사립고였던 학교 6곳은 현재 모두 전국단위 자사고이다.


자사고와 일반고는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GIPHY

타임라인


1995.

김영삼 정부, ‘5·31 교육개혁안’ 자립형 사립고 최초 제안


2001.

김대중 정부, 자립형 사립고 최초 설립


2008. 3.

이명박 정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개시


2014. 10.

자사고 도입 후 첫 운영성과평가 실시. 서울교육청, 자사고 6곳 지정 취소


2014. 11.

교육부, 서울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


2014. 12.

박근혜 정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 교육부장관 ‘사전 동의’ 의무화 조항 신설


2017. 3.

문재인 후보, 19대 대선 당시 “외고·자사고·국제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 공약 발표


2017. 12.

교육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자사고·일반고 입시시기 일원화 및 이중지원 금지 조항 추가


2019. 3.

서울 자사고 22곳, 재지정 평가기준 상향(60점→70점)에 반발해 평가보고서 제출 거부


2019. 4.

헌법재판소, 입시시기 일원화 합헌·이중 지원 금지 위헌 결정


2019. 5.

전국 자사고 재지정 현장평가 시작


2019. 7. 26.

교육부, 전북·경기 교육청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신청 검토결과 발표. 2곳 동의. 상산고 부동의


2019. 8. 2.

교육부, 서울·부산 교육청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신청 검토결과 발표. 10곳 모두 동의

 

'모음 > 폴리티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0) 2021.05.10
ILO 핵심협약 비준  (0) 2021.05.10
택시 제도 개편안 발표 (feat. 타다)  (0) 2021.05.10
일본 수출 규제 조치  (0) 2021.05.10
최저임금 1만 원 포기  (0) 2021.05.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