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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폴리티카

🗳대통령 후보 된 이재명. 이재명 캠프가 가야 할 길은?

천아1234 2021. 10. 26. 15:23

제대로 된 정치·시사 가이드, 폴리티카

Vol. 38

2021-10-26

더민주 경선 끝, 대통령 후보 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놓을지’ 정하기 위한 경선과 논의가 곳곳에서 한창 진행 중이에요. 그리고 10월 둘째 주에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로 확정되었어요. 오늘 레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와 함께 아직 남아있는 불씨를 살펴봐요. 경선은 왜 하는 건지, 이낙연 후보는 왜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는지, 대장동 논란은 뭔지 궁금했다면 이 레터를 읽어보세요.

오늘의 꼭지

지금 일어나는 일 경선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한 여당
배경 알고 가기 복잡한 경선 과정, 최대한 쉽게 정리해봤어요.
본격 핵심정리 더불어민주당에서 본 이재명 후보의 리스크?

이낙연 후보는 왜 이의를 제기했을까?


이슈 팔로업 포인트
3차 표결에서 숫자가 튄 이유?

경선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한 여당

지금 일어나는 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2021년 6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경선을 진행했어요. 9명의 후보로 시작한 경선은 컷오프에서 6명, 이후 4명으로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한 명을 남기게 되었는데요.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최종 결정됐어요. 이재명 후보의 경선 득표율은 50.3%로 과반을 차지했어요. 그다음으로 이낙연 후보가 39.1%를 획득했고, 추미애 후보는 9.0%를 획득했어요.

경선은 왜 하는 걸까?

하나의 당에서 후보가 여러 명 나오면 표가 흩어져서 선거에서 이기기가 어려워져요. 이 때문에 정당마다 국민 앞에 내놓을 한 명의 후보를 정하기 위해 당 내부에서 먼저 선거를 거쳐요. 경선의 규칙은 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후보 통합이라는 원리는 똑같아요. 여러 후보 중에서 누가 정당의 후보로 가장 적합할지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진 후보가 선출권을 포기하는 거예요. 경선 자체가 큰 이벤트라서 경선이 흥행하면 주목을 받아 후보의 지지도가 오르기도 해요. 경선은 당에서 치르는 선거지만, 선거에 나오기 전에 국민의 검증을 받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후보 간단 소개

이번에 본선에 진출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직을 맡았던 정치인이고, 경기도 기본소득을 추진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총리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전 대표였어요. 추미애 후보는 현 정부의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야당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이력이 있어요.

이재명 후보는 지난주에 국정감사를 받았어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가 후보로서 어떤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되는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본격 핵심 정리①에 정리했어요.

복잡한 경선 과정, 최대한 쉽게 정리해봤어요.

배경 알고 가기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긴장이 가득했던 경선. 핵심만 빠르게 짚고 가볼까요?

국민참여 경선제로 진행됐어요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국민 참여 경선제로 진행됐어요. ‘국민 참여 경선제’는 당원과 일반 국민의 의견을 50%씩 반영하는 구조예요. 또, 경선 과정 중에 ‘국민 면접’이나 후보 토론회처럼 국민이 직접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어요. 이건 국민의힘 경선도 마찬가지예요.

예비 경선으로 6명만 남겨요

예비후보들이 국민 면접을 3번, 예비후보끼리 토론을 4번 진행한 뒤 누가 본선에 진출할지를 두고 투표를 해요. 예비 후보 9명 중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6명의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어요.

컷오프가 뭐지?

당의 후보자로 선거에 나가려면 공천을 받아야 해요. 경선 기회를 받기 위한 공천 1차 심사 단계에서 탈락하는 것을 컷오프라고 해요. 따라서 컷오프에서 떨어졌다는 건 경선에 참여할 기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 돼요. 이렇게 기준 이하의 후보를 탈락시키는 공천 심사 과정을 국민이 투명하게 확인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공천 심사를 ‘예비 경선’의 형태로 진행하기도 해요. 후보 숫자가 줄어들면 후보들이 경선에서 단순한 자기 어필에서 벗어나 국정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두고 토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돼요.

본선이 시작되면 전국을 돌며 지역별 대의원, 권리당원 투표로 경쟁해요

5주간, 전국의 지역을 순회 방문하면서 당원과 국민들을 만나고 다른 후보들과 합동 연설회를 진행해요. 지역 순회 경선은 당원들의 마음을 더 잘 반영하는 투표라고 볼 수 있어요. 지역 순회 경선이 이루어진 곳은 순서대로 ①대전·충남, ②세종·충북, ③대구·경북, ④강원, ⑤광주·전남, ⑥전북, ⑦제주 ⑧부산· 울산· 경남, ⑨경기, ⑩인천, ⑪서울, 이렇게 총 11곳이에요.

순회 투표 결과를 살펴볼까요? 이낙연 후보가 작은 격차로 승리한 광주·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넘기면서 1위를 차지했어요. 정세균 후보, 김두관 후보는 본선 도중인 2주 차, 4주 차에 후보 자리에서 사퇴했어요.

그 사이에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세 번 해요

지역 순회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 선거인단을 모집해서 전국 단위의 투표를 세 번 진행해요. 이 투표에는 20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이 있는 사람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어요. 때문에 당원이 아닌 국민들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는 투표이기도 해요. 이렇게 모집된 국민 선거인단의 수는 재외국민 투표자까지 포함해 약 217만 명으로 집계됐어요.

투표 결과는 어땠을까요? 1차, 2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절반이 넘는 표를 받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발표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60%가 넘는 지지를 얻었어요. 이변이 발생하면서 결과가 튄 셈이에요.

마지막에 지역별, 전국 투표 결과를 모두 합산해요

앞선 투표 결과를 모두 합산한 결과, 이재명 후보가 아슬아슬하게 절반을 넘었어요(50.3%). 덕분에 결선까지 가지 않고, 바로 본선으로 진출했어요.

선거를 여러 번 나눠서 하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3번의 전국 단위 국민 선거인단 투표와 지역별 투표를 모두 합산해서 후보를 선출했어요. 다시 말해 투표의 횟수 자체가 많고, 서로 떨어진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한 번의 투표로 후보를 결정할 때보다 후보를 긴 시간 살펴보게 되기 때문에 후보를 선정할 때 그때그때의 단기 이슈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어요. 즉, 시기에 따른 ‘반짝 지지’의 영향은 줄이고, 후보의 전체적인 면모를 더 크게 반영해서 평가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에요. 물론 감염병으로 인해 경선 일정에 차질이 있었던 영향도 커요.

더불어민주당에서 본 이재명 후보의 리스크?

본격 핵심정리 1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명 후보

지난주,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가 국정 감사 자리에 출석했어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지사직을 내려놓으면 불리한 국정 감사를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결정이 큰 주목을 받았죠. 이재명 후보는 국정 감사 자리에 출석해서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어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와 ‘대장동 의혹’ 사이의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었죠.

대장동 논란, 대체 뭐길래

대장동 개발 사업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1년부터 성남시에서 진행한 민관 합동 개발 사업이에요. 근데 대장동이 어디일까요? 대장동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판교 신도시의 인접 지역이에요. 대장동은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세간에 잘 알려져 있던 지역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의 개발이 잘 이루어진다면 수익이 상당히 클 것으로 알음알음 기대받고 있었어요. 대장동을 조사한 여러 평가 기관들의 의견도 비슷했고요. 그래서 이 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성남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고도 해요. 하지만 이 지역의 개발을 둘러싼 이권의 충돌이나 계획 유출로 인해 개발 사업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대장동의 개발이 시작됐어요.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의 공약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완전히 공공 개발로 진행하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당시 성남시의회에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이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우려된다”라며, 성남시가 빚을 내지 못하도록 4500억 원가량의 지방채 발행을 막았어요. 그 대신 민간으로 넘겨서 진행할 것을 권고했죠. 이처럼 원래 계획대로 100% 공공 주도로 진행하는 게 어려워지자, 대장동 개발 사업은 도중에 공공 개발과 민간 개발이 혼합된 형태로 바뀌어서 진행됐어요. 이를 위해 민간 자본이 들어와서 개발에 참여하고 개발에 필요한 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립한 시행사가 바로 ‘성남의 뜰’이에요.

이 ‘성남의 뜰’은 대장동 개발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예요. 이재명 후보가 국정 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성남시는 당시 예상 수익 6156억 원의 70%인 4384억 원의 이익을 성남시의 몫으로 가져가기로 미리 확정했고, 남은 돈을 SK 증권, 화천대유 등의 민간 업자가 가져가도록 결정했어요. 그리고 개발 이익이 커짐에 따라 1100억 원가량을 추가로 더 환수했어요. 이렇게 환수한 금액은 총 5503억원이고, 이건 현금인 배당이익과 현물인 사회기반시설을 함께 계산한 액수예요.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당시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과열됐고, 이에 따라 대장동의 개발 이익도 예상보다 크게 늘었어요. 하지만 성남시가 환수한 이익은 과거에 확정해서 환수했던 5503억 원에서 더 늘지 않았어요. 반면, 남는 돈을 가져가기로 한 SK 증권과 화천대유의 배당금은 약 4000억 원으로 불어났고요. 막대한 초과 수익을 제한하는 조항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확정 환수하고 남은 이익이 고스란히 민간이익으로 돌아간 거죠.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큰 민간 이익의 대부분이 여러 과정을 거쳐 SK 증권의 투자자이기도 했던 ‘화천대유’라는 회사의 주주 7명 “천화동인”에게 대부분 돌아갔어요. 여기에 화천대유의 주주 또는 고문으로 참여하거나 직원으로 근무한 주요 관계자들이 주로 국민의힘과 관련 있는 법조계, 정계의 핵심 인사거나 그들의 친인척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어요.

‘사이다’ 없는 수렁 같은 논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양측의 논지를 짧게 정리해 볼까요?

이재명 후보가 개발 비리에 직접 관련되어있거나, 관리 책임이 있다 : 이재명 후보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측에서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공권력으로 제도적 허점을 노려 개발이익을 최대화하면서 민간 사업자에게 수익 제한을 없애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고 봐요. 또, 일부러 특혜를 준 것이 아니더라도 초과 수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따로 넣지 않은 것은 ‘배임’이라는 주장이에요.

투기 ·토건 세력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환수했다 : 반면 이재명 후보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공공사업이었고, 원안대로 공공 개발로 진행되었다면 9000억 원대의 개발 이익을 모두 환수했을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러지 못했던 것은 성남시 돈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막은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의 반대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해요. 대장동 개발 비리를 이재명 후보가 설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설계한 것은 성남시 공공 환수액 내용, 방법, 절차, 보장책까지”고 대답하며, “민간 업자들끼리 이익을 어떻게 나누는지까지 시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그럴 이유가 없는 근거로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간 “이해관계자는 다 국민의힘, 보수야당 관련 인물들”이라는 점을 들었어요.

대장동 문제를 들여다보면 시비를 가리는 중인 홍수와 같은 디테일이 있어요.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의 가장 큰 특징은 ‘쉬운 팩트’가 없다는 거예요. 어느 쪽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비리나 범법,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사건에 수없이 많은 인물과 복잡한 배후 관계가 얽혀 있고, ‘따끈따끈한 팩트’와 해석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어요. 유권자 입장에서는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관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큰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이처럼 속 시원한 팩트가 나오기 어려운 이슈의 속성상,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의 여파는 3월까지 대선 지형을 꾸준히 흔들 것으로 보여요.

결정적 ‘한 방’ 없었던 국정 감사

이재명 후보는 왜 불리한 국정 감사 출석을 결정했을까요? 여당의 정식 대통령 후보가 된 이상 본격적인 검증을 피해가기는 무척 어려워요. 따라서 이재명 후보 측의 논리를 국정 감사와 같은 큰 공식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편이 논란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 더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이틀간의 국정 감사를 끝내고 이재명 후보 캠프는 “100억짜리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어요. 불리한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의 반전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논란을 헤쳐나갈 계기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것이죠.

야당 입장에서 지난주의 국감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재명 후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포부에 미치지 못한 ‘맹탕 국감’이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아요. 국감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8명 중 6명이 초선이었고, 8명이 한 팀으로 이재명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보다 각자 준비한 질문을 읽거나 부적절한 증거, 발언으로 오히려 감점을 초래하는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장면이 많았어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두 차례의 국감이 진행됐지만, 처음에 기대했던 결정적인 한 방은 국감 종료까지 나오지 않았어요.

이낙연 후보는 왜 이의를 제기했을까?

본격 핵심정리 2

‘숫자가 튄’ 마지막 투표

이낙연 후보의 이의 제기는 일반당원· 국민 선거인단 3차 결과에서 본격적으로 예상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이전까지 이낙연 후보는 탄탄한 조직 기반을 갖고 있던 광주 전남 지역이 아닌 모든 지역 순회 대의원· 권리당원 투표 그리고 앞선 두 개의 전국 단위 일반 당원·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큰 표 차이로 밀리고 있었어요. 이낙연 후보의 출신지였던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낙연 후보 캠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어요. 그래서 ‘큰 이변이 없다면’ 3차 투표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큰 표 차이로 경선을 마무리할 것이 확실시되던 상황이었죠.

근데 경선의 마지막에 깜짝 ‘이변’이 벌어졌어요. 개표 결과를 발표하던 선관위원장이 “내가 잘못 읽었나 당황했다”고 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는데요. 3차 전국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가 62.4%, 이재명 후보가 28.3%를 받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말하자면 갑자기 ‘숫자가 튄’ 셈이에요. 이 시점이 대장동 이슈의 흐름이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게 뒤집어지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바뀐 민심’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고 볼 수 있지 않겠냐는 해석으로도 이어졌어요.

이변에도 불구하고 경선은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종료되었어요. 이재명 후보가 50.3%를 받아 간신히 과반을 차지했고, 따라서 이낙연 후보에게 결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경선이 마무리된 거예요. 경선 룰에 따르면 지역별 투표와 세 번의 전국 투표 결과를 모두 합산한 최종 득표율이 50%를 넘기면 1등과 2등 후보끼리 다시 다투는 결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낙연 후보가 경선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를 두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어요. 당이 말 그대로 반으로 쪼개질 수도 있는 고비가 찾아온 거예요.

이낙연 후보는 개표가 이루어진 10월 10일,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득표율의 계산법을 달리하면 이재명 후보가 절반을 넘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도중에 김두관 후보와 정세균 후보가 경선을 사퇴하면서 두 후보가 받은 표가 무효표가 되어 최종 득표율에서 빠지게 됐는데, 이낙연 후보 측의 주장은 이렇게 빠진 표들까지 세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이낙연 후보의 말대로 무효표를 포함해서 득표율을 따지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49.3%로 과반이 아니게 돼요. 이 계산법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게 인정되면 두 후보가 결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 거죠.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어요. 결선 투표 제도가 도입된 18대 대선 당시의 일이에요. 하지만 그때는 문재인 후보가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무효표를 넣어도 결선을 치러야 할 정도의 영향이 없었어요. 반면 이번에는 무효표로 결선이냐 아니냐가 갈리게 되는 상황이라 이야기가 달랐어요. 이낙연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불안하다고 표현했어요. 중도까지 끌어들이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대세론’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라는 거였죠.

이낙연 후보의 승복 선언

하지만 10월 11일, 송영길 당대표는 당헌 당규에 따라 이낙연 후보의 이의제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어요. “당이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추천장을 공식적으로 수여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죠.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경선이 끝난 직후 발표한 축하 메시지도 이낙연 후보 측에게 압력으로 작용했어요.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합니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2021년 10월 10일.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 브리핑)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발 빠른 메시지와 송영길 당대표의 강경한 반응은 경선이 불복되면서 심화될 ‘경선 후유증’을 우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10월 13일, 이낙연 후보는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어요. 그리고 당내 불화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번 대선에 힘을 보태겠다"라는 메시지를 덧붙였어요.

이재명 캠프가 앞으로 가야 할 길

‘경선’에 대한 설명을 통해 살펴본 것처럼, 후보 통합은 실질적으로는 후보 한 명이 선거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말해요. 이 때문에, 경선에서 이긴 후보에게 다른 후보의 표가 그대로 이동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공정한’ 경선 절차는 다만 사퇴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통합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을 더 개연성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다른 후보에 대한 감정적 골이 깊어졌다면, 경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탈락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긴 후보를 반드시 지지하리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예요. 지금의 이재명 후보는 이런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어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10월 둘째 주 차기 대선주자 4자 대결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자의 14.2%만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어요. 반면 40.3%는 윤석열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어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4자 가상대결을 전제한 결과예요. 이낙연 후보의 경선 결과 수용 입장이 발표되기 이전의 조사 결과인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하지만, 경선 후유증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결과예요.

지지자들의 이탈이 본선에서 현실화되는 일을 막으려면, 당 내부의 경선 후유증을 적극적으로 달랠 필요가 있어요. 따라서, 갈라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다독여서 ‘원팀’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이재명 후보 캠프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낙연 후보가 ‘칩거’를 시작하고 이재명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는 첫 시동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요.

이낙연 후보와의 회동 밖에도 이재명 후보의 ‘열린 캠프’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통성’의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해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가 두루 포진한 1800명 규모의 이재명 캠프의 정책 자문그룹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캠프에 더불어민주당 ‘원로’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정통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이야기돼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표적인 인물들인데요. 이 중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열린 캠프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어요.

𝘛𝘪𝘱.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의 유권자 202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예요.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3차 표결에서 숫자가 튄 이유?

이슈 팔로업 포인트

3차 표결 직전까지 모든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수의 지지를 꾸준히 얻고 있었는데, 왜 마지막에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요? 대장동 이슈가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걸까요? 3차 표결에서 갑자기 이변이 생기게 된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가정 1. 야당 지지자들이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 참여해서 ‘역선택’을 했다.

이 가정은 가장 먼저 제외해도 좋은 가정이에요. 정치권에서 말하는 ‘역선택’은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다른 당의 후보로 만들기 위해 몰려가서 투표하는 조작 행위를 말해요. 하지만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 참여한 숫자는 25만 명으로, 신청자만 놓고 보면 30만 명이나 돼요.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선거를 유의미하게 조작하려면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조직된 참여자들이 필요하고, 상대 당의 경선 결과를 바꾸기 위해 그만큼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는 가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에요.

가정 2.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가 이탈해서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재명 후보로부터 돌아선 ‘민심’이 10월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뒤늦게 반영된 것이라는 관점이에요. 만약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가 대장동 이슈의 영향으로 유의미하게 이탈한 거라면, 경선 이후의 본선이 불안해질 수 있어요. 즉, 3차 표결이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안게 될 리스크를 미리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이 가정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요. 먼저 대장동 이슈의 영향이 3차 투표 당시의 여론 조사 결과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려워요. 또, 대장동 논란이 시작된 이후에 있었던 2차 표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압승했다는 사실과도 모순돼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돌아선 거라면 추미애 후보의 반사이익도 컸어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가정 3. 이낙연 후보의 지지층이 3차 국민 선거인단에 더 많이 포함되어있었다.

3차 국민 선거인단의 성격이 1차, 2차 국민 선거인단과 달랐을 수도 있어요. 1, 2차 선거인단 모집 시기는 7월 초와 중순, 3차 선거인단의 모집시기는 9월 초로 두 달이나 차이가 나요. 특히, 3차 국민 선거인단 모집이 이루어진 시기는 이낙연 후보가 광주, 전남 순회 경선을 앞두고 종로구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경선 참여를 호소하던 8일과 겹쳐요. 따라서 이낙연 후보의 호소를 듣고 위기감을 느낀 열성 지지층이 3차 선거인단 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보면 자연스러워요. 1차, 2차 국민선거인단과 다른 시기에 모집된 3차 국민 선거인단에 이낙연 후보의 지지층이 더 많이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에 한 달 뒤 이루어진 선거에서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60%가 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거죠. 국민선거인단 1~3차 결과를 모두 합쳐서 보면 이재명 후보는 47.7%, 이낙연 후보는 39.4%의 지지를 확보했어요. 모집 시기의 차이로 3차 결과가 튀었지만, 전체적으로는 39.4%의 지지가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낙연 후보는 왜 다른 투표에서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을까?

이낙연 후보는 원래 이재명 후보와 대등하거나 훨씬 유망한 대선 후보로 지목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경선에 가서는 그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했어요. 그랬던 요인으로는 이낙연 후보의 몇 가지 ‘실책’들이 꼽혀요. 경선 이전에는 당론과 반대되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꺼내 들었던 것이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중요 분기점으로 언급돼요. 경선 과정에서는 ‘원팀’을 해칠 정도의 과도한 네거티브와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종로구 국회의원 의석에서 자진 사퇴한 것이 꼽혀요. 그 결과 대선과 함께 종로에서 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의석수에서 1명이 모자라게 되어 여당 지지자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어요. 누적된 이낙연 후보 행보에서 실망한 온건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는 것을 포기했고, 이런 실망감이 열성 지지층만 나온 20%대의 낮은 득표율로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오늘 레터는 평소보다 조금 길었는데, 재밌게 읽으셨나요? 폴리티카 레터를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선거 이야기가 천아 님에게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대선후보를 확정한 여당의 이야기를 주로 살펴봤어요.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되는 11월 5일에는 3월 대선 구도가 거의 완성될 것으로 보여요. 이번 레터에서 다 담을 수 없었던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권 행보도 업데이트되는 대로 전해드릴게요. 이번 레터가 재밌으셨다면 천아 님의 의견도 남겨주세요!

작성: 이새 편집: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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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구독자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외 사례도 다뤄서 좋았어요.

익명의 구독자

평소에도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한 국내외 논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특히 국내 플랫폼 국정감사에서 이루어진 논의와 해외 사례들을 제재수단을 중심으로 비교했다는 점에서 이해가 보다 수월했습니다. 또한 기존 기업과 구분되는 빅테크 및 플랫폼 기업의 특징에 대한 설명도 해당 개념들을 모호하게 알고 있던 터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플랫폼 기업 ‘규모의 정도가 플랫폼 기업들의 운영 양상 자체를 규제하지 못할 이유인지’라는 의문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앞으로 정부 부처 차원에서 진행되는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에 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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