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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제도 개편안 발표 (feat. 타다)

천아1234 2021. 5. 10. 17:00


정부 개편안은 왜 ‘택시 편’을 들어줬을까

지난 7월 17일, 국토교통부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택시 업체와 플랫폼 업체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는데요. ‘3·7 사회적 대타협’ 이후 카풀 논란은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곧 ‘타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입니다. 이번 개편안에서 특히 중요했던 내용은 다름 아닌 플랫폼 택시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정대로 정부는 플랫폼 택시 제도에 ‘플랫폼 운송사업’이란 유형을 포함시켰습니다. 바로 이 유형이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도화하는 부분입니다. 플랫폼 운송사업은 다른 유형과 다르게 기존 택시를 활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량 종류나 외관, 요금제도 거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약도 있습니다. 자체 차량은 물론 택시기사 자격을 가진 운전자를 직접 확보해야 합니다. 운영할 수 있는 차량 수도 제한됩니다. 정부의 택시 감차 수준에 맞춰 운영가능대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수익의 일부는 기여금으로 내야 합니다. 이 기여금으로 정부는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합니다.

개편안 발표 직후 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우려하는 지점은 비슷했습니다. 플랫폼 택시가 제도화되긴 했지만 진입장벽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죠. 특히 플랫폼 업계의 당혹감이 커진 건 그간 정부가 약속했던 ‘규제프리형 운송사업’이 개편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 과정에서 차량 허가 총량은 택시 감차 대수 ‘이하’로 제한됐고, ‘타다’처럼 렌터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정부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개편안이 변경됐단 사실을 인정하면서, 입법 전까지 추가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플랫폼 택시만 놓고 보면 정부가 ‘택시 편’을 들었다는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애초에 이번 개편안의 명칭도 ‘택시제도 개편방안’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초점도 플랫폼 서비스보단 택시 산업 개혁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사납금 폐지와 월급제 시행, 운전기사 범죄 경력조회 강화, 감차 사업 개편 등도 이번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정말 이번 개편안은 ‘택시 편’을 들어준 것일 뿐일까요. 정부의 택시 개혁에서 플랫폼 서비스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 걸까요.

테이블

저마다 다른 근거에 다른 서비스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들


아리송한 ‘플랫폼 택시’

플랫폼인 택시일까, 택시인 플랫폼일까


정부가 선택한 “플랫폼 택시”라는 말은 이중적입니다. 택시에 플랫폼을 접목했다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플랫폼을 택시로 한정시켰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죠. 앞서 말한 ‘플랫폼 운송사업’이 정확히 그 예입니다. 플랫폼이 기존 택시를 운영하진 않지만 운전자는 택시기사 자격이 있어야 하고, 택시 면허가 필요하진 않지만 운영가능차량은 택시 면허를 얼마나 줄이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플랫폼 소유 차량도 곧 노란 번호판을 답니다. 법적인 ‘영업용 차량’으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이름은 플랫폼인데 택시와 그리 다른 게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번 택시 개편안의 핵심입니다. 바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정보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운송 서비스로 규정한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플랫폼 자체’보단 ‘유상운송’에 훨씬 가깝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업체들은 자사의 플랫폼이 ‘공유경제’를 실현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나의 차량을 플랫폼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택시도 중개 플랫폼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승차공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플랫폼 기반 사업이 곧 공유경제인 건 아니라는 거죠.

더군다나 이번 개편안의 대상이 된 플랫폼은 차량호출 서비스, 즉 카헤일링의 사업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요청하면, 이용자의 위치로 차량이 배차돼 원하는 목적지가 이동시켜 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차량과 운전자 모두 플랫폼 업체가 중개하거나 알선합니다. 이동 서비스의 비용으로 요금도 받고요. 결국 이 서비스의 핵심은 ‘승차공유’가 아니라 ‘이동 서비스’ 자체인 셈입니다. 공유경제에 가까운 카셰어링이나 카풀과는 전혀 다른 형태인 거죠. 오히려 유사하다면 콜택시와 가장 비슷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플랫폼 사업과 택시 사업은 같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불공정 경쟁이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그간 플랫폼 사업은 택시 사업과 달리 기존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객법상의 ‘운송사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기사자격을 따거나 면허를 매입할 필요도 없었고, 차량 대수도 마음껏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플랫폼이 사실상 택시와 같은 규제를 받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플랫폼을 택시 산업 안으로 포함하면서요.

이때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택시 면허 제도입니다. 두 사업이 같은 시장에서 갈등하는 상황에서 택시 면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입구를, 택시 사업자에게는 출구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플랫폼은 기여금을 내면서 유상운송 사업을 허가받습니다. 기여금으로 면허 매입이 증가하면 면허 가격이 폭락하는 일도 방지됩니다. 고령 택시 사업자의 노후도 보다 안정될 수 있죠. 한편 면허 매입과 플랫폼 운영 차량 수가 연동되면서 플랫폼 또한 택시총량제와 감차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과잉공급에 따른 문제도 불식되는 것이죠.

결국 정부가 제안한 ‘플랫폼 택시’는 택시에 플랫폼을 접목했다기보단, 플랫폼을 택시로 한정시켰다고 봐야 합니다. 플랫폼 사업의 규모가 택시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죠. 정부로서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사실상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택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플랫폼 사업의 방향을 택시 사업과 연동해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넌지시 보여준 셈이고요.

퀴즈

다음 중 ‘플랫폼 택시’의 번호판 색상으로 알맞은 것은?

노란색


흰색


감청색


연청색


GIPHY

흰색과 노란색 사이

택시 개편안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 택시 개편안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집니다. ‘한 것’은 택시 면허 제도를 유지한 일입니다. 정부가 밝혔듯 이번 개편안은 “택시면허 제도를 근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즉 유상운송을 택시 사업과 여기 포함될 플랫폼 사업에만 허락한 것이죠. 한편 ‘하지 않은 것’은 차량 공유를 완전히 허가하는 일입니다. 요컨대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조항을 풀거나 택시 면허와는 다른 영업 허가를 요구하는 일 같은 큰 변화는 남겨둔 셈입니다.

결국 정부는 택시와 플랫폼 간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택시 편을 들었다기보단 그 이상을 다루지 못한 거죠. 향후 차량공유를 포함한 모빌리티 혁신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이번 안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아직 먼 얘기라는 거죠. 요컨대 택시면허 제도가 아닌 유상운송을 허가한다는 건 사실상 택시의 공공성이 다른 무언가로 대체된다는 뜻입니다. 유력하게는 ‘차량공유’ 혹은 ‘승차공유’가 바로 그 무언가일 텐데요. 이마저도 우버가 전 세계에 가져온 논란을 떠올려보면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에 공공성이 중요한 교통 플랫폼을 누가 어떻게 소유할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한편 택시 개편안이 발표된 후 카카오와 우버 같은 대기업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플랫폼과 날을 세워왔던 서울택시조합도 적극 호응하고 있죠.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플랫폼 가맹사업입니다. 기존 택시 업체들과 가맹 계약을 맺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정부도 가맹사업이 택시 경쟁력 강화에 특히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플랫폼 업체들에 비해 오히려 대기업이 독식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는 점도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개편안은 ‘안’에 불과합니다. 방향은 정했지만 실무논의는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논의가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모쪼록 더 큰 희생 없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갈 수 있길 바라야 겠습니다.

타임라인


2013. 8.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국내 첫 진입


2015. 3.

우버 X, 국내 서비스 전면 철수


2016. 5.

풀러스, 카풀 시범 서비스 개시


2018. 8.

4개 택시단체, 카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2018. 12. 7.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시범 서비스 개시


2019. 1. 22.

택시단체·카카오모빌리티·민주당·국토교통부,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


2019. 3. 7.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 등 합의안 발표


2019. 4. 4.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시에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인가 불허 요구. 타다 추방 결의 대회 개최.


2019. 5. 15.

서울광장 인근 인도에서 70대 택시기사 분신 사망. 4번째 택시기사 분신


2019. 7. 12.

‘카풀 허용·월급제 시행’ 여객법 개정안 및 택시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통과


2019. 7. 17.

국토교통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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